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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선집 13] 아이를 학대하는 사회, 존중하는 사회

  아이를 학대하는 사회, 존중하는 사회

  • 저자  강미정 고혜영 김동일 김아미 김예원 김한종 백호영 부추 이성경 이수경 이슬기 이효진 정은주 현병호 형미
  • 발간일  2022년 10월 1일 
  • ISBN  979-11-91621-12-9 (03330)
  • 책값  10,000원


<민들레 선집>은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 교육’의 길을 여는 격월간 『민들레』 잡지에 실렸던 글을 주제별로 묶은 것입니다.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교사, 부모, 시민들의 공부 모임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아이들을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길

 2022년은 소파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날을 제정한 지 100주년 되는 해다. 아동인권의 불모지 같던 한국 사회에서 어린 사람들을 호명하고 그들의 권리와 존엄을 주장한 지 100여 년이 지난 오늘날, 한국 사회의 아동인권은 어디쯤 와 있을까. 가정에서, 교육기관에서, 사회에서 아이들은 여전히 함부로 대해지는 동시에 과하게 보호받으며 자라나고 있다.

아동학대는 대부분 친부모에 의해 이루어진다. 언론은 계부모나 양부모의 학대를 더 부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오히려 문제의 본질을 흐린다. 최근 발생한 아동학대 사망사고로 정부는 학대 의심 신고가 2회 이상 있고 아이 몸에 멍이나 상흔이 발견될 경우 즉시 부모와 아이를 분리한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일선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14년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되고 「아동복지법」을 개정하면서 가해자 처벌과 피해아동 보호 절차가 대폭 강화되었지만 법이 바뀐다고 문화가 하루아침에 달라지지는 않는다.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양육자와 교육자는 물론 사회 구성원 모두가 내 곁에 있는 어린이들을 어떤 존재를 바라보고 있는지 면밀히 성찰해야 할 때다. 이 책은 아동학대의 사회적 배경과 실태를 들여다보면서 아이들이 한 인격으로 존중받으며 성장할 수 있는 사회를 다각도로 모색한다.

 

엮은이의 말

 뉴스에 등장하는 아동학대 범죄를 보며 사람들은 분노하지만, 스스로 내 곁에 있는 어린 존재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섬세하게 돌아보았으면 합니다. 대부분의 어른들이 ‘나는 아니야’라고 생각할 테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 안에는 어린 존재를 만만하게 보고 억누르려는 무의식적 욕구가 있는 듯합니다. 누구에게 더 쉽게 화풀이를 하고, 더 쉽게 반말을 하고, 더 쉽게 함부로 하는지를 살펴보면 금세 알 수 있지요 (...)

아동학대로 인해 한 해 30여 명의 아이들이 사망에 이르고, 그중 영유아 비율이 60%가 넘는다는 통계는 어린 존재를 돌보는 일이 쉽지 않은 현실을 말해줍니다. 아동학대 사건에 분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양육자의 몫으로 떠넘겨지는 어려움을 사회가 어떻게 나누어 질지를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본문 가운데

 시부모님은 어린이집에 다녀온 후 상처나 멍은 없는지 아이들을 잘 살펴보라고 늘 신신당부하셨다. 아이에게 혹시 안 좋은 일이 있진 않았는지 유도 심문하는 것도 필수라고 하셨다. 난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이를 남의 손에 맡기며 모든 걱정을 내려놓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 아이를 봐주시는 분에 대한 신뢰와 감사의 태도는 지녀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다. (…) 현실에는 아동학대로 뉴스에 나오는 보육교사보다 좋은 선생님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아이를 학대하는 부모보다 사랑으로 기르는 부모들이 더 많은 것처럼. <어린이집 아동학대 논란, 그럼에도 불구하고_형미>

 

친한 관계가 아닌데도, 그리고 친분을 드러낼 필요가 없는 공적 관계나 자리에서도 어린이나 청소년을 ‘친구’라고 부르는 것은 그들을 친절과 시혜를 베풀 대상으로 여기고, 상대의 동의나 공감대가 없어도 일방적으로 친해질 수 있는 대상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쉽게 ‘친구’라고 부르는 문화를 다시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말에 담긴 청소년 인권_백호영>

 

훈육과 학대의 경계는 애매하다. 약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선진 사회일수록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이 높고, 당국과 시민이 합심하여 아동학대를 감시하다 보니 사소한 일에서도 학대 요소를 찾게 되면서 육아나 교육 자체가 위험한 일처럼 여겨지기에 이르렀다. 부모 역할에 자신감을 잃고 아이에게 상처를 줄까 봐 훈육을 망설이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교사들은 학생지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한다. 지난 십여 년 사이에 교사들의 직업 만족도는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아동학대와 아동보호 사이_현병호>

 

“여기 오는 아이들에게 “왜 부모님한테 얘기를 안 했니?” 물어보면 가장 많이 하는 대답이 ‘부모님이 실망할까봐’예요. 부모가 무엇을 기대하는지를 아는 거죠.” ‘네 부모에게 알리겠다’는 말이 많은 아이들에게 협박이 되는 현실을 생각해보자. 많은 양육자들이 자신의 딸은 ‘무성적 존재’이길 기대한다. 부모의 이런 기대를 알고 있는 아이들은 자신에게 성적 욕구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게 두렵고, 자신이 누군가와 친밀한 채팅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낀다. 문제의 핵심은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욕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어른들에게 있다. <미디어 속에서 어린이의 권리 지키기_김아미>

 

우리나라는 복지부 예산의 0.03%를 아동학대 관련 예산으로 쓰고 있어요. 전체의 0.1%도 안되는 예산이죠.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을 확충한다 해도 지속가능할지 의문이에요. 지원이 필요한 가정의 사례를 관리하고 아동이 가정으로 복귀한 후 잘 지내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일은 즉각분리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에요. 그런데 최저임금에 가까운 급여를 주면서 몇백 가구를 돌아다니며 관리하라는 건 말이 안 돼요. 그러다 사건이 발생하면 직급 높은 사람이 나와서 “가슴 아프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다” 의미 없는 사과만 하고 간담회 같은 거 열면서 예산을 이상한 데 쓰는 걸 보면 화가 나죠. <위기아동, 즉각분리에 앞서_김예원>

 

차례

 

엮은이의 말 _ 우리 곁의 어린 시민들

 
1부 지금 우리 아이들은

신고가 학대를 예방할 수 있을까 _부추

어린이집 아동학대 논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_형미

학대받은 아이들은 어디로 갈까 _정은주

친권과 아동인권 _현병호

어린이를 존중한다는 것 _이성경

말에 담긴 청소년 인권 _백호영

 

 

2부 디지털 시대의 아동인권

인류는 아동을 어떻게 대했을까 _김한종

아동학대와 아동보호 사이_현병호

온라인에 아이 사진을 올리기 전에 _강미정

미디어 속에서 어린이의 권리 지키기 _김아미

10대 여성을 위협하는 디지털 성범죄 _이성경

 

3부 아동학대를 멈추기 위해

일본 아동상담소 사례로 본 아동학대 예방법 _이효진

스웨덴의 아동체벌금지법, 그 후 _고혜영

위기아동, 즉각분리에 앞서 _김예원

훈육과 체벌, 그 아찔한 경계에서 _이수경

양육자가 제안하는 아동학대 예방책 _이슬기

아동학대, 자극적인 언론보도를 멈춰라 _김동일

 


글쓴이

부추 _ 초등학교 교사. 어린이들과 스스로 서서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가는 중이다.

형미 _ 여섯 살, 일곱 살 연년생 자매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다.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엮어 『육아휴직은 끝났습니다만』이라는 독립출판물을 펴냈다.

정은주 _ 공교육 교사를 그만두고 ‘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의 웰다잉 강사, 전국입양가족연대 팀장으로 활동 중이다. 부모의 품을 떠난 아이들의 새로운 보금자리 이야기를 담은 책 『그렇게 가족이 된다』를 썼다.

현병호 _ 『민들레』 발행인. 지은 책으로는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 교육』 『반지성주의보』 『재난의 시대, 교육의 방향을 다시 묻다』(공저) 등이 있다. 『지구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사람』 『소통하는 신체』(공역)를 우리말로 옮겼다.

이성경 _ 엄마페미니즘 ‘부너미’ 대표. 성교육, 폭력예방통합교육, 성평등교육 강사로 활동한다. 『페미니스트도 결혼하나요?』 『당신의 섹스는 평등한가요?』 『N번방 이후, 교육을 말하다』를 함께 썼다.

백호영 _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을 비롯해 여러 청소년 인권 · 환경 단체와 비청소년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한종 _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민주사회와 시민을 위한 역사교육』 『10대들에게 권하는 역사』 등을 썼으며 『인류는 아이들을 어떻게 대했는가』를 번역했다.

강미정 _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권리옹호부 부장.

김아미 _ 경인교대 미디어리터러시연구소 연구원. 어린이와 청소년의 미디어 문화를 연구하고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대해 고민한다. 주요 저서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이해』 『온라인의 우리 아이들』이 있다.

이효진 _ 강원도 홍천 남산초등학교 교사. 좋은 양육 환경을 만들고자 사회적협동조합에서 활동하며 아동의 성장과 발달을 이해하기 위해 발도르프교육을 공부하는 중이다.

고혜영 _ 2017년 스웨덴으로 이주해 작은 한국문화 체험방을 운영하며 스웨덴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김예원 _ 세 아이를 기르며 장애인권법센터에서 사회적 소수자와 연대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상하지도 아프지도 않은 아이』 『상처가 될 줄 몰랐다는 말』을 썼다.

이수경 _ 세이브더칠드런 국내사업부장, 부모교육 심화과정인 ‘긍정적으로 아이 키우기’ 강사. 초등학교 다니는 두 아이의 권리를 존중하며 키우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슬기 _ 육아의 기쁨과 고통, 혼돈과 의문, 경이와 슬픔 속에서 글을 쓴다. 아침마다 “집에서 놀래!”를 외치는 네 살 아이와 최근 다시 시작한 일 사이에서 동동거리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김동일 _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자 사회부 기자로 일하다가, 지금은 아이들의 내일을 생각하는 교육기업에서 글 쓰는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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