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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호] 서로를 살리는 윤리적 소비

목차


엮은이의 말_책보다 사람!


기획 특집_서로를 살리는 윤리적 소비

친구들아, 감 좀 사라|김명기

개념 있는 소비도 연습이 필요하다|박주희

합리적 소비와 윤리적 소비|풀피리

우리의 정체성은 소비가 아니라 생산에 있다|황진규

사지마 요정의 자연주의 육아|이지후


제언

세대를 건너 이어지는 민교육의 길|현병호

또하나의 창

배움은 맥락 속에서 일어난다|홍원의

교육동향

배우는 기쁨을 회복하는 교육|이종태

살며 배우며

부모와 교사 사이|김연경

배움터 이야기

농아인 대안학교 ‘소리를보여주는사람들’|김주희

부모일기

‘정치하는엄마들’이 꿈꾸는 세상|백운희

톺아보기

학교와 마을이 함께 만드는 미래교육|주수원

비인간적 시대에 인간적으로 살기|박민영

생생한 성

표준이 될 수 없는 성교육 표준안|조아라

열린 마당

죽음 교육|정은주

산촌일기

깊은 산골짜기에 어찌 사니|채효정

통념깨기

쓸데없는 일을 열심히 하는 즐거움|박흥수

교사일기

입문기 문자 교육의 지난함과 생생함|한희정

소곤소곤

아빠가 들려주는 적정기술 이야기|정해원

책수다

글쓰기의 기쁨을 어떻게 가르칠까|한수경

함께 보는 영화

어느 특별한 가족의 와일드 스쿨링|성상민

독자마당

마을에서 부부가 함께 읽는 민들레|경기 남양주 씨앗마을

민들레 읽기 모임 178 새로 나온 책 186 소자보 188




엮은이의 말_책보다 사람!


올겨울 롱패딩이 유행이라는데, 한파가 몰아칠 때면 비장하게 꺼내 입던 최후의 오리털 롱패딩을 지인에게 주었습니다.

점퍼 안에 넣는 오리털을 채취하는 동영상을 봤거든요. 살갗이 찢겨나가도록 털을 쥐어뜯고,

찢어진 살갗을 마취도 하지 않은 채 꿰매고, 시간이 지나 회복되면 다시 털을 뽑았습니다. 정보를 더 찾아보니

동물을 괴롭히지 않고 떨어진 깃털을 주워서 만드는 제품은 몇백만 원을 호가하고, 대부분은 이런 방식으로

공급된 깃털을 쓴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미 산 것을 어쩔까마는 그 후론 점퍼를 입으면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오리의 비명 소리로 들려 입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신 이런 제품을 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지요.

보지 못하던 것을 보게 되면 생각이 바뀌고 삶이 바뀝니다. 살다 보면 저절로 알게 되는 것도 있지만,

워낙 분절되고 생략된 것들이 많아 스스로 공부하고 연결시키며 알아내야 하는 세상입니다.

대안적인 삶을 추구하는 이들 중에는 소비를 ‘나쁜 것(혹은 죄악)’으로 여기며 생산과 자립에 힘쓰기도 하지만,

생산을 위해 (때론 더 많은) 소비를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물건을 사서 쓰는 행위만이 아니라 어떤 물건을 선택하는 것에 작동하는 이데올로기,

폐기되는 과정과 사후 처리까지를 ‘소비’라고 볼 때, ‘어떤 소비자로 살아갈 것인가’ 하는 것은 어려서부터 배우고

연습해야 할 중요한 삶의 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갑으로 투표하라’는 말은 제대로 된 소비교육이

민주시민교육과도 이어진다는 걸 보여줍니다. 18세기 후반 영국 여성들이 노예 노동으로 만들어진 설탕을 보이콧하며

끝내 노예제 폐지를 이뤄내고 억눌린 여성의 사회참여 기회를 획득한 것처럼, 세상을 바꾸는 소비의 정치력은 아주 강합니다.

돈이 조금 더 들더라도 ‘돈’에 견줄 수 없는 것들을 소비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담겨 이번 민들레는 더 훈훈합니다.

자본주의 사회라지만 ‘자’가 ‘본’일 수 없음을 증명하는 몸짓이자, 거대한 자본의 물결을 거스르는 소중한 실천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좀 늦어도 괜찮으니 너무 서두르지 마세요” 하는 독자들의 응원에 힘입어 올해 마지막 민들레도 잘 갈무리합니다.

임박한 마감에 원고를 펑크 내고 몸 둘 바 몰라하는 필자께는 원고보다 본인 건강이 더 중요하니

걱정마시라 위로했습니다. 그 바탕에는 ‘힘겹게 서두른 민들레보다 며칠 늦더라도 즐겁게 만든 민들레를

더 좋아해주실 거라는’ 독자(소비자)들에 대한 신뢰가 있습니다. 어느 순간에도 ‘책’보다 책을 읽는 ‘사람’과

책을 만드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가치를 공유하는 사이라고 저는 믿고 있답니다.

일찍 찾아온 추위에, 여전히 지진 공포에 떨고 있을 이웃들이 걱정입니다.

서로의 삶을 조금 더 염려하고 연결하는 겨울이 되면 좋겠습니다.


2017년 11월

장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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