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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148호 _ 아이들의 성장을 가로막는 것]

[148호 2023.7-8]

  • 편집실 엮음
  • 발간일 2023년 7월 20일
  • ISSN 1739-6506
  • 책값 11,000원


◉ 목차

 

엮은이의 말

호의만으로는 부족한 _장희숙

 

기획 <아이들의 성장을 가로막는 것>

 아이의 독립, 부모의 독립 _ 홍정인

사랑을 잃으며 주체적인 인간이 된다 _ 이수련

지나치게 친절한 부모들 _ 문미희

캥거루족이 주머니를 박차고 나갈 수 없는 이유 _ 양미영

어른이 된다는 것 _ 현병호

 

단상  다시 일어서는 힘, 회복탄력성 _ 장희숙


지상 강좌  색칠공부를 할 때 아이에게 일어나는 일 _ 김희동

 

교사 일기  코로나 이후에 나타난 초등 아이들의 발달지연 _ 한희정

 

제언  아이들의 마스크 착용,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나 _ 이덕희

 

또 하나의 창  영유아 발달검사 바로 알기 _ 박우리

 

톺아보기  학교폭력, 개념 정의부터 다시 해야 한다 _ 우지향

 

교육 동향  AI 디지털교과서와 교육의 변화 _ 김영환

 

부모 일기  인사 잘하는 아이 _ 조은혜

 

함께 보는 영화  안녕, 벌새들아! _ 최정현 _《벌새》

 

함께 읽는 책  소년의 남성성 다시 보기 _ 강후림_『소년은 어떻게 사라지는가』

 

◉ 엮은이의 말

 

최근 (어른이 되어서도 아이 같은) ‘어른아이’가 늘고 있다 하지요. 부모가 20대, 30대 자녀의 직장생활에 개입하는 사례를 종종 접합니다. 부모로부터 정신적, 경제적 자립을 하지 못한 경우도 꽤 흔합니다. 그들은 정말 어려진 걸까요? 성인의 기준은 무엇이며 독립해야 할 때라는 건 언제일까요?

100세 시대에 ‘스무 살이면 성인’이라는 기준은 유효하지 않은 듯하고, 비혼·비출산이 느는 사회에서 ‘결혼해서 아이 낳으면 어른’이란 기준도 맞지 않는 듯합니다. 곁가지로 사는 게 아니라 스스로 뿌리 내려 우뚝 서는 것을 ‘독립’이라고 한다면 지금의 청년들에게 뿌리 내릴 토양이 있는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잔뿌리를 내려볼 틈을 주었는가, 먼저 반성하게 됩니다. 가까이 두고 보기 좋도록 생장점을 잘라 분재처럼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닐지요. _ <엮은이의 말> 중에서

 

 

◉ 본문 미리 보기

 

아이 연령과 관계없이 학부모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우리 애는 아직 아무것도 못해요.” 다만 아이 연령에 따라 그 말의 의미가 조금은 다르다. 초등학생 경우는 ‘혼자 하기는 아직 어리고 어려움이 있어서 챙겨줘야 해요’의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고등학생 자녀의 부모님 말은 조금 다른 뉘앙스다. ‘다 커서도 제 앞가림 못하고 하나하나 다 챙겨줘야 하니 한숨이 절로 나와요’에 가깝다. 전자의 아이들이 후자의 아이들 모습이 될 소지가 높다고 본다. _ 홍정인, <아이의 독립, 부모의 독립>

 

아이가 부모로부터 자립해서 스스로 삶을 꾸려나가려면, 자기 삶의 공간이나 활동에서 즐거움을 찾고 의미를 만들려면, 자기를 만족시킬 대상이 여전히 부모라고 여겨서 부모에게 사랑받는 훌륭한 자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를 멈춰야 한다.
대신 이 세상 어딘가에, 사람들 사이 어딘가에, 학문이나 직업세계 어딘가에 있을 ‘대상’, 그것을 찾게 되면 만족스럽고 내가 좋아하게 될 그것, 갖고 있지 않은 상태로 그것을 욕망하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그것을 나의 ‘대상’으로 소유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부모로부터의 분리, 아이의 사회화, ‘만족’에서 ‘의미’로의 이행이다. 부모의 역할은 바로 이러한 이행을 도와주는 데 있다. _ 이수련, <사랑을 잃으며 주체적인 인간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내 또래의 삶이 그저 좋기만 한가. 그렇지 않다. “단군 이래 최고 스펙”이라는 말을 듣는 세대지만, 일할 곳이 없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아무 데서도 날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그 너절한 감각에서 오는 심리적 충격과 우울은 아마 부모 세대는 겪어보지 못한 고통일 것이다. 그게 얼마나 한 인간을 비참하게 하는지, 쪼그라들게 만드는지 상상하지 못하리라. 입시 경쟁에서 소진되고, 구직난으로 완전히 고갈된 상태에서도 더 스스로를 다그쳐야 한다. 회사는 경력직만 찾고, 구직 청년을 위한 인턴십이나 참여형 프로그램은 ‘네가 좋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합당한 보수 대신 앞날을 위한 경험을 쌓는 것으로 만족하라고 한다. _ 양미영, <캥거루족이 주머니를 박차고 나갈 수 없는 이유>

 

방역으로 진짜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했던 어른들의 오판으로 가장 중요한 발달과 성장의 시기를 놓쳐버린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이번과 같은 일이 반복되는 비극은 없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가장 시급한 일은 우리 사회가 코로나 사태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직하게 복기하는 일이다. 마스크란 우리가 복기해야 할 수많은 이슈 중 단지 하나일 뿐이다. _ 이덕희, <아이들의 마스크 착용,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나?>

 

대다수 국가에서 ‘폭력Violence’이란 용어 대신 ‘반복적,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상해를 입히는 공격적인 행동’이라는 ‘불링’ 개념을 사용하는 이유는 관계갈등에서 비롯된 괴롭힘에 사법적 형벌 조치가 아니라 교육적 조치가 취해진다면 예방 효과가 더 크고 학교도 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 비추어 본다면 우리나라의 학교폭력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학교폭력’은 사법적 영역까지 교육현장에 끌어들여 불필요한 소모전을 벌이게 만드는 과잉 개념으로 보인다. 학생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관계갈등의 초기 징후를 잘 포착하여 교육적 관점에서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개념 재정의가 필요하다. _ 우지향, <학교폭력, 개념 정의부터 다시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