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격월간 <민들레> 90호 ‘초록동색(草綠同色)?’
[표지이야기] 초록이 동색은 아닐지라도
초록은 동색이라지만
녹색에도 수백 수천 가지 빛깔이 있지요.
봄의 신록과 가을의 빛 바랜 녹색은
빨강과 초록보다 더 느낌이 다른 듯합니다.
다름과 틀림의 경계는 어디일까요?
녹색과 적색의 경계는 또 어디일까요?
녹색과 적색의 조화가 성탄절을 기리는 빛깔이 된
연유를 새삼 생각해보게 되는 연말입니다.
엮은이의 말 _ 예전 같지 않다는 소문의 진상
얼마 전 출판사로 지인이 찾아오셨는데, 이번호 기획 주제를 얘기했더니 껄껄 웃습니다. 시민단체, 대안학교를 거쳐 민들레에 들렀는데 하루 동안 방문한 세 군데에서 똑같은 소리를 들었다며 “요즘 이 얘기가 유행인가 보죠?” 하고 되묻습니다.
급변하는 한국 사회, 교육계 안에서도 ‘예전 같지 않다’고 떠돌던 소문이 최근 더 무성해졌습니다. 누구는 ‘사람들의 소비자적인 태도’ 때문이라 하고, 누구는 ‘어느 시대에나 있었던 세대 차이’일 뿐이라고 합니다. 원인이 무엇이든 ‘대체로 그런 것 같다’는 그 현상이 우리 삶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니, 민들레에서 한번 짚어봐야지 싶었습니다.
세월이 지나면 무엇이든 변하기 마련이지만 그 변화의 물살이 빠르`고 거셀수록, 받아들여야 할 것과 지켜가야 할 것을 구분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나와 다른 것은 받아들이고, 틀린 것은 서로 지적질도 하며 ‘거센 물살을 거스르는 길동무’들과 그 지혜를 모아가면 좋겠습니다. 사람 사이에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갈등이란 누구나 '잘 살고 싶은 욕구'에서 오는 것이니, 그 마음을 헤아려 서로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면 어떨까 싶습니다. 아이들 잘 키우자고 모인 교사와 부모들이 서로 ‘다르다’, ‘틀리다’ 핏대를 세우는 동안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서 휑하니 어른 곁을 떠나버리니까요.
사람도 변하고 시대도 변했는데 머물러 있는 건 선배들의 운동방식뿐이라는 젊은 활동가의 당찬 이야기, 애정 어린 투정으로 길을 찾고 있는 새내기 교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볼 만합니다. 연륜 있는 선배교사나 학부모의 이야기에도 부대끼면서 어울려 사는 삶의 감응이 있습니다. 소문으로 떠도는 세대 현상을 다양한 시각으로 진단해보는 글이나 ‘갈등을 봉합하지 않는 토론’에 관한 글도 현장에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자칫 편을 가르거나, 한쪽을 두둔하거나, 아직 분이 가라앉지 않은 두 아이를 강제로 화해시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균형감을 가지려고 애썼는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민들레의 역할은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해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중매쟁이 맞선 주선하듯 마주 앉을 빌미를 제공하고 싶었던 건데요. 한 해를 마무리하며 소통이 필요했던 선배나 후배가 있다면 “『민들레』 이번호 봤어요?” 하고 대화의 물꼬를 터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민들레 눈이 어두워서인지 세상이 어두워서인지 이번호에는 유독 따스하고 밝은 이야기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답답하고 어지러운 시국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여러 글들도 크게 보면 기획 주제와 맞닿아 있으니 함께 연결 지어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도시 곳곳은 화려한 조명과 반짝이는 불빛으로 가득합니다. 도시까지 전기를 끌어오느라 그렇게 무시무시한 송전탑을 사람 사는 마을에 마구 꽂아 넣어야 한다면, 우리가 전기를 덜 쓸 테니 죽어가는 사람과 땅을 먼저 좀 살려보자고 목소리를 높이면 어떨까요. 가게마다 반짝이는 조명을 끄고, 집집마다 전등을 끄고 이번 크리스마스는 좀 어둡게 보내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2013년 12월 장희숙 |
Vol.90 (2013년 6th)
격월간 <민들레> 90호 ‘초록동색(草綠同色)?’
표지 이야기 005 초록이 동색은 아닐지라도
엮은이의 말 006 예전 같지 않다는 소문의 진상
특집 초록동색(草綠同色)?
가치를 둘러 싼 갈등의 중심엔 ‘사람’이 있습니다.
다름과 틀림 사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지혜는 이런 게 아닐까요?
“목욕물 버리다가 아이까지 버리지 말자.”
008 신참의 마을, 고참의 마을 | 정진희
014 ‘똑똑’ 선배님, 거기 계세요? | 이보나
021 ‘대안학교 교사’ 답다는 게 뭐지? | 편집실
032 우리는 동지일까, 동료일까 | 김수자
지상 강좌 040 풍요의 역설, 우리는 이 산을 넘을 수 있을까 | 강수돌
054 갈등을 봉합하지 않는 토론은 어떻게 가능한가 | 이한
민들레 단상 064 오해하지 마시라! 우리는 종북이 아니라 종덴마크니! | 현병호
논단 072 응답하라, 대안교육! | 하태욱
제언 079 전교조, 미워도 다시 한번 | 권재원
다시 읽는 명칼럼 088 자식 교육 | 이계삼
또 하나의 창 090 종의 생존법칙에 역행하는 교육 | 정희섭
열린 마당 096 소통, 언어를 넘어선 만남 | 이민영
104 세대에 대한 네 가지 오해 | 전상진
낯설게 보기 110 산에 드는 길 | 박그림
세상 읽기 115 문제는 계모가 아니다 | 신순화
122 누구를 위한 돌봄인가 _방과후 돌봄 정책을 보면서 | 성태숙
살며 배우며 133 ADHD 아이 부모들 이야기 | 김경림
만남 140 아이들에게 먹먹함으로 남고 싶은 교장 | 이범희
함께 읽는 책 153 학교가 두렵지 않은 교사가 되려면 | 김진우
교육 풍향계 160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는가 | 참교육학부모회
164 건강하고 행복한 배움이 감시의 대상인가 | 대안교육연대
소자보 168
2014 겨울 교사연수_폭력에 反(반)하다 / 에스페란토 사랑방 겨울연수 / 수유너머 청소년 인문강좌 <웹툰으로 공부하기> / IDEC 2014, 함께 준비할 분을 모십니다 / 인드라망대학 신입생 모집 / 대안교육대학 학생 모집 / 통전교육연구소 겨울학숙 / 2014년도 신입생 모집_춘천전인새싹학교, 배움터길, 사과나무 / 수지꿈학교 신입생 및 교사 모집 / 간디학교 겨울 계절학교 참가자 모집 / 큰나무 겨울학교 자원교사 모집 / 맛있는 전통 청국장 판매 / 강정평화상단 감귤 판매 / 박노해 사진전 <라 광야> 전시 앙코르
격월간 <민들레> 90호 ‘초록동색(草綠同色)?’
[표지이야기] 초록이 동색은 아닐지라도
초록은 동색이라지만
녹색에도 수백 수천 가지 빛깔이 있지요.
봄의 신록과 가을의 빛 바랜 녹색은
빨강과 초록보다 더 느낌이 다른 듯합니다.
다름과 틀림의 경계는 어디일까요?
녹색과 적색의 경계는 또 어디일까요?
녹색과 적색의 조화가 성탄절을 기리는 빛깔이 된
연유를 새삼 생각해보게 되는 연말입니다.
엮은이의 말 _ 예전 같지 않다는 소문의 진상
얼마 전 출판사로 지인이 찾아오셨는데, 이번호 기획 주제를 얘기했더니 껄껄 웃습니다. 시민단체, 대안학교를 거쳐 민들레에 들렀는데 하루 동안 방문한 세 군데에서 똑같은 소리를 들었다며 “요즘 이 얘기가 유행인가 보죠?” 하고 되묻습니다.
급변하는 한국 사회, 교육계 안에서도 ‘예전 같지 않다’고 떠돌던 소문이 최근 더 무성해졌습니다. 누구는 ‘사람들의 소비자적인 태도’ 때문이라 하고, 누구는 ‘어느 시대에나 있었던 세대 차이’일 뿐이라고 합니다. 원인이 무엇이든 ‘대체로 그런 것 같다’는 그 현상이 우리 삶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니, 민들레에서 한번 짚어봐야지 싶었습니다.
세월이 지나면 무엇이든 변하기 마련이지만 그 변화의 물살이 빠르`고 거셀수록, 받아들여야 할 것과 지켜가야 할 것을 구분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나와 다른 것은 받아들이고, 틀린 것은 서로 지적질도 하며 ‘거센 물살을 거스르는 길동무’들과 그 지혜를 모아가면 좋겠습니다. 사람 사이에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갈등이란 누구나 '잘 살고 싶은 욕구'에서 오는 것이니, 그 마음을 헤아려 서로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면 어떨까 싶습니다. 아이들 잘 키우자고 모인 교사와 부모들이 서로 ‘다르다’, ‘틀리다’ 핏대를 세우는 동안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서 휑하니 어른 곁을 떠나버리니까요.
사람도 변하고 시대도 변했는데 머물러 있는 건 선배들의 운동방식뿐이라는 젊은 활동가의 당찬 이야기, 애정 어린 투정으로 길을 찾고 있는 새내기 교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볼 만합니다. 연륜 있는 선배교사나 학부모의 이야기에도 부대끼면서 어울려 사는 삶의 감응이 있습니다. 소문으로 떠도는 세대 현상을 다양한 시각으로 진단해보는 글이나 ‘갈등을 봉합하지 않는 토론’에 관한 글도 현장에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자칫 편을 가르거나, 한쪽을 두둔하거나, 아직 분이 가라앉지 않은 두 아이를 강제로 화해시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균형감을 가지려고 애썼는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민들레의 역할은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해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중매쟁이 맞선 주선하듯 마주 앉을 빌미를 제공하고 싶었던 건데요. 한 해를 마무리하며 소통이 필요했던 선배나 후배가 있다면 “『민들레』 이번호 봤어요?” 하고 대화의 물꼬를 터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민들레 눈이 어두워서인지 세상이 어두워서인지 이번호에는 유독 따스하고 밝은 이야기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답답하고 어지러운 시국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여러 글들도 크게 보면 기획 주제와 맞닿아 있으니 함께 연결 지어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도시 곳곳은 화려한 조명과 반짝이는 불빛으로 가득합니다. 도시까지 전기를 끌어오느라 그렇게 무시무시한 송전탑을 사람 사는 마을에 마구 꽂아 넣어야 한다면, 우리가 전기를 덜 쓸 테니 죽어가는 사람과 땅을 먼저 좀 살려보자고 목소리를 높이면 어떨까요. 가게마다 반짝이는 조명을 끄고, 집집마다 전등을 끄고 이번 크리스마스는 좀 어둡게 보내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2013년 12월
장희숙
Vol.90 (2013년 6th)
격월간 <민들레> 90호 ‘초록동색(草綠同色)?’
표지 이야기 005 초록이 동색은 아닐지라도
엮은이의 말 006 예전 같지 않다는 소문의 진상
특집 초록동색(草綠同色)?
가치를 둘러 싼 갈등의 중심엔 ‘사람’이 있습니다.
다름과 틀림 사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지혜는 이런 게 아닐까요?
“목욕물 버리다가 아이까지 버리지 말자.”
008 신참의 마을, 고참의 마을 | 정진희
014 ‘똑똑’ 선배님, 거기 계세요? | 이보나
021 ‘대안학교 교사’ 답다는 게 뭐지? | 편집실
032 우리는 동지일까, 동료일까 | 김수자
지상 강좌 040 풍요의 역설, 우리는 이 산을 넘을 수 있을까 | 강수돌
054 갈등을 봉합하지 않는 토론은 어떻게 가능한가 | 이한
민들레 단상 064 오해하지 마시라! 우리는 종북이 아니라 종덴마크니! | 현병호
논단 072 응답하라, 대안교육! | 하태욱
제언 079 전교조, 미워도 다시 한번 | 권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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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창 090 종의 생존법칙에 역행하는 교육 | 정희섭
열린 마당 096 소통, 언어를 넘어선 만남 | 이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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