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교육, 다른 삶이 가능할까요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우리는 줄을 섭니다. 한정된 자원을 두고 경쟁을 벌이게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인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희소성이 과장되거나 조작되는 경우도 적지 않지요. 그렇게 희소해진 것들은 대개 힘 있는 자들의 차지가 됩니다. ‘내신 1등급’이라는 희소성도 어떤 의미에서는 상대평가라는 제도가 만들어낸 것이지요.
이 희소성을 전제로 한 교육 속에서 그것을 얻지 못하는 수많은 아이들은 열패감을 느낍니다. 경쟁교육을 마치고 난 아이들을 기다리는 건 그보다 더 숨 가쁜 경쟁사회이지요. 너무 오래된 문제여서 어쩔 수 없는 듯 여겨지지만, 어쩌면 우리는 답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교육을 비롯해 우리의 일상에까지 스며든 경쟁 문화를 들여다보면서, 이를 넘어설 수 있는 길을 찾아보았으면 합니다. _ 엮은이의 말 가운데
본문 미리 보기
최근 부각된 교권 문제는 내부의 근본적인 문제를 직시하지 않고 땜질식으로 남발하는 처방과 선언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교권 4법과 아동학대처벌법이 개정되고 정부가 각종 교육활동 보호 대책을 발표했지만 현장은 어떤 변화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젊은 교사들의 이직과 겸직 비율은 가파르게 늘고 있으며 고경력 교사들은 명퇴할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눈에 보이는 사직만이 문제가 아니다. 교직 사회를 내부로부터 재건하지 않으면 이미 시작된 대규모의 ‘조용한 사직’ 행렬을 막을 길이 없다. _김현희 <교사들의 ‘조용한 사직’이 시작되었다>
왜 대학은 변별력을 수능과 고교 내신평가에 기대는가. 대학이 학생을 가려 뽑기 힘들다고 징징거리면 교육부가 알아서 변별력을 높여주는 이 구조는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내신 상대평가제를 고수하고 수능에 킬러문항을 집어넣는 이유가 대학이 학생 선발을 쉽게 하기 위한 것이라면 과연 대학을 ‘지성의 전당’이라 할 수 있을까. 제발 학생 선발은 대학이 알아서 하게 하자. 기업이 신입사원을 뽑듯이 저마다의 기준으로 선발하면 된다. 그리고 중고등학교는 평가기관이 아니라 교육기관으로서 본분에 충실하자. 지금이라도 평가제를 바꿔야 한다. 늦었지만, ‘지금’이 가장 빠른 때다. _현병호, <경쟁과 협력의 이중주>
어떤 종류의 생산물이라 해도 거기에는 지난 몇 천 년 아니, 몇 만 년 동안 축적되어온 인류의 집단적인 지식과 방법을 기반으로 삼고 있다. 만약 정말로 기여분의 비중으로 따진다면 그 크기가 얼마나 될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였던 허버트 사이먼에 따르면 아무리 주먹구구로 계산한다고 해도 90%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을 거라고 한다. 다른 말로 하자면, 일론 머스크든 제프 베조스든 제아무리 날고 기는 생산의 역군이라 해도 그 기여분은 결코 10%를 넘을 수 없고, 나머지 90%는 오롯이 역사적으로 누적되어온 인류의 집단적인 자본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인류 전체는 10%의 기여분을 가지고 과거에서 물려받은 90%의 상속분을 넘겨받은 집단적 ‘무임승차자’가 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_홍기빈, <공정과 무임승차 그리고 기본소득>
처음 경쟁에 대해 생각할 때, 나는 구조적 경쟁과 의도적 경쟁이 균형을 이루고 상호 영향력을 발휘함으로써 서로를 더욱 자극한다고 여겼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구조적 차원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승패의 중요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할지라도, 경쟁하도록 만들어져 있는 사회구조를 무시하고 자신은 그런 구조와 상관없다는 듯이 행동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경쟁자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할 수는 있지만, 자신의 이익과 상대방의 이익이 충돌하는 구조에서는 적대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인의 성향, 즉 경쟁심의 정도를 줄이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승패의 구조를 해체하는 것이다. _,알피 콘 <구조적 경쟁과 의도적 경쟁 넘어서기>
차례
대담_ 계간 《민들레》를 펴내며 _ 발행인과 편집장에게 듣는다
엮은이의 말_ 다른 교육, 다른 삶이 가능할까요 장희숙
1 경쟁교육의 현주소
초등학교에서 사라진, 그러나 여전한 경쟁_ 김명희
교사들의 ‘조용한 사직’이 시작되었다 _ 김현희
육아도 경쟁하는 시대, 양육자의 불안 응시하기_ 이서리
풍요롭고도 불행한 나라 _ 조형근
한국은 어쩌다 압력밥솥 같은 사회가 되었을까 _ 장승진
할 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어서 _ 영화 이야기 정지현
2 경쟁, 다시 보기
경쟁과 협력의 이중주- 현병호
낙오자 없는 교육을 상상하며_ 장희숙
공정과 무임승차 그리고 기본소득_ 홍기빈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경쟁을 배웁니다_ 이슬기
학교 체육, 경쟁을 통한 배움 _ 김의진
3 경쟁을 넘어서
구조적 경쟁과 의도적 경쟁을 넘어서기_ 알피 콘
협동학습을 향한 기나긴 여정 _ 인터뷰 김현섭
비교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_ 신고은
그림책으로 만나는 경쟁 이야기_ 최유라
우리는 협력하도록 진화했다 _ 책 이야기 한정훈
자기계발을 넘어, 한계선을 넓혀가는 공부_ 정승연
민들레 Vol. 151 (2024 봄)
다른 교육, 다른 삶이 가능할까요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우리는 줄을 섭니다. 한정된 자원을 두고 경쟁을 벌이게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인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희소성이 과장되거나 조작되는 경우도 적지 않지요. 그렇게 희소해진 것들은 대개 힘 있는 자들의 차지가 됩니다. ‘내신 1등급’이라는 희소성도 어떤 의미에서는 상대평가라는 제도가 만들어낸 것이지요.
이 희소성을 전제로 한 교육 속에서 그것을 얻지 못하는 수많은 아이들은 열패감을 느낍니다. 경쟁교육을 마치고 난 아이들을 기다리는 건 그보다 더 숨 가쁜 경쟁사회이지요. 너무 오래된 문제여서 어쩔 수 없는 듯 여겨지지만, 어쩌면 우리는 답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교육을 비롯해 우리의 일상에까지 스며든 경쟁 문화를 들여다보면서, 이를 넘어설 수 있는 길을 찾아보았으면 합니다. _ 엮은이의 말 가운데
본문 미리 보기
최근 부각된 교권 문제는 내부의 근본적인 문제를 직시하지 않고 땜질식으로 남발하는 처방과 선언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교권 4법과 아동학대처벌법이 개정되고 정부가 각종 교육활동 보호 대책을 발표했지만 현장은 어떤 변화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젊은 교사들의 이직과 겸직 비율은 가파르게 늘고 있으며 고경력 교사들은 명퇴할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눈에 보이는 사직만이 문제가 아니다. 교직 사회를 내부로부터 재건하지 않으면 이미 시작된 대규모의 ‘조용한 사직’ 행렬을 막을 길이 없다. _김현희 <교사들의 ‘조용한 사직’이 시작되었다>
왜 대학은 변별력을 수능과 고교 내신평가에 기대는가. 대학이 학생을 가려 뽑기 힘들다고 징징거리면 교육부가 알아서 변별력을 높여주는 이 구조는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내신 상대평가제를 고수하고 수능에 킬러문항을 집어넣는 이유가 대학이 학생 선발을 쉽게 하기 위한 것이라면 과연 대학을 ‘지성의 전당’이라 할 수 있을까. 제발 학생 선발은 대학이 알아서 하게 하자. 기업이 신입사원을 뽑듯이 저마다의 기준으로 선발하면 된다. 그리고 중고등학교는 평가기관이 아니라 교육기관으로서 본분에 충실하자. 지금이라도 평가제를 바꿔야 한다. 늦었지만, ‘지금’이 가장 빠른 때다. _현병호, <경쟁과 협력의 이중주>
어떤 종류의 생산물이라 해도 거기에는 지난 몇 천 년 아니, 몇 만 년 동안 축적되어온 인류의 집단적인 지식과 방법을 기반으로 삼고 있다. 만약 정말로 기여분의 비중으로 따진다면 그 크기가 얼마나 될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였던 허버트 사이먼에 따르면 아무리 주먹구구로 계산한다고 해도 90%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을 거라고 한다. 다른 말로 하자면, 일론 머스크든 제프 베조스든 제아무리 날고 기는 생산의 역군이라 해도 그 기여분은 결코 10%를 넘을 수 없고, 나머지 90%는 오롯이 역사적으로 누적되어온 인류의 집단적인 자본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인류 전체는 10%의 기여분을 가지고 과거에서 물려받은 90%의 상속분을 넘겨받은 집단적 ‘무임승차자’가 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_홍기빈, <공정과 무임승차 그리고 기본소득>
처음 경쟁에 대해 생각할 때, 나는 구조적 경쟁과 의도적 경쟁이 균형을 이루고 상호 영향력을 발휘함으로써 서로를 더욱 자극한다고 여겼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구조적 차원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승패의 중요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할지라도, 경쟁하도록 만들어져 있는 사회구조를 무시하고 자신은 그런 구조와 상관없다는 듯이 행동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경쟁자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할 수는 있지만, 자신의 이익과 상대방의 이익이 충돌하는 구조에서는 적대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인의 성향, 즉 경쟁심의 정도를 줄이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승패의 구조를 해체하는 것이다. _,알피 콘 <구조적 경쟁과 의도적 경쟁 넘어서기>
차례
대담_ 계간 《민들레》를 펴내며 _ 발행인과 편집장에게 듣는다
엮은이의 말_ 다른 교육, 다른 삶이 가능할까요 장희숙
1 경쟁교육의 현주소
초등학교에서 사라진, 그러나 여전한 경쟁_ 김명희
교사들의 ‘조용한 사직’이 시작되었다 _ 김현희
육아도 경쟁하는 시대, 양육자의 불안 응시하기_ 이서리
풍요롭고도 불행한 나라 _ 조형근
한국은 어쩌다 압력밥솥 같은 사회가 되었을까 _ 장승진
할 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어서 _ 영화 이야기 정지현
2 경쟁, 다시 보기
경쟁과 협력의 이중주- 현병호
낙오자 없는 교육을 상상하며_ 장희숙
공정과 무임승차 그리고 기본소득_ 홍기빈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경쟁을 배웁니다_ 이슬기
학교 체육, 경쟁을 통한 배움 _ 김의진
3 경쟁을 넘어서
구조적 경쟁과 의도적 경쟁을 넘어서기_ 알피 콘
협동학습을 향한 기나긴 여정 _ 인터뷰 김현섭
비교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_ 신고은
그림책으로 만나는 경쟁 이야기_ 최유라
우리는 협력하도록 진화했다 _ 책 이야기 한정훈
자기계발을 넘어, 한계선을 넓혀가는 공부_ 정승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