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풍향계

돌봄도 배움도 아닌 화학적 약물

2020-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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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고 문제 많은 아이들이 어느 순간 작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심리정서지원이라는 바우처 사업의 대상자가 되어 병원이나 상담소를 중뿔

나게 들락거리고 있다. 말도 안 되게 가난하게 사는 일은 힘겨운 것이며, 어린

나이로 그런 가난을 감당하는 것은 잔혹한 일임을 모두가 알고 있지만, 누구

도 이 아이들과 그 가족들이 제대로 살 수 있는 방안을 찾지 않는다. 대신 아이

들에게 약을 먹이는 화학적 처리를 해버린다. 그 화학적 처리는 그들의 불온한

심리를 달래고 치료하는 전문 행위이다.


약에는 돈을 써도 아이들이 맘 놓고 살 만한 방 한 칸 마련해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손을 흔드는 정부를 두고 있으니 할 말은 없다. 천천히 필요한 것을

배우고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마음을 쓰기보다는, 전문의의 처방과 약을 먹이

는 데 국가 예산이 더 쓰일 전망이다. 어차피 아무거나 먹고 사는 처지니 거기에

약 한두 가지 더 추가한들 뭐 크게 달라질 것이 있겠냐고 자조도 해보지만 그래

도 한 번 우라질 소리를 지르고 싶다. “야.  너희들도 이러고 살아 봐라, 맨 정신

으로 살아지나! 더럽고 치사해서 우리도 못 살겠다. 맨 정신으로는 우리도 못 산

다. 그래, 약 가져와라, 약!”


-민들레 83호, 성태숙, '약에 빠진 어른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