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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호] 육아, 시장의 유혹을 넘다

표지 이야기 어디로 이어지는 길일까요?


시장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 요람을 흔듭니다.

어쩌면 요람에서부터 무덤까지 따라오며

“사랑합니다. 고객님!”을 외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이에게 세상에서 가장 좋은 걸 보여주려고

울창한 숲길로 들어섰지만 그곳은 어쩌면

빠져나올 수 없는 새장으로

이어지는 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장을 넘어 아이와 함께 푸른 숲을 찾아가는

씩씩한 부모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볼까요?



엮은이의 말 요람에서 무덤까지 사랑합니다?



‘뽀통령 신화’의 계보를 이으며 아이들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3D애니메이션 ‘로보카 폴리’와 ‘변신로봇 또봇’을 제작한 업체가 국내 자동차 회사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요즘 가족 구성원 중에 가장 강력한 구매력을 지닌 존재는 VIB(Very Important Baby)라는 사실을 간파한 기업들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평생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아파트,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점점 대담하게 손을 뻗고 있습니다 .

그 중 날로 진화하는 시장은 교육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이른바 ‘에듀테인먼트’ 입니다. 도시화된 삶 속에 동물을 만지거나 자연을 만나는 것에도 돈을 내고, 특히 교육이라면 끔뻑 넘어가는 대한민국 부모들의 심리를 이용해 원어민이 동화책을 읽어주는 영어 키즈카페, 직업을 체험할 수 있는 키즈카페 같은 놀이시설들도 지난 몇 년 사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는 아이를 달랠 때 자주 등장하던 호랑이, 곶감, 망태 할아버지는 약발이 떨어진 지 오래입니다. 요즘 떼쓰는 아이들에겐 ‘마트’나 ‘스마트폰’이 특효약이라 하니, 아이들이 ‘사람 만나는 즐거움’을 깨우치기 전에‘소비하는 즐거움’부터 배워가고 있는 건 아닌지, 사랑이라는 이유로 부모들도 미로 같은 시장통에서 헤매고 있는 건 아닌지 함께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주말부부로 떨어져 지내는 어느 가정에서, 여섯 살 난 아이가 아빠를 찾으며 보챌 때마다 엄마는 “장난감 사주려고 돈 벌러 가셨어” 하고 달랬답니다. 아이의 생일이 낀 주말, 일주일 만에 찾아온 아빠가 아들에게 생일선물로 무얼 사줄까 했더니 ‘주말’을 사달라고 하더랍니다. 주말이 되어야 아빠를 만날 수 있다고요. 그건 돈으로 살 수 없다고 하자, 그럼 심심하니까 같이 놀아줄 ‘형아’를 사달라고 하더랍니다. 난감한 표정으로 그것도 살 수 없다고 했더니 “뭐든 다 사준다면서!” 하며 울음을 터트렸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돈이면 다 될 것 같은 세상이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 삶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아주 많습니다. 하물며 한 생명이 자라는 일에는 더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

모두가 ‘검색 전문가’인 정보 과잉의 시대를 살며 부모들은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머리를 싸매고 인터넷 바다를 헤매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보다 지혜인 것 같기도 합니다. 자고 일어나면 불쑥 자라있다는 아이들의 그 경이로운 성장과정을, 놓치지 않고 곁에서 지켜봐주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육아가 되지 않을까요. 아이든 어른이든 한 인간의 삶에서, 항상 다정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참 든든한 일일 겁니다 .

내가 주고 싶은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필요한 것을 주는 게 사랑이라면 지금 우리는 누군가를 제대로 사랑하고 있는지, 저마다의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려보아도 좋겠습니다. 자목련 화알짝 피어난 봄날이니까요.


2014년 4월 장희숙



목차


표지 이야기 005 어디로 이어지는 길일까요

엮은이의 말 006 요람에서 무덤까지 사랑합니다?


기획특집  육 아 , 시 장 의 유 혹 을 넘 다


좋은 거라면 뭐든 사 주고 싶은 부모의 애정 표현에

기뻐하는 것은 정작 아이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받는 고객이기보다 사랑받는 부모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008 지금 우리 아이에게 정말 무엇이 필요할까 | 장세희

018 상품화된 육아, 도시에서 아이 키우기 | 부모들의 수다

028 엄마들, 숲에서 길을 찾다 | 백찬주

035 삼남매 육아 비결‘없이 프로젝트’| 정가람

042 발달의 결정적 시기에 정작 중요한 것은 | 이현수


지상강좌 051 과잉 양육과 아이 길들이기 | 크리스 메르코글리아노

단상 060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 걷기여행 | 현병호

통념 깨기 068 전학 온 아이, 꼬리표 떼어주기 | 방승호

또 하나의 창 076 과학자가 사랑한 위대한 선생 | 이철국

제언 084 교육운동, 진영 논리를 넘어 새 문화의 길로 | 강대인

다시 읽는 명칼럼 094 놀이를 허하라! | 조한혜정

교사일기 096 교육과 치료 사이에서 길 찾기 | 진영아

열린 마당 103 “너의 목소리가 들려” | 함영기

대안학교 이야기 108 아픈 눈을 뜬 채로 | 김희옥

만남 116 여기가 학원이라구요? _학생이 꿈꾸는 세상 | 김유진

톺아보기 127 혁신학교가 대안학교를 대체할 수 없는 이유 | 양영희

부모일기 134 학교를 그만둔 아들과 씨름하기 | 용경식

연중기획 141 지역아동센터 사례를 통해 바라본 대안교육 제도화 | 성태숙


풍향계 

156 아이들에겐 놀이가 밥이다 | 편집실

158 손주 돌보기 10계명과 손주 안 돌보기 필살기 | 편집실

소자보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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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설명회 / 바람개비스쿨 학생모집 / 동림자유학교 학교설명회 / 송전탑 반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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