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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권32호] 교장을 뽑다니, 니 애비를 뽑아라? 외

엮은이의 말 l

근엄한 교장선생님께 똥침을! l

우리 사회의 화병 지수를 높이는 데 한몫하는 것들 가운데 으뜸가는 것을 꼽으라면 단연 정치와 교육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그 원인 제공자가 바로 우리 자신이니까 누굴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더 화병이 생기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정치판은 답답함 속에서도 촛불시위 같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뭔가가 있는데 교육판은 그런 것조차 맛보기가 쉽지 않으니 아마도 더 사람들을 갑갑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군요.
정치판은 80년대와 다를 바 없이 엉망이라 해도 그 판을 바꿔보려는 사람들의 시위 분위기는 예전과는 사뭇 달라졌습니다. 화염병 대신 촛불이 등장하고, 운동가요도 전투적이고 비장하기보다는 신명을 불러일으킵니다. 지난 3월 20일 광화문에서 열린 탄핵반대 집회에 나가 길바닥에 앉아 있을 때였습니다. 윤민석의 '너흰 아니야'라는 노래가 나오자 저쪽 길바닥에 앉아 있던 젊은이들 가운데 한 남녀가 즉석에서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도 금방 그 분위기에 어울려 잠시 함께 흥겨운 춤판을 즐겼지요. 광화문 네거리에 설치된 대형 무대가 아니라 시청 앞 도로 위에서 펼쳐진 즉석 공연이었기에 오히려 더 신명을 불러일으켰던 것 같습니다. '탄핵반대' 같은 무거운 띠를 두르고서도 저렇게 가볍게 춤출 수 있는 바로 그 '신명'이 우리를 살리고 있음을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교육판에서는 이런 신명을 볼 수 없을까요? 아마도 '근엄한 너무나 근엄한' 교장선생님들이 바뀌지 않고는 우리 교육판에 신명이 살아나기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불행히도 대안학교에도 근엄한 교장선생님들이 적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신명 나 하지만 부모와 교사들은 진지하다 못해 심각하기까지 하지요. 교장선생님 눈치보지 않고 신명을 낼 수 있는 교사가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런 교사는 드뭅니다. 대부분의 부모, 교사들이 모범생 출신이어서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신명이 거세당한 모범생들….
다행히 대안학교 교장선생님들 중에는 근엄하지 않은 분들이 꽤 있고 선생님들 중에도 신명을 잃지 않은 분들이 있어서 그나마 희망을 갖게 합니다. 아이들이랑 같이 춤을 출 수 있는 교장선생님이 많아지면 우리 학교가 얼마나 밝아질까요. 모름지기 대안학교 교사라면 춤을 출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의 예술인 춤은 우리 속의 신명을 가장 잘 표현해줍니다. 나이트클럽 같은 곳에 가야 춤출 수 있는 사람은 춤의 참맛을 모르는 사람이지요. 음악이 없어도, 홀로 있어도 춤출 수 있을 때 우리 몸은 진실로 살아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춤추는 사람이 사라진 진짜 춤 속에서 우리 몸과 영혼은 하나가 됩니다.
아이들이 그런 춤을 출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바로 그 '대안'교육이 아닐까요?
몸과 멀어진 교육이 삶과 멀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기껏 일주일에 한 시간씩 있는 체육시간에 보건체조나 하는 학교가 아이들 몸을 얼마나 억압하는지는 모두 익히 잘 알고 있지요. 몸을 사랑하고 몸을 움직이는 것을 즐기는 아이는 삶을 사랑하는 어른이 될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우리 모두 한판 춤을 춥시다! 춤판을 벌입시다! 근엄한 교장선생님을 뒤에서 흉보기보다는 차라리 똥침을 놓읍시다!


32호 차례

엮은이의 말
근엄한 교장선생님께 똥침을!
민들레 단상
숨겨진 교육과정을 찾아서 / 현병호
기획 대안학교의 현황과 과제(2)
중등 대안학교의 현황(1) / 편집실
대안학교의 정체성 찾기 / 현병호
첫 마음을 잊었는가 / 양희창
열린 마당 
아이란 무엇인가? / 이철국
대안적인 수학교육 어떻게 할까 / 왕규식

또 하나의 창
바람잡이가 되고 싶다 / 남인희

살며 배우며
유근이의 작은 싸움 / 박옥선
나 보기, 아이 보기 / 김광화

거울 보기
교장을 뽑다니, 니 애비를 뽑아라? / 강수돌

세계의 대안학교
교육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래다 / 이호훈

민들레가 만난 사람
보따리를 싸는 사람 / 정연희

통념 깨기
렌즈 닦아내기 / 조안 엘리자베스 록

함께 읽고 싶은 책
저들이 '똑똑한 바보'가 된 까닭은 / 건우

소자보
2004, 대안학교·홈스쿨러 연합 캠프를 엽니다 / 대안교육연대 심포지엄-교육, 시민의 권리인가 의무인가 / 생태학교 ‘시선’이 주말학교를 엽니다 / 발디딤 길디딤 어린이 산행 캠프 / 도시속작은학교 길잡이교사 모집 / 수학 멘토를 만나고 싶어요 / 미술작업실 회원 모집 / 꽃우물밝은학교 신입생 모집, 치유적 대안학교 별 신입생 모집 / 헌산중학교 영어 기간제 교사 모집/ 평택 평화페스티발
검정고시 제도 변경 안내 85 함께 읽고 싶은 책 142 대안교육연대 회원 모집 157
서로를 살리는 교육을 위한 연구공간 <대안과 실천>이 문을 열었습니다 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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