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빅뱅
자연과학의 눈으로 교육을 보다
• 글쓴이: 이철국
• 판 형: 148*210mm
• 쪽 수: 380쪽
• 책 값: 13,000원
• 펴낸날: 2014년 9월 30일
• 도서분류: 교양, 사회과학, 교육학
• ISBN: 978-89-88613-56-6 (03370)
• 펴낸곳: 도서출판 민들레 (http://mindle.org)
• 문의: (전화) 02-322-1603 mindle98@empas.com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209-4 숲센터 2층
※ 이 책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출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발행되었습니다.
어린왕자의 심미적인 별과 천문학자의 핵융합하는 별이 만나야 한다
자연과학이란 미지의 세계로 공부 모험을 떠나면서
내 머릿속에서 빅뱅이 일어났다.
이제 공부의 내비게이션, 내 인생의 내비게이션은
인문학 위에 자연과학이 업데이트되었다.
우주는 단 한 번의 빅뱅으로 시작되었지만
교육에서는 작은 빅뱅이 여러 번 일어난다.
아이들은 좌절과 도약의 빅뱅을 통해서 어른이 된다.
부모와 교사들도 좌절과 감동을 겪으면서 빅뱅을 경험할 것이다.
특히 아이들에게 많은 빅뱅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교육은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두 날개로 날아야 한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가 인문학 쪽으로 편중되어 자연과학 공부를 소홀히 취급하는 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학생들은 고등학교 때 문과와 이과 중 하나를 선택하고, 선택한 후에는 그 사이의 벽이 높아져서 다른 분야는 모르쇠로 일관한다. 한쪽 눈으로만 보는 세상은 불완전하다. 마찬가지로 인문학과 자연과학이라는 두 개의 눈으로 세상을 봄으로써, 우리 사회의 심각한 지적 불균형과 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 자연과학에 기초한 물리적 세계관과 인문학에 바탕을 둔 심미적 세계관이 만나면 조화로운 세계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등교하는 아이가 등에 메고 오는 것은 가방만이 아니다
아이들은 학교에 올 때 저마다 7년 혹은 13년 동안 살아온 가정의 색다른 문화도 함께 메고 온다. 아이는 교실에 가방을 풀어 놓으며 자신의 개성과 문화도 풀어 놓는다. 자기 성격과 문화를 또래와 함께 나누면서 교실과 학교를 만들고, 이것이 그 학급과 학교의 문화가 된다. 아이들은 모두 그때까지 살아온 시간을 쌓아 만든, 작은 문명의 담지자다. 이 담지자들이 만나는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문명과 문명이 때로는 조심스럽게, 때로는 격렬하게 조우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교 공동체라는 용광로에서 용해되고 융합되는 과정을 거친다.
애매한 기억과 유연성이 상상력과 창의력을 부른다
컴퓨터는 정확하지만 상상력과 창의력이 없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애매한 기억과 유연성이 없기 때문이다. 틀에 가두거나 다그치면 배움 자체를 그르칠 수 있다. 컴퓨터가 주어진 계산만을 수행할 때, 사람의 뇌는 이것이냐 저것이냐 사이에 놓인 무수히 많은 가능성을 고려한다는 사실을 항상 잊지 말자.
유연함을 키우는 좋은 방법은 바로 기다림이다. 자녀는 부모가 원하는 순간에 자라지 않는다. 아이는 각자 자기만의 성장 시간표를 따라 제철에 어울리는 꽃처럼 피어난다. 모든 꽃이 봄에만 핀다면 아마 벌써 멸종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교육에서 기다린다는 것은 기회를 준다는 말과 같다.
뉴턴역학을 넘어 양자역학에 기반한 교육관으로
뉴턴역학에 의하면 물체가 어떤 순간에 갖는 위치, 속도 등을 알면 그 물체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또 충돌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있다. 이런 고전물리학은 개별적이고 결정되어 있는 불변의 우주를 상정한다. 지금껏 이 세계관과 교육관이 세상과 학교교육을 지배해 왔다. 학교에서 아이들은 위계질서와 확실성, 인과관계, 이분법적인 사고방식 등 기계적 세계관을 받아들이도록 배우면서 자랐다.
양자물리학은 흥미롭게도 측정하는 관찰자가 매 순간 관찰 대상을 바꿔 놓는다고 주장한다. 교사가 인자한지 경직되었는지에 따라서 아이들의 태도가 바뀌고, 학급 운영을 민주적으로 하느냐 억압적으로 하느냐에 따라서 반마다 색깔이 달라지는 현상과 흡사하다. 고전물리학에서는 부분의 움직임에 따라 전체의 움직임이 결정된다고 보았지만, 양자물리학에서는 전체가 부분의 움직임을 결정한다고 본다.
별이 이끄는 대로, 사랑과 연대의 길로
기쁘게도 우리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열려 있고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뇌를 가지고 있다. 뇌는 외부로부터 감각을 받아들여서 뭔가를 배우고 운동하기 위해 존재한다. 따라서 삶을 진정 생생하게 느끼고 싶다면 우리는 항상 배우고 있어야 한다. 우리 모두에게 죽는 순간까지 ‘새싹’이 자라는 뇌가 있는 한 포기해도 되는 장애 따윈 애초에 없는지도 모른다.
건강한 교육이라면 잘못하는 걸 추궁하기보다는 잘하는 것을 살리는 쪽으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가장 도움이 필요한 아이에게 가장 많은 도움을 줘야 한다. 물론 영재를 키우기도 해야 하지만, 뒤처지는 아이를 함께 이끌고 가는 것이 교육의 대원칙이다. 아이들과 산에 올라갈 때 혼자서 잘 올라가는 아이들이 있고 뒤처지는 아이들이 있다. 이때 교사는 누구와 함께 가는가.
<자연과학으로 한 걸음 더>
신의 입자를 발견하다
힉스입자란 무엇인가? 빅뱅(우주 대폭발) 때 모든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고 사라진 이른바 ‘신의 입자’로 추앙받으며, 수십 년 동안 과학자들의 애간장을 태우면서 가설로만 존재해 온 신비스런 존재다. 어떤 과학자는 힉스입자가 있으리라 주장하고, 저 과학자는 없으리라 주장한다. 그러다가 이 과학자의 주장이 옳다고 판명되고, 저 과학자는 자기가 틀렸음을 인정한다. 그리고 곧바로 두 과학자는 다시 새로운 과제를 향해서 나아간다. 과학에는 이런 정직한 매력이 있다. 우주를 이해하고 근본 법칙을 찾으려는 인류의 놀라운 정신 능력은 연구가 막다른 골목에 부딪히더라도 인내심과 통찰력을 발휘해 숱한 난관을 뛰어넘어 왔다.
동물의 몸은 왜 이토록 다양하게 생겼을까
혹시 인간의 몸이 왜 이렇게 생겼는지 생각해 봤는가? 또 갖가지 동물의 다양한 형태에 대해 감탄하거나 신기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이런 의문의 답을 찾는 학문을 가리키는 말, ‘이보디보’는 다소 생소하겠지만 진화학과 발생학을 결합한 ‘진화발생생물학Evolutionary Developmental Biology’의 영어 약칭이다. 이보디보가 생물학계에 던진 충격은 모든 동물을 만드는 유전자들이 동일한 기원을 지녔다는 사실이다. 그토록 상이한 형태의 동물들이 그토록 유사한 조절유전자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은 생물학 거장들조차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 물고기는 왜 물 밖으로 나갈 생각을 했을까?
때는 약 4억 년 전 바닷속, 최초로 눈이 생긴 놈들이 닥치는 대로 물어뜯고 잡아먹는 통에 나머지 물고기들은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 딱딱한 갑옷을 걸치거나 이빨을 키우는 등 무장의 길로 들어서고 있었다. 이런 군비경쟁 속에서도 일단의 무리는 살벌한 투쟁을 피해서 다른 삶의 방식을 선택했다. 우리는 바닷속에서 서로 잡아먹고 먹히는 피비린내 나는 골육상잔의 투쟁을 피해서, 가족을 데리고 육지로 올라온 평화를 사랑하는 척추동물의 후예다. 평화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우리의 정체성은 서로 의심하고 공격하는 갑옷을 벗어 던지고, 교육과 문화라는 척추로 사회의 다양성과 관용을 향해 나아간다.
죽음을 발병한 세포
박테리아와 같은 모습으로 영원한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이런 아름다운 몸을 갖고 사랑하고 미워하는 감정을 느끼면서 지상에서 유한한 삶을 살 것인가? 우리와 같은 다세포 진핵생물의 조상님은 후자를 선택했다. 단세포생물이 모여서 함께 죽기로 서약함으로써 비로소 다세포생물의 출현이 가능해졌다. 그전까지 수십억 년 동안 지구에는 현미경으로나 간신히 볼 수 있는 단세포생물들로만 가득했었다. 다세포생물이 나타나자 비로소 바다와 육지 곳곳에 놀라운 다양성으로 갖가지 멋진 몸매를 자랑하는 식물과 동물이 나타나서 진화하기 시작했으니, 이것이 바로 죽음을 대가로 치른 선물이다.
초신성 같은 대안교육
우리 태양계가 생성되기 얼마 전 근처에서 이름 모를 초신성 하나가 폭발했고, 그때 뿌려진 다양한 원소가 모여서 태양계를 만들었다. 그중에서 액체 상태의 풍부한 물이 있는 지구라는 행성에서 기적처럼 자신을 복제할 수 있는 생명이 탄생했다. 다시 억겁의 세월이 흘러서 너와 내가 태어나서 살아가고, 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렇게 별들은 일생을 바쳐서 만든 모든 것을 마지막으로 죽으면서 남김없이 우주에 다시 돌려준다. 만약 큰 별이 초신성 폭발로 평생을 바쳐 모은 무거운 원소들을 우주 공간에 쏟아 놓지 않았다면 지구에서 생명은 시작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별들의 후예고, 한 초신성의 후손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인류는 모두 형제자매며 한 가족이다. 말 그대로 우주적 스케일의 인류애를 품어 봄 직하다.
지은이 소개 이철국(12345ddong@naver.com)
서울사범대를 졸업하고 공교육과 대안교육 현장에서 30년 넘게 ‘인간과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잡고 아이들을 만나 왔다. 일반 고등학교 교사로 지내다 90년대 초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된 뒤 공동육아 어린이집과 푸른꿈고등학교, 고양자유학교를 거쳐 지금은 중등 대안학교인 불이학교에 몸담고 있다.
강아지똥이란 별명으로 불리며, 예순을 넘어서도 호기심과 경이감을 잃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려 한다. 자연과학과 뇌과학을 접하고 교육을 바라보는 또 다른 통찰력을 갖게 되면서 서로 다른 점보다 닮은 점을 먼저 보게 되었다. ‘웬만한’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잘 사는 길을 교육을 통해 구현하고자 애쓰고 있다. 펴낸 책으로는 『강아지똥 선생님의 공동육아 이야기』가 있다.
차례
머리말 _ 다시, 교육과 교사의 길을 묻는다 004
1장 안녕한 교육의 출발, 아이
아이가 아이였을 때처럼 019
때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아이 021
충돌하지 않는 조화로운 공전 023
아이들은 일직선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025
인간 성장의 비밀 열쇠 028
누가 아이를 소유하고 있는가 030
아이를 위한 지혜로운 파수꾼, 마을 032
자연과학으로 한 걸음 더 _ 우주를 이해하려는 인간의 노력 036
2장 부모로 성장하는 징검다리
부모의 유연함이 아이를 키운다 045
자녀는 부모가 원하는 순간에 자라지 않는다 047
부모와 자녀의 공진화 관계 050
교사-아이-부모 사이의 비대칭성 053
아이의 패턴을 찾아라 056
아이는 부모를 닮는가 059
자연과학으로 한 걸음 더 _ 이 세상은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 063
3장 다 다른 아이들이 아름답다
다른 아이들, 건강한 사회 073
공포 속의 안정은 안정이 아니다 077
모든 아이는 세상에 딱 한 명이다 079
아인슈타인은 느리게 성장했다 082
남의 도움을 잘 받을 수 있는가 084
갑옷 대신 척추로 087
자연과학으로 한 걸음 더 _ 그처럼 단순한 시작으로부터 090
4장 빛과 같은 아이들
뉴턴식 세계관과 교육관을 넘어서기 101
이 세상은 미리 결정되어 있지 않다 _양자역학 105
다 알려고 하지 마 _불확정성 원리 107
이것도 저것도 _양자적 사고방식 110
빛과 같은 아이들 _양자역학에 따른 교육관 113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아이들 116
자연과학으로 한 걸음 더 _ 양자역학 엿보기 118
5장 인문학과 자연과학은 만나야 한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두 눈으로 보다 125
인문학의 경계를 넘다 130
‘거대한 역사’를 장대하게 가르친다 133
어제가 없는 어느 날 136
우주와 생명에 대한 이해는 나를 이해하는 지름길 140
우리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144
자연과학으로 한 걸음 더 _ 스토리텔링으로 과학을 공부하다 148
6장 내가 되기 위한 뇌의 성장
머리에 구멍 뚫린 사나이 155
데카르트와 스피노자 156
뇌의 발생과 진화 160
호모사피엔스가 되기 위한 십대들의 성장통 163
평생 계속 변하고 발달하는 뇌 _뇌의 기능을 높이는 가소성의 원리 168
뇌과학과 신경 윤리 _공감의 승리 170
학교가 존재하는 이유 174
자연과학으로 한 걸음 더 _ 기억을 찾아서 177
7장 초신성 같은 대안교육
대안교육으로 가는 문, 9 3/4승강장의 비밀 187
초신성 같은 대안교육 189
대안교육은 유기농이다 192
웬만한 사람들과 어울릴 줄 알아야 한다 194
내가 어떤 사람이 될지 누가 정하는가 199
별이 이끄는 대로, 사랑과 연대의 길로 203
자연과학으로 한 걸음 더 _ 그 물고기는 왜 물 밖으로 나갔을까 207
8장 교육에서의 자유와 가치
자유와 교육의 딜레마 215
가치관 교육에서 경계할 점 219
진정한 교양교육이란 223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 까닭은 227
지식과 가치는 두 마리 토끼가 아니다 232
대학을 넘어서는 길 235
자연과학으로 한 걸음 더 _ 과학자가 본 죽음 239
9장 교사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좋은 교사는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249
교사의 성장을 도와주는 학교 252
교사회가 곧 교사 양성 과정이다 254
모험과 함께 춤추기, 그러나 소진되지 않기 258
타인의 감정 존중하기 261
행복 추구의 함정 263
자기만의 정신세계에 갇히지 않기 265
함께 살아갈 더 많은 벗들을 위해 266
자연과학으로 한 걸음 더 _ 과학자가 사랑한 위대한 교사 272
교육 빅뱅 - 자연과학의 눈으로 교육을 보다
교육 빅뱅
자연과학의 눈으로 교육을 보다
• 글쓴이: 이철국
• 판 형: 148*210mm
• 쪽 수: 380쪽
• 책 값: 13,000원
• 펴낸날: 2014년 9월 30일
• 도서분류: 교양, 사회과학, 교육학
• ISBN: 978-89-88613-56-6 (03370)
• 펴낸곳: 도서출판 민들레 (http://mindle.org)
• 문의: (전화) 02-322-1603 mindle98@empas.com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209-4 숲센터 2층
※ 이 책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출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발행되었습니다.
어린왕자의 심미적인 별과 천문학자의 핵융합하는 별이 만나야 한다
자연과학이란 미지의 세계로 공부 모험을 떠나면서
내 머릿속에서 빅뱅이 일어났다.
이제 공부의 내비게이션, 내 인생의 내비게이션은
인문학 위에 자연과학이 업데이트되었다.
우주는 단 한 번의 빅뱅으로 시작되었지만
교육에서는 작은 빅뱅이 여러 번 일어난다.
아이들은 좌절과 도약의 빅뱅을 통해서 어른이 된다.
부모와 교사들도 좌절과 감동을 겪으면서 빅뱅을 경험할 것이다.
특히 아이들에게 많은 빅뱅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교육은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두 날개로 날아야 한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가 인문학 쪽으로 편중되어 자연과학 공부를 소홀히 취급하는 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학생들은 고등학교 때 문과와 이과 중 하나를 선택하고, 선택한 후에는 그 사이의 벽이 높아져서 다른 분야는 모르쇠로 일관한다. 한쪽 눈으로만 보는 세상은 불완전하다. 마찬가지로 인문학과 자연과학이라는 두 개의 눈으로 세상을 봄으로써, 우리 사회의 심각한 지적 불균형과 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 자연과학에 기초한 물리적 세계관과 인문학에 바탕을 둔 심미적 세계관이 만나면 조화로운 세계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등교하는 아이가 등에 메고 오는 것은 가방만이 아니다
아이들은 학교에 올 때 저마다 7년 혹은 13년 동안 살아온 가정의 색다른 문화도 함께 메고 온다. 아이는 교실에 가방을 풀어 놓으며 자신의 개성과 문화도 풀어 놓는다. 자기 성격과 문화를 또래와 함께 나누면서 교실과 학교를 만들고, 이것이 그 학급과 학교의 문화가 된다. 아이들은 모두 그때까지 살아온 시간을 쌓아 만든, 작은 문명의 담지자다. 이 담지자들이 만나는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문명과 문명이 때로는 조심스럽게, 때로는 격렬하게 조우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교 공동체라는 용광로에서 용해되고 융합되는 과정을 거친다.
애매한 기억과 유연성이 상상력과 창의력을 부른다
컴퓨터는 정확하지만 상상력과 창의력이 없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애매한 기억과 유연성이 없기 때문이다. 틀에 가두거나 다그치면 배움 자체를 그르칠 수 있다. 컴퓨터가 주어진 계산만을 수행할 때, 사람의 뇌는 이것이냐 저것이냐 사이에 놓인 무수히 많은 가능성을 고려한다는 사실을 항상 잊지 말자.
유연함을 키우는 좋은 방법은 바로 기다림이다. 자녀는 부모가 원하는 순간에 자라지 않는다. 아이는 각자 자기만의 성장 시간표를 따라 제철에 어울리는 꽃처럼 피어난다. 모든 꽃이 봄에만 핀다면 아마 벌써 멸종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교육에서 기다린다는 것은 기회를 준다는 말과 같다.
뉴턴역학을 넘어 양자역학에 기반한 교육관으로
뉴턴역학에 의하면 물체가 어떤 순간에 갖는 위치, 속도 등을 알면 그 물체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또 충돌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있다. 이런 고전물리학은 개별적이고 결정되어 있는 불변의 우주를 상정한다. 지금껏 이 세계관과 교육관이 세상과 학교교육을 지배해 왔다. 학교에서 아이들은 위계질서와 확실성, 인과관계, 이분법적인 사고방식 등 기계적 세계관을 받아들이도록 배우면서 자랐다.
양자물리학은 흥미롭게도 측정하는 관찰자가 매 순간 관찰 대상을 바꿔 놓는다고 주장한다. 교사가 인자한지 경직되었는지에 따라서 아이들의 태도가 바뀌고, 학급 운영을 민주적으로 하느냐 억압적으로 하느냐에 따라서 반마다 색깔이 달라지는 현상과 흡사하다. 고전물리학에서는 부분의 움직임에 따라 전체의 움직임이 결정된다고 보았지만, 양자물리학에서는 전체가 부분의 움직임을 결정한다고 본다.
별이 이끄는 대로, 사랑과 연대의 길로
기쁘게도 우리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열려 있고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뇌를 가지고 있다. 뇌는 외부로부터 감각을 받아들여서 뭔가를 배우고 운동하기 위해 존재한다. 따라서 삶을 진정 생생하게 느끼고 싶다면 우리는 항상 배우고 있어야 한다. 우리 모두에게 죽는 순간까지 ‘새싹’이 자라는 뇌가 있는 한 포기해도 되는 장애 따윈 애초에 없는지도 모른다.
건강한 교육이라면 잘못하는 걸 추궁하기보다는 잘하는 것을 살리는 쪽으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가장 도움이 필요한 아이에게 가장 많은 도움을 줘야 한다. 물론 영재를 키우기도 해야 하지만, 뒤처지는 아이를 함께 이끌고 가는 것이 교육의 대원칙이다. 아이들과 산에 올라갈 때 혼자서 잘 올라가는 아이들이 있고 뒤처지는 아이들이 있다. 이때 교사는 누구와 함께 가는가.
<자연과학으로 한 걸음 더>
신의 입자를 발견하다
힉스입자란 무엇인가? 빅뱅(우주 대폭발) 때 모든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고 사라진 이른바 ‘신의 입자’로 추앙받으며, 수십 년 동안 과학자들의 애간장을 태우면서 가설로만 존재해 온 신비스런 존재다. 어떤 과학자는 힉스입자가 있으리라 주장하고, 저 과학자는 없으리라 주장한다. 그러다가 이 과학자의 주장이 옳다고 판명되고, 저 과학자는 자기가 틀렸음을 인정한다. 그리고 곧바로 두 과학자는 다시 새로운 과제를 향해서 나아간다. 과학에는 이런 정직한 매력이 있다. 우주를 이해하고 근본 법칙을 찾으려는 인류의 놀라운 정신 능력은 연구가 막다른 골목에 부딪히더라도 인내심과 통찰력을 발휘해 숱한 난관을 뛰어넘어 왔다.
동물의 몸은 왜 이토록 다양하게 생겼을까
혹시 인간의 몸이 왜 이렇게 생겼는지 생각해 봤는가? 또 갖가지 동물의 다양한 형태에 대해 감탄하거나 신기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이런 의문의 답을 찾는 학문을 가리키는 말, ‘이보디보’는 다소 생소하겠지만 진화학과 발생학을 결합한 ‘진화발생생물학Evolutionary Developmental Biology’의 영어 약칭이다. 이보디보가 생물학계에 던진 충격은 모든 동물을 만드는 유전자들이 동일한 기원을 지녔다는 사실이다. 그토록 상이한 형태의 동물들이 그토록 유사한 조절유전자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은 생물학 거장들조차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 물고기는 왜 물 밖으로 나갈 생각을 했을까?
때는 약 4억 년 전 바닷속, 최초로 눈이 생긴 놈들이 닥치는 대로 물어뜯고 잡아먹는 통에 나머지 물고기들은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 딱딱한 갑옷을 걸치거나 이빨을 키우는 등 무장의 길로 들어서고 있었다. 이런 군비경쟁 속에서도 일단의 무리는 살벌한 투쟁을 피해서 다른 삶의 방식을 선택했다. 우리는 바닷속에서 서로 잡아먹고 먹히는 피비린내 나는 골육상잔의 투쟁을 피해서, 가족을 데리고 육지로 올라온 평화를 사랑하는 척추동물의 후예다. 평화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우리의 정체성은 서로 의심하고 공격하는 갑옷을 벗어 던지고, 교육과 문화라는 척추로 사회의 다양성과 관용을 향해 나아간다.
죽음을 발병한 세포
박테리아와 같은 모습으로 영원한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이런 아름다운 몸을 갖고 사랑하고 미워하는 감정을 느끼면서 지상에서 유한한 삶을 살 것인가? 우리와 같은 다세포 진핵생물의 조상님은 후자를 선택했다. 단세포생물이 모여서 함께 죽기로 서약함으로써 비로소 다세포생물의 출현이 가능해졌다. 그전까지 수십억 년 동안 지구에는 현미경으로나 간신히 볼 수 있는 단세포생물들로만 가득했었다. 다세포생물이 나타나자 비로소 바다와 육지 곳곳에 놀라운 다양성으로 갖가지 멋진 몸매를 자랑하는 식물과 동물이 나타나서 진화하기 시작했으니, 이것이 바로 죽음을 대가로 치른 선물이다.
초신성 같은 대안교육
우리 태양계가 생성되기 얼마 전 근처에서 이름 모를 초신성 하나가 폭발했고, 그때 뿌려진 다양한 원소가 모여서 태양계를 만들었다. 그중에서 액체 상태의 풍부한 물이 있는 지구라는 행성에서 기적처럼 자신을 복제할 수 있는 생명이 탄생했다. 다시 억겁의 세월이 흘러서 너와 내가 태어나서 살아가고, 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렇게 별들은 일생을 바쳐서 만든 모든 것을 마지막으로 죽으면서 남김없이 우주에 다시 돌려준다. 만약 큰 별이 초신성 폭발로 평생을 바쳐 모은 무거운 원소들을 우주 공간에 쏟아 놓지 않았다면 지구에서 생명은 시작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별들의 후예고, 한 초신성의 후손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인류는 모두 형제자매며 한 가족이다. 말 그대로 우주적 스케일의 인류애를 품어 봄 직하다.
지은이 소개 이철국(12345ddong@naver.com)
서울사범대를 졸업하고 공교육과 대안교육 현장에서 30년 넘게 ‘인간과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잡고 아이들을 만나 왔다. 일반 고등학교 교사로 지내다 90년대 초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된 뒤 공동육아 어린이집과 푸른꿈고등학교, 고양자유학교를 거쳐 지금은 중등 대안학교인 불이학교에 몸담고 있다.
강아지똥이란 별명으로 불리며, 예순을 넘어서도 호기심과 경이감을 잃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려 한다. 자연과학과 뇌과학을 접하고 교육을 바라보는 또 다른 통찰력을 갖게 되면서 서로 다른 점보다 닮은 점을 먼저 보게 되었다. ‘웬만한’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잘 사는 길을 교육을 통해 구현하고자 애쓰고 있다. 펴낸 책으로는 『강아지똥 선생님의 공동육아 이야기』가 있다.
차례
머리말 _ 다시, 교육과 교사의 길을 묻는다 004
1장 안녕한 교육의 출발, 아이
아이가 아이였을 때처럼 019
때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아이 021
충돌하지 않는 조화로운 공전 023
아이들은 일직선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025
인간 성장의 비밀 열쇠 028
누가 아이를 소유하고 있는가 030
아이를 위한 지혜로운 파수꾼, 마을 032
자연과학으로 한 걸음 더 _ 우주를 이해하려는 인간의 노력 036
2장 부모로 성장하는 징검다리
부모의 유연함이 아이를 키운다 045
자녀는 부모가 원하는 순간에 자라지 않는다 047
부모와 자녀의 공진화 관계 050
교사-아이-부모 사이의 비대칭성 053
아이의 패턴을 찾아라 056
아이는 부모를 닮는가 059
자연과학으로 한 걸음 더 _ 이 세상은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 063
3장 다 다른 아이들이 아름답다
다른 아이들, 건강한 사회 073
공포 속의 안정은 안정이 아니다 077
모든 아이는 세상에 딱 한 명이다 079
아인슈타인은 느리게 성장했다 082
남의 도움을 잘 받을 수 있는가 084
갑옷 대신 척추로 087
자연과학으로 한 걸음 더 _ 그처럼 단순한 시작으로부터 090
4장 빛과 같은 아이들
뉴턴식 세계관과 교육관을 넘어서기 101
이 세상은 미리 결정되어 있지 않다 _양자역학 105
다 알려고 하지 마 _불확정성 원리 107
이것도 저것도 _양자적 사고방식 110
빛과 같은 아이들 _양자역학에 따른 교육관 113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아이들 116
자연과학으로 한 걸음 더 _ 양자역학 엿보기 118
5장 인문학과 자연과학은 만나야 한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두 눈으로 보다 125
인문학의 경계를 넘다 130
‘거대한 역사’를 장대하게 가르친다 133
어제가 없는 어느 날 136
우주와 생명에 대한 이해는 나를 이해하는 지름길 140
우리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144
자연과학으로 한 걸음 더 _ 스토리텔링으로 과학을 공부하다 148
6장 내가 되기 위한 뇌의 성장
머리에 구멍 뚫린 사나이 155
데카르트와 스피노자 156
뇌의 발생과 진화 160
호모사피엔스가 되기 위한 십대들의 성장통 163
평생 계속 변하고 발달하는 뇌 _뇌의 기능을 높이는 가소성의 원리 168
뇌과학과 신경 윤리 _공감의 승리 170
학교가 존재하는 이유 174
자연과학으로 한 걸음 더 _ 기억을 찾아서 177
7장 초신성 같은 대안교육
대안교육으로 가는 문, 9 3/4승강장의 비밀 187
초신성 같은 대안교육 189
대안교육은 유기농이다 192
웬만한 사람들과 어울릴 줄 알아야 한다 194
내가 어떤 사람이 될지 누가 정하는가 199
별이 이끄는 대로, 사랑과 연대의 길로 203
자연과학으로 한 걸음 더 _ 그 물고기는 왜 물 밖으로 나갔을까 207
8장 교육에서의 자유와 가치
자유와 교육의 딜레마 215
가치관 교육에서 경계할 점 219
진정한 교양교육이란 223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 까닭은 227
지식과 가치는 두 마리 토끼가 아니다 232
대학을 넘어서는 길 235
자연과학으로 한 걸음 더 _ 과학자가 본 죽음 239
9장 교사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좋은 교사는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249
교사의 성장을 도와주는 학교 252
교사회가 곧 교사 양성 과정이다 254
모험과 함께 춤추기, 그러나 소진되지 않기 258
타인의 감정 존중하기 261
행복 추구의 함정 263
자기만의 정신세계에 갇히지 않기 265
함께 살아갈 더 많은 벗들을 위해 266
자연과학으로 한 걸음 더 _ 과학자가 사랑한 위대한 교사 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