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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권19호]2002년 1-2월호 : 기획 · 두려움에서 자유로운 교육 외

편집자가 독자에게 ㅣ

세 돌을 맞으며

욕을 많이 먹읍시다!
민들레가 벌써 세 돌을 맞았습니다. 유아사망률이 매우 높은 잡지계에서 {민들레} 같은 격월간지가 세 돌을 맞는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하는 분들이 많더군요. 하지만 '민들레 같이' 뿌리를 땅속 깊이 박고 땅바닥에 찰싹 붙어 겨울을 지낸다면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그저 '자연스러운' 일이지요.
아무튼 세 돌을 맞은 민들레에 여러 분들이 덕담과 악담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오래 살려면 악담도 들어야 한다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아무쪼록 올해는 욕을 많이 먹는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애를 써보겠습니다. 그리고 민들레도 욕 먹는 일을 각오하듯이 대안교육 현장에 계신 분들도 욕 먹는 일을 꺼리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한 비판과 토론을 통해 모두가 성장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대안교육 또 대안학교는 완성된 무엇이 아니라 대안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그러지요. 제도교육이 문제점을 덮어두기만 하다 오늘날 이렇게 곪았듯이 대안교육도 문제점을 덮어두면 결코 제대로 성장할 수 없을 것임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입니다. 우리 스스로 부끄러운 점을 드러내고 정직하게 맞닥뜨릴 때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 힘이 생겨날 것입니다. 드러내는 것은 사라지고 감추는 것은 언제까지고 남는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명심합시다.

이번 호에서는 슈타이너 교육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여러 해 전부터 붐처럼 일고 있는 슈타이너 교육에 대한 관심이 우리 교육과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 또 어떻게 관련을 맺는 것이 바람직할지에 대해 새롭게 짚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뭐가 좋다더라' 하면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서 뒤질세라 너도나도 허둥지둥 좇아가는 풍토가 우리 교육계에도 뿌리깊게 스며 있음은 모두 잘 알고 있는 현실이지요.
그런데 바로 내 자신이 그런 사람은 아닌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좋은 약도 그것이 어떤 효력이 있는지, 내 몸의 체질과 맞는지, 맞다면 어떻게 어느 만큼 먹으면 좋은지, 잘 살펴본 다음에 먹어야 부작용을 피할 수 있으니까요. 온갖 골병이 든 우리 교육에 슈타이너 교육을 만병통치약처럼 복용시키려 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일입니다. 어떤 명약도 만병통치약은 아니듯이 또 만인의 약은 될 수 없듯이, 어떤 교육론도 교육방법도 복용을 잘 해야 할 것입니다.
바라건대 이 주제에 대해 많은 분들이 토론의 장을 열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슈타이너 교육을 공부하는 분들이나 관심 있는 분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도 좋겠고 글을 통해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자리를 만들어도 좋을 듯합니다. 민들레에서도 기꺼이 그런 자리를 내 드리겠습니다.

두려움의 굴레에서 자유로운 교육을 위해
이번 호에서 가장 무게를 둔 주제는 '두려움에서 자유로운 교육' 입니다. 사실상 지난 3년 동안 민들레에서 말해 온 것들이 결국 이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2호에서 대안교육의 지평을 넓히자고 제안하면서 했던 말은 오늘도 여전히 우리의 현실인 것 같습니다.

"…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정서는 바로 두려움이라고 봅니다. 실패와 좌절에 대한 이 두려움은 분노를 낳습니다. 우리들 얼굴 표정이 대체로 딱딱하게 굳어 있는 것도 그 때문이지요. 다른 사회에서 살아본 사람들은 우리가 마치 화난 사람들 같다고 하지요. 사실 우리는 진짜 화난 사람들입니다. 그 화난 상태가 너무 일상화되어 스스로 그것을 느끼지 못할 뿐이지요. 우리를 사로잡고 있는 두려움, 이 두려움에서 또한 탐욕이 생깁니다. 사실 가장 겁이 많은 사람이 가장 탐욕스러워지지요. 우리는 이처럼 두려움에 사로잡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식으로 경쟁을 하면서 폭력적이고 탐욕스러운 사람으로 가득한 사회를 만들었습니다. …"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 골대를 돌아오는 선착순 달리기가 우리를 그처럼 쉽게 지치게 만드는 것은 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입니다. 다른 친구들보다 한 걸음이라도 더 앞서려고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달리던 그 때 그 행동을 단지 철없음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요? 경쟁 이데올로기가 우리 삶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지, 그 이데올로기에서 해방될 때 얼마나 자유롭고 풍성한 삶이 펼쳐질 수 있는지를 명확히 깨닫지 않고는 누구도 거기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더욱이 경쟁 이데올로기에 이미 세뇌당한 아이들에게 그것을 기대하기는 힘든 일이지요. 반에서 일이등 하는 친구가 자퇴를 고민하면 같이 고민을 해주기보다 경쟁자가 하나 줄어드는 것을 기뻐하도록 만드는 구조, 그 구조를 바꾸는 작업이 필요할 것입니다.
구조를 바꾸는 일은 물론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교육개혁이니 입시제도 개선이니 하는 것들은 그저 축구 골대 대신 가까운 농구 골대를 돌아오도록 규칙을 조금 바꾼 정도일 뿐이지요. 경쟁은 갈수록 더 치열해져 이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기에 이르렀습니다. 어떤 엄마는 아이가 영어를 못해 세상살이에 뒤쳐질까봐 혀가 잘 꼬부라지도록 혀 아래 인대를 자르는 수술을 시키기까지 합니다. 이 시대 부모의 맹목성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엽기적인' 사랑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편으로는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아이가 세상에서 제몫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그 엄마와 자식의 발악에 가까운 몸부림이 안스럽기도 합니다. 삶이 그렇게 고단한 일이어야 하는지….
'적자생존'이란 말이 우리의 좌우명이 되다시피한 이 세상에서 이긴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것을 절대 진리로 알고 살아가도록 내몰리는 아이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까요? 우리가 두려움 속에서 산다면 두려움을 전해줄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자신의 자녀가 평생을 두려움 속에서 안전을 찾아 전전긍긍하며 살기를 바라는 부모들이 있겠습니까마는 실상 우리네 부모들이 하고 있는 일은 그런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우리 스스로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우리 삶 속에서 스스로 구현함으로써 아이들에게 몸으로 보여주는 것, 그것만이 진정으로 아이들을 사랑하는 일이 아닐런지요. 두려움은 두려움을 낳고 사랑은 사랑을 낳는다는 진실을 되새기기, 그리고 깨어 있는 눈으로 우리 주변에서 두려움의 잔재들을 하나씩 치워나가기. 그 일을 우리 모두가 서로를 일깨우고 격려하면서 해나갔으면 합니다.


19호 차례

편집자가 독자에게
세 돌을 맞으며 / 현병호

민들레에 바란다
광야에서 외치는 민초들의 소리 / 채규철
민들레, 그 영혼의 자유 / 들꽃가을
민들레의 힘, 그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 / 황윤옥
민들레 꽃처럼 살아야 한다 / 김종혁
욕 많이 먹으십시오! / 양희창
자신의 새로운 교육학을 만들어가길 / 박복선

기획-두려움에서 자유로운 교육
"저마다 머리 위에 바위덩어리를 하나씩 이고 사는 우리들. 앞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오늘'을 살지 못하는 우리들. 두려움은 어쩌면 에이즈보다 더 무서운 전염병 질환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눈빛만으로도 옮을 수 있으니까요. 두려움 병에 걸린 엄마와 우리 아이들, 어떻게 하면 나을 수 있을까요?"

두려움과 배움은 함께 춤출 수 없다 / 크리스 메르코글리아노
두려움은 어떻게 아이들을 실패로 이끄는가 / 존 홀트
장래에 대한 두려움이 아이의 장래를 가로막는다 / A. S. 니일
옆집 아줌마를 조심하세요 / 좌담
두려움과 사랑, 우리 앞에 열린 두 갈래 길 / 현병호

이 한 편의 시
기쁜 소식 / 틱낫한

부모 일기
나는 자신감을 주는 부모인가? / 박창순

토론마당-슈타이너 교육 다시보기
"슈타이너 교육은 우리에게 무엇일까? 바다 건너에서 들어온 것이라면 무엇이든 근사하게 보이는 이상한 눈병을 앓고 있는 우리들인 만큼 눈을 잘 씻고 한 번 찬찬히 살펴볼 일입니다. 스스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슈타이너 교육은 우리 교육의 대안인가 / 문재현
독일에서 던지는 새로운 물음, 발도로프학교와 인종주의 / 토마스 쿠엘

현장을 찾아서
서울시대안교육센터 네트워크실험교실 / 김경옥

생각 하나
육식 문화와 학교 급식 / 이광조

대안교육 지역 네트워크-인천·경기지역
공동육아협동조합/광명YMCA,볍씨어린이학교/국제복음고등학교/꾸러기학교/꿈나무학교/내일을여는책/두레자연고등학교/두루생활협동조합/두밀리자연학교/들꽃피는학교/맑은샘솟는학교/백둔리자연학교/산어린이학교/야마기시즘사회경향실현지/여럿이함께만드는학교/운암초등학교/자유반디학교/인천시민협동조합/참나무와도토리현장학교/창조학교/한국루돌프슈타이너인지학연구센터/한국루돌프슈타이너교육예술협회/햇빛학교

소자보
고양어린이학교에서 알립니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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