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풍향계

아이들에게 상상의 시기가 필요한 까닭

조회수 1581

2차원.jpg

 1.

이른 봄,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을 뚫고 여린 새싹이 막 돋아나기 시작한다. 이때 그 위에다 돌멩

이 하나를 얹어놓아 보자. 그 싹은 눌려 죽지 않고 강한 생명력으로 옆으로 삐져 계속 자라난다.

그럴 때 얹었던 돌멩이를 치워 보라. 그러면 누웠던 줄기가 계속 옆으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똑바

로 일어서 위를 향해 자라기 시작한다. 그 싹은 본래 똑바로 자라려는 강한 본성을 갖고 있기 때문

이다.

 

이른바 문제아들은 돌멩이에 눌려 옆으로 삐져 자란 어린 싹의 모습인데 그 위에 얹힌 돌멩이를 치

워 주면 이렇게 똑바로 자라는 법이다.

 

다른 사람에 대한 감수성도 가르쳐서 되는 것이 아니라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할머니

한테 뽀뽀해 드려." 하고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할머니를 싫어하게 만드는 길이다. 친절은 예의 바

른 행동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감수성 속에 있다. 감수성은 서두른다고 해

서 빨리 자라는 것이 아니라 질서 있고 자연스러운 순서에 따라 발달해 간다.

 

 

2.

상상은 의지를 대신하는 것으로서 의지를 훈련시키는 첫 단계이다. 상상은 거짓을 말하는 방식이 아

니라 성장하는 방식이다. 상상의 시기에 허구는 유용하고 필연적이며 정당하다. 정직을 가장 중요하

게 여기는 엄마는 아이가 개를 곰이라고 말하는 것조차 나쁜 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엄마는 있는 그

대로를 보지만, 아이는 개를 곰으로 상상할 수 있다. 아이는 자기 방식대로 상상할 권리가 있다. 아이

가 만들어 낸 이야기를 가지고 창피를 주거나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는 반응은 그 애가 어른이 되었

을 때 거짓말쟁이로 되도록 만드는 시초를 제공하고 만다.

 

아이들의 상상을 철저하게 파헤쳐 거짓말을 하지 못하게 하는 방식은 상상의 시기에 자유롭게 살 권

리를 빼앗는 행동과 같다. 그것은 아이를 충족되지 못한 소원에 묶어 두는 것이며, 그 이후의 삶에서

그를 계속 괴롭히고 좌절시키는 원인이 된다. 이 시기에 나타나는 거짓말은 창조적인 거짓말이다. 아

이는 발달단계에서 그 시기에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자신의 환경을 이용한다. 이런 거짓말은 자

연적인 것인데도 우리는 이 시기의 아이를 비도덕적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

 

이 시기에 인형을 가지고 노는 활동은 상상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이다. 아이에게 다른 사람

은 너무 크고 다루기 어려운 대상이지만, 인형은 자기가 말하는 대로 행하고 음식을 먹이면 받아먹으며,

침대에 눕히거나 목욕을 시킬 수 있다. 결코 말대꾸를 하지 않으며, 힘센 주인을 존경하고, 자신의 위치

를 잘 알고 있다. 인형은 아이에게 마음 편한 환경을 만들어 준다. 또한 전혀 다른 방법으로도 아이들의

관심을 끈다. 인형은 실제로는 아이들에게 허락되지 않는 것들을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곧 인형들은

간식으로 초콜릿을 먹거나 잘 시간이 지난 뒤에도 아래층으로 내려가 노는 일, 후추나 겨자를 먹는 일,

비가 올 때 밖에 나가 노는 일 등이 모두 허용된다. 그렇게 함으로써 인형의 주인은 강력하고 우월한 존

재가 되며, 자신의 신체적 왜소함을 보상받는다. 이런 상상력은 아이들에게 우월성과 행복, 힘을 선사한다. 

 

 

 

 - 호머 레인 <아이들은 어떻게 성장하는가>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