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풍향계

적은 인구로 사회를 유지하는 방법

민들레
2023-04-24
조회수 547


최근 발표된 0.78이라는 세계 최저 출생률 수치는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인구 감소를 넘어 소멸 수준으로 가고 있는 셈이다. 이 추세가 몇십 년 이어진다면 사회가 유지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문을 닫고 소아과병원이 사라지는 것은 당장 젊은 부모들에게 피부에 와 닿는 현실이다. 면 단위 초등학교들이 폐교되면 시골의 젊은 부모들은 아이 키우기가 더 힘들어지고, 젊은 층이 유입되지 않으면 마을도 점차 사라질 것이다.

우리 사회의 인구 문제는 저출생과 고령화라는 두 가지 현상이 결합된 것이다. 저출생은 고령화로 인한 사회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기 때문에 더욱 심각한 문제다. 하지만 인구 감소를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성큼 다가온 인공지능 시대에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인구 감소는 실업률을 줄이고, 국토에 비해 높은 인구밀도로 인해 일어나는 과도한 경쟁 같은 여러 가지 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다. 적은 인구로 사회를 유지하는 노하우를 잘 찾는다면 인구 감소가 나쁜 일만은 아닐 것이다.

 

1. 산부인과, 소아과 병원이 줄어드는 문제

안전한 출산 환경은 산모를 위해서나 아이를 위해 꼭 필요하다. 하지만 산부인과 병원이 줄어드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폭력적인 출산 문화로 비판받아온 산부인과 병원 대신 평화로운 출산을 위한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산후조리원이 출산을 함께 맡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병원과 산후조리원이 분리되어 있는 지금의 제도보다 출산과 산후조리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간호대학에 조산사 양성 과정을 두고 산후조리원에 자격 있는 조산사를 배치해 출산과 신생아 돌봄을 함께 하도록 하면 된다. 원할 경우 조산사가 가정을 방문해 분만을 도와줄 수도 있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조산사(산파)가 집집을 돌면서 아이를 받아주거나 친정어머니가 산파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익숙한 환경에서 아이를 낳고 돌볼 수 있게 가정분만 문화를 되살리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소아과 병원이 줄어드는 문제는 보건소 기능을 확충해서 해결할 수 있다. 도시에서도 아이의 예방접종을 보건소에서 맞히는 부모들이 많다. 소아과 병원이 없는 지역에서는 각 지역 보건소가 병원 역할을 맡게 하는 것이다. 내과의가 소아과의를 겸할 수 있게 하고, 공중보건의 제도를 개선해 의료 공백 지역에 전문의가 지원하게 하자. 지금도 벽지 보건소는 대체복무제로 의료 공백을 메우고 있다. 놀이방 시설 등 보건소 환경을 개선해서 엄마들이 아이들과 함께 가벼운 마음으로 찾을 수 있도록 하면 의료비 부담도 덜고 의료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다.


 

 2. 소규모 학교 통폐합 문제

태어나고 사는 지역에 따라 벌어진 교육 격차는 인구 감소로 인해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면 단위 초등학교까지 통폐합되면 지역 소멸이 가속될 테고, 이는 또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을 가속시킬 것이다.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학교의 과밀학급 문제는 해소되지 않고 비수도권 학교는 적정 규모의 학생 수를 유지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학교가 문을 닫으면 아이를 키우는 젊은 층이 유입되지 않아 마을이 공동화되고, 아이 키우기가 더욱 힘든 환경이 되어 마을의 소멸이 가속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소규모 학교 통폐합과 한계지역 통폐합은 함께 이루어진다. 소수의 사람들을 위해 공공 인프라를 유지하는 데 지나치게 많은 예산을 배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학생 수 50인 미만 소규모 학교의 경우 학생 1인당 소요 예산이 평균 공교육비의 10배에 이른다. 무리를 해서라도 학교를 유지한다면 장기적으로 지역이 살아나는 효과를 거둘 수도 있겠지만, 가능성이 높지 않은 기대만으로 예산을 계속 투입하기는 어렵다.

학생 수가 너무 적은 상황에서 학교를 존속시키는 것은 예산 낭비일 뿐만 아니라 교육적인 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학생들 사이에서 적절한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학교의 중요한 역할이다. 학년별 학생 수가 10인 미만으로 떨어지는 경우 무학년제나 학년 통합 등의 방법으로 대안을 찾을 수 있지만 적어도 한 학급에 15~20명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작은 학교 살리기를 할 경우 면 단위에 최소 1개 초등학교 유지를 목표로 삼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일 것이다. 현재 추세로는 리 단위 학교까지 살리는 것은 특수한 경우 외에는 무리다. 도시학생들을 농촌유학생으로 받아들이거나 주말학교를 운영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농촌유학의 경우 엄마와 아이들이 마을에 집을 얻어 같이 지내면서 마을을 활성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3. 농촌 공동화 문제

1~2시간 이내에 도시인들이 왕래할 수 있는 주말농장과 임대 별장을 공급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한 안이다. 러시아에서는 많은 도시인들이 인근 시골에 ‘다차’라는 소박한 별장을 두고 텃밭을 일구면서 자연을 즐기며 주말을 보낸다. 다차는 사실 별장이라기보다 텃밭이 딸린 시골 농가다. 한국인들이 주말에 등산을 하듯이 러시아인들은 금요일 오후가 되면 농장으로 떠난다.

구 소비에트 정부가 1970년대 말에 주말농장을 원하는 도시 직장인들에게 600㎡의 땅을 무상분배하면서 현재 도시인 70퍼센트가 다차를 소유하고 있다. 부식거리 대부분을 텃밭에서 직접 생산할 정도로 다차는 경제적 안전판 역할을 할뿐더러 다른 긍정적인 영향도 적지 않다. 텃밭에서 거둔 농산물을 친지나 이웃과 나누고, 어른들이 집을 비울 때면 이웃집에서 아이들을 다차에 데려가곤 해 이웃 간의 화합에도 도움이 된다.

다차는 시골이 황폐화되는 것을 막고 도시인들의 삶의 질을 높여준다. 최근 도시 근교에 텃밭 딸린 타운하우스들이 생겨나면서 다차 없이 지내는 이들이 늘고 있다지만, 다차 문화는 도시화의 대안으로 주목할 만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시골 땅값도 만만찮을 뿐더러 1가구 2주택 세제 문제도 있어 별장을 갖는 것은 웬만한 경제력 없이는 쉽지 않다. 도시인들이 큰 부담 없이 주말농장과 별장을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으면 농촌공동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_현병호(민들레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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