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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권 78호] 교육과 공간

엮은이의 말

 

결혼하고 지금까지 여덟 번 이사를 했습니다. 

짐 싸고 푸는 일에도 차츰 꾀가 나서 풀지도 않고 처박아두는 보따리가 점점 늘어갑니다. 

처지가 그렇다 보니, 공간 이야기를 무람없이 꺼내기가 편치 않습니다. 

집에 담긴 철학 운운하기에는 모든 공간을 관통하는 자본의 논리가 너무 막강하지 않느냐 먼저 묻고 싶어지는군요.    

 

서울 변두리 끝자락에 연탄 갈며 살던 우리 집이 있었습니다. 

오라비와 제가 어린 시절을 다 보냈던 그 집 담벼락엔 맨드라미가 붉었습니다. 

아버지가 한번씩 녹색 페인트를 사다 대문을 칠하셨고, 

겨울엔 마루에 쇠난로를 앉혀 큰 주전자에 보리차를 끓여 먹기도 했습니다. 

진작 허물어진 그 집이 때때로 마음 속을 오갑니다.        

우리 아이들도 집을 기억할까요.

아, 그 옛날 우리 집! 우리 학교! 하며 그 근처를 헤매일까요. 

자본의 논리에 엉켜든 어른들 옆에서 덩달아 어린 시절을 저당 잡힌 건, 설마 아니겠지요. 

차원을 달리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거기가 어디든 공간 안에 내 생각과 느낌과 이야기들을 온전히 담아내어 진짜 주인으로 살아가는 것, 

‘의연하게 담대하게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그 곳을 장악하고 살려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자본권력을 전복하는 새로운 차원의 공간적 삶 아닐까요?

 

걱정 많던 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나의 입장을 갖고 사는 일과 짜증나게 용쓰며 배우는 삶에 관해 전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춤추고 싶었던 어느 교육자의 꿈도 꼭 기억했으면 합니다. 

‘대안교육의 빛과 그늘’ 그 마지막 편에는 부모들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왜 빛은 희미하고 그늘만 그리 깊냐고 나무라지 말아주세요. 

그늘이 거두어진 자리에 환한 봄볕이 깃들 것을 의심치 않으니까요. 

공포의 방학을 앞둔 어느 모녀의 집에도 따끈따끈한 응원을 보냅니다. 

 

고양이 꽃네는 민들레 사무실의 가장 오래된 식구입니다. 

십여 년을 함께 이사다니며 터줏대감 노릇을 착실히 했다지요. 

난로 옆자리를 차지한 탓에 대선배 꽃네와 책상을 나눠 쓰며 초겨울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건강상의 이유로 잠시 쉬셨던 김경옥 주간이 다시 일터로 복귀하셨습니다.

민들레 갈피마다 그녀의 강건함이 되살아날 거라 생각하니 더없이 기쁘고 반갑습니다. 

그동안 서툰 솜씨로 허둥거렸던 저는 이제 물러갑니다. 

민들레 식구로 함께했던 일 년의 시간이 제게는 참 고마운 기억들입니다. 잊지 않고 깊이 새기며 살겠습니다.
꽃네의 얼룩 궁둥이가 한동안 그리울 것 같습니다. 늘 평안하십시오.

 

2011년 12월 

진형민 

 

 

표지 이야기      

005    학교를 매달고 하늘로 훨훨
엮은이의 말     

006    우리 아이들도 집을 기억할까요?

    

기 획 _ 교육과 공간

008    공간과 삶? 삶과 공간! | 이일훈
014 교육권력과 학교건축 | 조후
024 교육공간으로서의 집과 마을 | 현병호
034    학교 꼴이 변하고 있다 | 편집실

 

민들레 단상     

044   공간과 사람 그리고 삶 | 김경옥
좌 담                     

048   부모들이 말하는 대안교육의 빛과 그늘 | 김, 경, 유, 은
세계 대안교육 현장을 가다  

061   스스로, 자신을 단련하고 성장시켜라! | 하태욱
책으로 만나는 과학  

070   과학자의 눈으로 본 교육 그리고 죽음 | 이철국
                             

열린 마당  

078   자퇴생도 거부자도 스펙이 있어야 돼? | 하나래
교사 일기  

085   삶이 짜증나게 힘든 아이와 진땀나게 씨름하며 | 성태숙
강 연 

094   아이들과 함께 춤을 | 곽노현
                 

다시 읽는 명칼럼  

102    민주주의는 장소다 | 이문재
살며 배우며  

104    나의 입장을 갖고 산다는 것 | 김부름 

110    배운 것을 잊어야 할 때 | 박성희

세상 읽기  

116    우리 사회에 희망이 있습니까? | 하승수
숲이 들려주는 이야기  

122    벌컥성질과 걸핏망각을 피하는 길 | 김희동

지난호를 읽고  

130    공포의 방학을 앞두고 | 권영숙
탐방  

138    이 어린 것들이 겨울을 어찌 넘긴대요? | 진형민
독자 인터뷰  

151    학교 땡땡이 치고 놀러 왔어요! | 편집실

 

소자보  

제주 해오름생태학교 겨울캠프 | 해보라학교 초등학생 겨울캠프 | 소호마을 산촌유학생 모집 및 

겨울캠프 | 춘천 별빛산골교육센터 겨울캠프 | 지리산어린이계절학교  | 푸름이 겨울환경캠프  

고마리작은학교 겨울캠프 | 간디공동체 주말가족캠프 | 삼각산재미난학교 신편입생 추가모집 

동림자유학교 신편입생 추가모집 | 꿈꾸는아이들의학교 길잡이교사 모심 | 생활창작공간 ‘새끼’ 강좌

‘수상한 놀이터’ 청소년 성교육 프로그램 | ‘다중지성의 정원’ 강좌 | 십대인문과정 ‘인문놀이터’  

‘노래꽃’ 합창교실 | ‘교사는 누구인가’ 교사성장 세미나    
 

121    하승수 변호사와 함께하는 78호 독자모임 안내  

156    대안교육 소식  

158    새로 나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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