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풍향계

아픈 교사들이 늘고 있다

교사 10명 중 4명은 심한 우울 증상이 있으며 6명 중 1명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한다. 

_2023년 8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녹색병원 공동 조사


우울한 교사들

 

아픈 교사들이 늘고 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교사의 병가와 휴직 건수는 2020년 94건에서 2023년도 929건으로 열 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이 일어난 이후 2024년 상반기에는 더 급격히 증가했다. 교권보호위원회에 접수된 교권 침해 유형 중에 학부모나 학생에 의한 상해·폭행 건수는 2023년 한 해에만 503건에 이른다.

교사들의 마음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 근래의 일은 아니다. 2013년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엄기호), 『교사 상처』(김현수) 같은 책이 출간되면서 교사들의 어려움이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2020년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을 기점으로 교권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그 전까지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이던 교사는 졸지에 아동학대 가해자로 신고당하는 처지가 되었다. 학교를 떠나는 교사들도 늘었다. 2023년 한 해 동안 4,200여 명의 교사가 정년을 채우지 않고 중도에 퇴직했다. 이는 전체 퇴직 교사의 절반 가까운 비율로, 2019년의 두 배에 이르는 수치다. 특히 초등교사의 조기 퇴직률이 급증하고 있다.

2023년 9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의 유초중고 교사 6,751명을 대상으로 한 ‘교원 삶의 질 만족도’ 조사에서 교사들의 직업 만족도는 2020년 65.7%에서 3년 만에 43.2%로 뚝 떨어졌다(교원노조의 조사에서는 만족도 비율이 22.7%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82%가 교권 침해 경험이 있으며, 87%는 업무 스트레스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스트레스의 구체적 요인은 교권 침해 증가, 행정 업무 과다, 낮은 보상 체계, 교사의 지위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 등이었다.

최근 2년 사이 교사의 63.4%가 우울 증상을 겪었는데, 이 중 치료가 필요한 ‘심한 우울’은 38.3%로 일반 성인보다 4배 이상 높은 비율이다. 실제로 교사 열 명 중 네 명이 지난 일 년간 정신과 치료나 심리상담을 받은 적이 있음이 확인되었다. 우울 지수는 유치원 교사(49.7%), 초등교사(42.7%), 특수교사(39.6%), 중등교사(31.5%) 순으로 담임 학생의 연령이 낮을수록, 교육에 돌봄의 요인이 많을수록 교사들의 우울 지수가 높음이 드러났다.

특히 학부모 상담 횟수가 교사들의 우울 증상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도 확인되었다. 학부모 전화 상담이 주 10회 이상일 때 응답자의 60.8%, 방문 상담이 월 10회 이상일 때 50.7%의 교사들이 심한 우울 증상을 느꼈다. 비정기 상담의 내용은 주로 아이의 문제적 상황이나 (문제라고 생각되는) 교사의 교육지도에 관한 이야기였을 것이다. 교사들의 업무 스트레스가 주로 학생의 생활지도와 돌봄, 그리고 학부모 응대에서 비롯된다는 걸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몇몇 학부모의 잦은 상담으로 교사가 소진되는 사이, 다른 부모들은 상담 기회를 빼앗겨 피해를 입기도 한다. ‘진상 학부모’에 대한 여론 때문에 교사와 정말 필요한 소통도 하지 못하고 마음 졸이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다. 누가 금지한 건 아니지만 상담을 문의하는 것 자체가 선생님에게 부담을 주게 되지 않을까 싶어 지레 연락을 삼가게 되는 것이다. 교육에 꼭 필요한 소통을 하지 못했을 때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에게 돌아간다.

 

교사라는 이름의 감정노동자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에너지가 많이 든다. 어린아이일수록 그렇다. 성인을 대할 때와는 다르게 늘 밝은 표정을 유지하며 어린 학생에게 맞는 높은 톤의 음정으로 다정한 말투를 반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학부모들의 세세한 요구에 하나하나 응대하다 보면 교사는 더욱 많은 감정노동을 하게 된다. 영유아 기관의 경우, 아이들 수가 줄어들어 원아 모집에 대한 부담까지 교사들이 떠안게 되면서 감정노동의 강도가 더 높아지고 있다. 교육이 공공연한 서비스가 된 후 교직 또한 감정노동이 심한 대표 직업군이 되었다. 교사의 99%가 ‘교원은 감정노동자’라는 데 동의한다.

교권 침해가 사회문제로 부각되기 전에도 교직은 감정노동이 심한 직업이었다. 날마다 수십 명의 아이들과 동시다발적으로 소통하며, 예기치 못한 각종 상황에 즉흥적으로 그리고 침착하게 대처해야 한다. 유급 방학이 있다는 이유로 교직을 편한 직업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학기 중 감정노동이 심한 교사들에게 방학은 없어서는 안 될 재충전 시간이다. 교사들이 일반 직장인들처럼 방학 없이 일한다면 근속률이 훨씬 낮아질 것이다.

교사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온갖 민원을 들어야 하는 점에서 콜센터 직원과 유사하지만, 고객과의 소통이 일회적이지 않고 최소 1년은 유지된다는 점, 불만을 가진 고객과 한 공간(교실)에 있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고객의 민원 중에는 들어줄 수 없는 요구가 많다는 점이 다르다. 상품에 대한 불만은 교환이나 환불 등으로 쉽게 처리할 수 있지만, 교육 관련 민원은 그렇게 깔끔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다른 아이와 얽혀 있는 일이면 더욱 그렇다.

교사 입장에선 학부모가 언성을 높인다고 같이 언성을 높일 수 없고, 경찰에 고소한다고 맞대응할 수 없다. 아이를 생각해서, ‘그래도 내가 교사인데’ 싶어서, 입을 열었다가 더 큰 문제를 불러올까봐 교사들은 감정을 누르고 온갖 말들을 삼킨다. 그러니 억울함과 답답함이 쌓여가고, 몸도 아프고 마음도 아프다. 결백을 입증해야 할 상황에 대비해 수업 내내 녹음기를 틀어놓고, 민원을 자주 넣는 학부모 자녀의 눈치까지 살피고 있는 자신을 문득 발견하면 자괴감마저 든다.

교사의 정신 건강은 교사 개인의 문제이기 전에 사회의 문제로 봐야 한다. 우울증은 소득 수준이 높은 국가들의 공통적인 현상이며 한국 사회에서도 전반적으로 늘고 있지만, 교사들이 겪는 우울은 대부분 제도 혹은 그로부터 파생된 문화에 기인한다. 그렇기에 제도를 바꾸면 많은 부분이 해결될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몬스터 페어런츠’가 등장하면서 신규 교사가 자살하는 등 한국과 비슷한 상황을 먼저 겪은 일본은 지금, 교대 지원자 감소와 퇴직 교사 증가로 교사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정부와 지자체는 교원자격증은 있으나 교단에 서본 적이 없는 ‘페이퍼 티처’를 대상으로 대학에서 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기업과 제휴해 교원자격증 취득을 원하는 사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본의 뒤를 좇지 않으려면, 소진되어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교사들의 현실을 먼저 살펴야 한다.


 ‘하늘이법’의 부작용을 경계해야


최근 대전 초등학생의 비극적인 사망 사건 이후 국회에서는 교원의 정신 건강을 관리하는 ‘하늘이법’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발의된 7개 법안은 주로 임용 단계부터 정신 건강을 검진하고, 이후 교직 수행 시에도 정기적인 심리검사를 통해 부적절 교원을 관리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학교에서 교사의 폭력적인 전조 증상은 예방되어야 하고, 교사들의 정신 건강 또한 지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 법안들은 교사들의 정신질환을 예방하거나 치유를 돕는 방식이 아니라 질환을 앓고 있는 교사를 걸러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런 접근은 교사들의 우울을 음지로 몰아넣을 가능성이 높으며, 정신질환에 대한 낙인과 편견을 강화할 것이란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학부모가 교사의 정신 건강 검진서 조회를 요구하고, 우울증 진단을 받은 담임 교사를 기피하는 현상이 생겨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무너지는 교권을 회복하기 위해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보장하는 교권 보호 4법 개정과 함께 교육감 의견 제출 의무화 제도, 교권보호위원회 활성화 방안 등을 도입했다. 학교장과 교육청이 책임지고 민원을 처리하는 체계도 구축하고 있지만 법안 개정 이후에도 별다른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고 응답한 교사 비율이 84%에 이른다. 교권의 주요 내용인 교육자치권, 교원단체활동권, 신분보장권 등은 주로 국가를 상대로 주장해야 하는 것들인데, 오늘날에는 학부모의 간섭으로부터 교권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더 커졌다. 

민원을 우려해 교사들이 정해진 업무 외에는 되도록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늘어간다. 점점 개인화되고 있는 시대 흐름은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많은 교사들이 ‘나만 안 걸리면 된다’는 심정으로 힘든 학교와 학급을 피해 다니고, 학부모도 학생도 개인의 권리 찾기에 여념이 없는 사회에서 교육이 바로 서기란 쉽지 않다.

교권 회복과 교사 치유를 위한 제도도 중요하지만, 한국 교사들이  힘들어하는 이유 중 하나로 ‘교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꼽는 것을 볼 때, 교사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교사보다 학력이 높은 학부모들이 늘어나면서 교사의 사회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우리 애는 내가 가장 잘 안다’는 믿음으로 교사를 가르치려 드는 부모들이 많아졌지만 학교에서 아이를 교육하는 주체, 즉 주양육자는 교사라고 할 수 있다. (설사 그렇지 못한 면이 있더라도) ‘선생님은 훌륭하다’는 사회적 신뢰가 교육을 가능하게 한다. 

학생과 학부모에 의해 교사의 인권이 침해되는 일이 잦아지면서 교권과 교사 인권이 혼용되고 있지만 사실상 둘은 다른 개념이다. 교사의 인권은 교권 이전에 당연히 보호받아야 할 인간으로서의 권리다. 교사의 인권을 지키는 일은 곧 학생의 인권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학교 안에서 약자였던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는 일을 멈추어서는 안 되지만 이제는 교사의 인권도 보호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교권은 학생의 학습권과 연결된 개념으로 이 또한 제대로 지켜져야 학생의 학습권도 보호된다. 아이들 앞에 서길 두려워하는 교사들, 가르치기를 포기하는 교사들, 학교를 떠나려는 교사들이 더 이상 늘어나선 안 된다. 교사의 인권과 교권을 지키는 일이 궁극적으로 아이들의 인권과 학습권을 지키는 길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아이들도 교사도 다니고 싶은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_민들레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