펴낸이의 말
문제 속에 답이 있다
시험 볼 때면 흔히 이렇게 말한다. 문제를 잘 읽어 보라고, 문제 속에 답이 있다고. 다른 문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당면한 문제를 정확하게 꿰뚫어보면 해답은 찾을 수 있기 마련이다. 교육문제가 잘 풀리지 않는 것은 우리가 그 문제를 직시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우리는 학교가 정말 개혁되기를 바라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학교가 획기적으로 바뀌면 이러한 학교체제에 기대고 있는 수많은 기득권이 위협받게 될 테고, 경제체제 또한 바뀌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는 달리 표현하면 경제적 사회적 조건이 바뀌지 않고서는 학교체제 또한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더 이상 이런 학교체제로는 도저히 행복할 수 없다는 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바꿀 만한 용기를 발휘하는 이는 드물다. 대개는 ‘체제 먼저, 너 먼저’를 중얼거리며 세태에 휩쓸려 갈 뿐이다. 교육의 문제는 결국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다. 교육을 바꾸고 싶다면 제도적인 해결책을 찾으면서 시간을 보내기보다 우리가 저마다 선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선택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이 책은 그런 길을 걸어 온 한 교사의 고백록이자 새로운 교육과 사회의 비전을 제시하는 예언서 같은 책이다. 뉴욕 맨해튼에서 서른 해 가까이 교사로 일하면서 뉴욕 주, 뉴욕 시 올해의 교사 상을 연거푸 받을 만큼 탁월한 교사였던 개토는 학교 기계의 톱니바퀴에 모래를 끼얹으며 게릴라 학습을 시도하면서 아이들이 저마다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마지막 상을 받는 자리에서 강연한 내용을 담은 글을 <월스트리트 저널>에 발표하면서 교직에서 물러난 개토는 그 뒤 전 세계를 돌면서, 학교체제의 근본 문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교육의 변화를 위해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일깨우고 있다. 백악관과 홈스쿨러 다과회, 그리고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오가면서.
이 책은 1990년부터 2000년까지 개토가 쓴 주요 에세이와 강연 원고들을 모은 책 《A Different Kind of Teacher》를 옮긴 것이다. 여기에 실린 글들은 근대교육의 조종소리가 들려오는 이 시대를 살고 있는 한 교사가 자신의 삶과 일을 통해 터득한 지혜를 농축해 놓은 것이다. 십여 년 전에 쓴 글들이 많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도 그 주장이 매우 급진적으로 비칠지도 모르겠다.
1부 ‘길 찾기’ 편에는 개토가 교사로 일하던 시절에 쓴 글 세 편과 제자가 쓴 짧은 글 두 편이 실려 있다. 이 글들을 읽어 보면 개토가 자신의 교육론을 학교 환경에서 어떻게 펼쳐 보였는지, 그리고 학교교육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에 대한 영감을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뒤편에 실려 있는 제자들의 글은 죽은 교육이 아닌 진짜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어떻게 자신의 길을 열어 가는지를 보여 주는 흥미로운 글이다.
2부 ‘문제 읽기’ 편은 개토가 교사를 그만둔 뒤에 쓴 것이다. 교실에서 쌓은 서른 해의 경험과 서구 교육의 역사와 철학에 대한 오랜 연구에서 얻은 통찰력이 번득이는 그의 이야기가 일부 독자들에게는 불온하게 비칠지도 모르지만, 오늘날 우리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새로운길을 개척해 가는 데 강렬한 영감을 줄 것이다.
3부 ‘음미하기’ 편에 실린 다섯 편의 글들은 교육과 삶에 대한 개토 사상의 본질과 그 사상이 나오게 된 배경을 엿보게 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아이들에게는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를 깊이 생각해보게 한다. 개토의 주장에 공감을 하든 않든, 그의 이야기는 우리를 거울 앞에 세우면서 자기를 똑바로 바라보게 해 줄 것이다. 제대로 보면 변화는 일어나기 마련이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지만, 모든 글은 학교교육을 둘러싼 어려운 문제의 해법을 찾으려는 비슷한 노력의 산물이다. 대부분의 글이 쉽게 와 닿는 대화체로 되어 있다. 이 책이 개토의 표현대로 참된 대화로 다가간다면 그 목적을 이룬 것이다.
2006년 8월 현병호
한국어판 서문
곽근, 나를 가르친 학생
뉴욕의 공립학교에서 30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제가 만난 학생들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 중 한 명이 한국인 학생 곽근입니다. 7학년 때 처음 만났는데, 자기 반에서 공부를 꽤 잘 하는 축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친구는 점심시간이면 날마다 부모님이 하시는 작은 가게에서 일을 거들고, 학교를 마친 뒤에도 배달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곽근은 교실에서 가끔 졸 때가 있었는데, 매일 아침마다 6시부터 8시까지 부모님 가게에서 일을 하고 학교로 온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이 점심을 먹는 동안, 또 방과 후에도 저녁까지 배달 일을 한다고 했습니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또 학교 숙제를 한답니다. 하지만 밤 10시가 되어서도 이 친구의 하루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 나머지 시간이 자기가 놀 수 있는 자기만의 시간이라고 말했습니다.
“논다구?”
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머리를 흔들며 말했죠.
“넌 아침 6시면 또 일을 해야 하잖아?”
그러자 곽근은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한국 사람들한테는 노는 게 정말 중요해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일을 하지만 그럴 때도 자기 자신을 위해서 재미있는 일을 만들 수 있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거죠.”
곽근을 알고부터 그 친구는 제게 많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제가 있는 학교에서 비록 많은 유색인 학생들이 다른 아이들에게 시달리거나 놀림을 당하고 돈을 뺏기기도 하고 심지어 맞기도 했지만, 곽근에게는 누구도 감히 그러지 못했습니다. 왜냐면 그 친구는 무술을 잘 했기 때문이죠. 그 친구의 날렵한 발차기는 학교의 전설이 되어, 힘깨나 쓰는 아이들도 곽근에게는 오히려 한 수 배우려고 했죠.
8학년 말이 되자 곽근은 제게 물었습니다. 좋은 고등학교에 갈 수 있도록 도와 줄 수 있느냐고요. 저는 물론이라고 했죠. 그런데 수학 실력은 걱정이 안 되지만 언어는 미국 태생의 다른 학생들에 비해 훨씬 불리한 조건이라고 경고를 했습니다. 수많은 영어 단어들을 만들어 내는 라틴, 앵글로색슨 어근을 모두 알지 못하면 어휘력 테스트를 통과하기는 어려울 거라고 했죠. 설령 그럴 수 있다 해도 합격을 보장할 수는 없다는 말도 덧붙였구요. 곽근은 그 후 몇 달 동안 공부를 하더니 놀랍게도 그 과제를 해냈습니다. 그 친구의 그런 모습은 제게 끊임없이 영감을 불어넣어 주고 제게 이 책을 쓰도록 부추겼습니다.
30년 동안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저는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교실에 가둬 놓고 가르친다면 우둔함이나 나쁜 성격을 바로잡을 수 없을 뿐더러 오히려 그런 면을 더 키운다고 말입니다. 저는 <월스트리트 저널>(1991년 7월 25일자)에 쓴 글에서 이제는 교사를 그만두고 제가 학교 교실에서 목격한 것들을 증언하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 후 15년 동안 저는 유럽과 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을 오가면서 수많은 청중들을 만나고 또 네 권의 책을 썼습니다.
제도화된 학교교육과 이른바 ‘과학적 교육학’이라는 것들에 대해 제가 분노하도록 일깨운 것은 바로 곽근 같은 학생들이었습니다. 그 아이들은 제게 자신들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었습니다. 어른들이 그들을 세상에서 떼 놓고 그들을 미리 정해 놓은 길로 밀어 넣으려고 하지 않는다면 말이죠. 곽근 같은 학생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제게 큰 행운이었습니다. 곽근! 자네가 어디 있든 나는 자네를 믿네!
이 글을 뉴욕 북부에 있는 ‘고독의 집(SOLITUDE)’에서 쓰고 있습니다. 혼자 조용히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를 원하는 사람, 가족의 유대감을 북돋우고자 하는 사람들, 그리고 홈스쿨링이나 그 밖의 방법으로 아이들의 성장을 돕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죠. 완성되려면 좀 남았지만 제 웹사이트(www.johntaylorgatto.com)에서 잠깐 둘러보실 수 있을 겁니다. 언젠가 그곳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국에 신의 가호가 있기를!
2006년 8월, 고독의 집에서
글쓴이 존 테일러 개토
개토는 30여 년 동안 뉴욕 시 공립학교에서 교사로 일했다. 1989년, 1990년, 1991년에는 뉴욕 시 올해의 교사상을, 1990년과 1991년에는 뉴욕 주 올해의 교사상을 받았다. 그리고 이듬해 교직을 그만둔 뒤, 세계 곳곳을 다니며 자신이 교사로서 보았던 것과 하려고 했던 일들을 증언하고 있다.
저서로는 베스트셀러인 《바보 만들기 Dumbing Us Down》 말고도 《The Exhausted School》 《The Underground History of American Education》가 있고, 〈월스트리트 저널〉 〈뉴욕 타임스〉 〈선〉 그 밖에 많은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그는 또 전미대안공동체학교협의회(The National Council of Alternative Community Schools)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1998년에는 인간의 자유라는 대의에 기여한 공로로 알렉시스 드 토크빌 상(Alexis de Toqueville Award)을 받았다.
연락처는 Odysseus Group, 295 East 8th Street, New York, NY 10009 US, 홈페이지는 www.johntaylorgatto.com이다.
옮긴이 이수영
대안적인 삶과 교육을 이야기하는 책을 주로 번역하고 있다. 《조화로운 삶의 지속》 《그대로 갈 것인가 되돌아 갈 것인가》 《헬렌 켈러》 《현명한 부모 되기》 《노드스트롬의 서비스 신화》 《불멸의 사랑》 같은 책과 어린이 그림책 《쿵쾅쿵쾅》 《얌냠짭짭》을 우리 말로 옮겼다.||007 펴낸이의 말 _ 문제 속에 답이 있다
011 한국어판 서문 _ 곽근, 나를 가르친 학생
1부 길 찾기
017 학교 혁명으로 가는 길
024 우리에겐 학교를 개혁할 여유가 없다
038 나쁜 학교가 왜 그렇게 돈이 많이 드는가
051 개토 선생님과 함께한 일 년
055 관습에서 벗어나기
2부 문제 읽기
063 학교는 왜 아이들에게 배우는 방식을 가르치지 않는가
스탠리 이야기 | 학교의 ‘대중’ 만들기 | 학교교육과 평등에 대한 환상
사립학교 학부모가 바라는 것 | 아미시 공동체 | 오로지 하나뿐인 사람을 위한 교육
076 우둔함, 강제적인 학교교육의 음모
사고력을 앗아 가는 학교교육 | 삶과 동떨어지지 않은 교육 | 교육을 위한 사보타주 |
교사자격증과 전문성 | 프러시아와 미국 학교교육의 관계 | 국가종교로서의 학교교육 |
학교와 경제질서 | 교과서와 표준화 교육 | 도서관과 학교는 어떻게 다른가
105 공립학교는 과연 ‘공적’인가
공립학교와 공교육 | ‘공적’이란 말의 의미 | 자기를 안다는 것
학교교육의 황금기 | 공교육의 실상 | 자유의지와 신뢰에 기초한 교육
127 학교에 대한 아홉 가지 억측과 스물한 가지 진실
학교교육을 적게 하는 유럽 국가들 | 사회공학으로서의 학교교육
학교를 지탱하는 아홉 가지 억측 | 사실은 말이죠…
141 교과서와 숨겨진 교육과정
책읽기의 함정 | 부모 없는 사회의 탄생 | 아이들 책에서 죽음과 악이 사라지고 |
피라미드 사회 | 교과서가 책읽기를 독점하면서 | 일에서 소외된 아이들
160 새로운 교사는 어떻게 길러지는가
교사의 양면성 | 불완전함을 가르치는 교사 | 자기 자신을 가르치는 교사
새로운 교사를 길러 내려면
3부 음미하기
175 영성에 기초한 교육
192 돈을 넘어서
209 진짜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226 참된 대화의 기술
238 진실로 교육받은 사람이란
교실의 고백
펴낸이의 말
문제 속에 답이 있다
시험 볼 때면 흔히 이렇게 말한다. 문제를 잘 읽어 보라고, 문제 속에 답이 있다고. 다른 문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당면한 문제를 정확하게 꿰뚫어보면 해답은 찾을 수 있기 마련이다. 교육문제가 잘 풀리지 않는 것은 우리가 그 문제를 직시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우리는 학교가 정말 개혁되기를 바라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학교가 획기적으로 바뀌면 이러한 학교체제에 기대고 있는 수많은 기득권이 위협받게 될 테고, 경제체제 또한 바뀌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는 달리 표현하면 경제적 사회적 조건이 바뀌지 않고서는 학교체제 또한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더 이상 이런 학교체제로는 도저히 행복할 수 없다는 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바꿀 만한 용기를 발휘하는 이는 드물다. 대개는 ‘체제 먼저, 너 먼저’를 중얼거리며 세태에 휩쓸려 갈 뿐이다. 교육의 문제는 결국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다. 교육을 바꾸고 싶다면 제도적인 해결책을 찾으면서 시간을 보내기보다 우리가 저마다 선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선택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이 책은 그런 길을 걸어 온 한 교사의 고백록이자 새로운 교육과 사회의 비전을 제시하는 예언서 같은 책이다. 뉴욕 맨해튼에서 서른 해 가까이 교사로 일하면서 뉴욕 주, 뉴욕 시 올해의 교사 상을 연거푸 받을 만큼 탁월한 교사였던 개토는 학교 기계의 톱니바퀴에 모래를 끼얹으며 게릴라 학습을 시도하면서 아이들이 저마다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마지막 상을 받는 자리에서 강연한 내용을 담은 글을 <월스트리트 저널>에 발표하면서 교직에서 물러난 개토는 그 뒤 전 세계를 돌면서, 학교체제의 근본 문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교육의 변화를 위해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일깨우고 있다. 백악관과 홈스쿨러 다과회, 그리고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오가면서.
이 책은 1990년부터 2000년까지 개토가 쓴 주요 에세이와 강연 원고들을 모은 책 《A Different Kind of Teacher》를 옮긴 것이다. 여기에 실린 글들은 근대교육의 조종소리가 들려오는 이 시대를 살고 있는 한 교사가 자신의 삶과 일을 통해 터득한 지혜를 농축해 놓은 것이다. 십여 년 전에 쓴 글들이 많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도 그 주장이 매우 급진적으로 비칠지도 모르겠다.
1부 ‘길 찾기’ 편에는 개토가 교사로 일하던 시절에 쓴 글 세 편과 제자가 쓴 짧은 글 두 편이 실려 있다. 이 글들을 읽어 보면 개토가 자신의 교육론을 학교 환경에서 어떻게 펼쳐 보였는지, 그리고 학교교육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에 대한 영감을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뒤편에 실려 있는 제자들의 글은 죽은 교육이 아닌 진짜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어떻게 자신의 길을 열어 가는지를 보여 주는 흥미로운 글이다.
2부 ‘문제 읽기’ 편은 개토가 교사를 그만둔 뒤에 쓴 것이다. 교실에서 쌓은 서른 해의 경험과 서구 교육의 역사와 철학에 대한 오랜 연구에서 얻은 통찰력이 번득이는 그의 이야기가 일부 독자들에게는 불온하게 비칠지도 모르지만, 오늘날 우리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새로운길을 개척해 가는 데 강렬한 영감을 줄 것이다.
3부 ‘음미하기’ 편에 실린 다섯 편의 글들은 교육과 삶에 대한 개토 사상의 본질과 그 사상이 나오게 된 배경을 엿보게 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아이들에게는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를 깊이 생각해보게 한다. 개토의 주장에 공감을 하든 않든, 그의 이야기는 우리를 거울 앞에 세우면서 자기를 똑바로 바라보게 해 줄 것이다. 제대로 보면 변화는 일어나기 마련이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지만, 모든 글은 학교교육을 둘러싼 어려운 문제의 해법을 찾으려는 비슷한 노력의 산물이다. 대부분의 글이 쉽게 와 닿는 대화체로 되어 있다. 이 책이 개토의 표현대로 참된 대화로 다가간다면 그 목적을 이룬 것이다.
2006년 8월 현병호
한국어판 서문
곽근, 나를 가르친 학생
뉴욕의 공립학교에서 30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제가 만난 학생들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 중 한 명이 한국인 학생 곽근입니다. 7학년 때 처음 만났는데, 자기 반에서 공부를 꽤 잘 하는 축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친구는 점심시간이면 날마다 부모님이 하시는 작은 가게에서 일을 거들고, 학교를 마친 뒤에도 배달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곽근은 교실에서 가끔 졸 때가 있었는데, 매일 아침마다 6시부터 8시까지 부모님 가게에서 일을 하고 학교로 온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이 점심을 먹는 동안, 또 방과 후에도 저녁까지 배달 일을 한다고 했습니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또 학교 숙제를 한답니다. 하지만 밤 10시가 되어서도 이 친구의 하루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 나머지 시간이 자기가 놀 수 있는 자기만의 시간이라고 말했습니다.
“논다구?”
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머리를 흔들며 말했죠.
“넌 아침 6시면 또 일을 해야 하잖아?”
그러자 곽근은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한국 사람들한테는 노는 게 정말 중요해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일을 하지만 그럴 때도 자기 자신을 위해서 재미있는 일을 만들 수 있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거죠.”
곽근을 알고부터 그 친구는 제게 많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제가 있는 학교에서 비록 많은 유색인 학생들이 다른 아이들에게 시달리거나 놀림을 당하고 돈을 뺏기기도 하고 심지어 맞기도 했지만, 곽근에게는 누구도 감히 그러지 못했습니다. 왜냐면 그 친구는 무술을 잘 했기 때문이죠. 그 친구의 날렵한 발차기는 학교의 전설이 되어, 힘깨나 쓰는 아이들도 곽근에게는 오히려 한 수 배우려고 했죠.
8학년 말이 되자 곽근은 제게 물었습니다. 좋은 고등학교에 갈 수 있도록 도와 줄 수 있느냐고요. 저는 물론이라고 했죠. 그런데 수학 실력은 걱정이 안 되지만 언어는 미국 태생의 다른 학생들에 비해 훨씬 불리한 조건이라고 경고를 했습니다. 수많은 영어 단어들을 만들어 내는 라틴, 앵글로색슨 어근을 모두 알지 못하면 어휘력 테스트를 통과하기는 어려울 거라고 했죠. 설령 그럴 수 있다 해도 합격을 보장할 수는 없다는 말도 덧붙였구요. 곽근은 그 후 몇 달 동안 공부를 하더니 놀랍게도 그 과제를 해냈습니다. 그 친구의 그런 모습은 제게 끊임없이 영감을 불어넣어 주고 제게 이 책을 쓰도록 부추겼습니다.
30년 동안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저는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교실에 가둬 놓고 가르친다면 우둔함이나 나쁜 성격을 바로잡을 수 없을 뿐더러 오히려 그런 면을 더 키운다고 말입니다. 저는 <월스트리트 저널>(1991년 7월 25일자)에 쓴 글에서 이제는 교사를 그만두고 제가 학교 교실에서 목격한 것들을 증언하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 후 15년 동안 저는 유럽과 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을 오가면서 수많은 청중들을 만나고 또 네 권의 책을 썼습니다.
제도화된 학교교육과 이른바 ‘과학적 교육학’이라는 것들에 대해 제가 분노하도록 일깨운 것은 바로 곽근 같은 학생들이었습니다. 그 아이들은 제게 자신들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었습니다. 어른들이 그들을 세상에서 떼 놓고 그들을 미리 정해 놓은 길로 밀어 넣으려고 하지 않는다면 말이죠. 곽근 같은 학생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제게 큰 행운이었습니다. 곽근! 자네가 어디 있든 나는 자네를 믿네!
이 글을 뉴욕 북부에 있는 ‘고독의 집(SOLITUDE)’에서 쓰고 있습니다. 혼자 조용히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를 원하는 사람, 가족의 유대감을 북돋우고자 하는 사람들, 그리고 홈스쿨링이나 그 밖의 방법으로 아이들의 성장을 돕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죠. 완성되려면 좀 남았지만 제 웹사이트(www.johntaylorgatto.com)에서 잠깐 둘러보실 수 있을 겁니다. 언젠가 그곳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국에 신의 가호가 있기를!
2006년 8월, 고독의 집에서
글쓴이 존 테일러 개토
개토는 30여 년 동안 뉴욕 시 공립학교에서 교사로 일했다. 1989년, 1990년, 1991년에는 뉴욕 시 올해의 교사상을, 1990년과 1991년에는 뉴욕 주 올해의 교사상을 받았다. 그리고 이듬해 교직을 그만둔 뒤, 세계 곳곳을 다니며 자신이 교사로서 보았던 것과 하려고 했던 일들을 증언하고 있다.
저서로는 베스트셀러인 《바보 만들기 Dumbing Us Down》 말고도 《The Exhausted School》 《The Underground History of American Education》가 있고, 〈월스트리트 저널〉 〈뉴욕 타임스〉 〈선〉 그 밖에 많은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그는 또 전미대안공동체학교협의회(The National Council of Alternative Community Schools)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1998년에는 인간의 자유라는 대의에 기여한 공로로 알렉시스 드 토크빌 상(Alexis de Toqueville Award)을 받았다.
연락처는 Odysseus Group, 295 East 8th Street, New York, NY 10009 US, 홈페이지는 www.johntaylorgatto.com이다.
옮긴이 이수영
대안적인 삶과 교육을 이야기하는 책을 주로 번역하고 있다. 《조화로운 삶의 지속》 《그대로 갈 것인가 되돌아 갈 것인가》 《헬렌 켈러》 《현명한 부모 되기》 《노드스트롬의 서비스 신화》 《불멸의 사랑》 같은 책과 어린이 그림책 《쿵쾅쿵쾅》 《얌냠짭짭》을 우리 말로 옮겼다.||007 펴낸이의 말 _ 문제 속에 답이 있다
011 한국어판 서문 _ 곽근, 나를 가르친 학생
1부 길 찾기
017 학교 혁명으로 가는 길
024 우리에겐 학교를 개혁할 여유가 없다
038 나쁜 학교가 왜 그렇게 돈이 많이 드는가
051 개토 선생님과 함께한 일 년
055 관습에서 벗어나기
2부 문제 읽기
063 학교는 왜 아이들에게 배우는 방식을 가르치지 않는가
스탠리 이야기 | 학교의 ‘대중’ 만들기 | 학교교육과 평등에 대한 환상
사립학교 학부모가 바라는 것 | 아미시 공동체 | 오로지 하나뿐인 사람을 위한 교육
076 우둔함, 강제적인 학교교육의 음모
사고력을 앗아 가는 학교교육 | 삶과 동떨어지지 않은 교육 | 교육을 위한 사보타주 |
교사자격증과 전문성 | 프러시아와 미국 학교교육의 관계 | 국가종교로서의 학교교육 |
학교와 경제질서 | 교과서와 표준화 교육 | 도서관과 학교는 어떻게 다른가
105 공립학교는 과연 ‘공적’인가
공립학교와 공교육 | ‘공적’이란 말의 의미 | 자기를 안다는 것
학교교육의 황금기 | 공교육의 실상 | 자유의지와 신뢰에 기초한 교육
127 학교에 대한 아홉 가지 억측과 스물한 가지 진실
학교교육을 적게 하는 유럽 국가들 | 사회공학으로서의 학교교육
학교를 지탱하는 아홉 가지 억측 | 사실은 말이죠…
141 교과서와 숨겨진 교육과정
책읽기의 함정 | 부모 없는 사회의 탄생 | 아이들 책에서 죽음과 악이 사라지고 |
피라미드 사회 | 교과서가 책읽기를 독점하면서 | 일에서 소외된 아이들
160 새로운 교사는 어떻게 길러지는가
교사의 양면성 | 불완전함을 가르치는 교사 | 자기 자신을 가르치는 교사
새로운 교사를 길러 내려면
3부 음미하기
175 영성에 기초한 교육
192 돈을 넘어서
209 진짜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226 참된 대화의 기술
238 진실로 교육받은 사람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