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지 이야기 마지막으로 들려주신 그 숱한 말씀들은 다 잊었지만
교장 선생님들은 우리를 참 사랑하셨나 봅니다.
자라는 꿈나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너무도 많아
뙤약볕에 픽픽 쓰러지는 어린 학생들을 보고도
끝내 마이크를 놓지 못하셨지요.
수없이 반복하셨을 그 주옥같은 말씀들이
마음속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허공에 흩어진 걸 보면
사람을 변화시키는 건 ‘말’이 아닌가 봅니다.
뒷짐 지고 하는 ‘훈시’나 ‘교실 순찰’말고
우리를 진정한 ‘배움의 길’로 이끌어주실
교장 선생님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엮은이의 말 이끌되 지배하지 않는, 그를 뭐라 부를까요
개인적인 정서인지 모르겠으나 아무래도 ‘리더’라는 말은 좀 생경합니다. 오랜 세월 ‘권력’과 ‘위계’를 상징하며 교사들로 하여금 ‘투쟁의 역사’를 만들게 하는 공교육계 교장 이야기나, 지나치게 ‘평등’을 고집하다 오히려 리더를 잃고 만 대안교육 진영의 상황을 보면 교육계의 ‘새로운 리더십’에 관한 이야기는 꼭 필요한 논의인데, 뭔가 ‘리더’보다 명쾌하고 적절한 단어는 없을까 고민하며 이번호를 시작했습니다.
교장 공모제가 확대 도입되면서 혁신학교를 비롯한 공교육 현장에는 젊고 의욕적인 교장들이 출현하고 있고, 어쩐지 예전같지 않다는 소문이 떠도는 대안교육계에서도 1세대의 ‘아우라’를 넘어선 새로운 리더십이 요구되고있는시점입니다. 상명하복은 물론이거니와, 깃발을 꽂고 ‘나를 따르라’는 혁명가적 카리스마 리더십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입니다. 앞에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아우라를 뿜어내던 대안학교 1세대 리더들의 호시절도 저물어갑니다. 그럼, 그 다음은 무엇일까요?
한 사람에게 권한과 책임이 편중되는 것을 경계하며 교장 대신 ‘순환식 교사대표제’를 택했던 일부 대안학교들도 정말 ‘대안적 리더십’을 실현해 가고 있는 건지 점검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다함께 책임진다’는 것은 때에 따라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리더십 논란은 비단 교육계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닐 것입니다. 하다못해 사람이 두 명 이상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 리더십이 발휘되는 세상의 이치를 보면 그렇습니다. (그 숱한 식사 약속 중에 한 번도 먼저 메뉴를 골라본 기억이 없는, 저처럼 맹물 같은 사람을 위해서도 리더십은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게다가 리더십이란 ‘따라주는 이’가 있어야 성립되는 상호작용이니 그야말로 리더는 고정된 직위가 아니라 어디서든 우리를 주체적 존재로 살게 하는 상생의 역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도덕경에 나오는 노자의 말처럼 ‘이끌되 지배하지 않는’ 사람, 그들을 무엇이라 칭하면 좋을지 여전히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했지만, 그 사람들이 모여 통념과 관습을 깨고 새로운 조직력으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갈 것이라는 기대는 변함 없습니다. 리더십과 더불어 민주주의, 역사교육에 관한 글들을 함께 엮어내면서 이 이야기들이 공통되게 맞물려 읽히는 지점이 있어 편집을 하다 말고 무릎을 탁 쳤는데, 혼자만의 깨달음이 아니었으면 합니다. 변화하는 우리 사회의 흐름을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87호에 글을 썼던 철부지 백수가 89호에선 민들레 식구가 되어 인사를 드립니다. 아직은 선생으로 살던 여운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날마다 아이들 목소리가 가슴 속에서 깃발처럼 펄럭입니다. 크게 보면 이 길 또한 아이들 곁에서 그리 멀지 않다고 믿습니다.
2013년 10월 편집장_ 장희숙
Vol. 89
표지 이야기005 마지막으로 들려주신 그 숱한 말씀들은 다 잊었지만
엮은이의 말006 이끌되 지배하지 않는, 그를 뭐라 부를까요 | 장희숙
특집 교장 그리고 리더십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든, 사공이 없어 표류하든
사공이 제 맘대로 노를 저어도 침묵할 수밖에 없든
원하는 목적지에 이르기 어렵기는 매한가지일 것입니다.
지금 우리 교육계에 필요한 ‘리더십’은 어떤 모습일까요?
008 새로운 리더십을 기다리며| 이철국
020 대안학교에서 리더십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 이상우
027 교장 없는 학교, 최선일까?| 미나리
036 교장, 민주공화국에 대한 냉소를 가르치는 반헌법적 존재|권재원
045 새로운 교육을 여는 세 가지 열쇠| 서길원
민들레단상 060 민주주의와 리더십|서복경
논단 068 역사교육이 나아갈 방향 | 김한종
교사일기 074 흔들리는 교사의 고백 | 허당
살며 배우며 082 서로를 보듬는 아이들 | 윤군
다시 읽는 명칼럼 089 예능 없는 나라 | 박홍규
열린 마당 092 생활의 달인, 그들이 예술가다 | 허실
열린 마당 096 “발도르프교육은 말이죠…” | 현병호
세상읽기 110 다른 생각을 고발하라? | 정주식
부모 일기 117 아이 낳기, 어른 되기 | 이임주
지상 강좌 128 의사들이 수술 받지 않는 까닭은 | 김현정
교육풍향계
144 한국사 시험을 봐야 한다면 | 지항수
147 학교급식, 과연 방사능에서 안전할까요? | 이희정
151 세계의 대안교육 활동가들을 만나고 | 조순애.윤재향
소자보
산어린이학교 신·편입생 모집 | 구름산발도르프학교 신·편입생 모집 |
수원칠보산자유학교 신·편입생 모집 | 더불어가는배움터길 신·편입생 모집 | 불이학교 신입생 전형 |
음악대안학교 들꽃음악예술학교 입학설명회 | 꽃피는학교 설명회와 편입 전형 |
[교사 멘토링] 법륜스님과 함께하는 즉문즉설 | 나눔문화 21기 평화나눔 아카데미
우리들(파주) 자연학교 주말학교 안내 | 제천간디학교 교사모집 | 무지개교육마을 부모마을학교
| 녹색 아카데미 |

표지 이야기 마지막으로 들려주신 그 숱한 말씀들은 다 잊었지만
교장 선생님들은 우리를 참 사랑하셨나 봅니다.
자라는 꿈나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너무도 많아
뙤약볕에 픽픽 쓰러지는 어린 학생들을 보고도
끝내 마이크를 놓지 못하셨지요.
수없이 반복하셨을 그 주옥같은 말씀들이
마음속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허공에 흩어진 걸 보면
사람을 변화시키는 건 ‘말’이 아닌가 봅니다.
뒷짐 지고 하는 ‘훈시’나 ‘교실 순찰’말고
우리를 진정한 ‘배움의 길’로 이끌어주실
교장 선생님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엮은이의 말 이끌되 지배하지 않는, 그를 뭐라 부를까요
개인적인 정서인지 모르겠으나 아무래도 ‘리더’라는 말은 좀 생경합니다. 오랜 세월 ‘권력’과 ‘위계’를 상징하며 교사들로 하여금 ‘투쟁의 역사’를 만들게 하는 공교육계 교장 이야기나, 지나치게 ‘평등’을 고집하다 오히려 리더를 잃고 만 대안교육 진영의 상황을 보면 교육계의 ‘새로운 리더십’에 관한 이야기는 꼭 필요한 논의인데, 뭔가 ‘리더’보다 명쾌하고 적절한 단어는 없을까 고민하며 이번호를 시작했습니다.
교장 공모제가 확대 도입되면서 혁신학교를 비롯한 공교육 현장에는 젊고 의욕적인 교장들이 출현하고 있고, 어쩐지 예전같지 않다는 소문이 떠도는 대안교육계에서도 1세대의 ‘아우라’를 넘어선 새로운 리더십이 요구되고있는시점입니다. 상명하복은 물론이거니와, 깃발을 꽂고 ‘나를 따르라’는 혁명가적 카리스마 리더십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입니다. 앞에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아우라를 뿜어내던 대안학교 1세대 리더들의 호시절도 저물어갑니다. 그럼, 그 다음은 무엇일까요?
한 사람에게 권한과 책임이 편중되는 것을 경계하며 교장 대신 ‘순환식 교사대표제’를 택했던 일부 대안학교들도 정말 ‘대안적 리더십’을 실현해 가고 있는 건지 점검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다함께 책임진다’는 것은 때에 따라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리더십 논란은 비단 교육계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닐 것입니다. 하다못해 사람이 두 명 이상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 리더십이 발휘되는 세상의 이치를 보면 그렇습니다. (그 숱한 식사 약속 중에 한 번도 먼저 메뉴를 골라본 기억이 없는, 저처럼 맹물 같은 사람을 위해서도 리더십은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게다가 리더십이란 ‘따라주는 이’가 있어야 성립되는 상호작용이니 그야말로 리더는 고정된 직위가 아니라 어디서든 우리를 주체적 존재로 살게 하는 상생의 역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도덕경에 나오는 노자의 말처럼 ‘이끌되 지배하지 않는’ 사람, 그들을 무엇이라 칭하면 좋을지 여전히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했지만, 그 사람들이 모여 통념과 관습을 깨고 새로운 조직력으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갈 것이라는 기대는 변함 없습니다. 리더십과 더불어 민주주의, 역사교육에 관한 글들을 함께 엮어내면서 이 이야기들이 공통되게 맞물려 읽히는 지점이 있어 편집을 하다 말고 무릎을 탁 쳤는데, 혼자만의 깨달음이 아니었으면 합니다. 변화하는 우리 사회의 흐름을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87호에 글을 썼던 철부지 백수가 89호에선 민들레 식구가 되어 인사를 드립니다. 아직은 선생으로 살던 여운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날마다 아이들 목소리가 가슴 속에서 깃발처럼 펄럭입니다. 크게 보면 이 길 또한 아이들 곁에서 그리 멀지 않다고 믿습니다.
2013년 10월 편집장_ 장희숙
Vol. 89
표지 이야기005 마지막으로 들려주신 그 숱한 말씀들은 다 잊었지만
엮은이의 말006 이끌되 지배하지 않는, 그를 뭐라 부를까요 | 장희숙
특집 교장 그리고 리더십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든, 사공이 없어 표류하든
사공이 제 맘대로 노를 저어도 침묵할 수밖에 없든
원하는 목적지에 이르기 어렵기는 매한가지일 것입니다.
지금 우리 교육계에 필요한 ‘리더십’은 어떤 모습일까요?
008 새로운 리더십을 기다리며| 이철국
020 대안학교에서 리더십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 이상우
027 교장 없는 학교, 최선일까?| 미나리
036 교장, 민주공화국에 대한 냉소를 가르치는 반헌법적 존재|권재원
045 새로운 교육을 여는 세 가지 열쇠| 서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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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068 역사교육이 나아갈 방향 | 김한종
교사일기 074 흔들리는 교사의 고백 | 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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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마당 092 생활의 달인, 그들이 예술가다 | 허실
열린 마당 096 “발도르프교육은 말이죠…” | 현병호
세상읽기 110 다른 생각을 고발하라? | 정주식
부모 일기 117 아이 낳기, 어른 되기 | 이임주
지상 강좌 128 의사들이 수술 받지 않는 까닭은 | 김현정
교육풍향계
144 한국사 시험을 봐야 한다면 | 지항수
147 학교급식, 과연 방사능에서 안전할까요? | 이희정
151 세계의 대안교육 활동가들을 만나고 | 조순애.윤재향
소자보
산어린이학교 신·편입생 모집 | 구름산발도르프학교 신·편입생 모집 |
수원칠보산자유학교 신·편입생 모집 | 더불어가는배움터길 신·편입생 모집 | 불이학교 신입생 전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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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멘토링] 법륜스님과 함께하는 즉문즉설 | 나눔문화 21기 평화나눔 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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