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지 이야기_높지도 낮지도 않게
높지도 낮지도 않게 세상을 건너는 저 홀씨들처럼
가볍게 날아올라 어두운 세상 건널 수 있기를
그리하여 이 땅 어딘가에 뿌리를 내리고 환한 꽃을 피우기를
엮은이의 말_깨알들의 행진
올해 초 독일의 한 고등학생이 SNS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되었답니다. “나는 곧 18세가 된다. 하지만 세금, 집세, 보험 등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그러나 시를 분석하는 데는 능하다. 그것도 4개국 언어로….” 이 짧은 문장으로 교육부장관과 각계 전문가들의 치열한 토론회가 벌어지며 독일 사회 전체가 들썩인다는 뉴스를 보고 놀랐는데, 최근 들려온 소식은 더 놀랍습니다. 불과 몇 개월 사이에 그 의견을 수렴해 11월부터 100개 학교에서 학생들이 실생활과 관련된 지식을 배우는 프로젝트 교육과정이 생겼답니다.
꼭두각시처럼 살지 않겠다며 고등학교를 뛰쳐나온 김다운이란 학생이 “여러분의 학교에 배움이 있습니까” 하는 피켓을 들고 몇 달째 1인 시위를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한국의 현실에선, 그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사회적 감수성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그러나 한편, 긴 시간 동안 다운이 같은 사람들이 헤치고 걸어온 한 걸음 한 걸음이 모여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돌이켜보면 1999년 창간 이후, 새로운 교육을 열망한 민들레의 행보는 거대한 학교체제를 포함해 인간을 억압하는 그 모든 것들과의 싸움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행복한 배움을 되찾기 위한 노력은 탈학교와 같은 체제에 대한 저항에서, 간디의 스와라지처럼 스스로 대안적인 삶을 만들어가는 ‘자기 변화’의 길과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민들레 100호 특집에서는 그런 깨알 같은 실천들, 하지만 전환의 단초가 될 소중한 노력들을 모아보았습니다. 가까운 이웃들과 육아, 돌봄, 배움, 일자리 같은 삶의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사례부터, 묵묵히 자기 발밑에서부터 변화를 만들어가는 개인의 이야기들도 담았습니다.
말은 쉽지만 행동은 쉽지 않습니다. 먼 데서 찾지 않고, 다른 누군가가 가져다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지금 여기서 주체적으로 자기 삶을 바꿔가는 이들의 목소리에는 씩씩함과 즐거움이 묻어납니다. 옛 속담에 깨가 백 번 구르는 것보다 호박이 한 번 구르는 게 낫다지만, 싱겁게 한 번 구르는 호박보다 자잘하게 복닥대며 함께 굴러가는 깨알들의 행진 속에 우리 삶의 변화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으리라 믿으니까요. 낯선 길, 험한 길일수록 손잡고 같이 굴러야 덜 외롭고 더 재밌지 않을까 기대도 됩니다 .
100호에 힘을 보태고 싶다며 기꺼이 원고를 주신 분들 덕분에 도톰한 민들레가 나왔습니다. 책을 만들며 제일 보람 있는 순간은, 민들레가 그냥 책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연결해주는 다리 같은 존재임을 확인할 때입니다. 성긴 이야기를 촘촘한 삶으로 이어가시는 분들을 만날 때 민들레는 죽어 있는 활자가 아니라, 우리 곁에 살아 있는 친구가 되는 것 같습니다 .
앞으로는 더욱 함께 만드는 민들레가 되었으면 합니다. 교육에 대한 고민이나 관심사도 던져주시고, 좋은 글이 있으면 나눠주시고, 함께 하고픈 일이 있으시면 불러주세요. 혁명이 반드시 엄숙하고 비장해야 하는 것은 아닐 터, 좋은 친구들과 깨알처럼 구르며 깨소금도 볶으면서 서로를 살리는 배움의 길을 찾고 싶습니다.
2015년 8월 장희숙
목차
표지 이야기 005 높지도 낮지도 않게
엮은이의 말 006 깨알들의 행진
기획 특집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 _1
008 민들레와 교육운동 | 민들레 아흔아홉 권을 엮은 이들의 이야기
022 소비를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는 실험공동체, 우동사 | 조정훈
031 이웃에게 배운다, 지혜공유협동조합 | 편집실
038 돌봄 공유지를 만드는 마을기업, 엄마친구네 | 권연순
050 제대로 된 엄마수업 인생수업, 품앗이 육아 | 안세정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 _ 2
062 자연출산, 그 자연스러움과 평화로움 | 광주 독자모임
072 ‘오늘’을 아이들과 함께 살기 | 이현주
079 세 아이 홈스쿨링, 각자의 인생을 열심히 살기 | 박미영
088 산책하며 놀며 배우며 | 정가람
096 놀이와 놀이터는 먼 데 있지 않다 | 편해문
단상 106 인성교육, 가능할까 | 장희숙
제언 114 좁쌀혁명, 깨알혁명을 위하여 | 현병호
논단 122 학교란 무엇인가 | 이종태
살며 배우며 134 코흘리개, 십 년이면 청년이 된다 | 바람개비
또 하나의 창 145 세월호와 메르스,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 김진우
잊을 수 없는, 세월 154 아픈 세월을 보듬으며 함께 살아가기 | 김순천
교사 일기 164 유성처럼 찾아온 아이들 | 성태숙
부모 일기 176 아이들을 위한 아빠의 통일 상상 | 정영수
소자보 184
풀뿌리사회지기학교 신입생 모집 / 대안교육연대 제도화 포럼 / 실상사작은학교·수지꿈학교·대전자유발도르프학교·대전자유발도르프 킨더가르텐·삼무곡어린이마을 신·편입생 모집 / 수원칠보산자유학교 중등과정 입학설명회 / 문탁네트워크 가을강좌 / 2015년 여름 우리말글 대안교육교사 강좌 연수 / 하남 꽃피는학교·초등 벼리학교· 꽃피는학교 옥천학사 중등과정·무등자유발도르프학교·광명YMCA 볍씨학교 교사 모집
182 새로 나온 책 186 입금자를 찾습니다 187 독자가 보내온 편지
189 전국 독자 모임 안내 190 100호 기념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을 만나요!
표지 이야기_높지도 낮지도 않게
높지도 낮지도 않게 세상을 건너는 저 홀씨들처럼
가볍게 날아올라 어두운 세상 건널 수 있기를
그리하여 이 땅 어딘가에 뿌리를 내리고 환한 꽃을 피우기를
엮은이의 말_깨알들의 행진
올해 초 독일의 한 고등학생이 SNS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되었답니다. “나는 곧 18세가 된다. 하지만 세금, 집세, 보험 등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그러나 시를 분석하는 데는 능하다. 그것도 4개국 언어로….” 이 짧은 문장으로 교육부장관과 각계 전문가들의 치열한 토론회가 벌어지며 독일 사회 전체가 들썩인다는 뉴스를 보고 놀랐는데, 최근 들려온 소식은 더 놀랍습니다. 불과 몇 개월 사이에 그 의견을 수렴해 11월부터 100개 학교에서 학생들이 실생활과 관련된 지식을 배우는 프로젝트 교육과정이 생겼답니다.
꼭두각시처럼 살지 않겠다며 고등학교를 뛰쳐나온 김다운이란 학생이 “여러분의 학교에 배움이 있습니까” 하는 피켓을 들고 몇 달째 1인 시위를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한국의 현실에선, 그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사회적 감수성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그러나 한편, 긴 시간 동안 다운이 같은 사람들이 헤치고 걸어온 한 걸음 한 걸음이 모여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돌이켜보면 1999년 창간 이후, 새로운 교육을 열망한 민들레의 행보는 거대한 학교체제를 포함해 인간을 억압하는 그 모든 것들과의 싸움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행복한 배움을 되찾기 위한 노력은 탈학교와 같은 체제에 대한 저항에서, 간디의 스와라지처럼 스스로 대안적인 삶을 만들어가는 ‘자기 변화’의 길과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민들레 100호 특집에서는 그런 깨알 같은 실천들, 하지만 전환의 단초가 될 소중한 노력들을 모아보았습니다. 가까운 이웃들과 육아, 돌봄, 배움, 일자리 같은 삶의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사례부터, 묵묵히 자기 발밑에서부터 변화를 만들어가는 개인의 이야기들도 담았습니다.
말은 쉽지만 행동은 쉽지 않습니다. 먼 데서 찾지 않고, 다른 누군가가 가져다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지금 여기서 주체적으로 자기 삶을 바꿔가는 이들의 목소리에는 씩씩함과 즐거움이 묻어납니다. 옛 속담에 깨가 백 번 구르는 것보다 호박이 한 번 구르는 게 낫다지만, 싱겁게 한 번 구르는 호박보다 자잘하게 복닥대며 함께 굴러가는 깨알들의 행진 속에 우리 삶의 변화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으리라 믿으니까요. 낯선 길, 험한 길일수록 손잡고 같이 굴러야 덜 외롭고 더 재밌지 않을까 기대도 됩니다 .
100호에 힘을 보태고 싶다며 기꺼이 원고를 주신 분들 덕분에 도톰한 민들레가 나왔습니다. 책을 만들며 제일 보람 있는 순간은, 민들레가 그냥 책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연결해주는 다리 같은 존재임을 확인할 때입니다. 성긴 이야기를 촘촘한 삶으로 이어가시는 분들을 만날 때 민들레는 죽어 있는 활자가 아니라, 우리 곁에 살아 있는 친구가 되는 것 같습니다 .
앞으로는 더욱 함께 만드는 민들레가 되었으면 합니다. 교육에 대한 고민이나 관심사도 던져주시고, 좋은 글이 있으면 나눠주시고, 함께 하고픈 일이 있으시면 불러주세요. 혁명이 반드시 엄숙하고 비장해야 하는 것은 아닐 터, 좋은 친구들과 깨알처럼 구르며 깨소금도 볶으면서 서로를 살리는 배움의 길을 찾고 싶습니다.
2015년 8월 장희숙
목차
표지 이야기 005 높지도 낮지도 않게
엮은이의 말 006 깨알들의 행진
기획 특집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 _1
008 민들레와 교육운동 | 민들레 아흔아홉 권을 엮은 이들의 이야기
022 소비를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는 실험공동체, 우동사 | 조정훈
031 이웃에게 배운다, 지혜공유협동조합 | 편집실
038 돌봄 공유지를 만드는 마을기업, 엄마친구네 | 권연순
050 제대로 된 엄마수업 인생수업, 품앗이 육아 | 안세정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 _ 2
062 자연출산, 그 자연스러움과 평화로움 | 광주 독자모임
072 ‘오늘’을 아이들과 함께 살기 | 이현주
079 세 아이 홈스쿨링, 각자의 인생을 열심히 살기 | 박미영
088 산책하며 놀며 배우며 | 정가람
096 놀이와 놀이터는 먼 데 있지 않다 | 편해문
단상 106 인성교육, 가능할까 | 장희숙
제언 114 좁쌀혁명, 깨알혁명을 위하여 | 현병호
논단 122 학교란 무엇인가 | 이종태
살며 배우며 134 코흘리개, 십 년이면 청년이 된다 | 바람개비
또 하나의 창 145 세월호와 메르스,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 김진우
잊을 수 없는, 세월 154 아픈 세월을 보듬으며 함께 살아가기 | 김순천
교사 일기 164 유성처럼 찾아온 아이들 | 성태숙
부모 일기 176 아이들을 위한 아빠의 통일 상상 | 정영수
소자보 184
풀뿌리사회지기학교 신입생 모집 / 대안교육연대 제도화 포럼 / 실상사작은학교·수지꿈학교·대전자유발도르프학교·대전자유발도르프 킨더가르텐·삼무곡어린이마을 신·편입생 모집 / 수원칠보산자유학교 중등과정 입학설명회 / 문탁네트워크 가을강좌 / 2015년 여름 우리말글 대안교육교사 강좌 연수 / 하남 꽃피는학교·초등 벼리학교· 꽃피는학교 옥천학사 중등과정·무등자유발도르프학교·광명YMCA 볍씨학교 교사 모집
182 새로 나온 책 186 입금자를 찾습니다 187 독자가 보내온 편지
189 전국 독자 모임 안내 190 100호 기념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을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