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민들레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민들레에게~~"

*한 학기 동안 제천간디학교 김단오 학생이 인턴십을 했습니다. 인턴십을 마치고 '민들레에게~ ' 라는 편지를 남겨서 여기에 실어봅니다.


민들레에게~

안녕하세요, 얼마 전에 민들레에서 인턴십 교육과정이 끝난 김단오라고 합니다. 

오늘은 이전처럼 민들레의 교육과정을 소개하는 글이 아닌, 제가 인턴으로 지낸 민들레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해보려 합니다. 저는 제천 간디학교에서 ‘사회체험학습’이라는 교육과정으로 공간 민들레에 오게 되었습니다. 사회체험학습은 고등 3학년 1학기, 타 기관이나 단체에서 인턴으로 지내며 여러 경험과 배움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교육과정입니다. 학생들이 직접 단체를 찾아 결정하며, 14주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주어지기에 모두가 신중히 고민합니다. 

저는 대안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었지만 사체학(사회체험학습)을 대안학교로 갈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저도 아직 미성숙한 학생이기에 학생을 대하는 일에 자신이 없었고, 실질적인 도움이나 배움을 얻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운동, 유튜브, 출판사 등 많은 분야에 연락을 하고 거절당하기를 몇 번 반복하고 겨울방학이 찾아왔습니다. 사체학을 시작해야 하는 3월이 코앞에 다가오고도 방황하는 시간이 이어졌죠. 그러던 중 김경옥 선생님의 지인분의 도움을 받아 민들레와 연락이 닿았고 그렇게 민들레에서의 사회체험학습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렇게 어쩌다 가게 된 공간 민들레에서 제가 원하던 성장과 배움을 실행하는 공동체를 발견하게 됩니다. 


간디학교와는 많은 부분이 다르지만, 간디를 떠올릴 새 없는, 멋진 형태의 대안학교. 그 안에서 각자 자신의 신념에 따라 진심으로 학생을 위한 교육을 고민하는 선생님들, 각자의 배움과 성장을 위해 분투하며, 서로의 성장과 배움에도 기꺼이 노력하기를 마다하지 않는 학생들까지 말입니다. 이런 공간 속에서 제가 얻은 성장과 배움은, 성장과 배움이라는 단어에 담을 수 없는 정도의 벅찬 경험과 새로움이었습니다. 인턴이 돼보기도, 필자가 돼보기도, 학생이 돼보기도, 친구가 돼보기도, 선, 후배가 돼보기도 하며 수많은 모습으로 지냈습니다. 때론 기쁘고 때론 슬프고, 화나고, 감동하고 벅차오르고, 무기력해지고, 기대하고 기대받고, 감사하며 다양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배우고 성장하고 성취하고 실패하고, 조언하고 조언받고, 고민하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다양한 감정과 경험들 속에서 스스로의 한계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인턴이라는 포지션이나 사회적 위치에 대한 고민부터 집중력, 체력, 사회생활 능력, 필력, 정신적 성숙도 등의 한계까지. 민들레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정작 저는 별로 도움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보호를 벗어나 사회에 내던져진 사회 초년생들이 그러하듯, 뭐든 잘하고 싶은 후기 청소년들이 그러하듯, 한계 속에서 무기력함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제가 내던져진 곳은 차갑고 딱딱한 사회가 아닌 폭신하고 안락한 민들레였습니다. 같은 한계와 같은 무기력을 느껴도 민들레는 그것을 따뜻하게 감싸줄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잘하고자 하는 제 마음을 긍정해 주셨고, 최선을 다하는 제 모습을 위로해주며 충분히 도움되고 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민들레의 말은 저에게 따뜻한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저의 최선을 이끌어냈습니다. 그 다정함 속에서 저는 제 한계들을 만났고 몇 가지는 넘어설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 민들레에서 지낸 4개월은 과분한 관심과 도움을 받으며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가장 안전하게 사회를 체험하며 학습할 수 있었습니다.

사이랩에서 ‘신경 가소성’이라는 개념을 배웠습니다. 이는 환경의 영향으로 뇌의 신경회로가 바뀌는 화학작용을 말합니다. 신경가소성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시기는 청소년기라 합니다. 지금 제 나이에 어떤 환경에서 어떤 경험을 하느냐는 매우 중요합니다. 민들레는 제 신경회로에 다양하고 긍정적인 길들을 터주었습니다. 그 과정을 공간 민들레에서 지낸 매 순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사이랩에서 어떠한 경험이 장기기억에 저장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의미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배웠습니다. 제가 민들레에서 보낸 십 대 마지막 해의 절반은 매순간이 의미화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저의 장기기억 저장소를 풍성하게 해준 민들레를 잊지 못할 것입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천간디학교 김단오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