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풍향계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음식 상식(1)

민들레
2021-07-20
조회수 116


 

먹거리와 반지성주의

 

먹거리는 많은 사람들의 주요 관심사다. ‘먹고사니즘’이란 조어가 있듯이, 먹고사는 문제야말로 삶의 본질적인 부분이기 때문일 것이다. 먹방이 대세가 되는 것도 먹고살 만해진 사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음식이 풍요로워지면서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고 따라서 먹거리에 대한 관심도 점점 커지고 있다. 먹거리는 환경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이른바 진보를 표방하는 시민단체나 개인들에게는 더욱 예민한 관심사다.

 

오래 전부터 찬반 양론이 뜨겁게 이어지고 있는 먹거리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화학조미료로 알려진 MSG와 유전자 조작 농산물로 만든 GMO식품이다. 대중들뿐만 아니라 전문가를 자처하는 지식인들도 논쟁에 뛰어들어 상황을 종잡을 수 없게 만드는 바람에 보통사람들은 정확히는 모르지만 뭔가 꺼림직한 느낌을 갖게 되면서 저도 모르게 그것을 피하게 된다. 건강을 염려하는 대중들에게 약간의 과학적 사실이 가미된 그럴듯한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전문가 행세를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공중파에서 방영된 <먹거리 X파일>은 건강 염려증에 사로잡힌 대중들에게 어필하는 소재로 꽤 오랫동안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대중의 공포심을 자극하면서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사실을 근거로 과도하게 비판하거나 MSG에 대한 자의적인 프레임으로 착한 식당과 나쁜 식당을 나누는 식의 보도 방식에 대해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대왕 카스테라’ 사건처럼 편견에 근거한 왜곡 보도로 수많은 업체들이 도산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결국 5년 만에 종영하기에 이르렀다.*

 

먹거리에 대해서는 사실상 전문가가 따로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음식을 많이 먹어본 사람, 음식을 만드는 사람, 음식과 관련된 일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전문가를 자처한다. 때문에 먹거리를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끝없이 재생되는 특징이 있다. MSG를 둘러싼 논쟁은 반세기 넘게 이어지고 있고, GMO식품은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논쟁거리다. 정제염과 천일염 논쟁도 그중 하나다. 이 논쟁들은 어떤 점에서는 과학과 유사과학의 소모적인 논쟁이기도 하다.

 

먹거리 포비아는 대중들의 무지와 편견에 기생하여 자란다. 대표적인 패스트푸드인 햄버거가 좋지 않은 음식이라는 대중의 인식을 부풀리는 식으로 공포를 조장하여 시청률 올리기에 급급한 방송계의 반지성주의는 오래된 관행이기도 하다. 햄버거에 들어가는 식품첨가물이 32가지나 된다면서 일반인들에게 낯선 첨가물 이름을 켜켜이 쌓아올린 화면을 보여주는 것은 얄팍한 지식으로 대중의 판단을 흐리는 행위다. 하지만 그것이 통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반지성주의가 먹거리를 둘러싸고 횡행하는 까닭은 너도나도 전문가인 까닭도 있지만, 먹거리가 대중들에게 가장 친숙한 소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반지성주의의 본질이 권력 행사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대중들에게 손쉽게 권력행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먹거리가 어떤 지식인들에게는 좋은 먹잇감으로 비치는 것이리라. 방송이 마구잡이로 휘두른 칼날에 수많은 업체들이 도산한 사례는 반지성주의에 경도된 지식인 갑질의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이 글에서는 음식에 가장 많이 쓰이는 조미료인 MSG와 소금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짚어보고, GMO에 관한 최근의 논쟁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필자 또한 오랫동안 MSG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고 죽염을 애용했던 사람으로서 뒤늦게 진실을 알고 싶은 소박한 바람을 안고 사실에 접근하고자 노력했음을 밝힌다. 다음은 일반인들도 관심을 갖고 사실 확인 노력을 조금만 기울이면 알 수 있는 공개된 정보들에 기초하여 정리한 내용이다.

 

 MSG, 누명을 벗기까지

 

소금이 인류가 찾아낸 가장 오래된 조미료라면, MSG는 비교적 최근에 발견한 조미료다. 물론 이전에도 다시마나 고기 육수 등 감칠맛을 내는 방법은 다양했지만, MSG는 그 맛을 일정하게 보장하는 조미료로 음식맛을 표준화시킨 근대적 발명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전통 요리에는 국물 음식이 많아 간장이나 된장 등 조미료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보니 MSG가 보급되면서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래도 MSG의 역사는 백 년이 넘는다. 20세기 초 다시마 국물의 풍미를 연구하던 일본의 화학자 이케다 기쿠나에(池田菊苗)가 최초로 발명한 것을 한 기업이 대량생산에 성공해 1909년 아지노모토(味の素. 맛의 근원이란 뜻)라는 상표로 세상에 내놓았다.*** 처음에는 다시마로, 이후에는 밀가루나 콩의 글루텐을 산분해하여 생산하다가, 현재는 사탕수수에서 설탕을 추출한 뒤 남은 당밀액을 발효시켜 만든다. 생산과정으로 보면 요구르트와 비슷해 사실상 ‘화학조미료’가 아니라 ‘발효조미료’라는 이름이 더 맞을 것이다.(2014년부터 미원 제품 명칭을 ‘발효미원’으로 바꾼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글루탐산나트륨의 영어 약자 MSG의 본명은 ‘Mono Sodium Glutamate’이다. 글루탐산에 나트륨 이온 하나가 붙은 물질이다. 나트륨 이온이 감칠맛을 내는 글루탐산의 용해도를 높여 적은 양으로도 감칠맛을 낸다. 글루탐산은 인체에 없어서는 안 되는 20가지 아미노산 중 하나로, 뇌신경계에서 시냅스 사이에 정보를 전달하는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이기도 하다. 2018년 일본 돗토리대학 연구에 따르면 MSG를 매일 먹는 치매환자가 안 먹는 환자보다 기억력이 향상되었다고 한다.

 

MSG가 처음 개발된 20세기 초엽만 해도 ‘화학’이라는 단어가 첨단을 뜻하는 말이어서 상품을 돋보이게 하려는 의도로 화학조미료라고 홍보한 덕분에 ‘MSG=화학조미료’라는 인식이 퍼졌지만, 사실 MSG는 인공적으로 합성한 조미료가 아니라 간장과 마찬가지로 발효 조미료다. 글루탐산나트륨은 동식물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물질이고, 미생물의 대사물에서 추출해 만든 것이 MSG이므로 2014년부터 화학적 식품첨가물이 아닌 일반 식품첨가물로 기준이 변경되었다.

 

MSG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된 것은 오랜 세월에 걸쳐 음모론에 가까운 비과학적인 연구(?)와 포퓰리즘적 방송, 기회주의적 상술이 가세한 결과다. 쥐에게 피하주사로 MSG를 투여하자 장기부전에 걸렸다는 식의 연구가 과학적 연구로 소개되었다. 이 논리대로라면 생리식염수보다 진한 소금물이나 생수를 피하주사해도 죽음에 이를 수 있으니 소금이나 생수도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되는 셈이다.

 

1960년대 미국의 대중매체에서 MSG 유해성 논란이 일어난 20여 년 뒤 한국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 두통, 소화불량, 비만 심지어 아토피까지 MSG가 마치 만병의 근원인 양 비판이 쏟아지면서 미원을 쓰는 주부는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지 않는 주부로 여겨질 정도였다. 채널A가 5년에 걸쳐 방영한 <먹거리 X파일>은 MSG에 대한 불신을 퍼트리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한 방송이다.

 

MSG 포비아가 확산될 무렵 한 라면업체가 ‘MSG 무첨가’ 라면을 광고하면서 모든 업체들이 덩달아 MSG 대신 다른 천연 첨가물을 넣기 시작했고, 이 때문에 라면값만 껑충 뛰어오르는 결과를 낳았다. 라면업체들이 MSG 대신 소금을 더 넣거나 안전성이 떨어지는 다른 조미료를 써서 오히려 건강에 더 해로운 음식이 된 셈이다. 같은 라면도 미국 수출용 제품에는 MSG를 사용하는데, 이유는 대체 조미료가 식품의약국(FDA) 규제 대상이어서 쓸 수 없기 때문이다. FDA와 세계보건기구(WHO)는 MSG를 섭취 허용량을 정할 필요조차 없는 안전한 식품첨가물로 규정하고 있다.

 

‘MSG 무첨가’를 표방하는 식품 상당수에는 진짜 화학조미료인 HVP(식물성 가수분해 단백질)가 들어 있다. HVP는 콩과 밀, 옥수수 등을 염산으로 가수분해해 얻는 ‘화학’조미료로, 가수분해 때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된 MCPD가 발생할 수 있다. 더욱이 HVP는 MSG와 달리 인체 영향에 대한 연구도 끝나지 않은 상태다. 안전한 MSG를 유해하다고 믿는 바람에 오히려 진짜 화학물질을 먹고 있으니, MSG 사용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할 판이다. 식약처는 2015년 7월부터 식품 포장이나 광고에 ‘MSG 무첨가’라는 문구 사용을 금지했다.

 

MSG에는 나트륨이 포함되어 있어 다량 섭취하면 나트륨 과다 위험이 있긴 하지만, 나트륨 비율이 소금(염화나트륨)의 약 1/3정도여서 오히려 미국 국립식품연구원이나 영양사협회에서는 나트륨 섭취량을 줄이기 위해 MSG 사용을 권고한다. 성인병 환자들에게 MSG를 가지고 다니면서 소금 대신 음식에 넣어 간을 맞추라고 권하는 의사들도 있다. 잘못된 상식이 건강을 해치는 일은 비일비재하지만, MSG 만큼 오랜 세월 오해 속에 논란이 된 식품도 드물 것이다. 많은 일반 식당에서 미원으로 맛을 내는 것이 오히려 다행스런 일이다. 지금까지 검증된 바로는 다른 합성 조미료보다 순수한 MSG를 쓰는 것이 가장 안전한 조리법인 셈이다.(계속)


* 카스테라 업체들의 영업 방식에도 문제가 있었다. 대만 카스테라와 똑같은 레시피임에도 가격을 5~10배 가까이 올려 폭리를 취한 것이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이 외면하게 된 측면도 크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한탕주의로 후발주자들이 덤터기를 쓴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 <먹거리 X파일> ‘햄버거의 불편한 진실’ 편에 방영된 장면이다. 거기에 열거된 첨가물들은 사실 별 문제가 없는 것들이었다. 이를테면 아스코르빈산은 비타민C의 본래 명칭인데 일반인들에게 친숙하지 않은 이름이다 보니 뭔가 이상한 첨가물인 듯한 인상을 준다.

*** 일본의 아지노모토 기술을 배워 와 한국에서 처음 생산된 MSG 상품이 미원(味元)이다. 상호와 포장이 표절에 가깝게 비슷하다.


 _현병호(민들레 발행인)

0 0

서울시 성북구 동소문로 47-15, 1층

민들레출판사 T. 02-322-1603  F. 02-6008-4399

E. mindle1603@gmail.com

공간민들레 T, 02-322-1318  F. 02-6442-1318

E. mindle00@gmail.com

Copyright 1998 민들레 all rights reserved

이용약관             개인정보처리방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