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이야기 “사람이 그래 사는 게 아이다!”
다 같이 전기를 쓰지 말자는 게 아이다.
다만, 사람은 누구나 꼭 지켜야 할 한 가지는 있는 기라.
근데 산천초목을 이래 파헤치면 미래가 있겠나.
나 살자고 남 죽이는 게 너무나 당연한 세상이 미래가 있겠나.
우리가 남겨줄 게 달리 뭐 있겠노. 이 땅이다. 미래다.
세상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상으로 가고 있지 않나 싶다.
사람이 그래 사는 게 아이다. 나 혼자 살 수는 없는 기라.
_ <나눔문화>가 만난 밀양 할매 인터뷰 중에서
표지디자인 : 최혜빈( 공간민들레에 다니고 있는 18세. 그림으로 이쪽에서 저쪽으로 이야기를 전해주는 삶을 꿈꾼다.)
엮은이의 말 _ 오늘도 안녕을 빌며
‘위험’이라는 단어가 천 년, 만 년 후에는 어떻게 변할까요. 이 연구에 골 머리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미국 에너지부(DOE)에는 언어학자, 인류학자, 공상과학소설가, 미래학자, 과학자들로 구성된 팀이 꾸려졌는데 이들의 임무는 사용후핵연료를 1만 년 동안 묻어둘 저장소 근처에 세울 경고 표지와 문구를 확정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인간의 언어란 쉽사리 변하거나 소멸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혹시라도 후손들이 이곳을 발굴해냈을 때 고독성 핵종이 섞인 이 폐기물의 위험성을 어떤 언어와 상징으로 전달해야 할지가 이들의 고민입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미래 세대의 안전을 걱정해주는 축에 속한다고 부러워해야 할까요.
2007년 착공한 경주방폐장의 공식 명칭은 ‘월성원자력환경관리센터’입니다. ‘원자력’이란 단어도 ‘핵’이라는 의미를 한 번 돌려 순화한 것인데, 이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을 전문가들이 ‘방폐장’이나 ‘핵폐기장’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원자력환경관리센터’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름을 정한 걸 보면, 무언가 다른 의도가 있는 것만 같습니다. 그게 무언지 차근차근 알아가고 공부해가는 것이 문제 의식의 출발이 아닐까 합니다.
세월호 이후, 늘 우리 곁에 있었던 일들이 다르게 보입니다. 그 첫 번째가 ‘탈핵’입니다. 사람들은 바로 곁에 있는 이웃나라의 삶이 얼마나 피폐해졌는지 보면서도 ‘그 일이 결코 내게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이상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핵이라는 것은 참 묘하게도 남성보다 여성에게, 어른보다 자라나는 아이에게 더 큰 영향을 준다고 하지요. 체르노빌 핵사고 5년 후부터 갑상선암 환자가 폭증했는데 그중에서도 여성과 어린이의 발병률이 월등하게 높았다고 합니다. 생명을 낳아 기르는 여성들과 그들의 몸에서 태어나 자라게 될 아이들을 생각하면 삐걱거리는 늙은 원전을 두고 ‘오늘도 무사히’를 기도할 게 아니라, 내일도 모레도 무사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이번 『민들레』에서 엮어낸 그 고민들을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최근 밝혀진 젊은 병사들의 끔찍한 폭력성과 직면한 이 사회는, 이게 다 교육이 잘못되어서 그렇다며 인성을 기를 수 있게 인문학 수업을 늘린다고 합니다. 그들이 말하는 ‘인문학’은 어떤 의미일까요? 그분들께 이번호에 실린 “교육의 길을 묻습니다”라는 글을 권하고 싶습니다. 얼마 전 SBS에서 보도된 “모범 대안학교, 장애학생 성추행” 뉴스에 관한 해당 학교 교장선생님의 글입니다. 이런 일이 안 생겼으면 좋았겠지만, 교육 공간도 이 사회의 축소판이라 세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들이 다 일어납니다. 그것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고민하며 그 지난한 과정을 함께 감당해내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겠지요. 배움의 길을 찾으며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는 분들과도 이 글을 나누고 싶습니다.
조금 더 멀리, 길게 본다면 당장 회피하고 싶은 이 무거운 숙제들이 우리와 우리 아이들 삶에 어떤 영향을 줄지 찬찬히 생각해 볼 일입니다. 이렇게 또 무더운 한 계절이 지나고 있습니다. 더욱 간절히, 모두의 평화를 빌게 되는 요즈음입니다.
2014년 한풀 꺾인 여름에, 장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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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Vol.94 (2014년 4th)
표지 이야기 005 “사람이 그래 사는 게 아이다!”
엮은이의 말 006 오늘도 안녕을 빌며
잊을 수 없는, 세월
008 나를 바꿔놓은 길 | 조순애
017 엄마들의 안산행 나들이 | 살림하는 사람
특집 원전에게 안녕을!
삐걱대는 노후 원전을 보면서 마음을 놓기 어려운 요즘입니다.
우리의 안녕을 위해 원전의 안녕을 빌어야 하는 이 시대에
탈핵을 실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짚어봅니다.
그리하여 아이들에게는 핵 없는 세상을 선물할 수 있기를!
026 내가 제습기를 사지 않는 이유 | 안도연
033 에어컨에 길들여진 교실 | 송승훈
040 원자력, 착한 에너지?_교과서 톺아보기 | 이지언
048 오지랖이 필요한 세상 | 최경숙
054 원전 없이 살 수 있을까 | 김익중
단상 062 타인의 고통, 그 절대적 거리 | 장희숙
논단 070 탈핵의 첫 걸음은 이미 시작되었다 | 윤순진
함께 읽는 책 080 원자력에 질문 던지기 | 윤미화
열린 마당
088 전기 문외한도 알아야 할 몇 가지 상식 | 하승수
096 걷기 본능을 일깨우자 | 현병호
또 하나의 창 106 닭과 치킨 사이 | 장시내
돌아보기 114 교육의 길을 묻습니다 | 박복선
대안학교 이야기 124 대안교육, 흔들리며 피는 꽃 | 손진근
다시 읽는 명칼럼 132 미안하다는 말은, 너무 지겹다 | 이계삼
톺아보기 134 교실을 지배하는 법 | 함영기
서평 142 오늘 옷을 입은 어제 인간 | 조미성
살며 배우며 152 똑같은 얼굴의 어른들 | 양영희
교육 풍향계
159 진보교육감 공약 짚어보기 | 편집실
162 세계민주교육한마당, 우정의 연대를! | 조운
소자보
166 산어린이학교, 간디어린이학교, 꿈틀자유학교, 바람개비스쿨, 무지개학교 신입생 모집 /
제천간디학교, 부산 발도르프 사과나무학교 교사 모집 / 꽃피는학교 그림책 판매 /
풍류축제·모던굿판 / 유정란 감자 판매 / 나눔문화와 함께 팔레스타인에평화를! /
한국 장시간 노동의 원인과 해법 토론회 / 제11회 에너지의 날 “불을 끄고 별을 켜다”/
청년참여연대 공감여행 / 민들레 독자모임(경기 양평, 전남 광주)
079 핵에너지 관련 주요 다큐멘터리 목록 165 새로 나온 책 169 지역 독자모임 안내
표지 이야기 “사람이 그래 사는 게 아이다!”
다 같이 전기를 쓰지 말자는 게 아이다.
다만, 사람은 누구나 꼭 지켜야 할 한 가지는 있는 기라.
근데 산천초목을 이래 파헤치면 미래가 있겠나.
나 살자고 남 죽이는 게 너무나 당연한 세상이 미래가 있겠나.
우리가 남겨줄 게 달리 뭐 있겠노. 이 땅이다. 미래다.
세상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상으로 가고 있지 않나 싶다.
사람이 그래 사는 게 아이다. 나 혼자 살 수는 없는 기라.
_ <나눔문화>가 만난 밀양 할매 인터뷰 중에서
표지디자인 : 최혜빈( 공간민들레에 다니고 있는 18세. 그림으로 이쪽에서 저쪽으로 이야기를 전해주는 삶을 꿈꾼다.)
엮은이의 말 _ 오늘도 안녕을 빌며
‘위험’이라는 단어가 천 년, 만 년 후에는 어떻게 변할까요. 이 연구에 골 머리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미국 에너지부(DOE)에는 언어학자, 인류학자, 공상과학소설가, 미래학자, 과학자들로 구성된 팀이 꾸려졌는데 이들의 임무는 사용후핵연료를 1만 년 동안 묻어둘 저장소 근처에 세울 경고 표지와 문구를 확정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인간의 언어란 쉽사리 변하거나 소멸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혹시라도 후손들이 이곳을 발굴해냈을 때 고독성 핵종이 섞인 이 폐기물의 위험성을 어떤 언어와 상징으로 전달해야 할지가 이들의 고민입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미래 세대의 안전을 걱정해주는 축에 속한다고 부러워해야 할까요.
2007년 착공한 경주방폐장의 공식 명칭은 ‘월성원자력환경관리센터’입니다. ‘원자력’이란 단어도 ‘핵’이라는 의미를 한 번 돌려 순화한 것인데, 이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을 전문가들이 ‘방폐장’이나 ‘핵폐기장’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원자력환경관리센터’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름을 정한 걸 보면, 무언가 다른 의도가 있는 것만 같습니다. 그게 무언지 차근차근 알아가고 공부해가는 것이 문제 의식의 출발이 아닐까 합니다.
세월호 이후, 늘 우리 곁에 있었던 일들이 다르게 보입니다. 그 첫 번째가 ‘탈핵’입니다. 사람들은 바로 곁에 있는 이웃나라의 삶이 얼마나 피폐해졌는지 보면서도 ‘그 일이 결코 내게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이상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핵이라는 것은 참 묘하게도 남성보다 여성에게, 어른보다 자라나는 아이에게 더 큰 영향을 준다고 하지요. 체르노빌 핵사고 5년 후부터 갑상선암 환자가 폭증했는데 그중에서도 여성과 어린이의 발병률이 월등하게 높았다고 합니다. 생명을 낳아 기르는 여성들과 그들의 몸에서 태어나 자라게 될 아이들을 생각하면 삐걱거리는 늙은 원전을 두고 ‘오늘도 무사히’를 기도할 게 아니라, 내일도 모레도 무사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이번 『민들레』에서 엮어낸 그 고민들을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최근 밝혀진 젊은 병사들의 끔찍한 폭력성과 직면한 이 사회는, 이게 다 교육이 잘못되어서 그렇다며 인성을 기를 수 있게 인문학 수업을 늘린다고 합니다. 그들이 말하는 ‘인문학’은 어떤 의미일까요? 그분들께 이번호에 실린 “교육의 길을 묻습니다”라는 글을 권하고 싶습니다. 얼마 전 SBS에서 보도된 “모범 대안학교, 장애학생 성추행” 뉴스에 관한 해당 학교 교장선생님의 글입니다. 이런 일이 안 생겼으면 좋았겠지만, 교육 공간도 이 사회의 축소판이라 세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들이 다 일어납니다. 그것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고민하며 그 지난한 과정을 함께 감당해내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겠지요. 배움의 길을 찾으며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는 분들과도 이 글을 나누고 싶습니다.
조금 더 멀리, 길게 본다면 당장 회피하고 싶은 이 무거운 숙제들이 우리와 우리 아이들 삶에 어떤 영향을 줄지 찬찬히 생각해 볼 일입니다. 이렇게 또 무더운 한 계절이 지나고 있습니다. 더욱 간절히, 모두의 평화를 빌게 되는 요즈음입니다.
2014년 한풀 꺾인 여름에, 장희숙
목차 Vol.94 (2014년 4th)
표지 이야기 005 “사람이 그래 사는 게 아이다!”
엮은이의 말 006 오늘도 안녕을 빌며
잊을 수 없는, 세월
008 나를 바꿔놓은 길 | 조순애
017 엄마들의 안산행 나들이 | 살림하는 사람
특집 원전에게 안녕을!
삐걱대는 노후 원전을 보면서 마음을 놓기 어려운 요즘입니다.
우리의 안녕을 위해 원전의 안녕을 빌어야 하는 이 시대에
탈핵을 실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짚어봅니다.
그리하여 아이들에게는 핵 없는 세상을 선물할 수 있기를!
026 내가 제습기를 사지 않는 이유 | 안도연
033 에어컨에 길들여진 교실 | 송승훈
040 원자력, 착한 에너지?_교과서 톺아보기 | 이지언
048 오지랖이 필요한 세상 | 최경숙
054 원전 없이 살 수 있을까 | 김익중
단상 062 타인의 고통, 그 절대적 거리 | 장희숙
논단 070 탈핵의 첫 걸음은 이미 시작되었다 | 윤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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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참여연대 공감여행 / 민들레 독자모임(경기 양평, 전남 광주)
079 핵에너지 관련 주요 다큐멘터리 목록 165 새로 나온 책 169 지역 독자모임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