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엮은이의 말 l
보수와 진보를 넘어서 l
지난 대선을 기점으로 우리 사회에 보수 대 진보의 대결 양상이 뚜렷해지는 것 같다. 진보세력의 힘이 이제 보수세력과 맞장을 뜰 정도로 우리 사회가 진보한 것 같기도 하지만, 보수를 자처하는 '수구 꼴통'들의 변함없는 행태나 자칭 진보를 표방하는 이들의 행태를 보면 아직도 까마득한 느낌이 들기도 하면서 혼란스러운 요즘이다.
과연 한국 사회에서 보수와 진보의 정체는 무엇일까? 우리 사회의 보수(保守)가 보호하고(保) 지키고자(守) 애쓰는 것이 전통의 가치나 사회 안정이 아니라 자신들의 기득권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어제 오늘 나온 것은 아니지만, 백 보 물러서서 이들 기득권 지킴이들을 보수라고 부르기로 하자. "보수란 사상이 아니라 그저 '욕망'일 뿐이다. 남보다 더 가진 걸 내놓지 않으려는 노력이 사상인가."(김규항) "한국의 보수는 이념이 아니라 반공이라는 식칼을 들고서 제 기득권을 지키는 일종의 처세술이었다."(진중권) 이 시대 독설가들에게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수모를 당하는 진정한 보수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오늘날 자칭 보수들은 거의가 수구(守舊)라고 봐도 그다지 틀리지 않을 것이다. 식민지와 냉전이라는 역사적 상황에서 진정한 보수가 정치세력화 하기 어려웠던 탓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 진정한 진보는 있는가?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와 평등 같은 인류 보편의 가치를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 나이나 성, 피부색, 민족, 종교를 불문하고 인간이면 누구나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기. 그것을 진보라 부른다면 이 땅에 참된 진보주의자는 얼마나 될까?
우리 사회의 근대화 과정에서 반공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보수세력에 대항하기 위해 진보세력은 그 대항 이데올로기로 민족을 내세우면서 시대적 한계를 드러냈다. 민족주의가 서구사회에서는 파시즘과 함께 몰락하면서 보수의 이념조차 되지 못하는 마당에, 자칭 진보를 외치는 우리 사회의 좌파들은 민족을 부르짖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 냉전 상황 속의 현실이었다.
보수도 진보도 그 색깔이 분명치 않은 상황에서 정치판은 유치하기 짝이 없는 색깔 논쟁을 벌이면서 그나마 보수와 진보의 양당 구도로 자리를 잡아가는가 싶더니 최근 들어 다시 혼란의 도가니로 빠져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진보적이면서 문화적으로는 보수적인 사람이 있듯이 진보냐 보수냐 하는 이분법은 실제 삶 속에서는 사실상 별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지금 우리 사회는 스스로 이런 이분법적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독일에서 귀국한 송두율 교수를 둘러싸고 새삼스럽게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색깔 논쟁이 재연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연이은 대선 패배로 코너에 몰린 것 같던 보수세력이 작심한 듯 반격에 반격을 거듭하더니 이제 진보세력이 또 다시 코너에 몰린 느낌이 든다. 거의 평생을 타향에서 이방인으로 살다가 친구들이 있는 고향에서 살고 싶어 돌아온 한 인간을 이념의 그물로 사로잡아서는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 이용하려드는 이 땅의 보수세력들을 보면서 과연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죽기 전에 좀더 인간답게 살고 싶어서 조국땅을 밟은 한 인간의 바람이 이루어지기에는 이 땅이 아직도 너무 비인간적인 곳이다.
이런 시대에 교육다운 교육의 길을 고민하는 이들은 과연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할까? 모두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앞당기는 가장 확실한 길은 나부터 먼저 사람답게 사는 것이 아닐까. 보수냐 진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문제는 어떻게 사는 것이 정말 사람답게 사는 것인가 하는 것이리라. 그런데 과연 '사람답게' '산다'의 본질은 무엇일까? 사람다움과 답지 못함의 경계는 어디며 삶과 죽음의 경계는 또 어디일까?
망명객만 경계인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경계인으로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남과 북의 경계만이 아니라 보수와 진보, 비인간성과 인간성, 삶과 죽음의 경계 위에 가로놓인 외줄 위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며 살아가는 것이 사람의 운명이 아닐까?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고정되어 있다는 것, 달리 말해 죽어 있다는 것이 아닐까. 어떤 확고한 신념을 갖는 것이 아니라, 순간 순간 깨어 있으면서 사람다움을 잃지 않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삶의 자세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민들레 단상
삶과 죽음을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돕는 교육 / 현병호
교사 일기
한 그루 나무가 되실 아버님을 생각하며 / 양희창
열린 마당
우리, 재미난 학교 만들고 있어요! / 김일명
살며 배우며
오뚱이네 배움터 이야기(3) / 이신영
공동체와 교육
공상적 사회주의자(?) 오웬의 뉴 라나크 공동체 / 강순원
또 하나의 창
아이에게서 세상을 배운다 / 키류 유미코
대안학교 정책
정부 인가 대안학교의 현황과 과제 / 배성근
참여정부의 대안학교 정책 방향에 대해 / 편집실
숲이 들려주는 이야기
공부는 즐겁고 세상은 아름답다 / 김희동
거울 보기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 / 현병호
지상 강좌
아이와 세상을 살리는 ‘살림’ / 서형숙
통념 깨기
윙윙거리는 나의 신이시여 / 조안 엘리자베스 록
소자보
대전 대안학교 준비모임(두루학교) 교사 모집 / 푸른교실, 아름다운학교 교사 모집 / '해오름학교' 자원봉사 교사 / 창조학교에서 초등 고학년들과 함께할 분을 찾습니다 / 인시도자연학교에서 함께 만나요 / 대전·충남 대안학교 준비 워크샵 / 간디중학교 도서관 마련을 위한 일일주점 / 서울 성미산 아랫마을 마을학교 만들기 / 무지개학교 신입생 모집 / 푸른숲학교 2004, 2005년 추가 입학신청 / 간디학교 신입생 모집 / 성지송학중학교 신입생 모집 / 달구벌고등학교 신입생 모집 / 푸른꿈고등학교 신입생 모집
엮은이의 말 l
보수와 진보를 넘어서 l
지난 대선을 기점으로 우리 사회에 보수 대 진보의 대결 양상이 뚜렷해지는 것 같다. 진보세력의 힘이 이제 보수세력과 맞장을 뜰 정도로 우리 사회가 진보한 것 같기도 하지만, 보수를 자처하는 '수구 꼴통'들의 변함없는 행태나 자칭 진보를 표방하는 이들의 행태를 보면 아직도 까마득한 느낌이 들기도 하면서 혼란스러운 요즘이다.
과연 한국 사회에서 보수와 진보의 정체는 무엇일까? 우리 사회의 보수(保守)가 보호하고(保) 지키고자(守) 애쓰는 것이 전통의 가치나 사회 안정이 아니라 자신들의 기득권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어제 오늘 나온 것은 아니지만, 백 보 물러서서 이들 기득권 지킴이들을 보수라고 부르기로 하자. "보수란 사상이 아니라 그저 '욕망'일 뿐이다. 남보다 더 가진 걸 내놓지 않으려는 노력이 사상인가."(김규항) "한국의 보수는 이념이 아니라 반공이라는 식칼을 들고서 제 기득권을 지키는 일종의 처세술이었다."(진중권) 이 시대 독설가들에게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수모를 당하는 진정한 보수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오늘날 자칭 보수들은 거의가 수구(守舊)라고 봐도 그다지 틀리지 않을 것이다. 식민지와 냉전이라는 역사적 상황에서 진정한 보수가 정치세력화 하기 어려웠던 탓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 진정한 진보는 있는가?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와 평등 같은 인류 보편의 가치를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 나이나 성, 피부색, 민족, 종교를 불문하고 인간이면 누구나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기. 그것을 진보라 부른다면 이 땅에 참된 진보주의자는 얼마나 될까?
우리 사회의 근대화 과정에서 반공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보수세력에 대항하기 위해 진보세력은 그 대항 이데올로기로 민족을 내세우면서 시대적 한계를 드러냈다. 민족주의가 서구사회에서는 파시즘과 함께 몰락하면서 보수의 이념조차 되지 못하는 마당에, 자칭 진보를 외치는 우리 사회의 좌파들은 민족을 부르짖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 냉전 상황 속의 현실이었다.
보수도 진보도 그 색깔이 분명치 않은 상황에서 정치판은 유치하기 짝이 없는 색깔 논쟁을 벌이면서 그나마 보수와 진보의 양당 구도로 자리를 잡아가는가 싶더니 최근 들어 다시 혼란의 도가니로 빠져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진보적이면서 문화적으로는 보수적인 사람이 있듯이 진보냐 보수냐 하는 이분법은 실제 삶 속에서는 사실상 별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지금 우리 사회는 스스로 이런 이분법적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독일에서 귀국한 송두율 교수를 둘러싸고 새삼스럽게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색깔 논쟁이 재연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연이은 대선 패배로 코너에 몰린 것 같던 보수세력이 작심한 듯 반격에 반격을 거듭하더니 이제 진보세력이 또 다시 코너에 몰린 느낌이 든다. 거의 평생을 타향에서 이방인으로 살다가 친구들이 있는 고향에서 살고 싶어 돌아온 한 인간을 이념의 그물로 사로잡아서는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 이용하려드는 이 땅의 보수세력들을 보면서 과연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죽기 전에 좀더 인간답게 살고 싶어서 조국땅을 밟은 한 인간의 바람이 이루어지기에는 이 땅이 아직도 너무 비인간적인 곳이다.
이런 시대에 교육다운 교육의 길을 고민하는 이들은 과연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할까? 모두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앞당기는 가장 확실한 길은 나부터 먼저 사람답게 사는 것이 아닐까. 보수냐 진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문제는 어떻게 사는 것이 정말 사람답게 사는 것인가 하는 것이리라. 그런데 과연 '사람답게' '산다'의 본질은 무엇일까? 사람다움과 답지 못함의 경계는 어디며 삶과 죽음의 경계는 또 어디일까?
망명객만 경계인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경계인으로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남과 북의 경계만이 아니라 보수와 진보, 비인간성과 인간성, 삶과 죽음의 경계 위에 가로놓인 외줄 위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며 살아가는 것이 사람의 운명이 아닐까?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고정되어 있다는 것, 달리 말해 죽어 있다는 것이 아닐까. 어떤 확고한 신념을 갖는 것이 아니라, 순간 순간 깨어 있으면서 사람다움을 잃지 않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삶의 자세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민들레 단상
삶과 죽음을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돕는 교육 / 현병호
교사 일기
한 그루 나무가 되실 아버님을 생각하며 / 양희창
열린 마당
우리, 재미난 학교 만들고 있어요! / 김일명
살며 배우며
오뚱이네 배움터 이야기(3) / 이신영
공동체와 교육
공상적 사회주의자(?) 오웬의 뉴 라나크 공동체 / 강순원
또 하나의 창
아이에게서 세상을 배운다 / 키류 유미코
대안학교 정책
정부 인가 대안학교의 현황과 과제 / 배성근
참여정부의 대안학교 정책 방향에 대해 / 편집실
숲이 들려주는 이야기
공부는 즐겁고 세상은 아름답다 / 김희동
거울 보기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 / 현병호
지상 강좌
아이와 세상을 살리는 ‘살림’ / 서형숙
통념 깨기
윙윙거리는 나의 신이시여 / 조안 엘리자베스 록
소자보
대전 대안학교 준비모임(두루학교) 교사 모집 / 푸른교실, 아름다운학교 교사 모집 / '해오름학교' 자원봉사 교사 / 창조학교에서 초등 고학년들과 함께할 분을 찾습니다 / 인시도자연학교에서 함께 만나요 / 대전·충남 대안학교 준비 워크샵 / 간디중학교 도서관 마련을 위한 일일주점 / 서울 성미산 아랫마을 마을학교 만들기 / 무지개학교 신입생 모집 / 푸른숲학교 2004, 2005년 추가 입학신청 / 간디학교 신입생 모집 / 성지송학중학교 신입생 모집 / 달구벌고등학교 신입생 모집 / 푸른꿈고등학교 신입생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