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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호] 청년들의 삶, 아이들의 미래

기획특집_ 청년들의 삶, 아이들의 미래


단풍이 들기도 전에 설악산에

첫눈이 내렸다지요.

호된 찬서리에,

피지 못한 청춘들도 꽃봉오리를 닫습니다.

채 피지도 못하고 시든 꽃들이 널린 세상을

바라는 이들이 있을까요.

이제 막 자라나는 아이들이

꽃도 피우지 못하고

시들기를 바라는 부모가 있을까요.



목차


엮은이의 말_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무엇은 무엇일까요


기획 특집_ 청년들의 삶, 아이들의 미래


보수화된 20대, 그들이 바라는 세상 | 서명희

생존주의 시대의 교육_만능감과 패배감을 넘어 | 대담

우리 아이들의 15년 후를 상상하며 | 정가람

삶을 디자인하는 진로를 찾아서 | 손경덕 

청년들의 유쾌한 혁명 | 청년컨설팅워크숍


살며 배우며_ 그물처럼 엮인 삶 | 김한나

제언_ 확대가족이 필요한 시대 | 우치다 타츠루

단상_ 국가가 보고 있다? | 현병호

톺아보기_ 금지된 책을 욕망하다 | 장희숙

열린 마당_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아도 좋다 | 김진우

다시 읽는 명칼럼_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것들 | 김찬호

열린 마당_ 우리 모녀가 사는 법 | 최경숙

지상 강좌_ 나는 국민인가 시민인가 | 송호근

만남_진실과 생명을 지키는 엄마들의 행동 | 엄마의노란손수건

또 하나의 창_ 모성 본능과 생존 본능 | 김경림

부모 일기_ 제주에 살멍 아이 키우멍 | 전지영

부모 일기_ 할매 육아 | 김수미

교사 일기_ 그림책, ‘읽어주기’가 아닌 ‘함께 읽기’ | 최은희

통념깨기_ 인성교육이란 이름의 인성교육은 없다 | 권재원



엮은이의 말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무엇은 무엇일까요


어린 시절 또렷한 기억 중 하나는, 등하교길 버스에서 만나 친하게 지냈던 안내양 언니와의 갑작스런 이별입니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돈주머니를 찰랑거리며 요금을 받으러 돌아다니던, 친절하고 씩씩한 안내양 언니는 제 선망의 대상이었지요. 그런데 어느 날 언니는 사라지고 기사 아저씨 옆에 언니를 대신하는 요금통이 떡하니 자리를 잡았을 때의 서운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니 정말 옛날사람 같지만 강원도 태생임을 고려해도 불과(무려?) 30여 년 전의 일이네요.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습니다. 유엔 미래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만 돼도 현존하는 직업의 80%가 사라질 거라고 합니다. 노동의 기계화는 이미 세계적인 추세라, 기계에게 사람의 일자리를 거진 뺏기는 것이 그리 먼 미래가 아닐 듯합니다.

그러니 실연의 상처도 아파할 틈 없이 성실하게 학점 관리를 해도 희망은 보이지 않고, 고용 포화 사회에서 비집고 들어갈 틈을 찾지 못해 좌절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지 고민입니다. 청년희망펀드다 뭐다 일자리 창출에 힘쓴다고는 하지만 취업이 된다고 복잡한 청년문제가 단숨에 해결되지는 않을 터, 채 살아보지도 않은 삶을 절망하는 20대 청년들의 한숨소리가 가슴을 파고듭니다. 가만히 귀 기울여보면 그들이 바라는 건 단순한 밥벌이가 아니라 보다 인간적인 삶, 행복한 삶에 대한 갈망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기에 더욱 ‘무엇을 할 것인가’ 이전에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이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겠습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너도 나도 자기 자식을 전쟁과 같은 입시 경쟁으로 내모는 것은 그것이 행복하기 때문이 아니라, 더 나은 대안을 스스로 찾지 못해서가 아닐까(『더불어 교육혁명』, 강수돌) 라는 질문에 이어, 지금 청년의 모습을 통해 곧 청년이 될 아이들의 삶과 교육은 어때야 하는지도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이번 민들레에서는 생존의 시대, 정신과 의사들과 사회학자의 대담을 통해 ‘잃어버린 세대’라 불리는 청년 세대의 메커니즘을 짚어보고, 비좁은 취업문에 줄을 서지 않고 발랄하게 제3의 길을 찾아가는 청년들의 이야기도 담아보았습니다. 청년들의 불안이 그들만의 문제는 아닌지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로서 고민과 책임을 함께 나누려는 기성세대의 마음들도 고맙습니다. 이번호에는 자세히 다루지 못했지만 ‘더 이상 노동력을 사고파는 시대는 지났고, 존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시민수당을 받을 자격이 있다’면서 이야기되고 있는 ‘기본소득’에 대해서도 더 짚어볼 기회가 있었으면 합니다.

한편, 하루가 다르게 눈부신 기술이 인간의 삶을 지배할지라도 기계가 절대 대신할 수 없는 무엇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뜨거운 사랑, 깊은 공감과 성찰 같은 고도의 감정, 인간의 고유한 성품을 지켜가는 일이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능력이 아닐까도 싶습니다.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다는 것은 ‘나답게 사는 것’과도 비슷한 말인 것 같기도 합니다.

‘촌스러운 게 컨셉’이라며 한 가지 패션을 고수하던 민들레가 101호를 맞아 큰 맘 먹고 옷을 싹 갈아입었습니다. 거의 6년 만이네요. 유행이 지났어도 입던 옷이 편한지라 사람들 앞에 서자니 좀 어색하고 긴장도 되지만, 어떤지 한번 선보아주세요.

‘미래 세대 길들이기’를 위한 바람이 몰아치고 있지만, 때아닌 광풍에 휘말리지 않는 단단한 시민의 힘을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015년 10월, 장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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