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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호] 멈출 수 있는 용기

엮은이의 말_ 멈추면서 이어지는 삶


기획특집_ 멈출 수 있는 용기


이행의 시대, 틈새 시기를 상상하며 | 이충한

내 안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시간 | 장희숙

꽃다운 친구들, 방학이 일 년이라니 | 이수진

꽃들에게 희망을, 청년에게 멈출 시공간을! | 신현희

덴마크 행복사회의 비밀, 교육에서 찾다 | 오연호

 

좌담_ 학교 너머, 배움의 그물망을 제안하며 | 좌담

통념깨기_ 미래는 그렇게 오지 않는다 | 채효정

세상보기_ 또 한 명의 친구를 떠나보내며 | 변규홍

또하나의창_ 인간은 고통과 결핍 속에 성장한다? | 알피 콘

살며배우며_ 글똥 누는 교사의 말글 훈련법 | 이성우

부모일기_ 엄마의 밥 한 끼 | 정선이

‘엄마’와 ‘나’ 사이에서 균형 잡기 | 김지혜

지상강좌_ ‘3세 결정론’의 신화와 진실 | 신성욱

삶의인문학_ 마르크스와 증여경제의 실현, 복(福) | 박혜성

열린마당_ 일본 사람들이 지진에 대처하는 법 | 윤영희

교사일기_ 45년 만에 학교를 졸업하며 | 양영희

톺아보기_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젠더 감수성 | 오창민

함께읽는책_ 행복을 좇느라 너무 힘든 삶을… | 양산서창독자모임

함께보는영화_ 좋은 삶의 비결을 찾아서, 세계를 침공하다 | 성상민

독자마당_ 교육 비평지인 줄 알았어요, 처음엔. | 오동운


민들레 읽기 모임 186 새로 나온 책 190 소자보 192





엮은이의 말


멈추면서 이어지는 삶


작년 여름, 살아생전 천지를 보는 게 소원이시라는 엄마를 모시고 백두산엘 다녀왔습니다. 개인여행이 어려운 코스니 난생처음 선택한 패키지여행이었는데 결론은, 너무나 즐겁지 않았습니다. 짐짝처럼 실려 다니는 느낌이랄까요. 살그머니 안개가 걷히는 천지 풍광을 더 감상하고 싶은데 가이드의 다급한 손짓에 마구 뛰어가 버스에 올라야 하고, 정감 있는 재래시장에 들러 군것질을 하고 싶은데 버스로 휙 지나쳐야 하고, 정해진 식당에 내려놓으면 우르르 들어가 정해진 음식을 먹어야 하고…. 불행의 원인은 ‘선택의 여지 없음’ 그리고 ‘속도 조절의 불가능함’에 있었습니다.

우리의 삶도 그런 듯합니다.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삶, 속도를 조절하지 못하고 쓸려 다니는 삶은 그다지 즐겁지 않습니다. 이따금 이 사회가 정해놓은 생애주기별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리 삶의 목표인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지요. 우리가 숙제를 하기 위해 태어난 건 아닐 테고, 어떤 이유에서건 이왕 태어났으니 좀더 자유롭고 즐겁게 사는 편이 좋을 텐데 말이에요.

스스로 조절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의지도 필요하지만 이 사회도 그 의지를 도와야 합니다. 움직이는 모든 것엔 관성이 붙게 마련이어서 주체적 의지를 갖지 않으면 그 힘에 휩쓸려 습관에 따라 살게 됩니다. 그 거센 힘을 거스르는 방법은 일단, 떠밀려가기를 멈추는 거지요.

이번 호에서는 질주를 강요하는 교육시스템과 사회적 통념에 ‘브레이크’를 걸어봅니다. 활강과 추락의 기로에 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과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틈새 시기 이야기, 덴마크 사회의 비밀이 교육에 있었음을 발견하고 한국에서도 그 틈을 마련하려는 시도, 딸아이에게 일 년 동안 방학을 선사한 엄마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학교 너머 유연한 배움의 그물망을 상상하는 좌담도 함께 읽으면 도움이 되실 테고요. 아이들에게 필요한 진로교육은 별 목적없이 그냥 걸어갈 시간을 주는 것이라는 채효정 선생님의 글이나 자살하는 친구들을 보며 딴짓할 수 있는 자유를 간절히 원하는 청년의 이야기도 뼈아프게 돌아봐야 할 우리 교육의 현주소를 담고 있습니다.


경찰의 물대포에 쓰러진 백남기 어르신이 결국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마침 출판사와 서울대병원이 가까워서 늦은 밤에도 종종 들르곤 했습니다. 각자 열심히 살아야 할 일상이 있다지만, 퇴근하고 달려와 이곳을 지키는 일이 자신의 일상이 된 사람들을 보며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땅은 자꾸만 흔들리고, 낡은 핵발전소는 위태위태하게 돌아가고,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아픔이 남았지만, 우리는 서로를 돌보고 위로하며 또 하루를 살아갑니다.


2016년 10월 장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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