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풍향계

‘만 5세 취학’을 둘러싼 소동


윤정부가 대선 공약에도 국정 과제에도 없던 ‘만 5세 취학’ 정책을 뜬금없이 내놓으면서 국민 피로도를 높이고 있다. 할 일은 하지 않으면서 안 해야 할 일만 자꾸 벌이는 윤정부의 헛발질이 계속되는 중이다. 하지만 헛발질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시민사회의 고충이기도 하다. 가뜩이나 힘든 시국에 엉뚱한 일로 힘을 빼야 하니 더 힘이 빠질 노릇이다.

교육부는 유보통합과 교육격차 해소를 이유로 들지만 조기취학은 조기교육 붐을 일으켜 교육격차를 더 벌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원하는 이들 극소수만 조기취학을 선택하지만, 모두가 만 5세에 입학하게 되면 3~4세부터 조기교육 붐이 일어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너무 이른 시기의 인지교육은 아이들의 정서와 신체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테고, 그 후유증은 오랜 세월에 걸쳐 사회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만 5세 취학이 아이들의 성장 발달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이미 세계적으로 공인된 사실이다. 2019년 기준 OECD 38개 회원국 중 취학 연령이 만 6세 이상인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34개국이다.(북유럽 국가들의 경우 만 7세에 입학하며, 영국을 비롯한 아일랜드, 호주, 뉴질랜드만 만 5세에 입학한다.) 우리도 현재 개인의 선택에 따라 조기입학이 가능하지만 거의 하지 않고 있다.(2022년 7월 31일 기준 교육통계에 따르면 2021학년도 초등학교 조기입학 아동은 537명으로 전체 입학생 428,405명의 0.125%에 불과하다.)

유아들의 보육과 교육 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가 복잡하게 나뉘어 혼란스러운 것은 정리가 필요하다. 유아교육(유치원)과 보육(어린이집)을 통합해 일원화된 유아 정책을 펼치는 유보통합은 필요하나 조기취학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정책의 편의를 위해 아이들을 희생시키는 처사일 따름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성장에 도움 되는 유보통합이 이루어져야 한다. 조기취학으로 생산인구를 늘이겠다는 발상은 단세포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아이들의 성장을 지원하고 교육격차를 줄이는 보다 확실한 길은 취학 전 유아 시기까지 돌봄과 성장을 지원하는 공적 인프라를 확대하는 일이다. 의무교육 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다. 유아 시기의 의무교육은 사실상 ‘교육’이라기보다 ‘보육’에 가까울 것이다. 사고력을 관장하는 뇌 부위인 전두엽은 3~6세 사이에 급격히 발달한다는 것이 뇌과학의 정설이다. 아직 전두엽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만 5세에 인지교육을 하는 것은 아이들의 성장에 오히려 해가 된다는 것이 학자들의 연구 결과다. 만 5세 취학인 영국에서도 만 6세 이후 입학이 아동의 발달이나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더 긍정적이라는 보고서가 나오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에도 5세 취학 정책이 거론되었지만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교육개발원이 2년간의 연구 끝에 “아동들의 신체적 정신적 발달이 과거보다 빨라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변화가 만5세 취학을 가능하게 할 만큼 타당하게 변화한 것인지에 대한 증거는 부족하다”고 밝힌 바 있다.(한국교육개발원, <미래사회에 대비한 학제개편 방안Ⅱ>, 2007.) 만 5세 취학의 적절성 여부는 국내외적으로 학계에서 이미 검증이 끝나다시피한 사안임에도 신임 교육부장관이 뜬금없이 들고나온 까닭이 의아하다.

이 소동으로 음주운전과 논문 중복 게재, 자녀 입시 비리 등 결격사유 많은 교육부장관이 국민의 관심을 딴 데로 돌리는 데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명백한 결격사유 하나가 더 추가된 셈이다. 비전 없는 정부와 지리멸렬한 여당의 콜라보인 아마추어 정권의 민얼굴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나쁜 일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대선 후보 시절에 드러난 윤의 됨됨이를 모르지 않았으면서 그에게 표를 던진 국민들이 뒤늦게 돌아서고 있지만 때늦은 감이 있다. 재산세 좀 덜 내고 싶은 소시민의 욕심이 자식 세대에 리스크를 떠안긴 셈이 되었다.

윤정부의 가장 큰 리스크는 윤의 무지함에 있을 것이다. 항간에서 윤을 ‘굥’이라 부르는 이유다. 자신의 무식함을 인정하지 않고 아는 척을 하며 대통령 노릇을 하려 드는 모습이 한글 맞춤법에도 없는 ‘굥’이라는 전도된 문자 속에 담겨 있다.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비전과 실력을 갖춘 관료들과 함께 정부를 잘 꾸려가기를 바라지만, 무식함을 인정하지 않는 무지함까지 겸비하고 있으니 변화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5년이 아득한 이유다. 그래도 아이들은 자란다. 이 아이들이 우리 세대보다는 성숙한 시민이 될 수 있게 돕는 것이 지금 기성세대가 해야 할 일일 것이다.


_현병호(민들레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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