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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권23호]2002년 9-10월호 : 명절, 사람 그리고 삶 외

엮은이의 말

우리 안에 있는 힘을 신뢰하기


사람 잡는 명절, 사람을 살리는 명절
명절 어떻게 보내시나요? 가만 있으면 알아서 간다구요? 아니면 손에 물 마를 새 없이 일하다보면 언제 간지도 모르게 가버리나요? 명절이 즐거운지 괴로운지에 따라 아이와 어른의 경계가 나뉘기도 할 것 같습니다. 어른 노릇, 사람 노릇 제대로 하기 위해 ― 실제로는 그렇게 인정받기 위해 ― 울며 겨자먹기로 보내기 싫은 명절을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지요. 그러나 사람을 위해 생겨난 명절이 사람잡는 명절이 되고 만 현실에 순응하는 것이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길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통의 힘, 세태의 흐름을 거스르기가 쉽지 않지만 우리 속에는 새로운 전통을 창조할 수 있는 힘이 있음을 믿습니다. 차례가 우리 명절 속으로 들어온 것이 불과 이삼백 년 전의 일이듯이, 영구불변할 듯한 전통이 실제로는 끊임없이 변하는 것임을 우리 또한 모르지 않습니다. 관성대로 행동하기 쉬운 인간의 행동양식 때문에 전통이란 것이 우리 삶을 지배하는 듯하지만, 우리가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하루아침에 우리가 그것을 바꿀 수도 있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어려서 한 이불 밑에서 잠자던 가족들이 근 일 년만에 만나 서로 얼굴도 한 번 제대로 바라보지 않고서 외교적인 웃음을 띤 채 인사치레만 하고 헤어지거나 고스톱판에 둘러앉아 시간을 죽이다 또 다시 뿔뿔이 흩어지는 명절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정말 제대로 만나는 명절이 될 수는 없을까요? 다 함께 즐거울 수 있는 명절, 가까운 이들끼리 정말 가까워질 수 있는 명절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번 호에서는 그런 고민을 먼저 하면서 새로운 명절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분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사이비 여행과 진짜 여행의 차이를 아시나요?
여행만큼 좋은 교육은 없다는 말을 흔히 하지요. 학교에서 '수학여행'이란 이름으로 떼지어 몰려다니는 사이비 여행과 진짜 여행은 비교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짜 살아 있는 여행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책이나 강의가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영역일 것입니다. 우리 쌀을 지키자며 100일 동안 이 땅을 걷고 있는 아이들, 무전숙식을 하면서 고생여행을 한 아이들, 광활한 러시아 대륙을 학교로 삼고 있는 아이들, 그들이 경험하는 배움은 어떤 것일까요?
여행학교라는 것이 있지요. 이전에 민들레에서 간단하게 소개하기도 했듯이, 덴마크의 트빈스쿨이나 일본의 지구학교, 그 밖의 많은 학교들이 세상을 학교 삼아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돌아다니는 것이 최선의 교육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자기가 사는 지역의 문화도 제대로 모르면서 바다 건너 낯선 문화를 경험하면 무엇하며, 학교 뒷산에 무슨 새가 사는지도 모르는 채 멀리 철새기행을 떠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익숙한 것을 떠나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환경을 만남으로써 익숙했던 것이 새롭게 보이기도 합니다. 봄을 찾고자 세상을 떠돌다 집에 돌아와보니 마당에 매화가 피었더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집에 가만히 앉아서 맞이하는 꽃망울과 눈보라치는 세상을 떠돌다 돌아와서 맞는 꽃망울이 같은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제 우리 사회도 교육과 공부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살아 있는 배움이 가능한 학교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교의 시공간을 넓히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양한 학교 틀을 만들고 새로운 방식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획기적인 시도를 할 때가 무르익은 것 같습니다. 이번 호가 여행과 교육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시민이 운영하는 공립학교 만들기
국가가 만들고 운영하는 학교만 공립학교라 이름붙일 수 있을까요? 이미 다른 나라에서는 시민이 만들고 운영하는 공립학교들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여 누구나 원하는 학교를 만들고 원하는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공교육이 실현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도, 교사도 다니고 싶은 학교를 만드는 것', 그것이 결국 공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라는 것을 모르지 않건만 여전히 우리네 학교는 제 자리 걸음을 하고 있고,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지쳐 흐느적거리고 있는 상황을 타개할 길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집을 새로 짓는 것보다 헌 집을 고치는 일이 더 어렵다고들 합니다. 학교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기존의 학교 틀 안에서 어떻게 해보려고 애를 쓰다가 오히려 더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게 되고 결국 모두가 지쳐버릴 수도 있습니다. 발상을 바꾸어 새로운 작은 공립학교들을 만들어 간다면 기존의 많은 학교들도 혁신적으로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이 있듯이 낡은 집에 연연하지 말고 새 집을 짓는 과단성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대안교육이 당면한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도 여기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호 쟁점에서 소개하는 차터스쿨 제도를 둘러싼 논의는 공교육과 대안교육이 어떤 지점에서 만나야 할지를 아주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일찍이 새로운 교육에 눈을 돌린 이들이 이미 특성화학교라는 제도를 만들어냈지만 이제 또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특성화학교로 알려진 이들 대안학교들도 일반 사립학교와 마찬가지로 재정결함보조금이란 명목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그래도 이 학교들을 다니자면 적지 않은 돈이 듭니다. 기숙사비를 내기 힘든 아이들을 위해서나, 도시가 제공하는 문화 경험을 원하는 아이들을 위해서나 도시에 누구나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학교들이 생겨나야 할 것입니다. 물론 도시에서는 학교 건물을 마련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공간 문제는 상상력을 발휘해서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풀어야 할 것입니다. 남부근로청소년회관을 하자센터와 하자작업장학교로 쓰고 있듯이 공공건물 가운데 제대로 활용되고 있지 않은 곳을 새로운 학교로 만들 수도 있고, 주중에 비어 있는 교회 교육관 같은 곳을 빌리는 것도 추진해볼 수 있습니다.
또한 학교 안에 또 하나의 작은 학교를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대안학급 같이 어정쩡한 형태가 아니라 완전히 독립된 작은 학교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한 층을 별개의 작은 학교로 만드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도심지에 학생 수가 줄어들어 고민인 학교를 그렇게 바꾸는 방안도 가능할 것입니다. 올해부터 수능시험 지원자가 대학 신입생 정원에 미달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데, 남아도는 대학 강의실을 임대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겠지요.
교육예산 문제는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아이들이 다니고 싶어하지도 않는 학교에 억지로 밀어넣고서 예산낭비만 하고 있는 지금의 학교교육 정책의 기본발상을 바꾸면 예산을 더 들이지 않고도 정말 아이들이 원하는 학교를 만들고 꾸릴 수 있을 것입니다. 우선 한두 개 학교라도 시범적으로 만들어 운영하면서 그 학교에 지원자들이 넘치면 또 만들고 또 만들면 됩니다.
대안 공립학교를 만드는 일은 전교조 선생님들에게도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학생 1인당 교육비를 덜 들이고도 더 좋은 교육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한 번쯤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지 않을까요? 아직은 제도의 한계가 있어 물꼬를 트기가 쉽지 않겠지만 일단 어디선가 물꼬를 트기만 한다면 새로운 공립학교 만들기는 전국적으로 빠르게 퍼져갈 것입니다. 어디선가 누군가 먼저 깃발을 들고 나서면 많은 시민들이 힘을 보탤 것입니다. 때는 무르익었습니다.

딱지 붙이기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우리 나라에만도 '자폐'로 진단받은 아이들이 5만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른바 정신과 '전문의'라는 사람들은 딱지 붙이기를 좋아해서 간단하게 사람을 분류해버립니다. 마치 학교에서 시험문제 몇 개로 아이들을 간단히 분류해버리듯이. 어느 날 그 아이를 생전 처음 본 어떤 사람이, 아이에게 어떤 애정도 느끼지 못하는 의사가 무심코 붙인 딱지가 흔히 그 아이의 일생을 아주 규정해버리곤 합니다.
그러나 부모나 교사가 그런 함정에 빠지지 않고 창조적인 사랑의 힘을 발휘할 때 그 아이들은 놀라운 변화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알바니 프리스쿨의 무마사토 이야기도 그 좋은 예일 것입니다. 행동과잉증이라는 딱지가 붙어 마땅한 아이가 주의 깊은 보살핌 속에서 얼마나 생각이 깊고 사랑스러운 아이로 자라났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번 호에서 소개하는 또 하나의 창, 한 자폐아(한때 그런 딱지가 붙었던 아이)에게 다가가는 가운데 자기 내면의 가장 깊은 곳까지 다다른 한 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 '다가갈 수 없는 아이에게 다가가기'도 우리에게 삶의 비밀을 엿볼 수 있는 창문 하나를 열어줄 것입니다.


23호 차례

엮은이의 말
우리 안에 있는 힘을 신뢰하기 / 현병호

명절, 사람 그리고 삶
명절 어떻게 보내십니까? 가만 있으면 그냥 알아서 간다구요? 그러면 그나마 다행일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명절은 더 이상 반갑지 않은 불청객 같습니다. 그것이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라고 여기며 이런 현실에 묵묵히 순응할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요. 사람을 위한 명절, 삶을 위한 명절 만들기, 모두 한번 부딪혀 볼 만한 일이 아닐런지요.

며느리들이 함께 손을 잡고 집안문화 바꾸기 / 박옥주
시누이의 변화로 시작된 우리 집 민주화 / 최미영
아들이 바꿔가는 명절문화 / 박대규

걸으며 배우며
우리 쌀을 지키겠다며 스스로 고생길에 나선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고생길이 스스로에게 구원의 길이 되었습니다. 잠시 길을 잃었다가 다시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길을 찾은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서 우리의 희망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세상의 중심에 선 아이들 / 김재형
당신과 함께 걷고 싶습니다 / 김은미
100일 걷기에 나선 어린 딸에게 / 송만철

세상을 학교 삼아 사는 아이들
학교 대신 사회를 선택하고서 / 최수경
무전여행 프로젝트를 마치고 / 유 진

민들레가 만난 사람
북에서 온 아이들 / 이혜영

세계의 대안학교
탐험과 여행을 하면서 배우는 학교(1) / 조한혜정

대안학교 이야기
누구를 위한 대안학교인가? / 이화룡
교사 학부모 공동연수를 마치고 / 조현숙

쟁점
시민이 만들고 운영하는 공립학교를 둘러싼 몇 가지 쟁점 / 아마노 카츠야

가정학교 이야기
학교를 다니지 않는 아이와 시골에서 함께 살기 / 정현주
홈스쿨링 세 해째 / 염미혜
홈스쿨링 가정들을 살펴보니 / 권근숙

또 하나의 창
자폐의 동굴에서 걸어 나오기 / 라운 카우프만
다가갈 수 없는 아이에게 다가가기 / 배리 닐 카우프만

이 한 장의 콜라주
블랙홀 / 돌비

대안교육연대 창립에 부치는 글
서로 손잡고서 배움의 기쁨을 노래하자! / 김희동

소자보
대안교육연대 창립잔치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여러분의 작은 힘이 큰 강물이 됩니다/2003년 녹색대학 원년 새내기 학생을 모십니다/녹색대학 '땅 한 평 사기' 후원의 밤에 모십니다/<배움의 숲>에서 함께 공부할 이들을 찾습니다/한국자율교육학회 정기 심포지엄-대안교육의 현황과 과제/서울의 마포두레생활협동조합에서 마을학교를 열었습니다/민들레 홈페이지(www.mindle.org)가 다시 새로워졌습니다/중등 대안학교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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