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풍향계

돌봄도 배움도 아닌 화학적 약물

조회수 1361

pills.jpg

가난하고 문제 많은 아이들이 어느 순간 작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심리정서지원이라는 바우처 사업의 대상자가 되어 병원이나 상담소를 중뿔

나게 들락거리고 있다. 말도 안 되게 가난하게 사는 일은 힘겨운 것이며, 어린

나이로 그런 가난을 감당하는 것은 잔혹한 일임을 모두가 알고 있지만, 누구

도 이 아이들과 그 가족들이 제대로 살 수 있는 방안을 찾지 않는다. 대신 아이

들에게 약을 먹이는 화학적 처리를 해버린다. 그 화학적 처리는 그들의 불온한

심리를 달래고 치료하는 전문 행위이다.


약에는 돈을 써도 아이들이 맘 놓고 살 만한 방 한 칸 마련해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손을 흔드는 정부를 두고 있으니 할 말은 없다. 천천히 필요한 것을

배우고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마음을 쓰기보다는, 전문의의 처방과 약을 먹이

는 데 국가 예산이 더 쓰일 전망이다. 어차피 아무거나 먹고 사는 처지니 거기에

약 한두 가지 더 추가한들 뭐 크게 달라질 것이 있겠냐고 자조도 해보지만 그래

도 한 번 우라질 소리를 지르고 싶다. “야.  너희들도 이러고 살아 봐라, 맨 정신

으로 살아지나! 더럽고 치사해서 우리도 못 살겠다. 맨 정신으로는 우리도 못 산

다. 그래, 약 가져와라, 약!”


-민들레 83호, 성태숙, '약에 빠진 어른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