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풍향계

교사양성, 어떻게 해야 할까

민들레
2023-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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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육대학생연합은 지난 1월 18일 전국교원양성대학교 교수총회 장소인 광주교대 앞에서 교원 양성 체제 개편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교대련 페이스북)


의사가 최악의 남친인 까닭

 “소개팅을 2백 번 이상 해봤다”며 연애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들려주는 유튜버 ‘록시’는 최악의 남친 후보로 의사를 꼽는다. 그이가 만나본 많은 젊은 의사들이 ‘자의식 과잉’과 ‘사회성 결여’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공부만 잘하면 다른 모든 것이 양해되는 환경에서 자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가 되기도 한다. 판검사들도 그런 점에서 다르지 않겠지만, 의사의 경우 의사가 되는 기나긴 과정에서 의대와 병원 안에서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어울리는 문화 때문에 더 사회성이 결여되기 쉬울 것이다. “사람들이 여럿 있는 자리에서 해야 할 말, 안 해야 할 말은 구분하지 못한다든가 상대가 싫어할 말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고 록시는 지적한다. 그녀가 만나본 의사 중 ‘별로였던 의사들’의 공통점이므로 지나친 일반화일 수 있지만, 수많은 남자들을 만나본 젊은 여성의 감각은 그다지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의전원이나 법전원과 유사한 교원전문대학원이 설립되면 더 훌륭한 교사들을 양성할 수 있을까? 오늘날 교사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역량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아이들이 발신하는 다양한 신호들을 수신할 줄 알아야 하고 적절한 피드백을 주고받을 줄 알아야 한다. 소음에 가까운 아이들의 신호를 제대로 수신하는 일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와 폭넓은 인생 경험을 요구한다. 시험공부만 해서는 그런 교양을 갖추기 어렵다. 

구제금융 사태 이후 지난 20여 년간 교직이 인기 직종이 되면서 내신 1등급이 아니면 입학원서도 쓰기 힘들었다. 더욱이 교대에는 교대생들만 있어 인간관계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예비교사들 주변에는 비슷한 삶을 살아온 모범생들만 있고, 신입교사들도 그런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임용고시 또한 그야말로 ‘고시’ 수준에 이르면서 대학 생활 내내 시험 준비를 해야 하는 실정이다. 시험공부만 하다가 교사가 된 이들이 여러 이유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사정을 헤아리기란 쉽지 않다.

근대학교 시스템은 교사가 발신만 잘해도 그럭저럭 돌아가게 설계되어 있지만 오늘날의 학교 상황은 발신보다 수신 능력을 더 필요로 한다. 중산층 가정에서 모범생으로 자라 바로 교직에 몸담은 이들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교사의 성장과정, 양성과정, 임용과정 모두 수신 능력을 키우는 것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교사들의 수신 기능은 약화된 데 반해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아이들이 발신되는 신호는 더 복잡해졌다. 학교가 교육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교사 전문성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고 교원양성대학 지원자가 의대나 법대 지원자보다 더 학력 수준이 높은 핀란드에서는 면접을 통해 보통 학력 정도의 학생도 입학을 한다고 한다. “성적이 높지 않았던 교사가 오히려 학생들의 학습 어려움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사의 전문성이란

최근 교육부가 의전원이나 법전원(로스쿨) 같은 교원전문대학원을 설립하는 개혁안은 내놓았다. 교원의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참여정부 시절 오랜 논의 끝에 2009년에야 도입된 로스쿨 제도는 “인문교양이나 체계적인 법학지식이 결여된 상태에서 시험 위주의 도구적 법률 지식만 습득하게” 하는 사법시험의 폐해를 줄이고 우수한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해서였다. 9수 끝에 검사가 되어 평생 그 길을 걸어온 사람이 최근에 보여주는 교양 없음과 소통 불능은 사법시험의 폐해를 극적으로 드러낸다. 그밖에 여러 가지 고시의 폐해를 감안할 때 사법시험을 폐지한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였다. 신분 상승의 사다리 하나가 사라지긴 했지만, 사회적 취약계층이 로스쿨을 통해 법조계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음으로써 실제로 그런 사례가 늘고 있다. 로스쿨 제도에 대한 비판이 없지 않지만 긍정적인 면이 더 크다고 본다.

하지만 교사 양성과정은 법조인이나 의사 양성과정과 달라야 한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전문과정보다 교양과정에 더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 교양의 핵심은 타자를 이해하는 능력이다. 대학에서 전문과정에 들어가기 전에 교양과정을 거치게 하는 까닭은 시민으로서의 기초 교양을 쌓고 다른 전문 분야 사람들과 소통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다. 전통적으로 예(禮), 악(樂), 사(射), 어(御), 서(書), 수(數)의 6예(六藝)를 기본 교양으로 가르친 이유이기도 하다. 활쏘기(射)는 자기 몸과 소통하는 데 도움이 되고, 말타기(御)는 말이 통하지 않는 다른 존재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훈련하는 공부다. 따지고 보면 다른 공부들도 맥락과 패턴을 읽고 소통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한 것들이다.

교사가 갖추어야 할 교양은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이해일 것이다. 특히 아이들의 보편적인 발달과정을 이해하고 저마다 다른 아이들의 특수성을 함께 볼 줄 아는 통찰력이 요구된다. 그리고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교양은 다른 (과목) 교사들과 협업할 수 있는 능력이다. 교육은 팀플레이이기 때문이다. 개인플레이를 하는 학원강사는 자기 과목에 대한 전문성만 있으면 되지만 교사는 다른 교사들과 소통할 줄 알아야 한다. 아이들이 저마다 다양한 배경을 갖고 있기도 하고, 한 아이가 성장하는 데는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어른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좋은 학점이 교양을 보증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학부과정에서 교양을 쌓은 다음 전문과정에서 자기 분야의 전문 지식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교사로서의 실무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교사양성과정은 근대화에 필요한 표준화 교육에 맞추어져 있다. 개별화 시대에 접어든 오늘날, 더욱이 학령인구가 빠르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교사양성과 임용제도의 개혁은 때늦은 감이 있다. 교육은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 일이고, 교사양성과정은 그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는 역량 있는 교사를 기르기 위한 것이다. 지금의 교대와 사범대 교육과정은 아이들과 교사의 성장보다 교수들의 밥그릇을 위한 교육과정에 가깝다. 교대 교수들은 초등교원 임용문이 개방될까봐, 사대 교수들은 자기 자리가 위태로워질까봐 걱정한다. 20여 년 전부터 논의되었던 전문대학원이 추진되지 않은 이유로 김병찬 경희대 교수는 ‘교원양성기관들의 이해관계’와 ‘정부의 정책 의지 부족’을 꼽는다. 저마다 자기 이해관계를 우선하는 한 개혁은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반작용과 부작용을 예측하면서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정부의 능력이다.


교사 양성과 임용, 어떻게 하면 좋을까

올해 10개 교대와 한국교원대학교, 이화여대 초등교육과 전체 입학생은 3,800여 명인데 교사 선발 인원은 3,500여 명이다. 내년도 선발 인원은 2천 명대로 떨어질 거라는 예측이 있다. 4년 뒤에는 더 줄어들 것이다. 현재 중등 교사자격증을 발급받는 2만여 명의 졸업생 중 교사로 임용되는 사람은 5천 명이 채 되지 않는다. 미래가 보장되지 않으니 교대나 사범대 지원자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소아과 의사 지망생이 줄어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눈치 빠른 학부모와 수험생들은 대학 졸업 후 벌어질 사태를 예측하고 있다. 2023학년도 전국 교대 지원자는 지난해에 비해 15% 넘게 줄어들었다. 정부 정책 이전에 수요 공급의 법칙에 따라 알아서 공급이 줄어들고 있으나 여전히 공급 초과 현상은 계속될 테고 이를 해결하는 것이 국가적 과제가 될 것이다.

교대와 사범대 지원자 수 감소는 상대적으로 성적이 낮은 학생들의 지원으로 연결된다. 실제로 2023년 교대 지원자 미달로 수능 9등급을 받은 학생이 1차 합격했다는 내용이 유튜브에 올라와 논란이 되었다. 수능 1등급도 겨우 합격하던 교대생들의 학력 수준이 전반적으로 떨어질 것임을 예측하게 한다. 하지만 이것이 꼭 나쁜 일만은 아닐 것이다. 학교에는 다양한 배경을 지닌 아이들이 있으므로 학창 시절에 공부만 했던 교사들보다 다양한 캐릭터와 커리어를 가진 사람들이 교사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 취약계층 출신에게 로스쿨 입학 특례를 인정한 것처럼 교원전문대학원은 다양한 이력을 가진 사람들이 교사로서의 전문성을 기를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

그런 교사들이 함께 어울리는 현장에서는 소통과 협력의 역량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학 전공 서적보다 소설을 더 많이 읽고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학교 현장의 교사회가 교사 연수 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교사들끼리 주식, 부동산 이야기가 아니라 아이들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의 성장을 도모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현장에서 부대끼며 교사로 거듭날 수 있는 교사회 문화를 만드는 것이 최선의 교사 재교육일 것이다. 그리고 전문대학원은 현장 교사들이 연구 역량을 쌓아 현장에 기초한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교대와 사대에도 대학원 과정이 개설되어 있지만 교육과정이 현장과 동떨어져 교사 재교육 기능을 못하고 있다. 실천과 연구가 함께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교육 정책을 책임지는 국가의 역할이다.

교사회가 교육적 기능을 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공립학교의 교원전보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4~5년마다 학교를 옮겨 다니는 순환근무제는 교사회가 제 기능을 하기 어렵게 만든다. 교사들이 선호하는 지역과 비선호 지역을 돌아가며 근무하게 함으로써 지역 간의 교육격차를 줄이는 효과가 있긴 하지만 부정적인 면이 더 크다. 해마다 한 학교 교사의 20% 정도가 이동하면서 새 학기 준비에도 어려움이 있다(다음 학년도 계획이 2월 중순에 정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교사들이 학교 가까이 집을 사서 안착하기가 힘들어 지역과 학교에 애정을 갖기 어렵고, 장거리 출퇴근 교사가 많아 수업이 끝나면 다들 퇴근하기 바빠 교사모임을 꾸리기도 힘들다. 순환근무제는 물의를 일으킨 교사를 전출시키는 방편이 되어 ‘폭탄 돌리기’식 인사 조치로 부적격 교사를 계속 교단에 머물게 한다.

교사회를 위계적인 조직으로 만들고 평교사들로 하여금 승진 점수에 연연하게 만드는 승진제도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승진제도가 어떤 교사들에게는 교직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지만, 평교사가 교장이 되기 위해 애쓰는 과정은 아이들 편에 서기보다 자신의 출세를 우선하는 일이기 십상이다. 교장 공모제가 도입되면서 아이들 편에 선 교사도 교장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나 많은 교사들은 교장이 되기 위해 아이들을 외면한다. 평교사로서 자긍심을 갖고 정년을 맞이할 수 있는 교직 풍토가 만들어져야 한다. 행정가의 역량과 교사의 역량은 다르다. 훌륭한 교육행정가가 되는 길과 훌륭한 교사가 되는 길을 뒤섞어서는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들다. 교육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말은 첨단 IT시대에도 진리다.

교육은 미래세대를 기르는 일이다. 기성세대의 노후가 걸려 있는 일이기도 하다. 건강한 시민을 길러낼 때 우리 사회도 기성세대의 미래도 밝아질 것이다. 교사는 법조인이나 의사처럼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들이 건강한 사회인으로 자라나도록 도움으로써 문제가 생겨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교육이 실패하면 사회적 갈등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신과 의사나 변호사들로서는 수입이 늘어나는 일일지 모르지만 사회에는 좋지 않은 일이다.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면 사회적 갈등이나 질병도 줄어들 것이다. 교사가 의사보다 좋은 남친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 교사에게 배운 학생들이 자라서 또 좋은 사람이 되는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새롭게 설계해야 할 때다.


_현병호(민들레 발행인) 

* 이 글은  '교육을바꾸는사람들'에서 발행하는 웹진《교육 제4의 길_no.232》 기고문 일부를 다시 정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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