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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호] 보호와 감시 사이

표지 이야기 “내 안에 너 있다!”


너무 믿을 수 없는 세상이라

손끝 하나 놓치지 않으려는 시선이

아이를 따라다닙니다.

어른들이 믿지 못하는 것이

이 세상일까요, 아이일까요?

어른의 눈 밖을 벗어나지 못하는 아이들의 내면에는

어떤 세상이 담기고 있을까요?



엮은이의 말 _ 자기 삶을 책임지는 교육



본디 그리 미더운 나라는 아니었지만, 세월호 이후 감추고 피하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그 능력에 불신과 불안의 마음이 더 커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편, 이렇게 불안해진 어른들 때문에 더 힘들어지는 건 아이들이 아닐지 염려됩니다. ‘안전’에 쉽사리 따라붙는 ‘통제’라는 단어가 안 그래도 답답한 아이들의 숨통을 더 조이면 안 될 텐데, 이미 학교에선 규제를 강화하며 ‘가만히 있기’를 종용하고(어떤 교사는 다칠 거면 학교 밖에서 다치라고 한답니다), 가슴이 철렁한 부모들은 아이를 내놓을 수도, 꽁꽁 싸맬 수도 없어 난처해하고 있지요. 펄럭이는 노란 깃발에 적힌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어른들의 약속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 생각해봅니다.

‘자기 삶을 책임지는 교육’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는 요즘입니다. 살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문제가 ‘온전히 내 일임’을 느끼는 것에서 아이들 스스로 안전을 지키는 능력이 살아나지 않을까요. “교육은 의도적인 위험에 아이들을 노출시키는 행위”라는 어떤 선생님의 말씀처럼 말입니다.

현대인들은 자연재해, 질병 같은 위험보다 노후 대책이나 경제 문제, 정보 유출 같은 신종 위험에 더 불안을 느낀다고 합니다. 결국 사람이 만들어 내는 위험이 많아졌다는 이야기인데요. 기술은 날로 발전하지만, CCTV를 설치하고 실시간 문자로 아이들을 단속해도 어쩐지 우리는 안전해지는 것 같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 위험해지는 것도 같습니다.

덴마크의 한 도시에서는 GPS 추적기로 노숙인들의 위치 자료를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그들의 동선을 파악해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에 노숙자들을 위한 쉼터나 벤치를 만들어야 할지 파악한다는 거지요. 사전 동의를 받았더라도 개인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것이 합당한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노숙인들을 도시에서 내쫓거나 벤치에서 자는 것을 막으려고 가운데 분리대를 설치한 다른 나라들에 비하면 훨씬 인간적인 기술 활용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사뭇 우리 현실과 대비됩니다. 검찰과 경찰이 세월호 집회와 관련된 수사를 하면서 ‘카카오톡 대화록’을 사찰한 것으로 드러나, ‘카톡정부’라는 별칭을 얻으며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 두 사례는 같은 기술로 전혀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기록전문가로 오랫동안 정보에 관한 연구를 해오신 명지대 김익한 교수님께 역감시 구조를 만들고 있는 정보사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여쭈었더니, 그 대답이 명쾌했습니다. “사람이 문제죠.” 그러게요. 우리가 만든 이 기술이 올가미가 아니라 정말 안전을 구축하는 망이 되려면 무엇을 중심에 두어야 할지 지혜를 모아봐야겠습니다.


인터뷰를 하러 안산에 갔다가 오랜만에 분향소에 들렀습니다. 인기척이 드물어진 그곳에 노란 리본이 외롭게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이 아이들이 왜 여기 있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끝까지 물어야겠습니다. 진실이 두려운 누군가는 하루 빨리 잊히길 바라겠지만, 우리의 시간은 2014년 봄에 멈추 어 있습니다.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입니다.


2014년 10월, 장희숙




Vol. 95 (2014년 5th)


표지 이야기 005 내 안에 너 있다!

엮은이의 말 006 자기 삶을 책임지는 교육


특집

보 호 와 감 시 사 이

008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 | 양미영

015 CCTV가 우리를 지켜줄 수 있을까 | 김산

021 누구를 위한 안전인가 | 권재원

030 위험사회, 무엇이 부모를 불안하게 만드는가 | 부모 간담회

039 감시의 목적은 신뢰의 회복이어야 한다 | 김진한


단상 045 아이들은 어른의 눈 밖에서 자란다 | 장희숙

연중기획

052 삶의 전환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하여 | 현병호

059 이야기가 있는 그림_콩을 고르는 일

060 자율성과 공공성의 조화_덴마크에서 배우는 대안교육 법제화 방향 | 대담

세계의 대안교육 070 학교를 떠나지 않고 배움의 길을 찾을 수는 없을까 | 엘리엇 워셔 

배움터 이야기 080 이런 배움, 어떻게 생각하세요? | 박여연

잊을 수 없는, 세월 086 세월의 초상, 416 기억저장소 | 김익한

원탁 대담 097 재난사회를 넘는 지혜를 찾아서 | 조한혜정 외

통념 깨기 114 불통을 넘는 소통능력이란 | 우치다 타츠루

다시 읽는 명칼럼 118 길을 잃지 않는 사회, 길을 나서지 않는 사회 | 김찬호

만남 120 자유와 해방의 공간, 놀이터 | 편해문

열린 마당 131 발과 친해지기 | 현병호

새롭게 읽는 고전 138 부모와 교사를 위한 문답 도덕경 | 장용창

징검다리 146 한국에서 만난 ‘착한 마음 연대’ | 알폰스 와세카

서평 154 평범한 아줌마, 삶에서 정치하기 | 이현주

풍향계 162 정상(正常)으로 가는 길_논란 속의 9시 등교, 한달 후 | 편집실

소자보 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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