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풍향계

농산어촌 유학,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교육?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느닷없이 "초등학생들을 한 학기 정도 농산어촌 유학을 다녀오게 준의무화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발언해 논란이 되고 있다. 취지는 기후위기 시대에 생태적 감수성을 기른다는 것이다. '박순애가 가자 조희연이 왔다'는 소리도 들린다. 많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될 중대한 정책을 이처럼 가볍게 입에 올리는 것은 공직자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

“흙을 밟게 한다는 발상은 좋지만, 아이들의 주거나 서울에 직장을 둔 부모들의 사정, 학습결손 등 걱정되는 게 한둘이 아닌데...” “정책 취지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정책이 시행되면 아이들이 평일에는 농산어촌 유학을 하고 주말에는 서울에 돌아와 학원 보충수업을 듣는 상황이 벌어지진 않을까 우려스럽다.” 현실적인 문제와 부작용을 우려하는 부모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심지어 “자기 애들은 특목고 보내고, 남의 애들은 시골 보내는 거냐” 같은 인신공격성 댓글도 보인다. “모택동이 사상 재교육 시킨다고 지식인들을 농촌으로 보내는 방식 같지 않냐” 하며 이념에 치우친 좌파 정책을 조롱하는 시각도 있다.

농산어촌 유학은 도시 학생이 일정 기간 시골에 있는 학교를 다니면서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게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2021년부터 전남교육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100명의 학생들이 농촌유학을 경험할 수 있게 지원해왔다.*  조희연 교육감의 발언은 이 시범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현재 전국 30여 곳에서 농산어촌 유학을 시행하고 있지만, 이를 확대 시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도시 아이들에게도 시골 현지의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농촌유학은 도시 교육청의 의욕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아이들을 받아줄 수 있는 준비된 시골 학교와 마을을 찾기는 쉽지 않다. 설령 많은 현장이 준비가 된다 하더라도 농촌에서 한 학기를 지내는 것이 도시 아이들에게 반드시 좋은 영향을 미칠 거라는 보장은 없다. 시골에서 지내는 경험이 도움이 되는 아이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농촌 아이들에게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사실 농산어촌 유학을 우리 사회에 처음 소개한 매체는 격월간 《민들레》다. 2005년, 일본의 산촌유학 현장을 돌아본 김일복 씨의 글을 게재한 후 교보교육문화재단의 지원으로 일본에 답사를 다녀와 몇 차례에 걸쳐 소개하면서 국내에 다양한 현장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농림부와 지자체들이 농촌 살리기 차원에서 농촌유학을 지원하면서 현장이 늘어나긴 했지만  지금까지 30군데에 그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도시 학교들이 문을 닫으면서 농촌유학을 가는 학생들이 조금 늘어났지만 많은 수는 아니다.

준비되지 않은 학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하면서 혁신교육이 빛을 잃어가는 것은 전형적인 행정의 실패다. 행정의 실패를 교육의 실패로 오인하게 되면 교육정책이 좌초하게 된다. 농산어촌 유학 또한 농촌을 살리고 아이들을 살리는 좋은 정책이 될 수 있지만 도시 교육청이 나서서 밀어붙인다고 될 일은 아니다. 지역 교육청과 협의해 현지 학교 교사들과 마을사람들을 준비시키는 일이 먼저다. 도시의 아이들도 농촌에서 살아보는 것이 좋은 경험이 될 수도 있지만 그것을 '준의무화'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아이들마다 처한 환경이 다르다. 좋은 것도 강제하면 하기 싫어지는 법이다.

농촌에서 몇 달 지내면 생태적 감수성이 길러질 거라는 생각은 전형적인 교육공학적 발상이다. 농촌에 사는 사람들이라고 생태적 감수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기후위기 교육은 도시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고 더 잘할 수도 있다. 물난리 난 곳이야말로 기후교육 현장이다. 수해 현장에 가서 일하는 척하며 “사진 잘 나오게 비가 더 왔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국회의원을 제명시키지도 못하는 나라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까? 말 못하는 생명들의 아픔에 공감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나기를 바란다면 우리가 지금 발 딛고 있는 이곳에서 어떤 교육을 할 수 있을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진짜 교육은 지금 여기, 삶의 현장에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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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교육청이 지원하는 농촌유학은 매년 3월 1일 시작되며, 6개월 이상 학기 단위로 운영된다. 희망할 경우 학기(6개월) 단위로 연장이 가능하다. 단, 총 유학 기간은 초등학생은 6학년 졸업 시까지, 중학생은 2학년까지로 제한한다. 학적은 전학으로 처리된다. 학생의 주소지를 농가 및 센터로 이전해 전학 절차를 밟게 되며, 이후 전남의 관내 학교 소속 학생으로 편성돼 지원을 받는다. 서울 주소지의 변동이 없다면 농촌유학 후 서울 원적교로 복귀하게 된다.

농촌유학생의 거주 유형은 ▲해당 지역의 농가에서 농가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홈스테이형’ ▲가족과 함께 이주해 생활하는 ‘가족체류형’ ▲보호자 역할이 가능한 활동가가 있는 지역의 센터에서 생활하는 ‘지역센터형’으로 나뉜다. 이 중 ‘가족체류형’의 경우 전남의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농가에서 생활하게 된다. 대상은 초등학교 4학년~중학교 2학년 학생 중 100명 내외의 희망 학생이다. 다만 ‘가족체류형’의 경우 공립초 1~3학년까지 가능하다. 


_현병호(민들레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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