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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권 74호] 우리 안의 함정

엮은이의 말


원고 마감으로 눈코 뜰 새 없던 날, 전국에 ‘방사능 비’가 내렸습니다.

우산을 받치고 학교에 간 아이들이 자꾸 눈에 밟힙니다.

재난의 외곽에서 수선 피우는 일이 탐탁치는 않지만 불안한 마음을 어쩌지 못합니다.

‘여기는 안전지대’라 우기며 허술하게 구는 정부의 행태를 다 믿고 살기 어려운 탓입니다.

피할 수 있는 불행은 피하며 살고 싶은 평범한 이들의 바람이 거창한 욕심처럼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우리 안의 함정들을 부러 꺼내보는 마음 역시 편치 않았습니다.

위로와 응원이 필요할 때가 아닐까 되묻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여기는 안전지대’라 서로를 안심시키는 대신 묵혀온 의심들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쪽을 택합니다.

공연한 근심을 낳으려는 것이 아니라 피할 수 있는 함정들은 피해 갔으면 해서입니다.

광장에서의 건강한 토론이 지속가능한 우리의 대안 에너지가 되어줄 거라 저는 믿습니다.


4월 26일이 곧 다가옵니다.

그날은 서울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발의하는 청구인 명부작성이 마감되는 날입니다.

6개월의 법적 시한 동안 서울시 투표권자의 1%인 약 8만 2천 명의 서명을 받아야 하는데,

현재 서명자 수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3만 명 정도라고 합니다.(2011년 4월 3일 자료)
올 3월부터 학생인권조례가 정식 시행되고 있는 경기도의 경우

학교 내 체벌과 두발·복장 단속이 금지되었고, 학생들이 직접 학교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길도 열렸습니다.

간접 체벌이며 교권 침해 논란이 없진 않지만, 아이들의 인권이 한 걸음 전진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 흐름의 확대 여부가 이제 어른들 손에 달렸습니다.

실개울이 모여 강을 이루듯 아이들의 세상이 점점 넓고 깊어지기를,

그리하여 전국의 모든 아이들이 인권의 날개를 달고 힘껏 날아오를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www.sturightnow.net을 참조해 주십시오.)


민들레 앞마당에 봄꽃들이 하나둘 피어납니다.

그 무섭다는 ‘방사능 비’를 저희끼리 다 맞았습니다.

이제 와 꽃타령 하기 퍽 미안하지만,

그래도 저 의연한 봄꽃들이 세상 모든 아픈 이들에게 한 자락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새내기 편집장도 힘내어 가겠습니다.


2011년 4월 진형민





표지 이야기

005 길 위의 함정, 내안의 함정


엮은이의 말

006 저 의연한 봄꽃들


기획 우리 안의 함정

008 어느 약장수의 고백 | 양희창

015 도덕이 된 '자치'와 '공동체' | 하나래

020 자기주도학습, 너의 정체를 묻는다 | 이희경

030 유기농 아니면 안 먹인다고요? | 신순화

041 함정, 피할 수만 있다면 | 정해원


민들레 단상

048 나도 거짓말쟁이다 | 진형민


교사 일기
054 사랑스런 태쌤족, 스스로 힘내! | 성태숙


한 수 배우다
064 허당선생, 공부를 논하다 | 이한


세상을 보는 눈
086 꺼지지 않는 불 | 현병호


다시 읽는 명칼럼
090 일본의 극우화를 경계한다 | 박홍규

책으로 만나는 과학
092 인간은 왜 지금의 인간인가? | 이철국


숲이 들려주는 이야기

100 싸움, 내 작은 인생의 기나긴 투쟁사(3) | 김희동


부모 일기
120 나 대안학교 안 갈래 | 뒤뜰


강연
126 우리가 보지 못할 아이들의 미래를 위하여 | 켄 로빈슨


사는 이야기
137 나답게 산다는 것, 그게 뭘까? | 조아라
142 기다림의 시간 | 이광흠


소자보 160


063 교육계 동정_수업료가 '벌'?

150 독자 인터뷰_청소년들에게 진짜 일을주자!

156 대안교육 소식_ 학업중단학생 재정지원사업, 이렇게 바뀝시다

158 새로 나온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