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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선집 10] 통합교육, 모두를 위한 교육


[민들레 선집 10] 통합교육, 모두를 위한 교육 

  • 저자  김명희 외
  • 발간일  2021년 12월 20일
  • ISBN  979-11-91621-07-5 (03370)
  • 책값  10,000원


책 소개


왜 통합교육을 말해야 하는가

 1994년에 특수교육진흥법이 개정되면서 통합교육이 공식적으로 천명되었지만, 한국교육의 현실은 여전히 미흡하다. 지난 3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도대체 장애아를 왜 일반고에 보내시나요?”라는 제목의 글은 장애학생이 일반학교에 다니는 것이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라며 노골적으로 불편함을 내비쳤다. 과연 장애학생은 특수학교로, 일반학생은 일반학교로 분리해서 교육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특수학교의 수를 확대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통합교육, 모두를 위한 교육』은 교사, 교육활동가, 연구자, 양육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한데 모아 통합교육이 어떻게 ‘모두를 위한 교육’에 이를 수 있는지 전한다.

 

1부 _ 병리적 관점을 넘어, 교육적 시선으로 장애를 바라보기

병리적 관점으로 장애학생을 대하는 교육 현장의 문제를 짚고, 통합교육이 자리 잡기 위해 지향해야 할 자세를 다룬다. 교육부에서 발표한 2019년 통계에 따르면 장애학생의 82%가 일반학교를 다니고 있음에도, 실상 “내 집 앞의 학교를 다닐 수 있는 권리”는 선택적으로만 보장되고 있다. 교사들은 장애 아이를 교정하려 하거나 일반학급에 잠시 들르는 ‘손님’으로 대하고, 자폐성 장애, 다운증후군, ADHD, 청각장애, 경계선 지능 아이들은 고유성을 존중받지 못한 채 배제되는 경험을 한다.

학부모들에게 자폐아 아들의 특성을 미리 설명하고 통합교육을 시도했던 류승연은, 모두의 선한 의도가 아들을 ‘특별대우 받는 장애인’으로 만든 뼈아픈 일화를 전한다. 그는 교사, 학부모,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장애이해교육이 선행되어야만 통합교육이 수월하게 이루어질 수 있음을 강조한다. 또 김수연은 이런 정의를 내린다. “통합교육을 실현한다는 것은 장애학생이 일반학교에서 교육받는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모든 학습자에게 개별적으로 최상의 맞춤 교육을 하는 것이 통합교육이라는 데 구성원이 합의하고 노력해가는 과정, 실은 그 자체가 통합교육이다.”(91~92쪽) 

장애를 교육적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복지 차원의 특수교육을 넘어 통합교육에 대한 상상력을 넓히기를 요청한다.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자세는 내가 장애인을 변화 또는 교육시키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만남을 통해 내 삶을 변화시키겠다는 자세”임을 강조한다.

 

2부 _ 모든 아이의 고유성을 존중하는 교실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_통합교육의 방법과 실천

통합교육의 방법과 실천의 구체적인 사례들을 조명한다. 통합교육과 특수교육 사이에서 고민해온 교사, 양육자, 교육활동가 및 연구자들의 흥미로운 교육적 시도와 참고할 만한 국내외 사례가 담겨 있다.

결핍이 아닌 강점에 집중하는 ‘신경다양성’ 관점을 도입한 교실에서 ADHD 아이의 특성을 고려한 수업이 모든 아이에게 의미 있는 배움으로 이어지고, 양육자가 학교의 담임선생님, 병원의 상담·놀이선생님과 긴밀하게 협력하여 약물치료 없이 아이의 ADHD 증상이 호전된 이야기는 통합교육에 막막함을 느끼는 이들이 주목해야 할 귀한 선례다.

미국의 미취학 아동 통합교육기관인 ‘조오니오학교’, 독일의 경계선 지능 아이들을 위한 ‘게잠트슐레’, 호주의 통합교육 시스템을 가까이서 지켜본 이들이 전하는 해외 교육 모델은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늠하게 한다. 한국교육의 막막한 현실에 좌절하기보다 각자의 방식으로 길을 찾은 이들의 이야기에서 “통합교육이 교사의 숙명”이며,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임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통합교육은 모두에게 선善이다

 ADHD 아이를 위한 활동적인 수업, 조오니오학교의 유연한 팀티칭 제도와 선진 장비가 일반 아이들에게도 즐거운 자극을 주듯, 통합교육은 장애학생뿐 아니라 비장애학생의 배움과 성장에도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마찬가지로 통합교육에 관한 논의와 상상력이 확장될 때, 우리가 도달할 곳은 장애인뿐 아니라 비장애인에게도 살기 좋은 사회일 것이다. 아이 하나하나의 고유성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내 곁의 ‘다른’ 존재를 수용하는 태도를 길러주는 통합교육은 성인이 되어 다양한 사회 구성원과 관계 맺는 능력과도 직결된다. 궁극적으로, 통합교육은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의 선善을 실현할 교육적 장치다.


본문 가운데


장애인은 자신의 장애를 치료해달라고 이 세상에 온 것이 아니라, 우리를 치유해주러 온 것입니다. 그러니 특수교육 내지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자세는 내가 장애인을 변화 또는 교육시키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만남을 통해 내 삶을 변화시키겠다는 자세입니다. _ 한미경, <장애인이 이 세상에 온 이유>, 32쪽

 

움직이는 방식으로 구성된 수업과 짐볼, 스탠딩 책상, 밸런스 패드의 활용은 철민이를 위해 시작했지만 우리 반 모든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다. 아이들은 짐볼과 스탠딩 책상이 자기 차례가 되기를 늘 기다렸다. 초등 단계의 아이들은 대부분 움직임의 욕구가 크다. 그중에서 철민이가 유독 움직임 욕구가 컸을 뿐이다. 그러니 신경다양성 교실이 모든 아이들에게 잘 맞을 수밖에 없었다. _ 김명희, <정상, 비정상의 경계가 사라진 교실>, 114쪽

 

장애뿐만 아니라 인종, 언어, 문화적 배경이 다양한 미국의 환경에서 장애아 통합교육을 하고 있는 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싶어 하는 것은 다양성의 가치와 그 가치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중략) 부모라면 누구도 제 아이가 장애인을 보고 무서워하거나,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 몰라 하거나, 예의 없이 뚫어져라 쳐다보는 아이로 자라게 하고 싶진 않을 것이다. 장애인을 대하는 에티켓을 아는 것을 넘어서 사회 구성원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서로가 가진 다름과 다양한 능력을 인식하고, 다양한 사람과 한 팀으로 일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을 것이다. _ 정은영, <비장애학생도 다니고 싶은 조오니오학교>, 146쪽

 

차례

 

엮은이의 말 _ 개인을 위한 보편의 교육


1부 장애를 바라보는 교육적 시선

장애인이 이 세상에 온 이유 | 한미경

ADHD, 아이들이 덮어쓴 ‘피박’ | 현병호

우리가 통합교육에 실패한 까닭 | 류승연

‘천천히’란 꼬리표를 붙여 미안해 | 조순애

치료인가, 교육인가 | 김주희

통합교육, 어디까지 왔을까 | 김수연

포용 사회로 나아가는 길 | 엄수정

 

2부 통합교육의 실제

정상, 비정상의 경계가 사라진 교실 | 김명희

ADHD 아이와 그 곁의 어른들 | 조은혜

발달장애아동과 함께한 미술놀이 | 김인규

씨줄과 날줄로 엮는 방과후 공부방 | 한재천

비장애학생도 다니고 싶은 조오니오학교 | 정은영

경계선 지능 아이들을 위한 진로교육 | 이은서

통합교육은 모든 아이들의 권리다 | 이루나


 글쓴이

김명희 _ 초등교사로 일하다 뒤늦게 특수교육을 전공하고 지금은 모든 아이들을 위한 신경다양성 교실을 연구, 실천하고 있다. 함께 쓴 책으로 『교사 통합교육을 말하다』가 있다.

김수연 _ 1990년대 초 초등학교 특수학급 담임으로 교사생활을 시작해 지금은 경인교육대학교에서 특수(통합)교육을 가르치고 있다.

김인규 _ 작가, 교육연구자. 30년 가까이 중등학교 미술교사로 있었고, 지금은 개인 작업을 하며 자유로운 교육활동을 하고 있다. 이 글은 아르떼 웹진 칼럼 ‘발달장애인을 위한 문화 복지를 생각하며: 관리에서 삶으로’를 토대로 다시 쓴 것이다.

김주희 _ 서울 강북에 자리한 농인 대안학교 ‘소리를보여주는사람들’ 교사.

류승연 _ 전직 정치부 기자이자 현직 작가. 발달장애 아들과 비장애 딸을 키우는 쌍둥이 엄마다. 저서로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다르지만 다르지 않습니다』 『배려의 말들』이 있다.

엄수정 _ 경기도교육연구원 부연구위원. 포스트 이론과 장애학을 토대로 학교에서 발생하는 소외와 배제, 차별 현상을 탐구하고 있다.

이루나 _ 한국에서 중등교사로 일하다 호주 멜버른으로 삶의 근거지를 옮겼다. 발달장애 아들을 일반 초등학교에 보내며 호주의 특수교육, 일반교육, 통합교육의 속살을 이해하고자 고군분투 중이다.

이은서 _ 한국에 있는 발도르프학교에서 7년간 교사로 아이들을 만나다 베를린자유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현재 베를린에 거주하고 있다.

정은영 _ 한국에서 중등 특수교사로 일하다가 미국 유학 중 결혼해 세 아이들의 엄마가 되었다. 뉴욕주립대 조교수로, 초등 통합교육 교사가 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조은혜 _ 두 아이의 엄마이자 작가 지망생이다. ADHD 아이를 키우며 겪은 일과 생각을 에세이집 『특기는 사과, 취미는 반성입니다』에 담았다.

조순애 _ 특수교사로 2년, 광명YMCA 볍씨학교 교사로 12년을 살다 귀촌했다. 한때는 좋은 교사이고 싶어서, 지금은 그냥 아이들이 예뻐서 아이들 만나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한미경 _ 한국의 공립 고등학교와 산마을고등학교를 거쳐 독일의 발도로프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났다. 지금은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한국 문학과 도서를 서구에 알리는 출판사를 운영하며 한국인지학센터 산하 서울오이리트메움에서 정기적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한재천 _ 20여 년 동안 발달장애아동 조기교육과 방과후 교육을 해왔다. 춘천생협 이사장을 역임하고 춘천 녹색지역화폐 일을 했다.

현병호 _ 『민들레』 발행인.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 교육』 『반지성 주의보』를 썼고, 『재난의 시대, 교육의 방향을 다시 묻다』 외 여러 권을 함께 썼다. 옮긴 책으로는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사람』 『소통하는 신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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