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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쿠니 어린이 마을

키노쿠니 어린이 마을

  • 저자 호리 신이치로
  • 역자 김은산
  • 발간일 2011년 11월 15일
  • ISBN 8988613058  
  • 책값 8,500원  


1992년에 문을 연 일본의 대안학교 '키노쿠니(木の國) 어린이 마을'은 영국의 '서머힐'과 듀이의 교육론을 결합시켜 만든 학교로서, 입시중심 교육으로 멍든 일본 교육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며 지난 십 년 동안 꾸준히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이제는 초등학교가 둘, 중학교가 둘, 그리고 고등학교도 하나 생겼는데, 이 책은 주로 초등학교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다음은 저자인 호리 신이치로 교장 선생이 한국어판 서문으로 보내온 글입니다.


키노쿠니의 십 년을 돌아보며

'키노쿠니어린이마을학원', 이렇게 긴 이름을 가진 우리 학교에는 다른 학교에 있는 것들 가운데 없는 것이 많다.
1. 국어, 과학, 산수, 사회 같은 교과 이름이 없다. 프로젝트라는 이상한 이름의 체험학습이 수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2. 1학년이니 5학년이니 하는 학년이 없다. 초등학교도 중학교도 나이나 학년에 상관없이 관심 분야에 따라 수평적으로 학급을 편성한다.
3.'선생님'이 없다. 정확하게 말하면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어른이 없다. 이 학교 직원은 누구나 아이들한테서 '-상(씨)'이나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4. 시험이나 숙제가 없다. 어른이 설교를 늘어놓거나 무엇을 강제하는 일도 없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훌륭하게 상급학교로 진학한다.
5. 도덕교육이 없다. 공동생활을 하는 가운데 드러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함께 땀을 흘리면서 인간관계 기술을 배워 나간다.
6. 교문도 담도 없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학교 밖으로 나갈 수 있다. 지역사회는 교실의 연장이고 마을 사람들도 가끔 임시교사로 아이들과 만난다.
7. 한 가지 더 덧붙인다면 어른들의 급료에도 차이가 없다. 교장이자 이사장인 나나 스무 살을 갓 넘은 젊은 기숙사 사감도 기본급은 똑같다.

한 마디로 말하면 키노쿠니어린이마을은 이런저런 벽이 없는 학교다. 교과의 벽이 없다. 학년의 벽도 없다. 어른과 아이들 사이의 벽도 없다. 학교와 사회도 물론 벽이 없다. 직원들 사이에도 벽이 없다. 이렇게 특이한 학교가 일본의 산 속 작은 마을에 탄생했다. 1992년의 일이다.
한국도 일본도 입시중심 교육으로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학원이나 과외를 받아야만 하고 학교에서는 교과서 중심의 획일적 수업이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고 있다. 어떤 도시에서나 학교 수의 몇 배나 되는 학원이 번성하고 있고 아이들은 밤낮으로 바쁘게 쑤셔 넣기 학습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나라에 돌연 특이한 학교가 생겨난 것이다.
무얼 하든, 아이들 활동은 스스로가 정한다. 담임을 선택하는 것도 아이들이다. 학습 속도나 내용이 한 사람 한 사람 달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교과서는 거의 쓰지 않는다. 농업, 요리, 뜨개질, 목공 작업 같은 것이 시간표에서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학교가 문을 여는 날, 많은 텔레비전 카메라가 줄을 지었다. 많은 이들이 구경을 왔다. 크게 감동 받은 사람도 적지 않은 듯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신반의하는 모습이었다. 하긴 반신반의라기보다는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이가 거의 다였다. '이렇게 이상한 학교가 제대로 갈 리가 없어. 아이들이 스스로 정한다고? 여하튼 제멋대로에다 제 잘난 맛에 사는 아이들로 자라겠지. 사회성은 어떻게 하겠다는 거지? 체험학습 중심 수업이라고? 그런 것만 해서 도대체 학력을 키워나갈 수 있을까? 고등학교 수업은 그럼 어떻게 하지?' 직접 보러 오지도 않으면서 무책임한 비판을 일삼는 대학 관계자도 있었다. 악의 섞인 비난을 되풀이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로부터 십 년. 처음에는 초등학교 하나로 시작한 키노쿠니어린이마을은 지금은 초등학교가 둘, 중학교가 둘 그리고 고등학교가 하나인 학교로 성장했다. 모두 작은 학교들에 지나지 않지만 들어오고 싶어도 들어오지 못하고 기다리는 아이들이 많이 있다. 학교를 보러 오는 사람들도 한 해에 천 명이 넘는다. 다른 나라에서도 손님들이 찾아온다. 스무 나라 가까이 될 것이다. 물론 가까이 있는 한국에서 오는 손님들이 가장 많다.
아이들은 아주 건강하고 씩씩하다. 자유로운 학교니까 다들 빈둥빈둥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찾아오는 손님들은 하나같이 깜짝 놀란다. 아이들은 자기가 선택한 활동에 집중해서 활발하게 뭔가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진학 때문에 고민하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 어릴 적부터 시험공부만 강요당한 아이들과 달리 자기가 원하는 학교로 나가고 있다. 이들 졸업생들은 자기가 진학한 학교의 친구들을 보면서 "다른 학교에서 온 아이들은 키노쿠니 졸업생과 비교하면 아주 어려요." 하는 말을 종종 한다.
일본에서는 지금 학교를 바꾸려고 하고 있다. 가장 커다란 변화는 현장에 있는 학교 교사들에게 창의적 학습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2년부터 초중고에 도입될 예정인 '종합학습'은 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암기중심 교육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확인하는 교육으로, 다시 말하면 지식편중 교육에서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교육으로 전환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물론 이런 움직임에 저항하는 보수적인 세력도 있어서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지난 십 년 동안 내가 확인한 사실은 매우 많다. 그 가운데 가장 소중한 것은 아이들의 자유와 개성과 체험을 존중하는 학교는 어쨌든 즐겁다는 사실이다. 거기에다 지금까지의 전통적인 교육과 비교할 때 아이들의 성장이 훨씬 돋보인다. 또 한 가지 놓쳐서는 안 될 것은, 이런 교육을 통해서 교사 자신도 성장의 기쁨을 맛본다는 점이다.

이번 기회에 김은산 선생의 힘을 빌어 이 책이 한국어로 번역되어서 무엇보다 기쁘다. 그리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 책이 새로운 교육을 열어 가는 한국의 여러분한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존경해 마지않는 두 개척자의 말을 빌어 끝을 맺고자 한다.
"가장 훌륭한 교사는 아이들과 함께 웃는 교사이고, 가장 나쁜 교사는 아이들을 비웃는 교사이다."-니일
"1온스의 경험은 1톤의 이론과 같다."-듀이

 2001년 10월 호리 신이치로



차례

키노쿠니에는 '선생님'이 없다
담임선생은 바보 멍청이?
어른과 아이들의 심리적 거리
키노쿠니에는 '선생님'이 없다!

꽃밭을 만들다.
우선 좋아하는 꽃을 심자
잔디밭이 있었으면…
불어나는 기쁨
온실을 만들자

별장을 짓다.
진짜 집을 지어 거기서 지내고 싶다.
체험은 학습의 보고(寶庫)

작은 것이 좋다.
키노쿠니의 뿌리
사람 드문 마을에 아이들의 환성
키노쿠니의 어른들
키노쿠니의 실제 생활

공무점반 아이들의 일 주일 생활
아이들은 어떻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가?
주간계획 세우기 - 월요일
자유선택 두 가지 - 화요일
기초학습을 개별적으로 - 수요일
멀리 가는 나들이, 교토에 가다 - 목요일
밖에서 오는 선생님 - 금요일

기르다·먹다·조사하다
네 가지 프로젝트
채소와 동물을 기른다 - <농장(Farm)>반
콩의 연구 - <맛있는 것을 만드는 모임>반
바깥 활동을 아주 좋아는 아이들 - <탐험클럽>반

손수 마련하는 수학여행
자유시간이 6시간
아이들이 마련하는 수학여행
떡 뿌리기와 탄광춤이 있는 운동회
손수 만든 졸업장

아이들이 위험하다
'기초로 돌아가라'의 참뜻
마음이 가난한 수험생들
자유로부터 도피하는 아이들
아이들에게 학교란 무엇인가?

행함으로써 배운다
교육은 무엇을 지향하는가?
자기결정과 개성화와 체험학습
프로젝트란 무엇인가?
기초학습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평가는 아이들이 아닌 교사의 점수

키노쿠니를 말한다 - 아이들 편
키노쿠니란 어떤 곳인가?
자연이 듬뿍
남자나 여자나 모두가 목수
손님들
대 논쟁 - 연못 만들기 : 일본식으로 만들 것인가? 서양식으로 만들 것인가?
이야기와 시
키노쿠니의 짧은 시

키노쿠니를 말한다 - 어른들 편
어른들도 즐거운 학원
멀리 부모 곁을 떠나와서
자유학교의 복음

긴 여정
시모다(霜田靜志)선생
학교 만들기의 시작
학교 후보지를 좁히다.
여러 사람들의 힘으로 만들어진 학교

중학교의 탄생 -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