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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호 / 2019년 11~12월호] '함께' 읽기의 힘

◉ 목차


엮은이의 말

함께 읽지 아니할 수 없음

 

기획 특집

‘함께’ 읽기의 힘

 앎과 삶, 그 끝없는 오디세이!│이희경

순수한 배움을 경험하는 환희의 장│김동환

‘지속가능한 읽기 모임’이 되려면│김민영

그림책 도시를 꿈꾸며│엄은희

나는 왜 아이들과 함께 읽는가│서현숙

 

단상

지금 아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현병호

 통념깨기

먹는 입, 말하는 입, 사랑하는 입│이라영

 살며 배우며

10대의 눈으로 10대를 연구하다│서한울

 교사일기

남중생 언어생활 관찰기│안정선

 부모 일기

다운증후군 아이가 열어준 새로운 세상 5│최세민

 배움터 이야기

모두를 위한 통합교육, 조오니오학교 | 정은영

 논단

교육 공정성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남미자

 디지털과 교육

학교 밖의 학교│이재포

디지털 시대, 학습의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유석영

 열린마당

사랑으로 도착한 곳│김달님

 함께 보는 영화

그래도 인생은 퀵, 퀵, 슬로우│최정현

 함께 읽는 책

“혐오할 자유는 없다”│김진우

 독자마당│새로 나온 책│소자보

  

◉ 본문 미리 보기


출판사로 걸려오는 전화 중에서도 유난히 반가운 건 읽기 모임에 관한 문의입니다. 어떤 독자는 ‘함께 읽지 아니할 수 없음’의 불편함을 토로하기도 하지요. 하고 싶은 말이 쌓이고, 뜻 맞는 친구들을 찾고 싶어져서, 민들레는 ‘혼자 읽기 너무 힘든 책’이라고요. ‘실천의 매개가 되길’ 소망하는 민들레로선 고마운 불편이기도 합니다. 지속적이고 실천적인 공부공동체를 꾸려 가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번호를 엮었습니다. _ 엮은이의 말


지난 십 년 우리는 쉼 없이 변했다. 공간도 변하고 사람도 바뀌고 활동도 달라졌다. 우리는 우리를 아카이빙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뭔가를 만들고 부수고 또 만들고 부숴왔다. 그 와중에 단 한가지 변함없이 우리가 해온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세미나’였다. 세미나를 통해 우리는 텍스트를 함께 읽었을 뿐 아니라 서로의 삶을 함께 읽어갔다. 세미나를 통해 앎이 풍성해질 때마다 관계 역시 풍성해졌다. 세미나는 텍스트를 함께 읽고 쓰는 동학을, 나아가 서로의 삶에 우정으로 개입하는 친구를 만들어주었다. 우리는 점차 작지만 단단한 앎과 삶의 공동체가 되어갔다. _ 이희경, <앎과 삶, 그 끝없는 오디세이!>

 

아, 이거였구나. 어느 학생이 만들었던 한 줄 명언이 번쩍 생각났다. “독서토론이란 사랑받을 수 있는 가장 완벽한 대화.” 부박한 나는, 이 말을 가볍게 생각해왔다. 여고생들이 친한 친구와 대화를 나누니까, 사랑받는다고 표현한 것이려니 생각했다. 실은, 이 말의 무게는 묵직한 것이었다. 이제야 고대 문서에 적힌 암호를 해독해내듯, 이 말의 비밀을 풀었다. 한 인간이 어마무시한 세상에 팽개쳐지더라도, 서로의 생각에 대한지지, 서로의 삶에 대한 존중과 응원의 기억이 그 영혼에 원체험으로, 신체에 형성된 항체로, 각인되어 있으리니. _ 서현숙, <나는 왜 아이들과 함께 읽는가>

 

돌이켜보면 하나만 알고 둘은 몰라서 저지른 일들이 많았으니, 그렇게 저지른 일 때문에 숱한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우리가 지금 아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결혼을 하는 이도, 아이를 낳는 이도 더욱 줄어들었을 것이다. 모르면 용감하다는 말처럼 몰랐기에 할 수 있었고, 당하면 감당하지 못할 일이 없다는 말처럼 저마다 하루하루를 감당해내며 살아가고 있다. 때로는 현명하게 때로는 어리석게 처신하며, 지금 아는 것을 그때는 몰랐기에 저지른 어리석은 일들 덕분에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이 얼마나 많은가. _ 현병호,<지금 아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대안교육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진술은 ‘개별 대안학교 현장의 존립 위협’이 조금씩 더 확산되고 있는 현상을 뜻하는 것 같다. 위기risk는 위험danger와 다르다. 위기는 구조적으로 발생하고, 쉽게 극복되지 않으며, 그것을 이겨내려면 관련 당사자들의 협력이 폭넓게 요청된다. 실업이나 빈부격차, 민족 및 인종 갈등, 기후변화 같은 것이 대표적으로 위기 목록에 담겨 있다. 지금은 우리에게 닥친 위험신호의 의미를 간파하고, 곧바로 대응할 때이다. 대안교육의 진정한 위기는 그 사실을 외면한 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을 때 확산될 것이다. _ 이병곤, <대안학교, 위기와 재도약 사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