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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권30호] 기획 1 | 도시에서 건강하게 아이 키우기 외

엮은이의 말
l 관계맺기의 어려움을 넘어서 l

만약에 개가 말을 할 수 있다면 개와 친하게 지내는 일도 사람과 사귀는 일만큼이나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카렐 차펙(체코 극작가)

'공동체'가 우리를 구원할까? 이 시대의 화두가 아닐까 싶습니다. 대안을 찾는다는 이들이 한결 같이 공동체에 관심을 갖지만 정작 그것을 삶 속에서 풀어내는 일은 참으로 힘든 과제 같습니다. 그 만큼 이 시대가 공동체성에서 멀어져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겠지요. 다른 존재를 자기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삼는 현대문명의 폭력성이 빚은 필연적인 결과인 것도 같고, 또 한편으로는 인간의 뿌리 깊은 에고이즘에서 비롯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타자(他者)는 지옥'이라는 말이 있듯이 공동체성은 인간성의 아주 약한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가정조차도 지옥이 되어가는 마당에 어디서 지상천국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마는, 그래서 더 지상천국을 약속하는 거짓 선지자들이 활개치는 세상이 되어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흔히 대안운동이 지향하는 가치들로 꼽는 생태나 평화, 인권 같은 것들이 결국은 '공동체성'을 회복하자는 말과 다르지 않겠지요. 공동체성이란 다른 말로 하면 '관계를 건강하게 맺을 줄 아는 됨됨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공동체에 대한 정의는 워낙에 다양하여 힐러리라는 학자는 공동체의 유형을 무려 94가지나 밝혀놓기도 했다는데, 어떤 유형의 공동체든 구성원들의 관계가 서로를 살리는 관계인가 아닌가가 그 건강성의 척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코트 펙이라는 사람은 어떤 공동체가 정말 의미 있는 공동체가 되려면 '서로 솔직하게 의사소통하는 법을 터득하고, 침착함의 가면을 벗겨낸 깊숙한 관계를 나누며,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퍼하고 서로 행복하게 해줄 만큼 서로에게 헌신하는, 그래서 서로의 처지를 나의 처지로 받아들이는 그런 개인의 집단'이어야 한다고 말했다는데, 공감이 가는 이야기지요.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으려면 가정이든 직장이든 또는 마을이든 그런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가정부터 그런 공동체성을 잃어가는데 어디에서 그런 것을 찾을 수 있을지 막막하지요. 그렇다고 전통사회의 가정은 공동체적이었나 하면 결코 그렇지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여성을 억압하는 문화에서 남성인들 행복했을 리가 없고 어른 중심 사회에서 아이들도 행복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공동체성은 현대에 와서 잃어버린 무엇이 아니라 어느 시대에나 부족했던 생필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의식주 같은 다른 생필품들이 풍족해질수록 공동체성은 더 부족해지면서 갈증과 우려를 느끼는 이들이 의도적으로 공동체를 만들기도 하고 공동체성을 회복하자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높아지고 있는 요즈음 주위를 둘러보면 알게 모르게 공동체에 데인 사람들도 적지 않은 듯합니다. 공동체를 추구하는 이들일수록 개성이 강하고 고집도 남달라서 함께 어울리기가 쉽지 않은 탓도 있겠고, 개인이 억눌리는 듯한 공동체 구조를 못 견뎌서 뛰쳐나오는 이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공동체 훈련이 필요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요. 그런데 정작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어떤 유형의 공동체가 아니라 '공동체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교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종교성이 중요하듯이요. 공동체 없이 공동체성이 길러질 수 있는가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교회를 다니지 않아도 종교성이 얼마든지 깊어질 수 있는 것처럼 어떤 인위적인 공동체가 아니라도 공동체성은 길러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따지고 보면 이 우주가 하나의 거대한 공동체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렇지만 사람들끼리 진실로 서로의 관계가 깊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면 우리 삶이 한층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도시에서도 공동체를 꿈꾸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고 싶은 마음에서 함께 시작해서 이제는 어른들끼리 어울리는 재미에 살맛을 느끼는 이들이 많습니다. 물론 어려움도 많지요. 관계맺기의 어려움을 넘어서고자 다들 나름대로 지혜를 짜내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관계를 잘 맺고 푸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없음을 새삼 느끼면서, 이번 호에서 이 시대의 화두를 함께 풀어봤으면 합니다. 민들레에서 '이제 부모들이 학교를 만들자'는 제목의 제안글을 올렸던 것이 1999년 여름이었더랬습니다. 눈 깜작할 새 지나간 네 해 사이에 부모님들이 힘을 모아 만든 학교가 열 개가 넘고 지금 준비되고 있는 학교들도 너댓 곳이 됩니다. 그 사이에 문을 닫은 학교도 두세 곳에 이르지요. 학교를 만드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운영하는 일은 더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마냥 즐거워하지만 그 대가로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치르는 몸고생 마음고생이 적지 않은 듯합니다. 대안학교에서 부모와 교사의 관계는 일반학교와 많이 다르지요. 일반학교에서는 수많은 학생들 가운데 한 학생의 부모일 뿐이고 학교에 자기 아이를 볼모로 잡힌 처지 같아서 학교와의 관계에서 부모는 힘없는 약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반면에 부모들이 만든 대안학교에서는 부모들이 곧 학교설립자로서 실제 학교운영권도 갖고 있다보니 부모와 교사의 관계가 일반 사립학교에서 재단과 교사들의 관계와 비슷한 양상을 띠기도 합니다. 더욱이 공동육아협동조합 어린이집을 만들고 운영한 경험이 있는 부모님들이 만든 학교들 경우에는 부모와 교사의 관계가 때로는 고용주와 피고용인 관계처럼 비치면서 노사갈등 비슷한 것을 겪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대안학교가 진정으로 바람직한 학교가 되자면 그 구성원들의 관계가 서로를 살리는 관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함께 하는 즐거움이 있고 함께 성장하는 보람을 맛볼 수 있다면 대안학교는 사서 할 만한 고생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민들레 이번 호에서는 부모와 교사의 관계를 어떻게 푸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지를 함께 찾아보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학교의 교육과정 속에서는 교사와 학생, 교사와 교사의 관계가 중요하겠지만, 부모가 힘을 모아 설립한 대안학교들 경우에는 부모와 교사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학교의 성격이나 미래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학교들마다 이 문제를 나름대로 지혜롭게 풀어가고자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하고 있는데 이러한 노력을 좀더 공론화시켜서 함께 나누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를 꾸리고 있는 분들이나 새롭게 학교를 만들려고 하는 부모나 교사들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줄 압니다.

이번 호에서는 초등 대안학교에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를 풀고 있지만 어린이집이든 중등학교든 두루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마포지역에서 학교를 준비하고 있는 부모와 교사 가운데 세 분이 이 기획에 동참해서 인터뷰와 취재를 맡아주셨습니다. 학교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꼭 해야 할 공부이기도 하다 싶어서 앞서간 선배님들한테서 조언을 듣는 자세로 어려운 일을 떠안아 수고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취지에 공감하여 어려운 이야기를 풀어내주신 현장 선생님들과 부모님들에게 다시 한번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민들레 단상
교육과 종교 그리고 영성 / 현병호
열린 마당 
자기를 사랑하는 일의 어려움과 기쁨 / 김세희
기획 1 | 도시에서 건강하게 아이 키우기
무지개마을 이야기 / 이은경 두루두루 잘 사는 세상 만들기 / 나준식
기획 2 | 부모와 교사의 바람직한 관계맺기 미숙함을 인정하기 / 구조의 문제, 사람의 문제 /서로 존중하기
대안학교의 현황과 전망 (1) 
초등 대안학교의 현황과 전망 / 편집실
공동체와 교육
공동체로서의 학교, 학교로서의 공동체 / 크리스 M.
작은 창
뛰어난 가르침 / 파멜라 메츠
시사 돋보기
정답이 하나뿐인 세상은 어떤 맛일까? / 현병호
살며 배우며  
오뚱이네 배움터 이야기(4) / 이신영
솔잎이 이야기(1) / 박솔잎
대안학교 이야기  
우리는 다 다르다 -우다다학교 이야기 / 채현숙
한빛고에 대체 뭔 일이여, 뭔 일? / 박시훈
숲이 들려주는 이야기
학교 뒷산을 오르며 / 김희동
또 하나의 창
받는 것은 주는 것 속에 있고 / 켄트 너번
소자보
우다다학교·산어린이학교·녹색대학 새내기 모집 / 생태유아공동체와 함께할 분을 찾습니다 / 무지개학교·평화학교·고양자유학교·마리학교·간디청소년학교·산마을고등학교 교사 모집 / 아힘나 겨울캠프·간디자유계절학교·인시도계절학교·지리산어린이계절학교 / 광진구 방과후 교사 모집 초등대안학교협의회가 만들어졌습니다 35 ‘학교 안 가는 아이들 모여라!’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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