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풍향계

[VOL.02] ADHD 약물 품절 사태, 아이들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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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7일 국회 전자청원에 ADHD 자녀를 둔 부모의 글이 올라왔다. ADHD 치료제인 ‘콘서타’, ‘메디키넷’ 등 주요 약품 품절 사태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글이었다. 새 학기 즈음 불거진 치료제 품귀 현상으로 ADHD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아이의 학교 생활이 불가능하다’며 애를 태우고 있다.
‘콘서타’는 하루 한 번 복용으로 장시간 효과를 유지할 수 있어 가장 대중적인 ADHD 치료약으로 꼽힌다. 콘서타와 비슷한 성분을 지닌 ‘메디키넷’도 덩달아 품귀 사태를 보이고 있다. 콘서타 수입사인 한국 얀센은 2024년 4월과 7월, 올해 2월까지 총 세 차례 걸쳐 식약처에 공급 부족을 보고했다. 그때마다 “원료 수급과 관련된 생산량 제약, 여러 시장에서 콘서타OROS 서방정의 새로운 허가승인 및 수요 증가 등의 복합적 상황으로 일시적 공급 부족이 예상된다”고 동일한 사유를 밝혀왔다. 

하지만 치료제를 구하기 어려운 또 하나의 원인은 환자 수 급증에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36만여 건이었던 콘서타의 처방 건수는 2023년 약 120만 건으로 3.3배 증가했으며, 특히 10~20대가 약 66%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 수치 중에서 실제로 약물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환자는 훨씬 낮을 것으로 추측된다.  콘서타가 청소년들 사이에서 일명 ‘공부 잘하게 해주는 약’으로 소문이 나고, 최근에는 성인들에게도 집중을 높이는 약으로 인식된 것도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식약처는 ‘ADHD 치료제는 성적을 올리기 위한 약이 절대 아니다’라는 안내문을 내기도 했다. “ADHD가 있는 아이가 치료제를 복용한 후 학업 성취도가 증가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치료를 통해 주의력 결핍 등 증상이 완화된 것”이라며 약물 오남용의 부작용을 경고했다. 콘서타의 주성분인 메틸페니데이트는 ADHD 아닌 이들이 복용했을 때 도파민 수치를 과도하게 올려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고, 청소년의 경우 중독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성인보다 높다.  

뇌생리학과 약리학의 발달에 힘입어 약물 치료로 빠르게 증상을 개선할 수 있게 되면서 정신 치료의 표준치료법이 확산하고 있다. 마음 또는 정신의 문제는 개별 인간이 짊어진 내력이나 환경, 고유한 경험의 의미를 살피는 것 또한 중요한데 대증요법인 표준치료법은 이 맥락을 제거하고 일괄적으로 기계적 처치를 하기에 바쁘다. 

많은 ADHD 아동의 경우 충분한 운동이나 놀이, 음식 등을 통해 증상이 개선되는 사례가 있음에도 학교와 가정의 여건이 손쉬운 약물 치료를 선택하게 만든다. 앞으로 ADHD 진단 환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고 약물 품절 사태 또한 반복될 것이므로, 약물 아닌 다른 치료법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정작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이들이 아니라 아이들을 환자로 만들고 있는 교육 시스템과 사회이건만 만만한 아이들이 그 희생양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_편집실