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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호] 잊을 수 없는, 세월

표지 이야기 저 날개짓에 우리 마음을 담아


한국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베를린에서 세월호 소식을 듣고

저는 망연자실 하늘만 멍하니 쳐다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바로 펜을 잡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제야 저는 일만 오천 년 전 구석기 시대 사람들이

왜 동굴에 그토록 그림을 그렸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

보이는 대로 그리지 않고,

보고 싶은 대로 그리는 마음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제서야 머리로만 이해했던 것들이 가슴으로 이해됩니다.


그림에서라도 세월호를 들어올리고 싶었습니다.



권은비

대안적이고 사회적인 미술을 연구하는 공공미술가. 사람 사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전하고자 합니다.



엮은이의 말 " 그래서?"라고 물어야 할 때

맞닥뜨린 불행보다, 그 불행을 피할 수도 있었을 거라는 사실이 우리를 더 고통스럽게 하는 것 같습니다. 거대한 배가 물속으로 서서히 가라앉는 장면을 볼 때마다 사람들의 절박한 비명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질끈 눈을 감았습니다.

이번호 표지를 보시면서 “여기도 세월호 얘기야?” 하는 분은 없을런지요. 좀 지치기도 하셨겠지요. 두어 달 동안 발 빠른 각종 미디어들의 보도에 실시간 SNS까지 합세해, 어쩌면 세월호에 대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말들이 세상에 쏟아져 나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두 달에 한 번 나오는 굼뜬 『민들레』까지 결국 이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단순합니다. 우리는 아직 “그래서?”라는 물음에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언제 가라앉을지 모르는 세월호가 도처에 있다는 사실만 확인했을 뿐, 아무 것도 해결된 게 없고, 아무 것도 달라진 게 없으니까요. ‘그래서’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이렇게 많은 목숨을 떠나보내고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진다면, 이보다 더 끔찍한 일이 아니고서는 눈 하나 깜짝 안 하게 될까봐 두렵습니다. 점수와 등수로 줄 세워지던 우리 아이들은, 마지막까지 인양된 순서대로 번호표를 교부받으며 줄지어 세상을 떠났습니다. 맥없이 그 많은 아이들을 잃고도 삶의 방향을 전환할 수 없다면, 도대체 어떤 고통과 자극이 우리에게 성찰과 변화의 길을 열어줄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보다 돈을 중히 여기며 살아온 우리 사회에 대한 경고이자, 어리석은 어른들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는 위기감마저 듭니다.

정신과 의사 정혜신 님이 10여 년 간 이끌어온 ‘마인드프리즘’ 대표를 그만두고, 안산 시민들 곁으로 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세월호 사고 이후 난생 처음 유모차를 끌고 집회에 나간 아이 엄마, 이 시대 교육을 성찰하며 홀로 진도 팽목항까지 걷고 있는 대안학교 교사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서 희망을 봅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시작하는 데서부터 조금씩 세상은 변하고,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도 찾게 될 테니까요.

‘아이들’을 중심에 놓고 제대로 된 교육의 길을 다시 짚어보는 것이 지금 『민들레』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하며, 여러 분들의 아픈 마음을 담아 93호를 세상에 내놓습니다. 편집의 기본자세 ‘평정심’ 같은 것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아무 때나 툭툭 눈물을 쏟으며 엮어낸 터라 어떻게 읽힐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부실하기 짝이 없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마주하면서, 세월호 전과 후의 우리 삶은 분명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도 어른들은 똑같을 거라는’ 아이들의 믿음을 이번만큼은 저버리고 싶습니다.

아득하지만, 묵묵히 나아가는 수밖에 없겠지요. 마음이 통하는 길동무들과 함께라면, 더 힘이 날 것 같습니다.


2014년 6월 장희숙



목차


표지 이야기 005 저 날개짓에 우리의 마음을 담아

엮은이의 말 006 “그래서?”라고 물어야 할 때


특집_ 잊 을 수 없 는 , 세 월

항구에 닿지 못한 배, 아픈 세월을 남기고 가라앉은 배가

우리에게 남긴 수많은 질문들에 이제 우리가, 내가 답해야 할 차례입니다.


008 “살아남는 법을 스스로 찾아!”| 정수진

015 엄마라서 말할 수 있다 | 김경미

024 진도 팽목항 가는 길, 사람의 길을 찾아서 | 조순애

032 청소년, 세월호를 말하다 | 간담회

042 우리는 묻고 또 물어야 한다 | 서복경

050 가장 두려운 것은 잊혀지는 것입니다 | 유경근

054 ‘다 팔아먹는’ 세상일지라도 | 현병호


단상 064 배가 가라앉은 자리에 떠오르는 질문들 | 성태숙

또 하나의 창 071 아이들 내면의 야성을 살리는 길 | 크리스 메르코글리아노

만남 082 놀이와 놀이터 다시 보기_귄터 벨치크에게 듣는다 | 편해문

교사 일기 092 희망의 우선순위를 생각하다 | 양영희

부모 일기100 울타리가 되어주기 | 문성심


열린 마당 106 진화는 다양성의 증가다 | 이철국

톺아보기 113 지금 우리가 수학여행에 던져야 할 질문은 | 권재원

배움터 이야기 122 한국으로 수학여행 온 일본 친구들 | 채동주

지상 강좌 130 절반은 포기하고 사는 것의 미학 | 우치다 타츠루

다시 읽는 명칼럼 140 동시대인이 되는 과정을 배우는 것 | 엄기호

탐방 142 운동장에 텃밭이 있는 공립학교 | 이충익

연중기획

152 자율과 규제, 균형점 찾기 | 현병호

160 스펙, 그 이상의 대학을 생각하다 | 편집실

풍향계

168 세월호 추모, 사람의 발길이 머무는 곳에 | 편집실

171 6.4지방선거 청소년 투표 결과를 공개하다 | 윤서

소자보

175 교육공동체 나다 인문학 특강 / 굴메배움터, 꽃피는학교 계절학교 참가자 모집

이렇게 맛있는 오디가 오디서? / 농촌유학 부모교육 월례강좌 / 삼각산재미난학교

실상사작은학교, 금산간디학교, 제천간디학교, 간디국제학교, 맑은샘학교 학생 모집

로드스꼴라 베트남 평화기행 / 농촌유학 활동가 양성교육 / 민들레 독자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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