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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호] 동물과 아이들, 함께 살다

◆ 목차


엮은이의 말_ 먹거나 사랑하거나


기획_ 동물과 아이들, 함께 살다

늙은 개와 함께한 육아│김상아

나는 동물을 기르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원성완

아이들은 왜 동물 캐릭터를 좋아할까│김동환

동물원에 갈까, 숲에 갈까│황윤

동물보호교육 자료│편집실

애완동물과 반려동물│최훈


단상

사람 아닌 존재들과 함께 사는 법│장희숙

살며 배우며

“내 인생은 망하지 않았어요”│오유진

연중기획

대안교육 20년의 반성적 평가│이철국

교육동향

세계의 입시 패러다임과 한국 교육의 방향│이혜정

만남

베짱이가 되고픈 개미들의 도서관│편집실

열린 마당

자유로운 배움을 위한 헌법│이성민

부모 일기

새로운 통일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에게│엄미야

따뜻한 페미니즘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와 이해│이성경

기고

사유하는 인간을 길러내는 교육의 대안성│이태영

또 하나의 창

그럼에도 ‘왜’냐고 묻는 삶│김지원

교육과 나눔

나눔의 재해석│김성훈

지난 호를 읽고

돌봄의 기술은 어디서 배울 수 있을까│안도연

함께 읽는 책

대학의 변화, 시민사회의 변화│이현주

함께 보는 영화

다시 마주한 경계인들의 삶│성상민





엮은이의 말


먹거나 사랑하거나


산토끼, 멧돼지, 노루, 산비둘기, 오소리, 꿩… 제가 먹었던 야생동물들입니다.

고기를 좋아해서 ‘애노(고양이의 강원도 방언)’라 불리던 꼬맹이 시절, 동네 아저씨들이

야생동물을 잡아먹는 현장에 늘 동석했지요. 몽둥이를 들고 마당 구석에 숨은 산토끼를 쫓거나

긴 칼로 멧돼지 배를 가르는 장면을 목격하고는 엉엉 울다가도, 고기 굽는 냄새가 솔솔 풍기면

나도 모르게 그만 현장을 기웃거리는 자신을 발견하곤 했습니다. 슬프기는 슬프고, 고기는 맛있고…

그때부터 인간으로 살아가는 삶의 모순을 깨달았다 할까요.

인류의 긴 역사 속에 사람 곁에는 늘 동물이 있었지만 그들의 자리는 계속 달라지고 있습니다.

영국은 올해부터 애견숍에서의 ‘강아지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답니다. 예전에 노예제가 그랬던 것처럼

동물이라는 생명체 또한 사고파는 ‘물건’이 아님을 법으로 증명하는 거지요.

동물에 대한 인식은 한국사회에서도 급속한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불과 수십 년 전, 마당에 묶어 기르던 개도 한순간 음식이 될 수 있었던 시간을 지나

이제는 생을 함께하는 또 하나의 가족으로 여기는 정서가 익숙합니다. 올해 2월 통과된

동물보호법 개정안에는 중고등학교에서 동물 해부 실습을 금지하는 조항이 포함되었다지요.

타인의 고통 위에 삶을 얹으며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지만 그 희생을 최소화하자는 감수성이

사회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 같아 반갑습니다.

이번 민들레에는 우리 곁에 한발 가까워진 동물이라는 생명체의 존엄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그들과 공존하기 위해 어떻게 사유하고 무엇을 탐구해야 할지, 아이들에게는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어떻게 알려줄 수 있을지 담아보았습니다.

동물과 아이들은 서로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그래서 쉬이 친구가 되기도 하지만,

아이 입장에서 인간이라는 우위를 이용해 동물을 함부로 대하기도 쉽습니다. 동물체험 카페나

농장 등 부쩍 성장한 동물산업 속에서 핵심 소비자가 된 아이들은 더욱 왜곡된 방법으로 동물을

만날 기회가 많아졌기에 올바른 경험과 교육이 필요합니다. 이번 호를 계기로 다른 존재와

제대로 관계 맺는 법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지난 4월, 깜짝 선물처럼 찾아온 남북정상회담은 사람들에게 큰 감동과 기쁨을 안겨주었습니다.

“이게 나라냐”며 절망의 긴 세월을 잘 견뎌낸 보람이 있구나 싶습니다.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는

공간민들레 청소년에게 그 이유를 묻자, 북한에 있는 맛집을 탐방하고 싶다네요. 무거운 이념이나

신념은 내려놓고, 저도 그리 깃털처럼 가벼운 소망을 담아 남북통일의 그날을 손꼽아봅니다.


2018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