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풍향계

새만금 부동산 개발 사업의 들러리가 된 잼버리

민들레
2023-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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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년 동안 준비했다는 새만금 잼버리 야영장 풍경

잼버리 파행을 둘러싸고 ‘네 탓’ 공방이 치열하다. 예산만 놓고 보면 예산의  70%를 집행한 현 정부가 가장 큰 책임을 져야겠지만 첫 단추를 꿴 박근혜 정부와 잘못 꿴 첫 단추를 풀지 않고 나머지 단추를 5년 동안 계속 잘못 꿴 문재인 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 잼버리보다 새만금을 앞세운 ‘새만금 잼버리’라는 네이밍에서부터 파행은 예고된 셈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30여 년 전 세계 최장 방조제를 쌓아 무리하게 갯벌을 메워 ‘새만금’이라는 부동산을 조성하려 한 데서 오늘날과 같은 사태가 배태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새만금’이라는 이름에서 돈 냄새가 물씬 난다. '만금 같은' 가치가 있는 땅이 되기를 바라는 욕망이 그 이름에 담겨 있다. 인근의 만경평야, 김제평야의 앞자리 두 자를 따고 새 땅이라는 의미를 붙여 만든 이름이 ‘새만금’이다. 누구의 소유도 아닌 갯벌을 누군가의 소유로 만들기 위해 벌인 사업이 새만금 간척사업이었고, 그 연장선에서 벌어진 일이 ‘새만금 잼버리’다. 이를 추진한 역대 정부의 주된 관심사는 새만금이었지 잼버리가 아니었다. 전 세계 청소년들의 꿈을 담보로 잡고서 새만금 부동산 개발 사업을 벌인 셈이다.

20여 년에 걸친 우여곡절 끝에 방조제 물막이 공사가 끝나고 갯벌을 농업용지와 산업용지로 만들려는 과정에서 예산을 끌어오기 쉬운 방편으로 잼버리를 유치하자는 기발한(?) 안을 누군가가 내놓았을 것이다. 야영지 조성을 위해 예산을 끌어다 복토 작업을 하고(갯벌을 메우는 일은 환경단체의 반대가 많을 뿐더러 돈도 적지 않게 들어간다) 잼버리를 핑계로 새만금공항을 비롯한 굵직한 토목사업의 예타 조사를 면제 받을 수 있었으니 새만금을 개발하려는 이들로서는 잼버리를 유치하고자 한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염불보다 잿밥에 마음이 가 있는 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꾸민 일이 새만금 잼버리다. 매립지가 한여름 야영지로서 적합치 않다는 사실은 상식일 뿐더러 2015년 일본의 야마구치 간척지에서 열린 23회 잼버리에서 이미 확인된 사실이었다. 폭염과 태풍 같은 자연재해가 없었더라면 부실한 대로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자연은 인간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는다는 냉엄한 사실을 간과했다. 준비과정에서 여러 차례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얼버무림과 미봉책으로 일관하다 예정된 결과를 맞이했으니, 책임 소재를 제대로 따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결국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흐지부지 끝날 가능성이 높다. 9년 전에도 그러했듯이.

마땅히 책임감을 갖고 행동했어야 할 이들의 무책임함이 빚은 결과라는 점에서 잼버리 파행은 그 본질에서 세월호나 이태원 참사와 다르지 않다. 이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을 신뢰하지 않는 미국과 영국 등 주요 참가국들이 자국 아이들의 생명과 안전을 스스로 지키고자 발 빠른 대응을 함으로써 더 심각한 사태는 피할 수 있었지만, 세월호 아이들 부모처럼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었다면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현 정부의 무능을 넘어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보여준 사건이라는 점에서 잼버리 사태는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

9년 전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학여행 가는 아이들을 태운 여객선이 침몰하기까지 우리 사회 공인들이 보여준 무책임과 보신주의는 잼버리 준비 과정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태풍 덕분에 조기 철수할 명분이 생겨 아마도 다행스러워 하고 있을 것이다. 배가 침몰하면 구조가 힘들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으면서 한나절이 저물도록 누구 하나 책임지고 나서지 않은 채 멀거니 지켜보고만 있던 보신주의자들은 배가 가라앉은 뒤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게다.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뭔가 하는 척만 하면서 시간을 끈 그들의 바람 대로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자리를 보전할 수 있었다. 문재인 정부 또한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경제적 가치를 모든 것에 우선하는 문화, 공인들의 무책임과 보신주의가 겹쳐 빚어진 사태라는 점에서 잼버리의 파행은 우리 사회가 그동안의 뼈아픈 사건으로부터 배운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드러낸다. 미래세대의 성장을 돕고자 하는 잼버리 취지가 무색하게도 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무엇 한 가지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 ‘준비하라’는 모토를 내건 스카우트 정신을 망각한 역사상 최악의 잼버리로 기록될 듯하다. 화장기가 사라진 민낯을 보여줌으로써 인류에게 좋은 공부거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화장빨을 분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교훈의 댓가치고는 지나치게 비싸고 요란한 국제행사였다. 부푼 기대를 안고 한국 땅을 밟았을 전 세계 수만 명의 아이들에게 면목이 없을 따름이다.


_현병호(민들레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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