엮은이의 말
아이를 잘 키우는 또 다른 방법_ 장희숙
기획 _ ‘좋은 부모’ 강박에 시달리는 시대
육아서를 버리고 육아가 가벼워졌다_ 유보라
스스로 서는 인생을 응원하며_ 박소진
부모와 학부모 사이_ 조순진
좋은 어른이 된다는 것_ 천경호
육아에도 유행이 있다_ 이슬기
학부모님들께 진짜 드리고 싶은 담임의 편지_ 이세이
단상 아이들은 미숙하고 또 성숙하다_ 현병호
톺아보기 왕의 DNA를 가진 아이도 특별하지 않다_ 홍정인
교사 일기 정서행동위기 학생을 보듬는 신경다양성 교실_ 김명희
교육 동향 AI 디지털교과서보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_ 이준수
또 하나의 창 아이들의 놀잇감, 레고블럭과 모래더미_ 김희동
살며 배우며 다문화 학생들의 아지트, ‘국경 없는 미술실’_ 신경아
배움터 이야기 우리 마을, 동네손주_ 김은진
함께 보는 영화 마이너리티의 세상에서 희망을 엿보다_ 김상목 _《스크래퍼》
함께 읽는 책 아이는 부모 하기 나름일까_ 이인진 _『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양육가설』
◉ 엮은이의 말
어디서 배운 적도 없이 잘해내야만 하는 부모 노릇은 참 어렵습니다. 부모의 영향력을 절대적인 것으로 여기는 한국사회에서는 더욱 그렇지요.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 마음은 개인의 욕구인 동시에 이 사회가 은밀히 주입한 일종의 강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많은 정보 속에서 육아 또한 비교와 경쟁의 대상이 되어버린 건 아닐까 싶습니다. 열심히 하면서도 잘하고 있는 건지 늘 불안과 걱정이 앞섭니다.
양육자들이 스스로 짐 지우는, 혹은 사회로부터 요구받는 ‘좋은 부모’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번 호를 엮었습니다. (...) 그러고도 부족한 부분은 부모만의 몫이 아니라 이웃과 학교 그리고 사회가 채워줄 수 있어야 하겠지요. 그런 세상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는 것 또한 아이를 잘 키우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 본문 미리 보기
내 상처의 옹이구멍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며 오랜 시간 홀로 분투를 하고 나서야 알았다. 부모에게 상처받았지만 그것만이 나의 전부는 아니었던 것처럼, 아이들에겐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세상이 있을 수 있다는 걸. ‘다 너를 위한 거야’라고 했던 부모님의 최선이 나의 행복과는 무관했던 것처럼, 내가 아무리 애를 써도 아이는 다른 이유로 불행할 수 있고, 반대로 내가 크게 애쓰지 않아도 아이는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말이다. 나만 잘하면, 내가 좋은 엄마이기만 하면 아이는 반드시 행복할 거란 생각은 얼마나 큰 착각이었던 걸까. _ 유보라, <육아서를 버리고 육아가 가벼워졌다>
책가방은 아이의 자립심을 상징하는 은유적 사물이다. 가방 안에는 교사가 부모님에게 전달하라고 내준 안내문, 숙제 등 아이만이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가방을 싸는 동안 아이는 학교생활을 되짚어보고 점검하게 된다. 이 과정을 아이에게 온전히 맡긴다는 것은 아이 스스로 학교생활과 수업을 꾸려갈 수 있다고 믿으며 아이가 자립할 기회를 보장하는 일이다. _ 박소진, <스스로 서는 인생을 응원하며>
부정적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운 인생은 없습니다. 아이들은 원치 않아도 때로 굴욕감을 느끼고, 당혹감도 느끼며, 거부당하고 좌절할 것입니다.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상황에서 부끄러움을 느끼고, 곤란에 처할 행동을 하고 나서 당혹감을 느껴보아야 그걸 타개할 힘도 키울 수 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세상은 그리 친절하지 않습니다. 당장 교사 하나를 단속하여 아이가 좋은 말만 듣게 한다고 해도, 아이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은 그렇지 않을 겁니다. 아이는 그 간극에 언젠가는 무너지고 맙니다. 어떤 잘못을 해도 괜찮다며 교사가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 져주기만 한다면, 그 아이는 왜 애써서 숙제를 하고 준비물을 챙기며, 귀찮게 질서를 지키려고 할까요? 그 아이에게 세상은 이미, 무얼 해도 괜찮은 곳일 텐데요. _ 이세이, <학부모님들께 진짜 드리고 싶은 담임의 편지>
생물학과 심리학, 뇌과학은 인간의 성장과정에 대해 많은 것들을 밝혀주었지만 성장을 곧 발달의 과정으로 보게 만들기도 했다. 애벌레가 고치가 되고 나비가 되는 과정을 ‘발달’의 과정으로 보기보다 ‘변화’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꽃들에게 희망을』 우화집은 애벌레를 미숙한 존재로 묘사하고 있지만, 애벌레의 삶에는 나비의 삶에서는 볼 수 없는 뭔가가 있다. 눈 깜작할 사이에 지나갈 그 시간을 함께하며 그들을 돌볼 기회를 갖게 된 어른들이, 지난날 무심코 지나쳐버린 아름다운 순간들을 다시 음미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기를! _ 현병호, <아이들은 미숙하고 또 성숙하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이루는 작은 성취들은 실제로는 그렇게 대단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리고 현실에서도 평범한 아이들이 대다수를 이룬다. 이럴 때 한계를 극복하며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네가 가진 특별함을 발견하라’고 외치는 어른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어른들의 의도와 다르게 의미 없는 자의식 과잉으로 괴로워하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 자신을 특별히 여기며 거들먹거리는 것도 문제지만, 특별함을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서 자신을 늘 부족한 사람으로 여기며 실패감에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있다. 흰 도화지 위에 얽힌 선들을 마구잡이로 그려 일부러 망쳐놓는 아이와, 아무것도 그리지 못하고 빈 종이를 내놓는 아이가 가진 두려움은 비슷한지도 모른다. _ 홍정인, <왕의 DNA를 가진 아이도 특별하지 않다>
마을연계교육 사례를 소개하러 이웃 학교에 갔을 때 받았던 질문이다. “마을교육을 왜 하시는 거예요? 선생님이 마을연계교육을 계속하는 원동력이 뭔지 궁금해요.” 이 질문을 계기로 차분히 생각해보게 되었다. 얼마간의 고민 끝에 내가 찾은 결론은, ‘사람다움을 배우는 데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실에서만 배울 때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기 어렵다. 더욱이 작은 학교는 사람다움을 충분히 배우기에 필요한 사람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 아이들이 사람답게 자라나기 위해 겪어야 하는 사람들, 받아야 하는 사랑을 교문 밖 마을에서 만날 수 있었다. _ 김은진, <우리 마을, 동네손주>
[민들레 150호 2023-11-12]
엮은이의 말
아이를 잘 키우는 또 다른 방법_ 장희숙
기획 _ ‘좋은 부모’ 강박에 시달리는 시대
육아서를 버리고 육아가 가벼워졌다_ 유보라
스스로 서는 인생을 응원하며_ 박소진
부모와 학부모 사이_ 조순진
좋은 어른이 된다는 것_ 천경호
육아에도 유행이 있다_ 이슬기
학부모님들께 진짜 드리고 싶은 담임의 편지_ 이세이
단상 아이들은 미숙하고 또 성숙하다_ 현병호
톺아보기 왕의 DNA를 가진 아이도 특별하지 않다_ 홍정인
교사 일기 정서행동위기 학생을 보듬는 신경다양성 교실_ 김명희
교육 동향 AI 디지털교과서보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_ 이준수
또 하나의 창 아이들의 놀잇감, 레고블럭과 모래더미_ 김희동
살며 배우며 다문화 학생들의 아지트, ‘국경 없는 미술실’_ 신경아
배움터 이야기 우리 마을, 동네손주_ 김은진
함께 보는 영화 마이너리티의 세상에서 희망을 엿보다_ 김상목 _《스크래퍼》
함께 읽는 책 아이는 부모 하기 나름일까_ 이인진 _『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양육가설』
◉ 엮은이의 말
어디서 배운 적도 없이 잘해내야만 하는 부모 노릇은 참 어렵습니다. 부모의 영향력을 절대적인 것으로 여기는 한국사회에서는 더욱 그렇지요.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 마음은 개인의 욕구인 동시에 이 사회가 은밀히 주입한 일종의 강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많은 정보 속에서 육아 또한 비교와 경쟁의 대상이 되어버린 건 아닐까 싶습니다. 열심히 하면서도 잘하고 있는 건지 늘 불안과 걱정이 앞섭니다.
양육자들이 스스로 짐 지우는, 혹은 사회로부터 요구받는 ‘좋은 부모’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번 호를 엮었습니다. (...) 그러고도 부족한 부분은 부모만의 몫이 아니라 이웃과 학교 그리고 사회가 채워줄 수 있어야 하겠지요. 그런 세상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는 것 또한 아이를 잘 키우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 본문 미리 보기
내 상처의 옹이구멍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며 오랜 시간 홀로 분투를 하고 나서야 알았다. 부모에게 상처받았지만 그것만이 나의 전부는 아니었던 것처럼, 아이들에겐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세상이 있을 수 있다는 걸. ‘다 너를 위한 거야’라고 했던 부모님의 최선이 나의 행복과는 무관했던 것처럼, 내가 아무리 애를 써도 아이는 다른 이유로 불행할 수 있고, 반대로 내가 크게 애쓰지 않아도 아이는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말이다. 나만 잘하면, 내가 좋은 엄마이기만 하면 아이는 반드시 행복할 거란 생각은 얼마나 큰 착각이었던 걸까. _ 유보라, <육아서를 버리고 육아가 가벼워졌다>
책가방은 아이의 자립심을 상징하는 은유적 사물이다. 가방 안에는 교사가 부모님에게 전달하라고 내준 안내문, 숙제 등 아이만이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가방을 싸는 동안 아이는 학교생활을 되짚어보고 점검하게 된다. 이 과정을 아이에게 온전히 맡긴다는 것은 아이 스스로 학교생활과 수업을 꾸려갈 수 있다고 믿으며 아이가 자립할 기회를 보장하는 일이다. _ 박소진, <스스로 서는 인생을 응원하며>
부정적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운 인생은 없습니다. 아이들은 원치 않아도 때로 굴욕감을 느끼고, 당혹감도 느끼며, 거부당하고 좌절할 것입니다.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상황에서 부끄러움을 느끼고, 곤란에 처할 행동을 하고 나서 당혹감을 느껴보아야 그걸 타개할 힘도 키울 수 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세상은 그리 친절하지 않습니다. 당장 교사 하나를 단속하여 아이가 좋은 말만 듣게 한다고 해도, 아이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은 그렇지 않을 겁니다. 아이는 그 간극에 언젠가는 무너지고 맙니다. 어떤 잘못을 해도 괜찮다며 교사가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 져주기만 한다면, 그 아이는 왜 애써서 숙제를 하고 준비물을 챙기며, 귀찮게 질서를 지키려고 할까요? 그 아이에게 세상은 이미, 무얼 해도 괜찮은 곳일 텐데요. _ 이세이, <학부모님들께 진짜 드리고 싶은 담임의 편지>
생물학과 심리학, 뇌과학은 인간의 성장과정에 대해 많은 것들을 밝혀주었지만 성장을 곧 발달의 과정으로 보게 만들기도 했다. 애벌레가 고치가 되고 나비가 되는 과정을 ‘발달’의 과정으로 보기보다 ‘변화’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꽃들에게 희망을』 우화집은 애벌레를 미숙한 존재로 묘사하고 있지만, 애벌레의 삶에는 나비의 삶에서는 볼 수 없는 뭔가가 있다. 눈 깜작할 사이에 지나갈 그 시간을 함께하며 그들을 돌볼 기회를 갖게 된 어른들이, 지난날 무심코 지나쳐버린 아름다운 순간들을 다시 음미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기를! _ 현병호, <아이들은 미숙하고 또 성숙하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이루는 작은 성취들은 실제로는 그렇게 대단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리고 현실에서도 평범한 아이들이 대다수를 이룬다. 이럴 때 한계를 극복하며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네가 가진 특별함을 발견하라’고 외치는 어른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어른들의 의도와 다르게 의미 없는 자의식 과잉으로 괴로워하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 자신을 특별히 여기며 거들먹거리는 것도 문제지만, 특별함을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서 자신을 늘 부족한 사람으로 여기며 실패감에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있다. 흰 도화지 위에 얽힌 선들을 마구잡이로 그려 일부러 망쳐놓는 아이와, 아무것도 그리지 못하고 빈 종이를 내놓는 아이가 가진 두려움은 비슷한지도 모른다. _ 홍정인, <왕의 DNA를 가진 아이도 특별하지 않다>
마을연계교육 사례를 소개하러 이웃 학교에 갔을 때 받았던 질문이다. “마을교육을 왜 하시는 거예요? 선생님이 마을연계교육을 계속하는 원동력이 뭔지 궁금해요.” 이 질문을 계기로 차분히 생각해보게 되었다. 얼마간의 고민 끝에 내가 찾은 결론은, ‘사람다움을 배우는 데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실에서만 배울 때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기 어렵다. 더욱이 작은 학교는 사람다움을 충분히 배우기에 필요한 사람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 아이들이 사람답게 자라나기 위해 겪어야 하는 사람들, 받아야 하는 사랑을 교문 밖 마을에서 만날 수 있었다. _ 김은진, <우리 마을, 동네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