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풍향계

교사 순환근무제의 명암

민들레
2023-02-17
조회수 875

국공립학교 교사들은 4~5년마다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간다. 특기자 지도 같은 업무의 연속성이 필요한 경우 10년까지 근무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5년 안에 전근을 가게 된다. 이러한 순환근무제가 처음 도입된 것은 근대교육이 시작된 이후 일제강점기에 한 학교에 오래 근무하는 교사가 지역주민들과 끈끈한 유대 관계를 맺고 민족교육을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설이 유력하다. 근대학교의 표준화교육 시스템은 교사가 전국 어느 학교를 가든 아무런 문제 없이 교육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해방 후에도 유지되던 순환근무제는 1970년대 산업화 시기를 거치면서 더 강화되었다. 도시화가 진척되고 교사들이 도시 학교 근무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 또 8학군 선호가 뚜렷한 서울에서는 8학군과 다른 학군 사이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순환근무제는 도시와 농어촌, 교사들의 선호 지역과 비선호 지역 간의 교육격차를 줄이고 근무지에 따른 교사 간의 불만을 완화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부정적인 면도 적지 않다.

학교에서 물의를 일으킨 교사를 다른 학교로 전출 보내는 인사조치가 수월하게 이루어지므로 교사의 직업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 반면 문제 교사를 다른 지역으로 전출시킴으로써 부적격 교사가 걸러지지 않는 부작용을 낳는다. 해마다 신학기를 앞두고 한 학교의 교사 중 20퍼센트 정도가 바뀌기 때문에 새 학기 준비를 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다음 학년도 계획은 대개 2월 중순에 정해진다). 또한 4~5년을 근무하게 되면 입학해서 졸업하기까지 3년간의 성장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학생들이 3개 학년에 그친다. 교사들이 전근 다니는 공립학교의 경우 학생들도 졸업 후 학교를 찾지 않게 되어 사제 간의 유대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순환근무제가 교사로서의 보람을 느끼기 어렵게 만드는 셈이다.

몇 년 뒤면 전근을 가야 하므로 학교 가까이 집을 사서 안착하기가 힘들고, 근무하는 지역과 학교에 애정과 관심이 자라기도 어렵다. 교사들이 근무지의 지역사회와 따로 노는 ‘따로국밥’ 교사가 되는 이유다. 장거리 출퇴근 교사가 많다 보니 수업이 끝나면 다들 퇴근하기 바빠 교사모임이 꾸려지기도 힘들다. 순환근무제는 교사회가 제 기능을 하기 어렵게 만드는 주요한 요인이다. 교사들끼리 주식, 부동산 이야기가 아니라 아이들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의 성장을 도모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현장에서 부대끼며 교사로 거듭날 수 있는 교사회 문화를 만드는 것이 최선의 교사 재교육일 것이다.

순환근무제는 교사와 교육에 대한 국가의 중앙집권적 통제를 용이하게 한다. 교육자치 전통이 강한 나라에서는 순환근무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교사 임면권이 학교운영위원회나 지역의 교육위원회에 있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 학교로 가려면 근무하던 학교를 사직하고 해당 지역 학교에 다시 지원해서 임용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지역자치가 이루어지려면 교사 인사권 역시 지역사회가 가져야 하며. 지역과 교육의 연계성을 위해 최소한 10년 이상은 근무가 보장되어야 한다.

핀란드에서는 교사의 고향이나 연고지에 발령을 내는 것이 원칙이다. 더 책임감을 갖고 교직에 임하게 되기 때문이다. 고향에서 잘못 가르치면 명예가 실추될 수 있고,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후배들을 가르치게 되면서 학생에 대한 관심이나 애향심이 커져 자연스레 교사 개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만드는 효과를 낳는다고 한다. 도시 지역을 선호하는 교사들의 욕구에 맞춰 순환근무제를 고수하는 것은 오히려 그런 욕구를 부추기는 셈이다.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애착심 없이는 민주주의의 뿌리도 허약할 수밖에 없다.

순환근무제가 100년 가까이 지속되다 보니 교직사회는 이미 이 제도에 길이 들었다. 교사들의 불만사항 중 순환근무제 자체에 대한 것보다 순환근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이 더 높다고 한다. 선호하는 지역 학교에 근무할 수 있는 기회가 자신에게도 주어지기를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교육제도와 정책은 아이들의 성장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교사들의 성장에도 순환근무제는 도움보다 해가 더 클 것이다. 다른 지역 학교에서 다른 경험을 함으로써 성장을 꾀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10년 이상 한 학교에서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동료 교사들과 호흡을 맞춰보는 것만 못할 것이다.  


_현병호(민들레 발행인)

1 0

서울시 성북구 동소문로 47-15, 1층

민들레출판사 T. 02-322-1603  F. 02-6008-4399

E. mindle1603@gmail.com

공간민들레 T, 02-322-1318  F. 02-6442-1318

E. mindle00@gmail.com

Copyright 1998 민들레 all rights reserved

이용약관             개인정보처리방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