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첫 번째 인간상은 '자기주도적인 사람'이며, OECD가 제시하는 미래교육의 핵심 역량 또한 '학생 주도성'이다. '주도적인 아이'는 많은 교사와 부모의 바람이자 궁극적인 교육/양육의 목표이기도 할 것이다. 교육현장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주도성'의 개념을 새롭게 이해하고 제대로 실현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모색한다.
본문 미리 보기
하지만 ‘말 잘 듣는, 주도적인 아이’ 같은 표현은 성립하기 어렵다. 본디 주도성은 창의성과 같이 가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 중심에 있는가, 변화를 가져오는가, 두 가지 기준으로 주도성을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변화를 꾀한다는 측면에서 진정한 주도성은 창의적일 수밖에 없다. 창의적이라는 건 기존 질서에서 이탈하는 일이다.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주어진 일을 알아서 고분고분 하는 것은 주도성이라기보다 순종에 가깝다. _ 장희숙,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아이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진로수업에서 3주나 할애해가며 아이들에게 했던 말,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고 세뇌하듯 강조했던 나의 메시지가 사회에 나가면 자연스레 노출될 자기기획의 피로감을 10대로 앞당겨버린 것은 아닐까. 학기 말 수업마다 써내야 하는 자기평가서가 자기기획 훈련으로 기능하고 있지는 않을까. (...) 생기부로 자기 진로의 맥락을 만들어내라는, 10대에게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요구를 학생부 종합전형이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리고 수십 수백 명의 아이들이 저마다 갖고 있는 역량에 대해 각각 다른 언어로 500자씩 쓸 수 있는 슈퍼 파워 교사는 현실적으로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_ 길도영, <학교생활기록부, 주도적으로 삶을 기획하라?>
역량 있는 개인이 생산성도 높고, 이런 개인들이 늘어날수록 사회 전체의 생산성도 높아질 거라는 계산은 간단한 일차방정식이다. 사회가 이처럼 간단한 방정식으로 돌아간다면 사회과학이라는 학문이 굳이 존재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인간사회라는 복잡계는 간단히 풀 수 있는 방정식이 아니다. 빈국의 노동자를 돕고자 하는 공정무역은 가격을 왜곡시킴으로써 공급 과잉을 불러와 빈자들에게 더 큰 피해를 입힌다. 집값을 잡고자 신도시를 개발하지만 신도시의 토지보상비가 투기자본이 되어 집값을 더욱 부추긴다. 자율성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식 정책은 빈익빈부익부 현상을 가속시킴으로써 사회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_ 현병호, <주체적으로 산다는 것>
1970년대 본격적으로 등장한 자기주도학습이라는 용어는 전통적인 학교 환경 밖의 사회교육이나 성인의 학습활동을 의미했다. 영어권의 ‘자기주도학습self-directed learning’에 관한 글을 봐도 대부분 대학을 포함한 성인교육에 관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성인교육에 사용되던 자기주도학습 개념을 초중고 과정의 제7차 교육과정에 그대로 도입하는 우를 범하면서 오늘날 용어의 혼란을 가져왔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초중등 학교교육에서 학생들에게 자기주도학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볼 수 있다. _ 이찬승, <자기주도학습이 안 되는 건 아이들 탓이 아니다>
지식의 생산과 유통 환경이 급격히 변하면서 진짜 지식이 무엇이고,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할지 다시 물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교육현장에선 학습에 어려움을 보이는 아이들뿐 아니라 정서적 지원이 필요한 아이들이 급속히 늘고 있다. 교육에서 사람과의 긴밀한 상호작용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걸 말해준다. 하지만 교사들은 부족한 지원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다. AI교과서에 투입되는 예산은 수천억에서 많게는 수조 원으로 예상된다. 교육현장에 정말 시급한 정책은 뭘까. 이 아이들을 교육하는 데 AI튜터, AI교과서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_ 편집실,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멈추거나 늦추거나>
차례
엮은이의 말
주도하는 삶, 묻어가는 삶 장희숙
1 . 자기주도성 유행 시대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아이들_ 장희숙
학교생활기록부, 주도적으로 삶을 기획하라?_ 길도영
10대의 끝자락, 내가 찾아온 길들_ 권아림
‘자기주도적인 아이’라는 이상 혹은 환상_ 신나리
주체성 과잉의 시대를 살아가며_ 신건희
2. 주도성 톺아보기
엄마표 자기주도성 다시 보기_ 이설기
주체적으로 산다는 것_ 현병호
자기주도학습이 안 되는 건 아이들 탓이 아니다_ 이찬승
학습동기 이론으로 살펴보는 아이들의 배움_ 권민지
자기주도성이 자라나는 교실_ 김유리
열린 마당
인공지능 시대, 질문하는 인간_ 백희정
교육 동향
AI디지털교과서 도입, 멈추거나 늦추거나_ 편집실
또 하나의 창
교육시민으로서의 학부모 되기_ 오영
제언
학교,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려면_ 한희정
교사 일기
기초학력보다 중요한 것_ 차선령
독서 일기
과학책에서 육아의 지혜를 발견하다_ 박순우
[민들레 153호 : 2024 가을]
책 소개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첫 번째 인간상은 '자기주도적인 사람'이며, OECD가 제시하는 미래교육의 핵심 역량 또한 '학생 주도성'이다. '주도적인 아이'는 많은 교사와 부모의 바람이자 궁극적인 교육/양육의 목표이기도 할 것이다. 교육현장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주도성'의 개념을 새롭게 이해하고 제대로 실현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모색한다.
본문 미리 보기
하지만 ‘말 잘 듣는, 주도적인 아이’ 같은 표현은 성립하기 어렵다. 본디 주도성은 창의성과 같이 가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 중심에 있는가, 변화를 가져오는가, 두 가지 기준으로 주도성을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변화를 꾀한다는 측면에서 진정한 주도성은 창의적일 수밖에 없다. 창의적이라는 건 기존 질서에서 이탈하는 일이다.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주어진 일을 알아서 고분고분 하는 것은 주도성이라기보다 순종에 가깝다. _ 장희숙,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아이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진로수업에서 3주나 할애해가며 아이들에게 했던 말,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고 세뇌하듯 강조했던 나의 메시지가 사회에 나가면 자연스레 노출될 자기기획의 피로감을 10대로 앞당겨버린 것은 아닐까. 학기 말 수업마다 써내야 하는 자기평가서가 자기기획 훈련으로 기능하고 있지는 않을까. (...) 생기부로 자기 진로의 맥락을 만들어내라는, 10대에게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요구를 학생부 종합전형이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리고 수십 수백 명의 아이들이 저마다 갖고 있는 역량에 대해 각각 다른 언어로 500자씩 쓸 수 있는 슈퍼 파워 교사는 현실적으로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_ 길도영, <학교생활기록부, 주도적으로 삶을 기획하라?>
역량 있는 개인이 생산성도 높고, 이런 개인들이 늘어날수록 사회 전체의 생산성도 높아질 거라는 계산은 간단한 일차방정식이다. 사회가 이처럼 간단한 방정식으로 돌아간다면 사회과학이라는 학문이 굳이 존재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인간사회라는 복잡계는 간단히 풀 수 있는 방정식이 아니다. 빈국의 노동자를 돕고자 하는 공정무역은 가격을 왜곡시킴으로써 공급 과잉을 불러와 빈자들에게 더 큰 피해를 입힌다. 집값을 잡고자 신도시를 개발하지만 신도시의 토지보상비가 투기자본이 되어 집값을 더욱 부추긴다. 자율성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식 정책은 빈익빈부익부 현상을 가속시킴으로써 사회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_ 현병호, <주체적으로 산다는 것>
1970년대 본격적으로 등장한 자기주도학습이라는 용어는 전통적인 학교 환경 밖의 사회교육이나 성인의 학습활동을 의미했다. 영어권의 ‘자기주도학습self-directed learning’에 관한 글을 봐도 대부분 대학을 포함한 성인교육에 관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성인교육에 사용되던 자기주도학습 개념을 초중고 과정의 제7차 교육과정에 그대로 도입하는 우를 범하면서 오늘날 용어의 혼란을 가져왔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초중등 학교교육에서 학생들에게 자기주도학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볼 수 있다. _ 이찬승, <자기주도학습이 안 되는 건 아이들 탓이 아니다>
지식의 생산과 유통 환경이 급격히 변하면서 진짜 지식이 무엇이고,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할지 다시 물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교육현장에선 학습에 어려움을 보이는 아이들뿐 아니라 정서적 지원이 필요한 아이들이 급속히 늘고 있다. 교육에서 사람과의 긴밀한 상호작용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걸 말해준다. 하지만 교사들은 부족한 지원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다. AI교과서에 투입되는 예산은 수천억에서 많게는 수조 원으로 예상된다. 교육현장에 정말 시급한 정책은 뭘까. 이 아이들을 교육하는 데 AI튜터, AI교과서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_ 편집실,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멈추거나 늦추거나>
차례
엮은이의 말
주도하는 삶, 묻어가는 삶 장희숙
1 . 자기주도성 유행 시대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아이들_ 장희숙
학교생활기록부, 주도적으로 삶을 기획하라?_ 길도영
10대의 끝자락, 내가 찾아온 길들_ 권아림
‘자기주도적인 아이’라는 이상 혹은 환상_ 신나리
주체성 과잉의 시대를 살아가며_ 신건희
2. 주도성 톺아보기
엄마표 자기주도성 다시 보기_ 이설기
주체적으로 산다는 것_ 현병호
자기주도학습이 안 되는 건 아이들 탓이 아니다_ 이찬승
학습동기 이론으로 살펴보는 아이들의 배움_ 권민지
자기주도성이 자라나는 교실_ 김유리
열린 마당
인공지능 시대, 질문하는 인간_ 백희정
교육 동향
AI디지털교과서 도입, 멈추거나 늦추거나_ 편집실
또 하나의 창
교육시민으로서의 학부모 되기_ 오영
제언
학교,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려면_ 한희정
교사 일기
기초학력보다 중요한 것_ 차선령
독서 일기
과학책에서 육아의 지혜를 발견하다_ 박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