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풍향계

백신 음모론을 경계하며

민들레
2021-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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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R 백신과 코로나19 백신


코로나19는 호흡기 질환의 일종이다. 마찬가지로 호흡기 질환인 홍역·볼거리·풍진을 예방하는 MMR 백신이 코로나19를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캠브리지대학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당단백 돌기의 염기서열이 홍역·볼거리·풍진 바이러스와 비슷하며 그중 풍진과 가장 가까워 두 바이러스간 교차 항체반응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종합병원 미국의 메이오 클리닉(Mayo Clinic)도 “MMR 백신 접종을 받은 사람에게 코로나19 감염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2020년 3월 미국의 항공모함 루스벨트호 승조원 5천여 명 중 27%가 확진됐지만 그 중 입원이 필요한 중증 환자는 1.7%였고 사망자는 1명이었다. 같은 연령대의 미국인 환자 입원률(21%)과 사망률에 비해 월등히 낮았는데, 조사 결과 모든 승조원들이 입대를 앞두고 MMR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의료인 3만 명에게 MMR 백신을 접종하여 코로나19 발병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하는 제3상 국제임상시험이 빌게이츠재단의 후원으로 진행 중이라고 한다.

지난 1월 8일 전남대병원 국훈 교수는 코로나19 중증환자 증가로 의료시스템 붕괴가 우려되고 백신과 치료제를 통한 집단면역에는 오랜 시일이 걸리므로, MMR 백신 접종을 고위험군뿐만 아니라 접종 순위가 낮은 건강한 성인에게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제안에 대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공식적으로 시도하기 어렵다고 답했지만, MMR 미접종 아이들에게는 접종을 권하는 멘트를 덧붙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MMR 백신은 접종 방식이 간단하고 부작용도 경미하여 지난 40년 동안 안전성을 검증받은 백신이다.(자폐증과의 연관 관계에 대해서는 후술한다.)

아이들이 코로나19에 잘 걸리지 않는 것도 MMR 백신의 영향일지 모른다. 어린아이들은 코로나에 감염되어도 대첵로 증상이 약하고 쉽게 낫는 편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기 전에 MMR 백신 미접종 아동들에게 접종을 받게 하는 것이 당사자와 다른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 필요한 조치가 될 수 있다. 최근 홍역과 볼거리 환자가 늘고 있는 만큼 설령 코로나19가 아니어도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좋을 것이다.

백신에 대한 불신과 거부감을 갖고 있는 학부모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대안학교 학생들의 MMR 접종률은 평균 이하일 가능성이 높다.(미국 베벌리힐스의 웨스트사이드 발도르프학교의 경우 접종률이 21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 1월 8일 부산 지역의 한 대안학교에서 5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 단체생활을 해야 하는 아동의 경우 예방접종을 의무화하는 것도 검토해볼 일이다.(우리나라의 경우 의무접종제도를 시행하고 있지 않지만, 2019년 초등학교 입학생의 98.5퍼센트가 2차 접종까지 마친 것으로 나온다.)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서둘러 개발하는 과정에서 3상 임상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백신이 출시되는 등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탓에 불신이 커지고 있지만, 안전성이 검증된 기존 백신까지 불신하는 것은 아이의 건강뿐만 아니라 공동체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

코로나 백신을 맞으면 DNA가 변형된다, 조종을 당하게 된다 하는 각종 음모론이 횡행하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에서는 유대교 근본주의자들의 백신 음모론으로 인해 방역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반지성주의에 경도된 지식인들이 대중들을 상대로 권력을 행사하는 기제가 음모론으로 나타나곤 한다. 음모론자들은 자의적으로 취사선택한 사실들에 자신의 상상을 덧입혀 그럴듯한 이론을 만들어낸다. 많은 음모론들이 나름 합리적인 추론과 과학적 논증의 외양을 띠고 있어 과학적 지식이 얕은 대중들은 쉽게 혹한다.

우리 사회에서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부추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실제로 사망 사례가 나온 것은 화이자 백신이다. 그래도 코로나에 걸려 사망하는 사람보다 백신을 맞고 사망하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적다. 표준화된 백신이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작용할 리는 없다. 어떤 백신을 맞고 어떤 결과를 얻을지는 각자의 신체조건과 운에 달려 있기도 하다.(백신 선택권을 인정하는 나라는 없다.) 과학이 보증하는 확률을 믿고 부작용에 대한 검증이 어느 정도 끝난 백신에 대해서는 신뢰하고 접종을 받는 것이 자신과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는 길일 것이다.

 

홍역의 귀환


코로나 팬데믹 이전부터 사스나 메르스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신종 호흡기 질환이 주기적으로 찾아오고, 홍역, 볼거리 같은 전통적인 호흡기 전염병도 세계적으로 다시 유행하기 시작했다. 2019년 2월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홍역 감염자 수가 전년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이는 보고된 수치일 뿐 실제 감염자는 2백만 명을 넘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특히 유럽의 발병률이 크게 높아져서 전년도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모든 지역에서 홍역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 2006년 공식적으로 홍역 퇴치 국가로 인정받았는데, 2018년 15명에서 2019년에는 193명으로 급증했다.(이는 주로 해외유입 환자에게 전염된 것으로 분석된다.) 서유럽과 미국에서 홍역 환자가 급증한 것은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는 예방접종률이 떨어지면서 환자 수가 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9년 9월 이후 뉴욕시에서만 3백여 명의 홍역 환자가 발생했으며, 2020년 1월 LA 인근 클라크카운티에서 35명의 홍역 환자가 발생했다.(LA타임스는 그 지역 유치원생의 76.5%만 홍역 백신을 맞았다고 전했다.)

서유럽과 미국에서 홍역이 다시 유행하는 데는 광범위하게 퍼진 ‘백신 괴담’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과학 전문지 파퓰러사이언스는 분석한다. MMR이 자폐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백신을 맞히지 않는 부모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는 백신이 예방 효과를 내려면 접종률이 95퍼센트 이상 되어야 하며, 그 이하로 떨어질 경우 전염병이 유행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백신 접종률이 떨어지는 원인은 두 가지다. 우크라이나, 마다가스카르처럼 백신을 구하기 어려워 빈곤층이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와 서유럽과 미국처럼 부유층 위주로 스스로 백신을 거부하는 경우다. 최근 한국에서도 자연주의 육아를 표방한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와 ‘안예모(안전한 예방접종을 위한 모임)’ 온라인 카페를 통해 백신 거부 바람이 불었다.**  안아키나 안예모는 엄마들의 불안 심리와 좋은 엄마 콤플렉스를 부추기면서 단순히 백신을 거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각종 대체요법을 따르도록 부추겨 사회문제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국가가 비용을 부담하는 예방백신은 17종으로(자세한 내용은 질병관리청 사이트 참조), 웬만한 질병은 예방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의무접종제도는 아직 도입하지 않고 있다. 초등학교 입학 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학교보건법’에 따라 MMR, DTaP, 폴리오, 일본뇌염에 한해 예방접종 여부를 확인하는데, 접종을 받지 않았더라도 취학에 제한은 없다.

MMR 백신 접종을 한다고 해서 100퍼센트 예방이 되는 것은 아니다. 홍역 백신은 12~15개월 때 한 차례, 4~6살에 한 번 더 접종하도록 권장된다. 1회 접종만으로도 93퍼센트, 2회 접종하면 거의 100퍼센트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 볼거리는 예방접종을 받아도 청소년기에 걸릴 수 있는데, 최근 십대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볼거리는 청력 손실, 뇌염으로 발전할 수 있고 여성의 경우 난소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남성의 경우 볼거리 환자의 20~30%가 고환염에 감염되는데, 예방접종자의 감염률은 비접종자에 비해 훨씬 낮게 보고되고 있다.

 

 백신 괴담

 

백신이 자폐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괴담’의 진원지는 1998년 영국에서 발표된 한 편의 논문이다. MMR 백신이 자폐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앤드루 웨이크필드 박사가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랜싯>에 발표하면서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퍼지면서 접종률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영국에서는 1996년 92%이던 접종률이 2003년에는 61%로 대폭 감소하면서 홍역이 대유행했다.

이후 백신과 자폐증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면서 연관성 없음이 드러났지만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2008년 영국 일반의학위원회(GMC)가 2년 반에 걸친 조사 끝에 웨이크필드가 환자 12명의 발병 시기와 백신 접종 시기를 조작했음을 밝혀냈다.***  하지만 괴담이 온라인을 타고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미국에서는 개인인권센터 같은 단체가 만들어져 조직적으로 백신반대운동이 벌어지기에 이르렀다. 2007년 할리우드 여배우 제니 매카시가 아들이 MMR 백신을 맞은 뒤 자폐증에 걸렸다고 주장하면서 백신반대운동의 아이콘처럼 떠오르기도 했다.

미 공중보건국에 따르면 예방접종을 거부하는 부모 10명 중 6명은 자폐증에 대한 걱정 때문에 접종을 미뤘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 미국 내 소아 자폐증이 급증하면서 부모들 사이에서 MMR 백신이 자폐증과 관련 있다는 의혹이 굳어졌다고 분석한다. 백신을 거부하는 부모들은 “다른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내 아이의 안전을 희생할 수 없고, 이는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백신 괴담과 음모론이 확산되는 데 포퓰리스트 정치인들도 한몫을 했다. 이탈리아에서는 10가지 백신 접종 의무화 법률의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연립정부가 총선에서 승리한 뒤 2017년 8월부터 공립학교 입학 시 예방접종 증명서 제출 의무를 유예하자 국립보건원장이 이에 반발해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2018년 이탈리아의 홍역 환자는 전년도에 비해 6배나 늘었다.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 대표도 백신 접종 의무화를 반대한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2018년 홍역 환자 수는 각각 2,900, 2,500여 명으로 서유럽 국가들 중 상위권이다.(이는 부유층이 사는 이탈리아 북부 지역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된 것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도 대통령이 되기 전 2014년부터 백신이 자폐증을 일으킨다는 내용의 트윗을 여러 차례 올림으로써 이 음모론의 확산에 기여했다. 공동체의 안전보다 개인의 권리와 안전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우파들이 백신 거부에 더 적극적인 것은 그들에게는 스스로의 안전을 지킬 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로 인해 다른 아이들이 위험에 노출되는 것까지 그들이 책임지지는 못한다. 그리고 전염병의 확산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그들도 결코 안전할 수 없을 것이다.


*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마다가스카르에서는 2018년 10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어린이와 청소년 922명이 홍역으로 사망했다. 백신이 제대로 보급되지 않고(2017년 접종률 58%), 관광객이 늘면서 바이러스가 퍼진 것으로 분석된다. 홍역 백신이 국가 예방접종 프로그램에 포함되지 않아 빈곤층은 접종하기 어려운 데다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이 많아 확산이 더 빨랐다.

**  아동학대 논란까지 불러일으킨 안아키 카페는 2017년 5월 초 대한한의사협회 요청으로 폐쇄됐다. 운영자였던 한의사 A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천만 원을 선고받았다.

***  2004년 2월 영국 <선데이타임스> 브라이언 디어 기자가 탐사 보도를 통해 “1998년 논문은 MMR 백신 부작용 집단 소송을 위해 만들어진 가짜 논문”이라고 폭로하면서 <랜싯>이 논문 일부를 철회했다. 디어는 웨이크필드가 가짜 논문으로 혼합 백신의 부작용을 주장하는 한편 홍역 단독 진단 키트 개발에 참여해 막대한 수익을 거두려 했다는 사실도 폭로했다. 2010년에는 웨이크필드의 의사 면허가 박탈되고, <랜싯>은 해당 논문을 전면 취소했다.


_현병호(민들레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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