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두렵고 막막한 당신에게, 한 교육자가 전하는 진심 어린 이야기
“저희 아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배우는 게 너무 느려요.”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는데 얼마나 도와줘야 할까요?”
“사춘기 아이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죠?”
“교사는 자존감 같은 거 갖기 힘든 직업이에요.”
“늘 바쁘기만 한 교사가 어떻게 성장할 수 있나요?”
“교사와 부모는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죠?”
“학원에 가지 않아도 정말 괜찮을까요?”
“공부도 입시도 경쟁도 싫지만, 그래도 대학엔 가야 하지 않을까요?”
한 아이의 교육과 성장을 위해, 우리는 수많은 질문과 맞닥뜨립니다. 이 질문들의 이면에는 녹록치 않은 한국의 교육현실에 대한 두려움과 ‘어쩔 수 없다’는 자괴감이 함께 자리 잡고 있지요. 부모든 교사든 아이가 치열한 경쟁에 휩쓸리는 것을 마음 편히 지켜볼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러나 ‘교육’이 뭔가 잘못됐다고 느끼면서도 그 거센 파도 속으로 뛰어드는 것 말고,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다른 길이 있을까요?
이렇게 흔들리는 부모와 교사들에게 한 교육자가 진심 어린 이야기를 건넵니다. 공립학교, 특성화고등학교, 공동육아어린이집, 초중등대안학교 등 다양한 형태의 교육 현장을 온몸으로 살아낸 저자는 여전히 교육에 희망이 있다고 말합니다. 예순이 넘은 지금도 교육이라는 말에 가슴이 뛴다는 그가 ‘아이’와 ‘교육’에 대한 평생의 지혜를 조곤조곤 들려줍니다. 흔들림을 훌쩍 뛰어넘는 지혜가 아닌 그 흔들림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요!
아이와 부모, 교사는 함께 자란다
1부 ‘진화하는 아이들’에서는 아이에 대한 통념을 깨고 새로운 교육적 시각을 제시합니다. 아이의 성장은 느린 성장, 곧 숙성에 가까우며 부모나 교사가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모습으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 성장의 구체적인 내용과 속도는 미리 결정되어 있지 않고 정확하게 예측할 수도 없지요. 부모와 교사가 아이의 성장에 조급해하지 않는다면, 결국 ‘모든 아이는 다 다르기 때문에 아름답고 존엄하다’는 지혜에 이를 수 있습니다.
2부 ‘공진화하는 교육의 주체들’에서는 공진화(coevolution)라는 자연과학 원리를 통해,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부모와 교사를 이야기합니다. 교육은 아이 주변의 모든 이들에게 성장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아이와의 공진화에 몸을 맡기는 부모와 교사는 아이와 함께 자랍니다. 그 유연함과 개방성이 또다시 아이를 키우는 동력이 되지요. 한 아이를 둘러싸고 부모와 교사, 나아가 한 마을이 조화를 이룰 때, 성장은 모두에게 선물처럼 찾아옵니다.
3부 ‘진화하는 교육’에서는 ‘교양교육, 지식교육, 가치교육, 융합교육’ 등을 돌아보며 지금 이후의 교육을 모색합니다. 특히 대안교육 사례를 바탕으로, 정글의 법칙에서 숲의 원리로 나아가는 교육과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요. 독일에서 나치의 야만을 극복, 청산하기 위해 ‘아우슈비츠 이후의 교육’을 주창한 것처럼, 우리도 지난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교육을 시작해야 합니다. ‘세월호 이후, 촛불 이후, 미투(me too) 이후’의 교육을 모색할 때이지요. 저자는 단순한 입시제도 개편이 아닌 모든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근본적인 변화를 역설합니다.
다시, 교육의 길을 묻는다
이 책에는 두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우선 ‘대안교육’ 사례가 자주 등장합니다. 교육의 최전선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그들의 이야기는 한국교육 전반에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신선한 충격과 동시에 새로운 통찰을 가져다주지요. 또 하나는 ‘자연과학적 시각’입니다. 나이가 들고 나서야 자연과학 공부를 시작했다는 저자는 인문학적 시각만으로는 아이와 교육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오랜 경험과 인문학적 소양에 자연과학적 통찰까지 어우러진 그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신뢰할 만합니다.
당신이 이제 막 교육을 고민하기 시작했다면, 혹 오래전부터 교육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면 일독을 권합니다. 이 책에서는 확실한 해답보다 오래도록 품어야 할 정직한 질문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저자의 말대로 그 질문들이 미래의 교육으로 이어지겠지요. 쉽게 해결되지 않는 그 무수한 질문들이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고, 이 사회를 조금이나마 더 살 만한 곳으로 바꿔나갈 것입니다.
본문 가운데
만남을 통해 탈바꿈하는 아이
학교에 입학한 아이가 등에 메고 오는 것은 가방만이 아니다. 자신이 살아온 가정의 색다른 문화를 함께 메고 온다. 아이는 교실에 가방을 풀어 놓으며 자신의 개성과 문화도 풀어 놓는다. 그것을 또래와 나누면서 학급과 학교의 문화를 만들어 간다. 아이는 그때까지 살아온 시간을 쌓아 만든, 작은 문명의 담지자이다. 교실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문명과 문명이 때로는 조심스럽게, 때로는 격렬하게 조우한다.
아이는 각자 다른 문화를 서로 나누는 방법을 아슬아슬하게 익혀 간다. 집에서 지낼 때와 달리 공동생활에서는 때로 내가 양보하지 않으면 모두가 힘들어진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우친다. 종종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기도 하지만 파탄으로 끝나기보다는 대개 융합의 길로 간다. 곤충이 알에서 애벌레와 번데기를 거쳐 성충이 되는 변태metamorphosis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아이는 곤충과 달리 겉모습은 별 차이가 없어도 속은 완전히 달라지는 변태(탈바꿈) 과정을 겪는다. _1장 느리게 성장하는 아이들
뉴턴식 세계관과 교육관을 넘어서기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있다는 고전물리학은 변화무쌍하고 역동적인 이 세상을 설명하는 데 적지 않은 한계를 드러낸다. 근대적 교육관은 아이의 학업 성취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고, 사회 현실과 유리된 진공 속에서 아이를 원하는 모습으로 주조할 수 있다고 믿는다. 고전물리학의 특징인 인과율의 교육적 반영이다. 전국 일제고사를 통해 수천, 수만 명의 아이들을 일등부터 꼴찌까지 한 줄로 세우겠다는 발상도 여기서 나왔다.
그러나 아이는 가만히 앉아서 이런 이상한 법칙이나 정밀한 측정 방식에 지배당하지만은 않는다. 아이의 행동에는 정해진 하나의 원인이 없다. 아이의 미래는 어느 하나 결정되지 않았다(혹은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이미 주어진’ 혹은 ‘벗어날 수 없는’ 운명에 따르지 않는다. 바로 그렇기에 아이는 무한한 변화와 성장의 가능성, 그리고 자기 책임성을 갖게 된다. _3장 빛과 같은 아이들
아이의 패턴을 찾아라
부모와 교사의 소통 혹은 상담이란 서로 파악한 아이의 패턴을 나누는 것이다. 교사는 학교에서 본 아이의 패턴을 나누고, 부모는 가정에서 드러난 아이의 패턴을 나눈다. 부모와 교사가 파악한 패턴을 모아서 퍼즐을 맞추면 아이라는 모자이크가 보다 온전해진다. 조각과 조각 사이의 연관을 찾아서 전체 그림을 맞추는 것이다. 이때 조심스럽게 해석해야 한다. 가끔 한 조각을 보고 전체인 양 단정 짓기도 하고, 그로 인해 새로운 가능성을 놓치기도 한다. 마지막 한 조각을 끝끝내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겸손한 부모와 교사는 비어 있는 자리를 보고도 뭔가 지침을 얻는다.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 안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_5장 공진화하는 교육의 주체1, 부모
교사-아이-부모의 조화로운 공전
대안교육 현장에서는 교학상장을 ‘교-학-부모 상장’으로 풀어낸다. 아이를 사이에 두고 교사-아이-부모(교육의 3주체)가 함께 성장한다는 뜻이다. 이를 회전하는 천체로 시각화해 보자. 지구의 위치에 아이를, 달의 위치에 부모를, 태양의 위치에 교사를 두면 된다. 3개의 천체가 부딪히지 않고 잘 공전하려면 조화가 관건이다. 뉴턴도 풀기 어려워했던 세 천체의 공전 방정식을 우리가 풀어야 한다. 조화가 어긋나면 반드시 충돌한다.
교육 3주체가 조화롭게 공전한다고 해서 서로 대칭을 이루는 것은 아니다. 가지고 있는 정보의 양과 질, 경험의 유무, 적극성과 치열함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아이와 교사의 만남은 비대칭에서 출발한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비대칭의 정도가 줄어든다. 거의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까지 줄어드는 게 좋다. 아이와 교사 사이의 원초적인 비대칭을 능동적으로 줄여 가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_7장 교육 주체들의 조화로운 공전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두 눈으로 보기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사람은 왼쪽과 오른쪽 두 개의 눈으로 본다. 한쪽 눈으로만 보는 세상은 불완전하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이라는 두 개의 눈으로 세상을 봐야 한다. 자연과학에 기초한 물리적 세계관과 인문학에 바탕을 둔 심미적 세계관이 만나서 조화로운 세계상을 만들어 낸다. 어린왕자의 심미적인 별과 천문학자의 핵융합하는 별이 만나야 하는 것이다.
자연과학 공부는 단순히 어떤 공부를 하는 것 이상의 깊은 뜻을 갖는다. 아주 오래된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는 지구의 전 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우리 행성을 더 현명하게 관리하고 인간 사회를 보전하는 데 필수적인 조건이다. 넓어진 지평을 통해 인간과 다른 생명체들 간의 연대, 나아가 인간과 전체 자연계 간의 연대를 이룰 수 있다. _8장 교육에서의 자유와 가치 그리고 학습
지은이
이철국 12345ddong@naver.com
서울사범대를 졸업하고 공교육과 대안교육 현장에서 30년 넘게 ‘인간과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잡고 아이들을 만나 왔다. 일반 고등학교 교사로 지내다 90년대 초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된 뒤 공동육아 어린이집과 푸른꿈고등학교, 고양자유학교를 거쳐 지금은 중등 대안학교인 불이학교에 몸담고 있다.
강아지똥이란 별명으로 불리며, 예순을 넘어서도 호기심과 경이감을 잃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려 한다. 자연과학과 뇌과학을 접하고 교육을 바라보는 또 다른 통찰력을 갖게 되면서 서로 다른 점보다 닮은 점을 먼저 보게 되었다. ‘웬만한’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잘 사 는 길을 교육을 통해 구현하고자 애쓰고 있다. 저서로는 『강아지똥 선생님의 공동육아 이야기』가 있다.
차례
들어가는 말 | 다시, 교육의 길을 묻는다 9
1부 진화하는 아이들
1장 느리게 성장하는 아이들
아이를 어떻게 볼 것인가? 21 아이는 일직선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26 느린 성장, 숙성 29 만남을 통해 탈바꿈하는 아이 31 의존할 줄 아는 능력이 중요하다 34
2장 다 다른 아이들, 늘 다른 아이들
다른 아이들, 건강한 사회 39 공포 속의 안정은 안정이 아니다 44 모든 아이는 세상에 단 한 명이다 46 부모가 보는 아이, 교사가 보는 아이 49 갑옷 대신 척추로 51
3장 빛과 같은 아이들
뉴턴식 세계관과 교육관을 넘어서기 54 이 세상은 미리 결정되어 있지 않다 57 다 알려고 하지 마라 59 이것도 저것도 63 빛과 같은 아이들 66
4장 유연한 뇌를 가진 아이들
머리에 구멍 뚫린 사나이 70 몸과 마음은 분리할 수 없다 72 뇌의 발생과 진화 77 호모사피엔스가 되기 위한 십대들의 성장통 80 평생 변하고 발달하는 뇌 86 사랑과 공감이 건강한 뇌를 키운다 90 학교가 존재하는 이유 94 모든 것은 흘러가며 변한다 96
2부 공진화하는 교육의 주체들
5장 공진화하는 교육의 주체1 _부모
부모와 아이의 공진화 101 아이는 부모가 원하는 순간에 자라지 않는다 104 부모의 유연함이 아이를 키운다 108 아이의 패턴을 찾아라 110 아이는 부모를 닮는가 113
6장 공진화하는 교육의 주체2 _교사
좋은 교사는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115 교사의 성장을 돕는 학교 118 교사회가 곧 교사 양성 과정이다 120 번아웃 증후군과 슈드비 증후군 122 회복 탄력성과 개방성 124 더 많은 벗들이 필요하다 127
7장 교육 주체들의 조화로운 공전
조화로운 공전과 비대칭성 131 웬만한 사람들과 어울리기 134 누가 아이를 소유하고 있는가 137 아이를 지키는 지혜로운 파수꾼, 마을 139
3부 진화하는 교육
8장 교육에서의 자유와 가치 그리고 학습
자유라는 딜레마 145 가치를 어떻게 가르칠까 148 틀에 갇히지 않는 자유로운 탐구_교양교육 152 지식의 재구성_지식교육 154 지식과 가치는 두 마리 토끼가 아니다 157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두 눈으로 보기 159 대학을 넘어서 165
9장 정글의 법칙에서 숲의 원리로
9¾ 승강장의 비밀 170 대안교육은 유기농이다 172 너의 언어로 말하라 174 사회와 소통하는 대안교육 178 별이 이끄는 대로, 사랑과 연대의 길로 181
10장 새로운 리더십을 기다리며
리더십은 신뢰에서 싹튼다 185 함께하는 리더십 187 도전하는 리더십 190 사람을 키우는 리더십 191 새로운 리더십을 기다리며 193
나가는 말 | 오늘도 진화하는 나 197
아이는 당신과 함께 자란다
‘교육’이 두렵고 막막한 당신에게, 한 교육자가 전하는 진심 어린 이야기
“저희 아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배우는 게 너무 느려요.”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는데 얼마나 도와줘야 할까요?”
“사춘기 아이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죠?”
“교사는 자존감 같은 거 갖기 힘든 직업이에요.”
“늘 바쁘기만 한 교사가 어떻게 성장할 수 있나요?”
“교사와 부모는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죠?”
“학원에 가지 않아도 정말 괜찮을까요?”
“공부도 입시도 경쟁도 싫지만, 그래도 대학엔 가야 하지 않을까요?”
한 아이의 교육과 성장을 위해, 우리는 수많은 질문과 맞닥뜨립니다. 이 질문들의 이면에는 녹록치 않은 한국의 교육현실에 대한 두려움과 ‘어쩔 수 없다’는 자괴감이 함께 자리 잡고 있지요. 부모든 교사든 아이가 치열한 경쟁에 휩쓸리는 것을 마음 편히 지켜볼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러나 ‘교육’이 뭔가 잘못됐다고 느끼면서도 그 거센 파도 속으로 뛰어드는 것 말고,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다른 길이 있을까요?
이렇게 흔들리는 부모와 교사들에게 한 교육자가 진심 어린 이야기를 건넵니다. 공립학교, 특성화고등학교, 공동육아어린이집, 초중등대안학교 등 다양한 형태의 교육 현장을 온몸으로 살아낸 저자는 여전히 교육에 희망이 있다고 말합니다. 예순이 넘은 지금도 교육이라는 말에 가슴이 뛴다는 그가 ‘아이’와 ‘교육’에 대한 평생의 지혜를 조곤조곤 들려줍니다. 흔들림을 훌쩍 뛰어넘는 지혜가 아닌 그 흔들림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요!
아이와 부모, 교사는 함께 자란다
1부 ‘진화하는 아이들’에서는 아이에 대한 통념을 깨고 새로운 교육적 시각을 제시합니다. 아이의 성장은 느린 성장, 곧 숙성에 가까우며 부모나 교사가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모습으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 성장의 구체적인 내용과 속도는 미리 결정되어 있지 않고 정확하게 예측할 수도 없지요. 부모와 교사가 아이의 성장에 조급해하지 않는다면, 결국 ‘모든 아이는 다 다르기 때문에 아름답고 존엄하다’는 지혜에 이를 수 있습니다.
2부 ‘공진화하는 교육의 주체들’에서는 공진화(coevolution)라는 자연과학 원리를 통해,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부모와 교사를 이야기합니다. 교육은 아이 주변의 모든 이들에게 성장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아이와의 공진화에 몸을 맡기는 부모와 교사는 아이와 함께 자랍니다. 그 유연함과 개방성이 또다시 아이를 키우는 동력이 되지요. 한 아이를 둘러싸고 부모와 교사, 나아가 한 마을이 조화를 이룰 때, 성장은 모두에게 선물처럼 찾아옵니다.
3부 ‘진화하는 교육’에서는 ‘교양교육, 지식교육, 가치교육, 융합교육’ 등을 돌아보며 지금 이후의 교육을 모색합니다. 특히 대안교육 사례를 바탕으로, 정글의 법칙에서 숲의 원리로 나아가는 교육과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요. 독일에서 나치의 야만을 극복, 청산하기 위해 ‘아우슈비츠 이후의 교육’을 주창한 것처럼, 우리도 지난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교육을 시작해야 합니다. ‘세월호 이후, 촛불 이후, 미투(me too) 이후’의 교육을 모색할 때이지요. 저자는 단순한 입시제도 개편이 아닌 모든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근본적인 변화를 역설합니다.
다시, 교육의 길을 묻는다
이 책에는 두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우선 ‘대안교육’ 사례가 자주 등장합니다. 교육의 최전선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그들의 이야기는 한국교육 전반에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신선한 충격과 동시에 새로운 통찰을 가져다주지요. 또 하나는 ‘자연과학적 시각’입니다. 나이가 들고 나서야 자연과학 공부를 시작했다는 저자는 인문학적 시각만으로는 아이와 교육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오랜 경험과 인문학적 소양에 자연과학적 통찰까지 어우러진 그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신뢰할 만합니다.
당신이 이제 막 교육을 고민하기 시작했다면, 혹 오래전부터 교육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면 일독을 권합니다. 이 책에서는 확실한 해답보다 오래도록 품어야 할 정직한 질문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저자의 말대로 그 질문들이 미래의 교육으로 이어지겠지요. 쉽게 해결되지 않는 그 무수한 질문들이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고, 이 사회를 조금이나마 더 살 만한 곳으로 바꿔나갈 것입니다.
본문 가운데
만남을 통해 탈바꿈하는 아이
학교에 입학한 아이가 등에 메고 오는 것은 가방만이 아니다. 자신이 살아온 가정의 색다른 문화를 함께 메고 온다. 아이는 교실에 가방을 풀어 놓으며 자신의 개성과 문화도 풀어 놓는다. 그것을 또래와 나누면서 학급과 학교의 문화를 만들어 간다. 아이는 그때까지 살아온 시간을 쌓아 만든, 작은 문명의 담지자이다. 교실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문명과 문명이 때로는 조심스럽게, 때로는 격렬하게 조우한다.
아이는 각자 다른 문화를 서로 나누는 방법을 아슬아슬하게 익혀 간다. 집에서 지낼 때와 달리 공동생활에서는 때로 내가 양보하지 않으면 모두가 힘들어진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우친다. 종종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기도 하지만 파탄으로 끝나기보다는 대개 융합의 길로 간다. 곤충이 알에서 애벌레와 번데기를 거쳐 성충이 되는 변태metamorphosis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아이는 곤충과 달리 겉모습은 별 차이가 없어도 속은 완전히 달라지는 변태(탈바꿈) 과정을 겪는다. _1장 느리게 성장하는 아이들
뉴턴식 세계관과 교육관을 넘어서기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있다는 고전물리학은 변화무쌍하고 역동적인 이 세상을 설명하는 데 적지 않은 한계를 드러낸다. 근대적 교육관은 아이의 학업 성취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고, 사회 현실과 유리된 진공 속에서 아이를 원하는 모습으로 주조할 수 있다고 믿는다. 고전물리학의 특징인 인과율의 교육적 반영이다. 전국 일제고사를 통해 수천, 수만 명의 아이들을 일등부터 꼴찌까지 한 줄로 세우겠다는 발상도 여기서 나왔다.
그러나 아이는 가만히 앉아서 이런 이상한 법칙이나 정밀한 측정 방식에 지배당하지만은 않는다. 아이의 행동에는 정해진 하나의 원인이 없다. 아이의 미래는 어느 하나 결정되지 않았다(혹은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이미 주어진’ 혹은 ‘벗어날 수 없는’ 운명에 따르지 않는다. 바로 그렇기에 아이는 무한한 변화와 성장의 가능성, 그리고 자기 책임성을 갖게 된다. _3장 빛과 같은 아이들
아이의 패턴을 찾아라
부모와 교사의 소통 혹은 상담이란 서로 파악한 아이의 패턴을 나누는 것이다. 교사는 학교에서 본 아이의 패턴을 나누고, 부모는 가정에서 드러난 아이의 패턴을 나눈다. 부모와 교사가 파악한 패턴을 모아서 퍼즐을 맞추면 아이라는 모자이크가 보다 온전해진다. 조각과 조각 사이의 연관을 찾아서 전체 그림을 맞추는 것이다. 이때 조심스럽게 해석해야 한다. 가끔 한 조각을 보고 전체인 양 단정 짓기도 하고, 그로 인해 새로운 가능성을 놓치기도 한다. 마지막 한 조각을 끝끝내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겸손한 부모와 교사는 비어 있는 자리를 보고도 뭔가 지침을 얻는다.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 안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_5장 공진화하는 교육의 주체1, 부모
교사-아이-부모의 조화로운 공전
대안교육 현장에서는 교학상장을 ‘교-학-부모 상장’으로 풀어낸다. 아이를 사이에 두고 교사-아이-부모(교육의 3주체)가 함께 성장한다는 뜻이다. 이를 회전하는 천체로 시각화해 보자. 지구의 위치에 아이를, 달의 위치에 부모를, 태양의 위치에 교사를 두면 된다. 3개의 천체가 부딪히지 않고 잘 공전하려면 조화가 관건이다. 뉴턴도 풀기 어려워했던 세 천체의 공전 방정식을 우리가 풀어야 한다. 조화가 어긋나면 반드시 충돌한다.
교육 3주체가 조화롭게 공전한다고 해서 서로 대칭을 이루는 것은 아니다. 가지고 있는 정보의 양과 질, 경험의 유무, 적극성과 치열함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아이와 교사의 만남은 비대칭에서 출발한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비대칭의 정도가 줄어든다. 거의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까지 줄어드는 게 좋다. 아이와 교사 사이의 원초적인 비대칭을 능동적으로 줄여 가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_7장 교육 주체들의 조화로운 공전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두 눈으로 보기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사람은 왼쪽과 오른쪽 두 개의 눈으로 본다. 한쪽 눈으로만 보는 세상은 불완전하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이라는 두 개의 눈으로 세상을 봐야 한다. 자연과학에 기초한 물리적 세계관과 인문학에 바탕을 둔 심미적 세계관이 만나서 조화로운 세계상을 만들어 낸다. 어린왕자의 심미적인 별과 천문학자의 핵융합하는 별이 만나야 하는 것이다.
자연과학 공부는 단순히 어떤 공부를 하는 것 이상의 깊은 뜻을 갖는다. 아주 오래된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는 지구의 전 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우리 행성을 더 현명하게 관리하고 인간 사회를 보전하는 데 필수적인 조건이다. 넓어진 지평을 통해 인간과 다른 생명체들 간의 연대, 나아가 인간과 전체 자연계 간의 연대를 이룰 수 있다. _8장 교육에서의 자유와 가치 그리고 학습
지은이
이철국 12345ddong@naver.com
서울사범대를 졸업하고 공교육과 대안교육 현장에서 30년 넘게 ‘인간과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잡고 아이들을 만나 왔다. 일반 고등학교 교사로 지내다 90년대 초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된 뒤 공동육아 어린이집과 푸른꿈고등학교, 고양자유학교를 거쳐 지금은 중등 대안학교인 불이학교에 몸담고 있다.
강아지똥이란 별명으로 불리며, 예순을 넘어서도 호기심과 경이감을 잃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려 한다. 자연과학과 뇌과학을 접하고 교육을 바라보는 또 다른 통찰력을 갖게 되면서 서로 다른 점보다 닮은 점을 먼저 보게 되었다. ‘웬만한’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잘 사 는 길을 교육을 통해 구현하고자 애쓰고 있다. 저서로는 『강아지똥 선생님의 공동육아 이야기』가 있다.
차례
들어가는 말 | 다시, 교육의 길을 묻는다 9
1부 진화하는 아이들
1장 느리게 성장하는 아이들
아이를 어떻게 볼 것인가? 21 아이는 일직선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26 느린 성장, 숙성 29 만남을 통해 탈바꿈하는 아이 31 의존할 줄 아는 능력이 중요하다 34
2장 다 다른 아이들, 늘 다른 아이들
다른 아이들, 건강한 사회 39 공포 속의 안정은 안정이 아니다 44 모든 아이는 세상에 단 한 명이다 46 부모가 보는 아이, 교사가 보는 아이 49 갑옷 대신 척추로 51
3장 빛과 같은 아이들
뉴턴식 세계관과 교육관을 넘어서기 54 이 세상은 미리 결정되어 있지 않다 57 다 알려고 하지 마라 59 이것도 저것도 63 빛과 같은 아이들 66
4장 유연한 뇌를 가진 아이들
머리에 구멍 뚫린 사나이 70 몸과 마음은 분리할 수 없다 72 뇌의 발생과 진화 77 호모사피엔스가 되기 위한 십대들의 성장통 80 평생 변하고 발달하는 뇌 86 사랑과 공감이 건강한 뇌를 키운다 90 학교가 존재하는 이유 94 모든 것은 흘러가며 변한다 96
2부 공진화하는 교육의 주체들
5장 공진화하는 교육의 주체1 _부모
부모와 아이의 공진화 101 아이는 부모가 원하는 순간에 자라지 않는다 104 부모의 유연함이 아이를 키운다 108 아이의 패턴을 찾아라 110 아이는 부모를 닮는가 113
6장 공진화하는 교육의 주체2 _교사
좋은 교사는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115 교사의 성장을 돕는 학교 118 교사회가 곧 교사 양성 과정이다 120 번아웃 증후군과 슈드비 증후군 122 회복 탄력성과 개방성 124 더 많은 벗들이 필요하다 127
7장 교육 주체들의 조화로운 공전
조화로운 공전과 비대칭성 131 웬만한 사람들과 어울리기 134 누가 아이를 소유하고 있는가 137 아이를 지키는 지혜로운 파수꾼, 마을 139
3부 진화하는 교육
8장 교육에서의 자유와 가치 그리고 학습
자유라는 딜레마 145 가치를 어떻게 가르칠까 148 틀에 갇히지 않는 자유로운 탐구_교양교육 152 지식의 재구성_지식교육 154 지식과 가치는 두 마리 토끼가 아니다 157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두 눈으로 보기 159 대학을 넘어서 165
9장 정글의 법칙에서 숲의 원리로
9¾ 승강장의 비밀 170 대안교육은 유기농이다 172 너의 언어로 말하라 174 사회와 소통하는 대안교육 178 별이 이끄는 대로, 사랑과 연대의 길로 181
10장 새로운 리더십을 기다리며
리더십은 신뢰에서 싹튼다 185 함께하는 리더십 187 도전하는 리더십 190 사람을 키우는 리더십 191 새로운 리더십을 기다리며 193
나가는 말 | 오늘도 진화하는 나 1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