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미는 루미를 찾아 일생을 바쳤다. 마침내 그를 찾아냈을 때 그는 그가 아무 데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티모시 프리케의 이 말을 시늉하여 나는 말한다. “如流 이병철은 자기를 찾아 신령한 숲을 헤매다가 문득 찾아낸 자기가 바로 신령한 숲이라는 진실에 눈을 뜨고 어리둥절해 있는 한 마리 짐승이다.” 그가 이 순간의 황홀을 벗고 장차 어디로 흘러갈지, 아직은 아무도 점칠 수 없다. 허지만 조금도 불안하거나 걱정할 이유는 없다. 그가 이미 길을 잃기에는 너무 늦은 자리에 와 있기 때문이다. 이 ‘사랑 노래’들은 如流가 지난 수년 간 자기를 찾아 흐르면서 남겨 놓은 메아리들이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으나, 如流가 이른바 이 땅의 ‘운동권’ 출신으로서 한 번도 ‘운동권’을 벗어나거나 등지지 않은 가운데 이윽고 “자신을 일깨우는 일과 세상을 밝게 일구는 일이 둘이 아님을” 이렇게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오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본인의 운명에 따라서 지금 이 노래를 듣게 된 이들은, 아무쪼록 그 향기로움과 아름다움에 취하여 붙잡히지 마시고, 그것들을 즈려 밟아, 자신의 여정에 이정표로 삼으시기 바란다. 이천칠년 오월 觀玉 이현주
[마중글] 고맙고 서러운 당신에게
당신을 생각하면 이 순간에도 가슴이 따스해져 온다.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나의 고백은 좋은 말이라 그냥 하는 게 아니다. 당신에게 그 말을 이리 하는 것은 내게 있어 진실로 그러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당신이 없으면 어찌 이렇게 내가 있을 수 있겠는가.
고맙고 서러운 당신. 그러나 여기에 나를 있게 한 그 고마운 당신과 이번 생에 우리가 함께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걸 생각하면 나는 서럽다. 지금 사방, 도처에서 고맙고 서러운 당신을 본다. 당신이 있어 비로소 내가 있다는 이 자명한 사실을 깨닫기에는 내 어리석음이 깊었고 다시 당신에게로 돌아오기까지 먼 길을 에돌아야 했다. 그러나 이제 당신에게로 왔다. 한낮은 지났지만 저녁노을 또한 아름답다. 당신이 있어 나는 다시 삶을 배운다. 삶을 살아 숨쉬게 하는 것이 사랑임을 당신을 통해 배운 까닭이다. 나의 노래와 춤, 말과 몸짓 그 모든 것이 사랑이기를. 그 길에서 언제나 당신은 나의 스승이다.
여기에 묶은 시들은 고맙고 서러운 당신에게 보내는 내 사랑의 노래, 그 고백이다. 그러니까 당신에게 띄우는 戀書이다. 당신을 향한 내 사랑의 노래가 진부할지라도 이렇게 다시 사랑을 노래하는 것은, 이것 말고 지금 내가 당신에게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당신이 있어 나 있음을 알았고 이제, 마침내 당신이 나임은 알았지만 아직 나는 당신에게 가 닿진 못하였다. 지금 내 노래는 당신에게로 가는 그 여정에서 부르는 순례의 노래이다. 당신에게 가 닿을 때, 마침내 내가 당신일 때, 그때는 언제쯤일까.
이 글들은 그 대부분 매긴값 없이 다달이 펴내는 맑은 책 『풍경소리』에 그동안 연재했던 것들이다. 이 글을 엮는 데 애쓴 인연들, 당신에게 고맙다는 말을 다시 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신이 없으면 이 글 또한 없는 까닭이다.
봄날 아침에 이리 목이 메는 것은 고맙고 서러운 당신 때문이다.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보다 당신에게 고맙다고 하는 그 말이 지금 내 가슴을 더 적신다. 아직 내 노래 서툴고 내 목소리 거칠지라도 당신 향한 내 사랑만은 따스할 수 있기를, 당신의 이름이 내 마지막 설레임이기를, 내 생애의 마지막 날까지 그럴 수 있기를 마음 모은다.
내 그리운 이름, 고맙고 서러운 당신의 이름을 부른다. 그렇게 당신이 있어 이렇게 내가 있다. 이천칠년 오월, 숲마루재에서 如流 모심.||이 노래를 듣는 벗들에게 자기를 찾아 신령한 숲을 헤매다 마중글 고맙고 서러운 당신에게
1장 고맙고 서러운 당신 당신에게 14 봄날의 연가 16 입춘송(立春頌) 18 봄눈 같은 20 첫봄을 맞다 22 꽃이 피면 서럽다 23 봄날 지리산에 들어 24 봄날을 위한 송가 26 선물 28 상큼한 아침 29 목련이 지는 밤 30 그리움 바래기 31 붉은 꽃 물 위에 띄우고 32 봄날의 이별 연습 34 생애 단 한 번의 36 매화나무 아래에 서면 37 봄앓이 40 고맙고 서러운 당신께 42
2장 당신이 있어 당신에게 44 비 갠 아침에 46 연잎에 둥지 튼 47 비에 젖는 48 풍경소리 1 49 풍경소리 2 50 숙성 52 회귀 53 과녁 54 강 같은 55 박새를 애도함 56 노을바다 58 비에 돋는 60 거친 숨결 따라 61 낯선 짐승 길들이기 62 파도 64 그리워서 그랬어요 65 첫사랑 66 당신이 있어 67
3장 떠난다는 것 당신에게 70 그 사람으로 72 떨림의 까닭 74 해금을 듣다 75 강가에서 76 해국 77 부끄러운, 78 깊은 가을 79 가을 안부 80 매향(埋香) 81 동짓달 나 떠날 수 있다면 82 다시 언약을 묻다 84 안기기, 안아주기 86 법문 88 그냥 사랑 89 그 이름으로 부를 때 90 그대 향한 92 한 송이 꽃 되어 93 귀향 94 남은 가을의 안부를 묻다 96 루미에게 97
4장 다시 돋는 그리움 당신에게 100 다시 이별 연습 102 사랑이란 103 달 아래 누웠다가 104 기타를 읽다 106 단식 109 예토(穢土)에서의 사랑 110 순례 112 새벽 샘에서 저녁 바다를 본다 113 돌아가는 길 114 당신을 보낸다 115 내 안의 116 떨어져 지는 꽃은 118 윤회 119 흐름 위에서 120 아침 미소 122 바람새 124 훗날에 126
당신이 있어
[이 노래를 듣는 벗들에게]
자기를 찾아 신령한 숲을 헤매다
“루미는 루미를 찾아 일생을 바쳤다. 마침내 그를 찾아냈을 때 그는 그가 아무 데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티모시 프리케의 이 말을 시늉하여 나는 말한다.
“如流 이병철은 자기를 찾아 신령한 숲을 헤매다가 문득 찾아낸 자기가 바로 신령한 숲이라는 진실에 눈을 뜨고 어리둥절해 있는 한 마리 짐승이다.”
그가 이 순간의 황홀을 벗고 장차 어디로 흘러갈지, 아직은 아무도 점칠 수 없다. 허지만 조금도 불안하거나 걱정할 이유는 없다. 그가 이미 길을 잃기에는 너무 늦은 자리에 와 있기 때문이다.
이 ‘사랑 노래’들은 如流가 지난 수년 간 자기를 찾아 흐르면서 남겨 놓은 메아리들이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으나, 如流가 이른바 이 땅의 ‘운동권’ 출신으로서 한 번도 ‘운동권’을 벗어나거나 등지지 않은 가운데 이윽고 “자신을 일깨우는 일과 세상을 밝게 일구는 일이 둘이 아님을” 이렇게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오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본인의 운명에 따라서 지금 이 노래를 듣게 된 이들은, 아무쪼록 그 향기로움과 아름다움에 취하여 붙잡히지 마시고, 그것들을 즈려 밟아, 자신의 여정에 이정표로 삼으시기 바란다.
이천칠년 오월 觀玉 이현주
[마중글]
고맙고 서러운 당신에게
당신을 생각하면 이 순간에도 가슴이 따스해져 온다.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나의 고백은 좋은 말이라 그냥 하는 게 아니다. 당신에게 그 말을 이리 하는 것은 내게 있어 진실로 그러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당신이 없으면 어찌 이렇게 내가 있을 수 있겠는가.
고맙고 서러운 당신.
그러나 여기에 나를 있게 한 그 고마운 당신과 이번 생에 우리가 함께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걸 생각하면 나는 서럽다. 지금 사방, 도처에서 고맙고 서러운 당신을 본다. 당신이 있어 비로소 내가 있다는 이 자명한 사실을 깨닫기에는 내 어리석음이 깊었고 다시 당신에게로 돌아오기까지 먼 길을 에돌아야 했다. 그러나 이제 당신에게로 왔다. 한낮은 지났지만 저녁노을 또한 아름답다.
당신이 있어 나는 다시 삶을 배운다. 삶을 살아 숨쉬게 하는 것이 사랑임을 당신을 통해 배운 까닭이다. 나의 노래와 춤, 말과 몸짓 그 모든 것이 사랑이기를. 그 길에서 언제나 당신은 나의 스승이다.
여기에 묶은 시들은 고맙고 서러운 당신에게 보내는 내 사랑의 노래, 그 고백이다. 그러니까 당신에게 띄우는 戀書이다. 당신을 향한 내 사랑의 노래가 진부할지라도 이렇게 다시 사랑을 노래하는 것은, 이것 말고 지금 내가 당신에게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당신이 있어 나 있음을 알았고 이제, 마침내 당신이 나임은 알았지만 아직 나는 당신에게 가 닿진 못하였다. 지금 내 노래는 당신에게로 가는 그 여정에서 부르는 순례의 노래이다. 당신에게 가 닿을 때, 마침내 내가 당신일 때, 그때는 언제쯤일까.
이 글들은 그 대부분 매긴값 없이 다달이 펴내는 맑은 책 『풍경소리』에 그동안 연재했던 것들이다. 이 글을 엮는 데 애쓴 인연들, 당신에게 고맙다는 말을 다시 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신이 없으면 이 글 또한 없는 까닭이다.
봄날 아침에 이리 목이 메는 것은 고맙고 서러운 당신 때문이다.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보다 당신에게 고맙다고 하는 그 말이 지금 내 가슴을 더 적신다. 아직 내 노래 서툴고 내 목소리 거칠지라도 당신 향한 내 사랑만은 따스할 수 있기를, 당신의 이름이 내 마지막 설레임이기를, 내 생애의 마지막 날까지 그럴 수 있기를 마음 모은다.
내 그리운 이름, 고맙고 서러운 당신의 이름을 부른다.
그렇게 당신이 있어 이렇게 내가 있다.
이천칠년 오월, 숲마루재에서 如流 모심.||이 노래를 듣는 벗들에게 자기를 찾아 신령한 숲을 헤매다
마중글 고맙고 서러운 당신에게
1장 고맙고 서러운 당신
당신에게 14
봄날의 연가 16
입춘송(立春頌) 18
봄눈 같은 20
첫봄을 맞다 22
꽃이 피면 서럽다 23
봄날 지리산에 들어 24
봄날을 위한 송가 26
선물 28
상큼한 아침 29
목련이 지는 밤 30
그리움 바래기 31
붉은 꽃 물 위에 띄우고 32
봄날의 이별 연습 34
생애 단 한 번의 36
매화나무 아래에 서면 37
봄앓이 40
고맙고 서러운 당신께 42
2장 당신이 있어
당신에게 44
비 갠 아침에 46
연잎에 둥지 튼 47
비에 젖는 48
풍경소리 1 49
풍경소리 2 50
숙성 52
회귀 53
과녁 54
강 같은 55
박새를 애도함 56
노을바다 58
비에 돋는 60
거친 숨결 따라 61
낯선 짐승 길들이기 62
파도 64
그리워서 그랬어요 65
첫사랑 66
당신이 있어 67
3장 떠난다는 것
당신에게 70
그 사람으로 72
떨림의 까닭 74
해금을 듣다 75
강가에서 76
해국 77
부끄러운, 78
깊은 가을 79
가을 안부 80
매향(埋香) 81
동짓달 나 떠날 수 있다면 82
다시 언약을 묻다 84
안기기, 안아주기 86
법문 88
그냥 사랑 89
그 이름으로 부를 때 90
그대 향한 92
한 송이 꽃 되어 93
귀향 94
남은 가을의 안부를 묻다 96
루미에게 97
4장 다시 돋는 그리움
당신에게 100
다시 이별 연습 102
사랑이란 103
달 아래 누웠다가 104
기타를 읽다 106
단식 109
예토(穢土)에서의 사랑 110
순례 112
새벽 샘에서 저녁 바다를 본다 113
돌아가는 길 114
당신을 보낸다 115
내 안의 116
떨어져 지는 꽃은 118
윤회 119
흐름 위에서 120
아침 미소 122
바람새 124
훗날에 126
닫는글 여류(如流), 흐르는 물처럼 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