민들레
 















[새해인사]우리 앞의 바위를 어떻게?


어떤 사람이 어려서부터 살던 집 마당에 커다란 바위가 있었습니다. 마당 한 가운데 자리잡은 그 바위 때문에 적잖게 불편했지만 아무도 그 바위를 어쩔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았습니다. 땅 속 깊이 묻혀 있어 감히 들어낼 엄두도 내지 못한 것이지요. 바위를 들어내려면 집 기초까지도 흔들릴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바위는 그 집보다 더 오래되었고 아버지의 아버지 때부터 그 자리에 있었기에.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그 바위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 집을 물려받은 딸은 어느 날 바위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문득 생각했습니다. ‘저 바위가 땅 속 어디까지 묻혀 있는지 어디 한 번 파보자.’ 삽을 들고 바위 언저리를 조금씩 파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바위는 한 뼘도 안 되는 깊이로 묻혀 있었습니다. 딸은 바위를 바라보며 상상했던 그 어려움이 모두 상상 속의 허구였음을 깨닫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 아버지, 자신의 대를 이어 수십 년 동안 이어지던 그 허구가 단 몇 번의 삽질 앞에서 깨어진 것에 더 놀랐습니다.

지금 당신 앞에 놓여 있는 바위가 있습니까? 얼마만큼 큰 바위입니까? 얼마나 깊이 묻혀 있는 바위일까요? 바라만 보지 말고 삽을 들어봅시다. 바위로 알았던 것이 돌멩이일지도 모릅니다. 지레 겁먹지 않기! 일단 삽을 들고 나서기! 우리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

또 생각을 바꾸기에 따라서는 걸림돌로 알았던 그 바위가 디딤돌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마당에 놓인 바위 둘레에 아름다운 꽃나무들을 가꾸고 쉼터를 만든다면 바위는 그 자리에 없어서는 안 될 새로운 존재로 바뀔 것입니다. 마당도 집도 따라서 새로운 모습을 띄게 되겠지요.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기! 낯설게 보기! 우리를 진짜 살아 있게 하는 것은 바로 이런 눈이 아닐까요?

살아가면서 만나는 모든 것들에 익숙해지는 일은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일이든 익숙해지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일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 익숙함 속에 파묻혀 버리면 감수성은 무디어지기 마련입니다. 익숙해지면서 동시에 그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출 때 비로소 우리는 진짜 살아 있을 수 있지 않을까요. 낯선 곳을 여행하는 사람처럼 언제나 신선한 눈과 마음으로 생생하게 깨어 있을 수 있다면 하루하루가 날마다 새로운 날이 될 것입니다. 일신우일신(一新又日新)!

_현병호(민들레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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