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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호] 정치가 꽃피는 교육

표지 이야기

아이들 목소리가 꽃처럼 피어나기를!


꾹 참고 공부만 하면 훌륭한 사람이 된다고

어르고 달래고 으름장을 놓는 동안

아이들 가슴 속에는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쌓여가고 있었네요.

말은 허락받고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이제야 알았다니

일류교육을 꿈꾼다는 우리는 그동안 무얼 가르친 걸까요?

이제야 말문이 트인 아이들에게

모자란 담벼락을 만들어 주는 것도 좋겠습니다.

고단한 시대를 헤쳐 나가는 아이들의 당찬 이야기가

꽃이 되어 활짝 피어나길 응원합니다!


엮은이의 말

아이들의 몫을 빼앗는 어른들


정초부터 민감한 두 단어가 만났습니다. ‘정치’의 ‘ㅈ’자만 꺼내도 눈이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홱 돌아가는 요즘 시국에, ‘교육’이라고 하는 예민한 문제까지 엎어서 더 아찔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몇 년 전,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수록된 도종환 시인의 작품을 모두 삭제하라는 교육과정평가원의 권고가 논란이 된 적이 있지요. ‘교육과정에서 특정 정당이나 종교, 인물들을 선전하거나 정치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담아서는 안 되는데’ 시인이 민주통합당 의원으로 당선되었기 때문에 교과서에 실린 그의 작품들을 빼야 한다는 겁니다. 그 소식을 전해들은 안도현 시인이 “나도 공개적으로 특정 정치인을 지지했으니, 교과서에서 내 시도 빼시오!” 하고 나섰던 일화를 들어 ‘한국에서는 어떤 훌륭한 작가라도 죽어야 교과서에 실릴 수 있다’는 슬픈 우스개가 떠돌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정치적인’ 어른들은 아이들에게서 아름다운 시도 거침없이 빼앗아버리려고 합니다.

이번호를 엮으며 느낀 것은 정치나 교육에 대해 정치적인 것은 어른들뿐이라는 사실입니다.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고 춤을 배우듯, 밀양 어르신의 분향소에 찾아가고 국정원 소모임을 만들면서 제 나름 세상을 배워가고 있는데 말입니다.

살아 있는 한, 그리고 이성이 있는 한 우리는 자신이 경험한 만큼의 정보를 바탕으로 특정한 관점을 가지고 세상을 보게 됩니다. 그 속에서 교육의 역할이 있다면 그 정보와 관점을 넓고 깊게, 다양하게 접하도록 돕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선택은 아이들의 몫이자 권리이겠지요. 교사가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있으려면 정치 활동을 많이 해봐야 한다는 어느 교사의 이야기처럼 ‘중립적 태도’란 아무런 입장도 취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저울 바늘처럼 쉼 없이 흔들리며 찾아낸 ‘균형감 있는 입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왕이 행차할 때, 글을 모르는 백성들이 징이나 꽹과리를 치며 자신의 억울함을 읍소하는 ‘격쟁’이라는 정치 문화가 있었다지요. 조선시대 격쟁처럼, 이 시대 학생들에게도 제 처지에 맞게 ‘삶의 고단함’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로운 통로가 필요한 듯합니다. “세상에 악이 존재하는 것은 인간의 도덕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인간을 억압하는 사회정치적 구조에 대한 저항이 없기 때문”이라는 한나 아렌트의 말을 떠올려보면, 침묵하던 학생들이 자기 생각을 또박또박 적어 벽에 붙이며 우리 사회의 ‘안녕’에 말 걸기 시작한 것은 참 기쁘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대자보가 성의 없는 타이핑이 아니라, 정성스런 손글씨라서 어떤 이들은 더 두려운 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번 명절에. 일곱 살 조카가 달력을 보더니 “세월 참 더럽게 빠르네” 하더군요. 새해를 맞으며, 더럽게 빠른(혹은 더럽게 느려터진?)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해봅니다. 생각하며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니까요.




목차


표지이야기 005

아이들 목소리가 꽃처럼 피어나기를!

엮은이의 말 006

아이들의 몫을 빼앗는 어른들


기획 특집_ 정치가 꽃피는 교육


위험하니까 물가엔 얼씬도 말고 수영은 그림으로만 배우라는데,

어른이 되어서 훌쩍 바다에 던져진 아이들은

물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008 엄마, 나 오늘 집회 나가!

017 학생의 ‘본분’이 대체 뭘까

026 우리 교육은 얼마나 정치적인가

032 교실에 정치가 꽃피게 하라

041 정치에 물든’ 청소년, 잘 살고 있습니다

048 2030 청년들, 정치교육의 안부를 묻다


또하나의 창 058 아이는 부모의 거울인가

대안학교 이야기 068 학교 안의 작은 NGO, 국정원 소모임

살며 배우며 075 마을 홈스쿨링, ‘같이 놀자’

열린 마당 084 배움의 생물학적 원리

만남 095 밑도 끝도 없는 이 자신감! 어디서 나온담?

연중기획 : 응답하라 대안교육!

104 대안교육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바라보며

118 통일, 꿈 같은 이야기

교사일기 126 교사, 학부모 다르게 만나보기

논단 134 대안교육 법제화, 꼭 짚어봐야 할 몇 가지

지난호를 읽고

145 단번에 통하리라 기대하지 말지니

152 지독한 싸움꾼이던 내가

이 한 편의 영화 160 가끔은 영화가 고향이 될 수 있다

함께 읽는 책 167 '함께'의 축복과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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