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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권 35호] 잔머리 굴리기와 교육 외

엮은이의 말 l

‘더불어 숲’과 ‘따로 또 같이’ l

‘나무가 나무에게 말했다. 더불어 숲이 되어 지키자.’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이들이 곧잘 인용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돌아보면 묵은 세상 또한 이미 이런 원리로 움직이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무리를 짓고 패거리를 만들어 힘자랑을 하면서 자기를 지키는 것이 세상 돌아가는 모습 같습니다. 의사도 약사도 한의사도 그렇게 서로 힘겨루기를 하고 그러는 현실을 보면 숲을 이루는 이점을 너도나도 십분 알고 있는 듯합니다.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있듯이, 이익집단은 이익이 보장되는 한 서로 똘똘 뭉쳐 하나의 패거리가 되지만, 이념집단은 조금만 생각이 달라도 사분오열 패가 나뉘곤 하지요. 어찌 보면 이쪽이 패거리 짓기가 더 활발한 셈입니다. ‘더불어 숲’.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이들끼리 손잡고 힘을 모으자는 뜻일 텐데, 서로 손을 잡는 것이 구태의연한 패거리 짓기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패거리가 오로지 자기 패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면, ‘더불어 숲’은 전체의 이익을 위해 자기를 내려놓을 줄도 아는 사람들의 집단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가 옳다는 함정에 빠져 다른 쪽을 틀렸다고 몰아붙이거나 제거하려 들지 않는 것, 끝없이 욕심을 부리다 추한 뒷모습을 보이며 쫓겨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에게 필요한 만큼만 취하고 때가 되면 스스로 물러갈 줄 아는 것이 숲의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요? 나무들이 끼리끼리 군락을 이루어 다른 나무들이 자라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기도 하지만, 때가 되면 그 군락도 쇠하기 마련이고 다른 나무들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지요.
아무리 동질적인 집단이나 사회에도 이질성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이는 상대계의 숙명 같은 것이겠지요. 이질성을 제거하는 순간 동질성 속에서 새로운 이질성이 모습을 드러내기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문제는 소통과 공존이 아닐까 싶습니다. 서로 상대방을 제압하려 들거나 동화시키려는 노력을 하기보다 다름을 이해하고 ‘따로 또 같이’ 어울릴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함께 손잡고 가기 어렵다고 해서 서로 적이 될 필요는 없겠지요. 좀더 거리를 두고 가더라도 결국 한 길을 가는 길동무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대안학교들이 겪는 이런저런 갈등들을 보면서, 그리고 최근 푸른숲학교가 우여곡절 끝에 결국 둘로 나뉘는 것을 지켜보면서 대안교육과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새삼 확인하게 됩니다. 갈등을 대화로 푸는 법을 모른다는 점에서는 진보나 보수나 매한가지지요. 서로 설득하려 애쓰기보다 상대방의 말을 귀담아 들을 줄 아는 사람, 들어보다가 그 말이 맞으면 자기 주장을 접고 변절(?)할 줄도 아는 그런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참 많은 갈등이 쉽게 풀릴 것 같습니다.
대안교육 판에 몸담고 있는 것이 종종 버겁게 느껴집니다. 대안교육 잡지다운 잡지를 내는 것도 버겁고, 민들레가 전하는 메시지에 부끄럽지 않게 살기도 버겁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새삼 느낍니다. 과연 그렇게 살 수는 있는 걸까, 어쩌면 부끄러워하면서 사는 것만으로도 잘 사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부끄러워하는 것조차 잊어버리거나, 애써 부끄럽지 않으려고 하다보니 억지를 부리게 되고 결국 스스로 무덤을 파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러면 이렇게 발행일을 지키지 않는 것도 그냥 부끄러워하는 걸로 넘어가면 될까? 참 생각이 복잡합니다.
최근에 어떤 분이 민들레 홈페이지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한 학교를 소개하려면 그 학교에 머물면서 진짜 모습을 보도록 노력해야 하고, 아울러 그 학교 아이들의 진짜 이야기(아이들의 불만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도록 귀를 기울여)를 전해줌으로써 매스컴을 통해 포장되는 많은 대안학교들의 참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안학교가 되지 않겠는가? 지금 매스컴을 통해 포장되고 있는 많은 대안학교들이 무늬만 대안인 것은 스스로도 느끼고 있지만, 아직은 정착이 더 중요하기에 비판보다는 칭찬과 격려로 일관하는 거 같아 안타깝다.

대안학교의 실제 모습을 제대로 보고 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들 느끼고 있지요. 대안학교들이 늘어나면서 무늬만 대안인 학교들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또 대안학교답게 제대로 해보려고 애쓰는 학교에서도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일어나면서 우리를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럴 때 민들레가 그 실상을 파헤쳐서 가려운 곳을 긁어주었으면 하는 것이 독자들의 바람일 것입니다.
사실 그 바람은 민들레의 희망사항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일이 의욕만으로는 잘 안 됩니다. 정작 한 학교에 여러 날 머물면서 속을 제대로 들여다보려 해도 취재 역량(민들레의 인적, 물적 역량)이 받쳐주지 못하고 해당 학교의 사정도 있고 해서 실행으로 옮기는 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욕먹을 각오하고 쓴소리를 하려고 마음먹지만 쓴소리도 제대로 알고 해야지 대충 알고서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막상 깊이 들여다보자면 진실이란 것이 한쪽에만 있는 것이 아니어서 제대로 다루기가 참 쉽지 않음을 종종 느낍니다.
그래도 민들레가 해야 할 일이 바로 그런 일이겠지요. 역량이 닿는 만큼이 아니라 역량이 거기에 닿을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겠지요. 직업이 직업인 만큼 ‘업(業)’이려니 하고 부딪혀보겠습니다. 대안교육의 내실을 위해서나 우리 교육의 변화를 위해서 누군가는 ‘악역’을 맡아야겠지만, 그 일이 해당 현장에도 도움이 되게 지혜롭게 풀어야겠지요. 그리고 현장은 현장대로 자신의 문제를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고 봅니다. 어떤 문제가 제대로 공론화가 안 되면 뒷공론이 무성해지기 마련이지요.
패거리가 아닌 건강한 공동체가 되자면 구성원들 사이에 의사소통이 활발해지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유머감각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에 가장 부족한 생필품이 바로 유머감각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로라 하는 신문들의 만평에서도 비아냥과 비웃음은 넘쳐나는데 연민이 담긴 미소는 눈 씻고 찾아도 보기가 어렵지요. 같은 약점을 지닌 인간으로서 연민 어린 미소와 때로는 너털웃음으로 서로의 간극을 메울 수 있다면 다른 생필품이 좀 모자라도 훨씬 살 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호에는 긴 글이 많습니다. 읽고 싶은 만큼만 읽으셔도 되지만, 아마도 읽다보면 끝까지 안 읽을 수 없는 글들일 겁니다. 애초에 이번호에서는 교육과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가, 또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다 흘러 흘러 엉뚱한 곳으로 와버린 것 같습니다만, 이곳도 볼 만한 곳이 꽤 많습니다. 덕분에 시월을 넘기지 않고 겨우 서른다섯 번째 민들레를 냅니다. 아스팔트 틈새에서 피는 민들레도 슬럼프에 빠질 때가 있구나 그렇게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35호 차례

민들레 단상
잔머리 굴리기와 교육 / 현병호

부모 일기
나도 치맛바람일까 / 이의선

대안학교 이야기
자자학교 공간을 고민하면서 / 조경미
대안학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크리스 메르코글리아노

살며 배우며
홈스쿨링에 관한 10문 10답 / 이신영
맛있는 밥 천천히 먹기 / 이다슬
견습학교 이야기 / 전희식

또 하나의 창
그리운 ‘변절자’ / 농주

열린 마당
‘산촌 유학’을 제안합니다 / 김일복

민들레 논단
아이들의 관심에 기초한 학습 / 엘리엇 레빈

함께 읽고 싶은 책
새삼스런 물음, 교육의 목적은 무엇인가? / 편집실

소자보
인시도(인터넷 시민도서관) 자연학교와 청소년학교 /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에서 마련한 교사성장프로그램 / 수원 대안교육과 대안사회를 위한 교양강좌 / 수원지역 대안학교 설립위원회 생활교사 모집 / 간디자유학교 신입생 모집 / 인천에서 함께 학교를 만들어갈 교사, 조합원, 설립위원 모집 / 천리포수목원 교육생 모집 / 실상사작은학교 신입생 모집 / 초등대안 자자학교 신입생 모집 / 녹색대학 신입생 모집 /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창작 과정 / 과천 평촌 지역에서 비슷한 또래를 찾습니다 / 초등 대안 방과후 모임 제안 / 두 번째 홈스쿨러 캠프 준비 / 공동육아 어린이집 조합원 모집 / 대구 달서구 민들레 독자 모임 / 대안교육연대와 함께해주세요 / 2004 대안교육 한마당 ‘세상과 소통하는 대안교육’이 열립니다 / 파주 자자학교가 학교 건물을 지었습니다 / 하남 푸른숲학교가 나뉘어졌습니다

배움의 연대, 배움품앗이 마당이 열렸습니다 
탈북 청소년을 돕는 셋넷학교가 문을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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