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의 아이들과 삶을 엮어가는 교사의 돌봄과 교육에 관한 이야기
전국에서 살 길을 찾아 모여드는 빈민들의 정착지였던 구로동에서 자라난 저자는, 하루빨리 이곳을 떠나는 꿈을 꾸며 서울대 간호학과를 들어갔다가 학생운동을 접하게 되면서 구로에 뿌리를 내리고 파랑새지역아동센터에서 십여 년이 넘도록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인간의 온갖 밑바닥 감정이 들끓는 곳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힘들다’는 말로는 충분치 않을 만큼 고단하고 어려운 일이다. ‘이 아이들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물음에 맞닥뜨릴 때마다 가슴속에 타오르는 말들을 쏟아내곤 한 것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되었다.
단칸방으로의 초대
이 책은 단칸방 집이다. 문을 열면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집, 남에게 별로 보이고 싶지 않은 그냥 일상의 비루함들이 고스란히 보이는 단칸방 집 말이다. 그런 집은 볼 것도 없다. 한눈에 사는 게 다 간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말이다. ‘그래도…’라고 말할 수 있다면 말이다. 그런 집에도 사연은 있고, 사정도 있는 법이다. 희망도 꿈꾸고, 희노애락에 몸서리치는 것은 마찬가지다. 속이 좁으니 속을 끓이는 일도 더 많을 수 있는 법이다. _서문 가운데
모범생 출신 교사들은 짐작하기 힘든 아이들의 내면과 성장과정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하다는 것은 또 하나의 화인처럼 아이들 삶에 응어리를 남긴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관심을 받지 못하는 ‘귀퉁이’에 있는 아이들을 십 년 넘게 만나고 있는 저자는 특유의 유머감각과 성찰력으로, 힘든 아이들과 어른들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면서 돌봄과 교육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이 책에는 모범생 출신인 교사들은 짐작하기 힘든 소외된 아이들의 내면과 성장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어디에도 마음 붙일 곳 없는 이방인 같은 아이들을 보듬으며 온몸으로 써내려간 일기 같은 기록들은 사회적 돌봄을 넘어, 한 인간을 이해하고 사랑한다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한다.
본문 가운데
아이들은 아직 어른이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변방의 존재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사람들의 눈길을 피해 구석에 엉거주춤 서 있곤 한다. 제 울 곳을 찾는 이는 결코 한복판을 찾지 않는다. 울 일이 있는 아이들, 억울한 속내가 있는 아이들, 참아내느라 낑낑거리거나 씩씩거리는 아이들이 마음을 달래는 곳은 주로 구석진 곳이거나 모퉁이다. 하지만 이 응달진 곳에서도 아이들은 날마다 자란다. 햇볕이 모자라고 영양분도 부족한 구석진 곳이지만 기를 쓰고 자란다.(들어가는 이야기 중)
만약 공부방을 하다 죽는다면 십중팔구는 울화통이 터져 죽거나 어처구니가 없어 죽을 것이다. 애들하고 있다 보면 겨우 그따위 일로 이렇게 난리를 부리나 싶은 것투성이다. 인간의 밑바닥을 매일 봐야 하는 공부방 교사의 삶은 그런 의미에서 힘겹다. …… 쓰다듬고 쓰다듬고 또 쓰다듬어야 한다. 모나고 삐죽한 곳을 향하여 몸과 마음으로 쓰다듬어야 한다. 마치 그것은 사랑도 아닌 것처럼 쓰다듬어야 한다. 마치 그냥 하는 일처럼, 이 세상에 그것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처럼 쓰다듬어야 한다. 인간의 절대성이 움직이는 것은 그런 절대적 흐름에서만이 아닐까 하는 깨달음이 희미하게 생기는 탓에 해보는 생각이다. 멈추지 않는 바람과 물결처럼,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그래서 그저 하는 일처럼 그렇게 쉼 없이 아이들을 향해 의심 없이 흘러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내 마음은 흔들려도 내 몸만은 하나의 리듬 속에서 어제와 다름없이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폐 끼치고 남의 삶에 개입하기 중)
복지라는 이름에 갇혀 얻어먹는 밥이 되지 않도록, 육신의 허기만을 채우는 밥이 되지 않도록, 빨리빨리 해치워버려야 할 골칫거리 밥이 되지 않도록, 우리는 공부방에서 아이들과 함께 밥을 먹고, 밥에 대한 고민을 한다. 인간에게는 최소한의 자존심이 필요한 것이고, 그 자존심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들과 일들이 있는 것이며, 마땅히 누구에게나 그런 몫은 주어져야 하는 것임을 알기에 우리는 함께 밥을 먹는다. 그것은 하늘은 혼자 못 가지는 것이고, 또한 모두가 머리 위에 함께 이고 사는 이치이기도 한 까닭이다.(우리가 아이들과 함께 밥을 먹는 일은 중)
지은이
성태숙(you4child@hanmail.net)
서울 구로동에서 자라 여전히 구로 한가운데서 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를 꾸리며 십여 년 넘게 아이들과 만나고 있다. 하루빨리 구로를 떠나는 꿈을 꾸며 서울대 간호학과를 들어갔다가 학생운동을 접하게 되면서 구로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정책위원장으로도 활동했으며 격월간 민들레, 공동육아 회보, 수유너머위클리, 구로타임즈 등에 꾸준히 글을 쓰고 있으며, 지역주민으로서 구로구 시민참여위원회 등 지역사회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차례
들어가는 이야기 단칸방으로의 초대 • 6
1부 혼자 커야 하는 아이들
삶이 짜증나는 아이와 진땀나게 씨름하며 • 17
젠장, 엄마가 필요하다고… • 28
안 먹으면 나 화낸다요! • 43
사랑스런 태샘족, 스스로 힘내! • 52
‘있는 집’ 아이 이야기 • 63
외로움에서 벗어나려는 안간힘과 교감하기 • 77
꼬인 인생은 풀면서 가고 • 88
2부 교사로 산다는 것
분홍공주 구타 사건 • 99
너는 내가 언제 너를 보아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 117
아아아! 아아아아아! • 125
공부방 교사로 산다는 것 • 136
나는 너의 사랑을 질투한다 • 146
ADHD를 둘러싼 슬픈 속내들 • 160
업사이클링 중인 아이들 • 177
폐 끼치고 남의 삶에 개입하기 • 185
3부 구로 아리랑
‘거기’ 다녀? • 199
구로 아리랑 • 210
스테인리스 접시에 담긴 죽음 • 226
저 혼자 감당하는 밥벌이 • 245
아이들과 함께 밥을 먹는 일 • 258
약에 빠진 어른들 • 270
십대 아이들을 떠나보내고 • 281
유성처럼 찾아온 아이들 • 295
맺음말 당신의 아이를 돌볼 수 있어 고맙습니다 • 310
변방의 아이들
변방의 아이들과 삶을 엮어가는 교사의 돌봄과 교육에 관한 이야기
전국에서 살 길을 찾아 모여드는 빈민들의 정착지였던 구로동에서 자라난 저자는, 하루빨리 이곳을 떠나는 꿈을 꾸며 서울대 간호학과를 들어갔다가 학생운동을 접하게 되면서 구로에 뿌리를 내리고 파랑새지역아동센터에서 십여 년이 넘도록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인간의 온갖 밑바닥 감정이 들끓는 곳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힘들다’는 말로는 충분치 않을 만큼 고단하고 어려운 일이다. ‘이 아이들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물음에 맞닥뜨릴 때마다 가슴속에 타오르는 말들을 쏟아내곤 한 것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되었다.
단칸방으로의 초대
이 책은 단칸방 집이다. 문을 열면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집, 남에게 별로 보이고 싶지 않은 그냥 일상의 비루함들이 고스란히 보이는 단칸방 집 말이다. 그런 집은 볼 것도 없다. 한눈에 사는 게 다 간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말이다. ‘그래도…’라고 말할 수 있다면 말이다. 그런 집에도 사연은 있고, 사정도 있는 법이다. 희망도 꿈꾸고, 희노애락에 몸서리치는 것은 마찬가지다. 속이 좁으니 속을 끓이는 일도 더 많을 수 있는 법이다. _서문 가운데
모범생 출신 교사들은 짐작하기 힘든 아이들의 내면과 성장과정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하다는 것은 또 하나의 화인처럼 아이들 삶에 응어리를 남긴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관심을 받지 못하는 ‘귀퉁이’에 있는 아이들을 십 년 넘게 만나고 있는 저자는 특유의 유머감각과 성찰력으로, 힘든 아이들과 어른들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면서 돌봄과 교육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이 책에는 모범생 출신인 교사들은 짐작하기 힘든 소외된 아이들의 내면과 성장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어디에도 마음 붙일 곳 없는 이방인 같은 아이들을 보듬으며 온몸으로 써내려간 일기 같은 기록들은 사회적 돌봄을 넘어, 한 인간을 이해하고 사랑한다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한다.
본문 가운데
아이들은 아직 어른이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변방의 존재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사람들의 눈길을 피해 구석에 엉거주춤 서 있곤 한다. 제 울 곳을 찾는 이는 결코 한복판을 찾지 않는다. 울 일이 있는 아이들, 억울한 속내가 있는 아이들, 참아내느라 낑낑거리거나 씩씩거리는 아이들이 마음을 달래는 곳은 주로 구석진 곳이거나 모퉁이다. 하지만 이 응달진 곳에서도 아이들은 날마다 자란다. 햇볕이 모자라고 영양분도 부족한 구석진 곳이지만 기를 쓰고 자란다.(들어가는 이야기 중)
만약 공부방을 하다 죽는다면 십중팔구는 울화통이 터져 죽거나 어처구니가 없어 죽을 것이다. 애들하고 있다 보면 겨우 그따위 일로 이렇게 난리를 부리나 싶은 것투성이다. 인간의 밑바닥을 매일 봐야 하는 공부방 교사의 삶은 그런 의미에서 힘겹다. …… 쓰다듬고 쓰다듬고 또 쓰다듬어야 한다. 모나고 삐죽한 곳을 향하여 몸과 마음으로 쓰다듬어야 한다. 마치 그것은 사랑도 아닌 것처럼 쓰다듬어야 한다. 마치 그냥 하는 일처럼, 이 세상에 그것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처럼 쓰다듬어야 한다. 인간의 절대성이 움직이는 것은 그런 절대적 흐름에서만이 아닐까 하는 깨달음이 희미하게 생기는 탓에 해보는 생각이다. 멈추지 않는 바람과 물결처럼,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그래서 그저 하는 일처럼 그렇게 쉼 없이 아이들을 향해 의심 없이 흘러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내 마음은 흔들려도 내 몸만은 하나의 리듬 속에서 어제와 다름없이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폐 끼치고 남의 삶에 개입하기 중)
복지라는 이름에 갇혀 얻어먹는 밥이 되지 않도록, 육신의 허기만을 채우는 밥이 되지 않도록, 빨리빨리 해치워버려야 할 골칫거리 밥이 되지 않도록, 우리는 공부방에서 아이들과 함께 밥을 먹고, 밥에 대한 고민을 한다. 인간에게는 최소한의 자존심이 필요한 것이고, 그 자존심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들과 일들이 있는 것이며, 마땅히 누구에게나 그런 몫은 주어져야 하는 것임을 알기에 우리는 함께 밥을 먹는다. 그것은 하늘은 혼자 못 가지는 것이고, 또한 모두가 머리 위에 함께 이고 사는 이치이기도 한 까닭이다.(우리가 아이들과 함께 밥을 먹는 일은 중)
지은이
성태숙(you4child@hanmail.net)
서울 구로동에서 자라 여전히 구로 한가운데서 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를 꾸리며 십여 년 넘게 아이들과 만나고 있다. 하루빨리 구로를 떠나는 꿈을 꾸며 서울대 간호학과를 들어갔다가 학생운동을 접하게 되면서 구로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정책위원장으로도 활동했으며 격월간 민들레, 공동육아 회보, 수유너머위클리, 구로타임즈 등에 꾸준히 글을 쓰고 있으며, 지역주민으로서 구로구 시민참여위원회 등 지역사회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차례
들어가는 이야기 단칸방으로의 초대 • 6
1부 혼자 커야 하는 아이들
삶이 짜증나는 아이와 진땀나게 씨름하며 • 17
젠장, 엄마가 필요하다고… • 28
안 먹으면 나 화낸다요! • 43
사랑스런 태샘족, 스스로 힘내! • 52
‘있는 집’ 아이 이야기 • 63
외로움에서 벗어나려는 안간힘과 교감하기 • 77
꼬인 인생은 풀면서 가고 • 88
2부 교사로 산다는 것
분홍공주 구타 사건 • 99
너는 내가 언제 너를 보아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 117
아아아! 아아아아아! • 125
공부방 교사로 산다는 것 • 136
나는 너의 사랑을 질투한다 • 146
ADHD를 둘러싼 슬픈 속내들 • 160
업사이클링 중인 아이들 • 177
폐 끼치고 남의 삶에 개입하기 • 185
3부 구로 아리랑
‘거기’ 다녀? • 199
구로 아리랑 • 210
스테인리스 접시에 담긴 죽음 • 226
저 혼자 감당하는 밥벌이 • 245
아이들과 함께 밥을 먹는 일 • 258
약에 빠진 어른들 • 270
십대 아이들을 떠나보내고 • 281
유성처럼 찾아온 아이들 • 295
맺음말 당신의 아이를 돌볼 수 있어 고맙습니다 • 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