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풍향계

백신 패스를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들

민들레
2022-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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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 이상 어린이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많은 양육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학원 등에도 백신 패스 정책이 도입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백신 패스가 학습권을 침해한다면서 함께하는사교육연합과 전국학부모단체연합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학생 수를 지키려는 학원가와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려는 학부모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여 지난 1월 4일 백신 패스 집행정지 처분을 내렸다. 정부는 “6.2%의 미접종자들이 12살 이상 확진자의 30%, 중증환자·사망자의 53%를 점유하는 상황에서 국민 건강과 의료체계의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방역 패스 적용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항고를 예고했다.

한편 정부의 방역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충북대 의대 손현준 교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감염병 공중보건 전공 기술관료들의 전횡을 막아주십시오”라는 글을 올리면서 질병관리청의 방역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독감 수준의 코로나19를 메르스처럼 취급하면서 시민들의 사회생활과 경제활동에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확진자 수 집계에 집착하지 말고 어느 정도 전파를 용인하면서 확진자의 3%에 해당하는 중증 환자에 치료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백신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백신 의무화에 가까운 방역 패스 정책과 과도한 방역 및 의료 정책을 비판한다. 기술관료들이 자기 분야에 갇혀 잘못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그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접종을 망설이는 이들과 소수자인 그들의 권리를 지켜주고자 하는 사법부의 입장은 이해되지만 법원이 방역 정책에 대한 심사권을 갖게 된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언론과 방송이 제 기능을 한다면 방역 패스 정책에 대한 전문가 토론회를 열어 정책의 효용성을 검증하고 시민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도와야 할 것이다. 검사들의 행태에서 보듯이 권력을 가진 관료들의 폭주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판사들의 전횡도 검사 못지않음을 우리는 안다. 마찬가지로 공중보건 관료들도 그럴 수 있다. 손현준 교수의 주장처럼 “권력에 취해 전횡을 일삼는” 것이 아니라 사명감을 갖고 선의의 폭주를 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한 분야의 전문가는 흔히 경주마처럼 시야가 좁아져 ‘터널 비전’에 갇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지난 11월 3일부터 5~11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부작용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고 있다(만 5세 미만 어린이는 임상 연구가 아직 진행 중이어서 접종을 받을 수 없다). 접종 완료 6주째인 12월 19일까지 접종 규모는 약 870만 회분이며, 신고된 부작용 건수는 4만3천 건으로 대부분 경미한 증상이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는 아동의 경우에도 부작용에 비해 접종의 이익이 더 크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미접종 어린이나 청소년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다기관염증증후군 같은 심각한 후유증을 앓거나 사망 위험까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여러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는 만큼 접종 여부를 개인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는 현명한 정책일 수 있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속담에 담긴 지혜를 되새겨볼 일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경우 감염율이 낮고 위중증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신 패스 정책으로 어린이들에게까지 접종을 강제하는 것은 지나친 의료 정책일 수 있다. 백신 부작용보다 감염의 위험이 더 크다 할지라도 알레르기 반응이 심한 아동의 경우 부모들은 접종을 꺼리게  된다. 

한편 방역을 책임진 정부로서는 무증상 감염으로 인한 전파의 가능성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백신패스 정책을 도입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비슷한 정책을 강도 높게 시행하고 있기도 하다. 접종 여부는 개인의 선택에 맡기더라도 미접종자는 대중이 모이는 곳을 피하는 것이 서로를 위하는 길일 것이다.  백신패스 정책에 찬성하는 이들이 반대자의 두 배에 이르는 상황에서  정부가 반대자의 손을 들어주기는 힘들다. 생명권을 학습권이나 자유권보다 앞세우는 것이  헌법 정신에도 부합한다.

공중보건과 안전 문제는 종종 개인의 자유권과 충돌한다. 개인의 자유권에 과민한 미국인들 중에는 백신 음모론을 퍼트리는 등 반지성주의의 폭주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1968년 미국에서 3점식 안전벨트를 모든 자동차에 의무 장착하도록 하자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자기 차에 부착된 안전벨트를 잘라내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오늘날 안전벨트의 가치를 부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감염은 교통사고처럼 예고 없이 닥친다. 벨트를 했다고 사고를 막을 수는 없지만 중상이나 사망 위험은 현저히 낮아진다.

백신 거부 목소리는 주로 미국, 영국, 독일 등 백신을 선점한 부자 나라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해 9월 가르시아라는 이름의 멕시코 소녀가 “내 입장이 되어봐”라는 제목으로 트위터에 올린 영상이 청소년 백신 접종권 논의를 촉발시켰다. 당뇨를 앓고 있는 소녀는 코로나19에 취약했지만, 보건 당국이 백신 부족과 안전성을 이유로 미성년자에게는 접종을 허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보건당국은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 청소년 100만 명에게 백신 접종을 허가했다. 하지만 기저질환이 없는 12세 이상 미성년자 1,200만 명은 여전히 접종을 할 수 없는 실정이다(1월 1일 기준 멕시코의 코로나19 사망자 28만 명 중 19세 미만은 1,100명이다).

미국의 보수 기독교계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한국의 일부 교회를 중심으로 반지성적인 백신 거부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문재인 정부에 반감을 가진 언론들이 백신의 위험성을 과장하는 기사들을 퍼트리기도 한다. “모더나 맞고 위암 4기 판정” 같은 황당한 기사가 중앙일간지에 실리고 있다. 암에 대한 기본 상식조차 없는 기자들이 ‘아무말 잔치’를 벌인다. 게이트 키핑이 안 되는 건지 알면서도 안 하는 건지 모를 일이지만, 언론의 본분을 망각하고 스스로 기레기임을 자인하는 꼴이다.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기자들의 수준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이 시대에 새삼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_현병호(민들레 발행인)


*  대부분은 팔 통증과 두통 등 경미한 증상이었고, 고열과 구토, 심장 근육에서 발견되는 단백질 트로포닌 수치 증가 등의 부작용은 100여 건이었다. 심근염 증상을 보인 11명의 아이들은 곧 호전되었으며 백신으로 인해 심각한 부작용을 앓거나 사망한 경우는 아직 없다.

**  2020년 4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미국에서 5~11세 어린이의 다기관염증증후군 감염 사례가 2,300건 이상 보고되었다. 어린이 확진자의 입원은 8,300건 이상이며 사망도 100여 건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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