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풍향계

솔직함이 불러온 참사?

민들레
2022-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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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난리 난 곳에 가서 “비가 더 왔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하는 사람들이다. 심지어 그들의 직함이 국회의원이다. 그날 이루어진 수해 복구(?) 자원활동은 국민의힘 당 차원에서 준비한 행사였다. 자당 국회의원들과 보좌관, 당직자들 3백여 명과 방송사 기자와 카메라맨들을 대동해 만반의 준비를 한 행사가 오히려 독이 된 셈이다. “솔직히 비가 좀 더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 김성원 의원은 정치인답지 못하게 솔직한 심정을 너무 ‘솔직히’ 드러냈다.

나경원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에서 수해 복구를 위해 흘린 땀이 김 의원의 한 마디에 묻혀버린 것이 못내 아쉬웠는지 민주당은 그런 활동도 하지 않았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렇다. 그것은 당 차원의 ‘행사’였다. 미리 방송사를 섭외해 카메라맨까지 대동하여 “좋은 그림 나오게” 찍어달라는 주문까지 했다. 그들의 진짜 목적은 수해복구가 아니라 물난리를 계기로 자신들을 홍보하는 것이었다.

김성원 의원의 저 말은 그 속마음을 드러낸 것일 뿐이다. 모두가 ‘함께’ 그린 그림에 그의 한 마디가 화룡정점을 찍은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김성원 의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날의 ‘쇼’를 기획한 당에 있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있는 정당이다 보니 그런 기획이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주호영 비대위원장이 처음에는 ‘장난끼’ 운운하며 김성원 의원을 감싸다가 윤리위 제소까지 꺼낸 것은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 행태다.

민주당이 당 차원의 보여주기식 행사를 기획하지 않은 것은 공당다운 모습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저마다 자신의 지역구를 돌아보면서 수해 상황을 점검하고 복구에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있었다. 한편 정의당은 김성원 의원을 비판하면서 은근슬쩍 심상정 대표와 류호정, 장혜영 세 의원의 수해 복구 활동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사진 속에서 환히 웃고 있는 의원들의 장화는 반짝반짝했다.) 심상정의 사당이자 국민의힘 2중대임을 다시 한번 입증한 셈이다.

깨어보니 선진국이 되어 있었다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정치판은 개발도상국 시절의 모습 그대로다. 구태는 계속될 것이다. 국힘당 윤리위에서는 형식적인 징계를 할 테고, 김성원 의원은 한동안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웃고 있을 것이다. 선출된 대표를 선거권자들이 재신임 투표로 내쫓을 수 있는 주민소환제가 일부 시행되고 있지만 국회의원의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21대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에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180석을 가지고도 이 공약을 이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국민소환제는 뒷북치기에 가깝다.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소환제 시행 결과를 보나  해외 사례를 보나 국민소환제가 시행된다 해도 부적격 국회의원을 내쫓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함량 미달 후보자를 자신들의 대표자로 뽑지 않을 수 있는 시민 역량을 기르는 것이 보다 확실한 길이다. 독일의 유력 총리 후보였던 라셰트가 2021년 수해 현장에서 한 순간 파안대소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선거에서 패배했다. ‘라셰트 라흐트Laschet lacht’(라셰트는 웃는다)라는 절묘한 라임의 해시태그가 온라인을 휩쓸면서 그의 정치 생명은 끝났다.

최근 국회의원들과 대통령이 보이는 행태를 보면서 선거제도 자체에 회의를 갖게 되지만 마땅히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정치 수준이 낮은 것은 국민의 수준이 낮기 때문이니 정치인을 욕하는 것은 결국 누워 침 뱉기일 따름이다. 선거구제를 합리적으로 바꾸고 금권 선거가 되지 않게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일 것이다. 그와 함께 깨어 있는 민주시민을 기르는 교육이 제 기능을 할 때 비로소 나라다운 나라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침 좀 안 뱉고 살 수 있는.


*  동두천이 지역구인 김성원 의원은 지방자치TV가 선정한 ‘2019 대한민국 의정대상’을 수상했다. 지방자치TV는 국회 출석률, 법안발의, 지역구활동, 국정감사활동 등 지방자치 발전과 국민을 위한 우수한 의정활동을 보인 국회의원을 심사하여 수상자를 선정한다고 밝혔다.


_현병호(민들레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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