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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호] 진한 농담(農談)

표지 이야기


씨앗 심고 물주고 북돋우며

해바라기 꽃이 피었습니다.

해처럼 환한 해바라기를 보며

우리 마음도 해처럼 밝아졌다면

그 긴 기다림의 시간 동안

해바라기가 우리를 피워낸 건 아닐까요?




엮은이의 말



우리 안에 부는 봄바람과 삭풍



지난봄이던가요. 출판사 건물 옥상에 방수공사를 한다고 옥상텃밭 흙을 모두 폐기장으로 보내려는 게 너무 아까워 “저희 주세요!” 하긴 했는데, 막상 백 포대쯤 쌓아놓고 보니 이걸 다 어쩌나 싶었지요. 고심 끝에 필요한 분들 가져다 쓰시라고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하루 만에 동이 났습니다. 화초 분갈이 하려던 참에 잘 됐다고, 자취방에 상추를 기르고 싶다고, 고향에서 올라온 아까운 부추를 꽂아놔야겠다고, 저마다의 사연으로 달갑게 흙을 가져가시는 걸 보면서 삭막한 도시에서도 많은 이들이 흙을 찾고 있었다는 사실이 참 반가웠습니다.

기계화된 문명 속에 살아가고 있지만 인류가 켜켜이 쌓아온 습관들이 이따금 우리 몸속에서 본능처럼 꿈틀대는 걸 느낄 수 있는데, 그중 하나가 ‘흙을 가까이 하려는 본능’ 아닐까 싶습니다. 어려서부터 손에 묻은 흙을 ‘지지’라고 배우며 자라난 요즘 아이들에게도 그런 본능이 숨어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데요. 비록 문명을 떠나 살진 못할지라도 우리가 정말 사람다운 삶을 생각하고 있다면, 마음속으로라도 농(農)의 세계에 대한 근원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호에는 새봄을 맞아 흙에서 생명을 일구는 이들의 여러 이야기를 담아보았습니다. 동료교사의 원망 섞인 눈초리에도 아이들과 밭 일구기를 멈추지 않는 초등학교 교사 이야기, 가족텃밭에서 어른들의 경작본능과 아이들의 놀이본능의 접점을 찾아가는 젊은 아빠 이야기, 그리고 교육과정으로서의 농사를 경험해본 청소년들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도 담겼습니다. 만물이 파릇하게 생기를 찾아가는 계절에, 생명이 자라는 일에 대해 함께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의 무상급식을 중단하며 “학교는 공부하러 가는 곳이지,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라”는 어느 분의 말씀 덕분에 우리 삶에서 먹는 것이 얼마나 귀하고 중한 배움의 과정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요즈음입니다. 경제 논리를 넘어 아이들 밥상만큼은 평등하게 지켜주고 싶다는 부모 마음을 ‘공짜 좋아하는 종북 밥충이’로 몰고 가는 그분들에게 산다는 것과 먹는다는 것에 대한 신성한 교육적 의미를 일깨워 드릴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화사한 꽃그늘 아래서도 마냥 기뻐할 수 없는 봄날이 지나고 있습니다. 근래에 가슴 아픈 일이 많기도 했지만 시대사적으로 보면 봄은,민중의 힘으로 혁명의 역사를 만들어낸 시기이기도 했지요. 세월호를 직시하며 사람을 향하는 길로, 삶의 방향을 바꾸었다는 당찬 고등학생의 글은 일상에서의 혁명을 생각해보게 합니다. 들녘의 생명 에너지가 가득찬 이 봄날에, 삶을 바꾸어낸 민주주의의 역사가 곳곳에서 이어질 수 있길 두손 모아봅니다 .

산다는 건 무엇일까요. 인간은 어떤 존재이고, 교육이란 또 무엇일까요. 사춘기 때나 했을 법한 질문들이 다시 쏟아져 저는 요즘 길을 헤매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나눌 좋은 벗들이 그리운 걸 보니 우리 안에 때때로 뒤섞여 부는 봄바람과 삭풍 사이에서, 그래도 주저앉을 수는 없어 또 사람의 길을 찾고 있나 봅니다.



2015년 4월 장희숙





목 차


표지 이야기 005 “아이들이 예쁘게 피었네”

엮은이의 말 006 우리 안에 부는 봄바람과 삭풍


특집_ 진한 농담(農談)

008 경작본능과 놀이본능 사이에서 | 신동섭

017 학교 텃밭이 진짜 교실이다 | 양영희

026 농부의 마음으로 살기 | 김선미

034 농사 예찬? | 조영서

042 스무 살 청년, 농사를 짓다 | 강한울


단상 050 돌봄과 자람의 순환 고리 | 장희숙

잊을 수 없는, 세월 058 봄날, 학교 그리고 너_내가 겪은 세월호와 학교의 시간 | 양지혜

잊을 수 없는, 세월 066 난파된 교실 | 나희덕

제언 068 자율과 공생을 위한 교육의 가능성 | 현병호

통념 깨기 082 국회에 교육을 묻다 | 존 테일러 개토

만남 095 밥 먹는 거 자체가 기백이요! | 채현국

함께 읽는 책 104 말은 가르치지만, 행동은 감동하게 한다 | 고영직

또 하나의 창 111 배추와 친구가 될 순 없을까요? | 이종희

살며 배우며 120 안심되는 실험공동체 룰루랄라 우동사 | 이성희

톺아보기 128 우리 안의 ‘공동육아’ 능력을 찾아서 | 김명수

교사일기 134 교장선생님이 호랑이탈을 쓴 까닭은 | 방승호

좌담 144 젊은 교사들, 대안교육을 말하다 | 대안학교 교사들

열린 마당 156 가맹점 춘추전국시대, 우리에게 선택권이 있을까 | 장시내

다시 읽는 명칼럼 162 선별복지의 함정 | 이정우

풍향계 164 경남 무상급식 중단, 엄마들이 뿔났다! | 편집실

167 부모들의 보육 방식이 변하고 있다 |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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